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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 자체가 강자성을 띠는 것처럼 보이는 이 신비의 소재는 어떤 용도로 쓰이나?
 

기름과 물의 분리^위사진은 자기장을 가하지 않아 기름이 수면 위에 떠 있는 모습이고, 아래 사진은 자기장을 가해 자성유체와 물이 분리된 상태다


액체가 자성(磁性)을 띠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그리고 이것을 이용하면 어떤 재미있는 용도가 개발될 수 있을까. 최근에 자성을 띤 각종의 자성유체(물 석유 수은 등)를 제조하는 기술이 개발돼 이미 여러 곳에 쓰이고 있고, 또 새로운 용도가 계속 연구되고 있다.

이 강자성유체의 연구는 우주선의 개발에서 비롯되었다.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미국의 국위를 걸고 인류 최초의 달나라여행계획인 아폴로계획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계획의 추진과정에서 골치 아픈 두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우주인이 우주공간에서 입을 우주복 가동부분의 밀폐(내부는 1기압, 외부는 진공)문제와 우주의 무중력 공간에서 로켓의 액체연료를 엔진부로 수송하는 문제였다.

만약 불의의 사고로 우주복이 찢어지거나, 우주복의 가동부분에서 내부의 공기가 우주공간으로 새어나가면 우주인에게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또 연료의 원활한 수송없이는 엔진이 무중력의 우주공간에서 작동할 수 없으므로 이 두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곧 아폴로계획 성공의 열쇠였다.

이 중요하고 까다로운 문제는 파펠(S. Papell)이 자성유체를 발명함으로써 해결되었다. 다시 말해 자성유체의 탄생 덕분에 아폴로 우주선은 발사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자성유체는 콜로이드(colloid) 크기의 마그네타이트(magnetite, ${F}_{e3}{0}_{4}$)등 강자성 분말을 안정하게 분산시킨 현탁액이다. 이 신비의 유체는 큰 원심력이나 자기장을 작용시켜도 고체 콜로이드(자성분말)와 액체(용매)가 분리되지 않는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액체 자체가 강자성을 띠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초기의 자성유체는 용매가 한정돼 있었다. 자성(磁性)콜로이드를 석유 등 무극성 용매에 분산시켜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점성 내열성 등 다양한 성질이 요구되자 곧 각종의 용매에 용질을 분산시키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예컨대 물 에스테르(ester)류 에테르(ether)류 불화탄소 등을 용매로 사용한 자성유체 제조법이 새로 선보이게 되었고, 가격도 저렴해졌다.

브라운운동의 덕택으로

강자성체가 1백Å 정도 크기의 초미립자가 되면 각입자는 더 이상 자화(磁化)될 수 없는 포화자화상태가 된다. 동시에 단일자구(입자 전체가 일정한 방향으로 저절로 자화된 상태)로 변한다. 따라서 강자성 미립자를 액체속에 넣으면 이들은 자기적 인력에 의해 응집, 결국 침전하고 만다.

그러나 적당한 계면활성제를 강자성 초미립자의 표면에 입히면 이들 초미립자는 어떤 거리 이상 서로 접근할 수 없게 된다. 다시 말해 강자성 초미립자들의 응집을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용매분자의 무질서한 충돌에 의한 브라운(Brown)운동은 (강자성 초미립자의 크기는 용매분자 크기의 1백배 정도) 초미립자의 침전을 막아준다.

이같은 계면활성제의 역할과 브라운운동 덕분에 용매내의 강자성 콜로이드는 매우 안정하게 분산돼 마침내 자성유체가 되는 것이다.

이 자성유체를 자기장 안에 두면 강자성 초미립자는 자기장이 센 방향으로 자기적 힘을 받는다. 게다가 이 초미립자는 용매분자와 무질서한 충돌을 하고 있다. 따라서 강자성 초미립자에 작용하는 자기적 힘은 용매분자에게도 전달돼 거시적으로 보면 마치 자기장이 자성유체에 힘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힘때문에 자성유체가 자석에 끌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성유체의 진짜 홍미있는 성질은 특이한 유체역학 및 자기광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특성은 강자성 콜로이드 입자를 함유하는 용액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자성유체의 제조과정은 흔히 두단계로 나누어진다. 첫 단계는 강자성 물질을 초미립자로 만들고 또 초미립자의 모양을 다듬는 과정이다. 둘째 단계는 이 강자성 초미립자가 응집하지 않도록 적당한 계면활성제를 활용,이 초미립자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실링제로 유망해

이번에는 자성유체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첫째로 자기장이 강자성유체에 작용하는 힘과 그에 따른 형상변화를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두 물체를 봉합해주는 실링(sealing)장치와 윤활장치 등에 활용되고 있는데 현재 회전축 실링장치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자성유체를 실링장치로 이용하면 새는 곳이 없어지고 마모가 적어진다. 또 치수공작에 여유가 생기고 발열이 적다는 장점을 갖는다.
그리고 볼 베어링의 윤활유 고갈을 방지하고 기어박스의 윤활유 수준을 유지시켜주는데도 활용되고 있다.

둘째로 자화(磁化)의 결과로 발생하는 뜨는 힘을 활용할 수 있다. 불균일한 자기장 내에 강자성유체를 두면 겉보기에도 매우 비중이 큰 액체가 된다. 이 속에 비(非)자 성유체가 존재하면 부양력(浮場力)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이 힘이 자기장을 조절하기 때문에 비중이 다른 물체들의 비중차를 활용한 선별이 가능해진다.

흔히 이 부력을 이용, 폐기물 중에서 유용금속을 회수하거나 광물을 선광(選鑛) 한다.

현재 비용의 절감을 위해 석유를 용매로 한 강자성유체 보다 물용매 강자성유체가 널리 쓰이고 있다. 또 설비 운용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자석보다 영구자석으로 자기장을 형성시키고 있다.

