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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IV 뉴미디어와 인간생활

「풍요와 다양」아니면 「소외와 불만」

뉴미디어는 가정생활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뉴미디어는 인간 개개인의 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정보의 편재, 프라이버시침해, 문화지체 현상을 일으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뉴미디어는 사회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기술혁신이 새롭게 이뤄졌을때 일반적으로 그것은 사회적 영향에 관해서 크게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의 두가지 측면에서 논의된다. 즉 정보화사회는 우리에게 풍요로운 생활과 다양한 문화가 번창하는 세계로 향하는 길인가

기술혁신이 가져올 명암

위의 물음에 대한 해답은 결코 한마디로 내려질 수 없다. 그러나 한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즉 새로운 커뮤니케이션기술의 혁명은 우리의 이용방법에 따라서 우리 스스로를 복지사회로 인도할 수도 있고 개악(改惡)의 늪으로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뉴미디어의 등장이 사회에 미치게 될 효과 또는 영향을 크게 낙관론적인 관점과 비관론적인 관점에서 나누어 살펴봄으로써 기술혁신이 가져다 줄 명암을 동시에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먼저 낙관론적으로 보면 뉴미디어의 물결이 인간 개개인의 복지를 증진시키고 일상 생활을 풍요롭게 할 전망이 매우 크다. 긍정적인 영향을 예측하는 사람들은 뉴미디어의 물결이 앞으로 새로운 가정, 새로운 직장, 새로운 사회, 새로운 문화로 가는 길은 활짝 열어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질적인 면에서 뉴미디어의 개발에 토대를 둔 정보화사회는 단순한 정보량의 증가를 넘어 쌍방향 통신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매체들의 출현으로 직접민주주의의 운영이 용이해질 뿐더러 탈획일화현상(de-massification)이 뚜렸해 생활양식 생산 소비가치관에 이르기까지 종래와 다른 탈규격화의 다원적 민주사회가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또한 다(多)미디어, 다채널에 의한 내용의 다양성으로 선택성의 증가가 이루어져 우리는 종전의 선택의 제한으로부터 폭넓게 자유로와질 수 있다. 더욱이 뉴미디어는 시간 조정능력을 지니고 있어 예전의 전파미디어가 갖고 있는 기록성과 반복성의 결여라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어 수용자들이 좀 더 시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와질 수 있다.

결국 낙관론자들은 고도 정보화사회에서는 모든 면에서 분산화가 촉진되고 창조성 및 개성이 발휘되며 여가생활이 충실해져 사회전반에 풍요로움과 삶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개성을 실현하는 창조적 인간

이들은 정보화가 진전될수록 인간의 노동량은 그만큼 줄어들고 보다 많은 여가생활이 보장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산업사회의 인간이 획일화된 기계문명에 시달리며 소외된 존재였다면, 정보와 지식이 주된 변수로 작용하는 고도 정보화사회에서는 전문기술의 요구와 함께 개성을 실현하는 창조적 인간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인간은 정보화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낡은 습관이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 집착하지 않고 언제든지 새로운 정보와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지니게 될 것이다.

또한 각종 정보매체와 통신수단이 발달한 정보화시대에서는 새로운 정보가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 이용형태를 필연적으로 요구하게 된다. 즉 정보의 홍수속에서는 원하는, 또는 필요로 하는 전문정보를 제때에 입수하기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에 전문정보의 서비스네트워크의 형성이 불가피하며 결국 일반대중은 이러한 장치를 보편적으로 이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각 개인들은 자신의 컴퓨터 단말기나 TV 스크린으로 각종 자료가 저장되어 있는 정보센터나 외부컴퓨터에 연결시켜 뉴스 기상 주식시세 교육 학습 여행 오락 레저 등 갖가지 필요한 생활정보 및 상품정보를 가정에서 손쉽게 습득할 수 있다. 이밖에 우리는 집에서 데이터베이스, 정보처리시스템, 공적 사적 서비스 시스템과 연결하여 홈쇼핑 홈뱅킹 등 여러가지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각 개인은 정보이용능력이 확대됨으로써 산업사회에서 보여졌던 긴장 자기통제의 인간에서 창조 성취 참여봉사의 증대 등 새로운 자립형 인간으로 변모하게 된다.

뉴미디어의 도입은 역시 가정생활에 매우 큰 변화를 줄 것이다. 그 주된 동인(動因)은 가정의 컴퓨터화와 통신혁명으로 가정에 도입된 각종 정보기기에 의한 가정자동화 (Home Automation)다.