이러한 자기부양력 때문에 자성유체는 수은 스위치로도 유망하다. 자성유체를 사용해 만든 수은스위치는 보통 수은스위치와 여러모로 판이하다. 특히 기울일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이 그렇다.

열전도율이 높아서

또 환상자석에 둘러 싸여 있는 강자성유체 내에 비(非)자성유체가 존재해도 자기부양력이 생긴다. 이 힘에 의해 자기장이 중심에 위치하게 되는데 이때 미소한 자기변동이 있으면 액체 댐퍼(damper)가 얻어진다.

바로 이 성질을 이용, 현재 강자성유체 소재로 대형 스피커를 만들고 있다. 특히 강자성유체의 열전도율이 공기에 비해 6배나 높다는 점이 대용량의 스피커제작을 가능하게 한다. 왜냐하면 방열효과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기름과 물의 분리에도 쓰인다. 이는 기름이 탄화수소를 분산매로 하는 자성유체와 잘 혼합되나, 물과는 거의 혼합되지 않는다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실제로 강자성유체를 기름-물 혼합용액에 가하면 기름만이 자화되므로 자기장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분리·회수할 수 있다. 또 이 원리를 이용하면 해상 포유류의 제거와 회수도 가능하다.

그리고 자기 버블(bubble)도 얻을 수 있다.(강자성유체)+(강자성유체와 같은 비중을 가진 혼합되지 않는 투명액체)를 유리판 사이에 끼우고, 이 유리판에 직각으로 큰 자기장을 가하면 자기버블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자기버블은 현재 디스플레이어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또 에너지의 변환 및 수송에도 활용된다. 강자성유체는 큐리(Curie)온도 부근에서 급격한 변환(자화)을 하는데 이때 열에너지는 운동에너지로 바뀐다. 바로 이 효율 높은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변환에 이용되는 강자성유체는 열전도율이 크고, 점성이 적어야 한다.

또 고온부에서 저온부로 열을 수송할 수 있으므로 난방용으로도 기대된다.

강자성유체에 자기장을 가하면 점도가 변하는 성질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이 점도제어는 응용도가 매우 높다. 구체적인 응용 예를 열거하면 댐퍼, 레코드 플레이어의 턴테이블과 픽업 암, 강자성유체용 밸브 등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로봇 등에도 많이 쓰일 전망이다.

약을 몸밖에서 조정하고

그리고 센서로도 활용된다. 여기에는 원심력센서 기울기센서 가속도센서 회전속도센서 등이 포함된다. 그중 원심력센서는 기계량의 검출에 사용된다.

한편 기울기센서는 강자성유체와 자동변환기(transformer)를 사용, 기울기를 감지 센서다. 자동변환기의 심에 있는 강자성유체의 양에 의해 1차 코일과 2차코일의 상호 임피던스(impedence, 교류회로에서의 전압과 전류의 비)가 변하므로 2차 코일에 발생하는 전압도 어쩔 수 없이 바뀐다. 이 전압차로 인해 기울기의 변화를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가속도센서는 기울기센서와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데 가속도를 비교적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회전중인 원통 내의 강자성유체는 원심력에 의해 변형된다. 특히 액면이 예민하다. 이 점을 이용하면 간단히 회전속도를 알아 챌 수 있다. 다시 회전속도센서가 가능한 것이다.

강자성유체의 자화를 이용한 상품은 이밖에도 허다하다. 예컨대 자기클러치(clutch), 자기적 제트프린터, 현금카드, 전동차자동판매표, 의료 초음파탐지기 등에 활용된다.

셋째로 자기광학효과를 이용하기도 한다. 사실 이 자기광학효과로 인해 강자성유체의 응용분야는 비약적으로 넓어졌다. 강자성유체를 박막으로 만든 뒤 여기에 빛을 통과시키면 매우 큰 자기광학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이 현상을 도입하면 자기장센서, 광전자적 소자 등 여러 방면에의 응용이 가능해진다.

그중 자기장센서는 강자성유체 박막의 투과 광강도를 측정하는 장치다. 강자성유체 박막의 신호를 증폭기를 경유하지 않고 직접 접촉할 뿐 아니라 광섬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잡음이 거의 없는 센서가 될 수 있다.

또 자기장을 제어함으로써 투광량의 제어도 동시에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하면 광셔터(shutter) 나 광모듈레이터(modulator)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은 장차 광통신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소자로 쓰일 전망이다.

한편 강자성유체와 불용성 비(非)자성유체를 편광필터 사이에 얇게 끼우고 자기장을 가하면 버블이 생성된다. 이때 만들어진 버블은 액정소자와 같은 효과를 나타내므로 디스플레이어로 사용할 수 있다. 대개 액정소자는 전압에 의해 작동하는데 반해 강자성유체 박막소자는 자장에 의해 움직인다.

어떤 물질에 빛을 입사시킬 때 일어나는 현상 한 가지를 소개한다. 만일 입사강도 이하를 비춰주면 그 부위는 놀라울 정도로 불투명해진다. 이 현상을 광쌍안정성이라 한다. 이것은 일종의 광학적 히스테리인데 대개 레이저광의 안정장치와 광컴퓨터의 기억소자로 사용된다. 이 광쌍안정소자도 강자성유체 박막을 사용해 만들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강자성유체 박막은 광신호증폭기 제조시에도 쓰인다.

아무튼 자성유체의 응용은 날로 확대될 것으로 생각된다. 심지어는 의료분야에서도 그 활약성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자성유체를 포함한 약제를 인체내의 질환부위에 자기적으로 유도함으로써 치료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방안도 현재 연구되고 있다.
 

자성유체는 의약제의 체내 운반에도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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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김태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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