정보화사회에는 각종 첨단전자제품들이 보편화돼 청소 세탁 요리 등의 가사노동을 효율적으로 대체함으로써 주부의 일손을 크게 덜 수 있다. 그래서 가사에 얽매였던 시간은 여가로 대체돼 가정주부들은 개인의 창조적 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고 어린아이와의 대화기회나 사회로의 진출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되고 있는 TV에 음성다중방송 문자다중방송 팩시밀리방송 정지화방송 등 새로운 방송서비스가 첨가됨으로써 현재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여가생활이 보장될 것이다. 여기서는 다양화 시대의 선두주자인 CATV를 중심으로 한 변화를 살펴 보자.
 

개성을 실현하는 창조적 인간


수용자 중심의 방송

사회가 점차 전문화돼 가고 다변화돼 가면서 개인의 욕구도 다양화돼 현재와 같은 제한된 TV채널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사회 각 분야의 정보를 개개인의 기호에 맞춰 전부 전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제약을 해소할 수 있는 핵심적인 매체가 케이블텔레비전(CATV)이다. 원래 난시청지역을 위해 등장했던 CATV는 이제 채널의 다양화로 날로 늘어나고 있는 시청자의 다양한 욕구 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CATV방송이 활성화되면 수용자들은 극히 제한적 선택에서 벗어나 자신의 취향이나 기호에 맞는 프로그램을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향유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기술이 더욱 발전되면 CATV를 통해 이상적인 쌍방향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짐으로써 수용자가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프로의 진행에 적극적으로 참여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CATV의 가동이 본격화되면 이제까지와 송신자 중심의 방송에서 수용자 중심의 방송으로 프로그램의 편성이 크게 변모하게 될 것이다.

CATV는 고품위 텔레비전(HDTV)과 결합해 방송서비스를 더욱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복합적인 방송서비스는 극장에서와 같은 선명한 색채와 섬세한 화질을 보여줄 수 있게 돼 지금보다 비교할 수 없을만큼 웅장한 시각적 감각마저 느끼게 해, 안방 소극장을 만들어 줄 것이다. 따라서 다채널의 고품위 텔레비전방송은 멀지않은 장래에 생생하고 현장감이 넘치는 새로운 안방영상문화를 창조할 것으로 보여 진다.

정보의 편재로 인한 계층간 갈등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뉴미디어의 도입으로 인한 인간생활의 미래상이 반드시 밝은 것만은 아니다. 산업사회가 농경사회에 비해 풍부하고 편리한 사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의 편재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나 대립을 노출시켰던 것처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기술의 물결도 밝은 면뿐 아니라 많은 부정적인 효과를 동시에 안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하이테크놀로지가 우리 사회에 채택됨으로써 계층간 정보격차의 심화, 사무자동화로 인한 비기술직 종사 자들의 실직률증가, 정보의 질적 저하, 프라이버시의 침해, 비디오게임의 병적 징후, 정보 과잉 공해, 문화적 지체현상, 로봇 컴퓨터의 등장에 따른 비인간화 등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심각히 대두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많은 뉴미디어 관련문제들을 모두 다룰 수 없는 관계로 멀지않아 우리 생활에 변화를 일으킬 몇가지 중요한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프라이버시 침해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정보화사회에서는 개인에 대한 정보의 축적 유통 교환 등이 잘 발달된 종합통신망에 의해 처리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가장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는 것이 프라이버시 침해다. 국민 개개인의 정보가 국가나 기업, 단체에 의해 광범위하게 수집되어 컴퓨터에 저장되고 정보통신망을 통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에 관한 신상자료가 남용된다고 한다면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위험이 크다고 하겠다. 다시 말해서 모든 자료가 컴퓨터시설의 발달로 저장이나 관리가 용이하고 찾아보기가 쉬워져 일하기가 매우 편리해졌지만 자기도 모르게 개인적인 정보가 입력, 관리되어 예기치 못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사회복지나 개인행동의 사회적 관리 등을 목적으로 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자칫 부당하게 이용될 소지가 크다.

예컨대 자동화된 경찰정보 시스템에 의한 정보축적이 체제유지를 위한 개인생활의 감시용 혹은 탄압용으로 악용될 경우, 개인의 권리 및 자유가 심각히 위축될 우려가 있다. 컴퓨터에 의한 정보교환의 효과는 사회관리를 용이한게 하고 일탈적 행동에 대한 제재형태에 변화를 일으키지만, 개인생활의 침해를 어떻게 억제하고 정보의 민주화를 통한 건전한 정보화사회를 형성하느냐 하는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새로운 미디어의 도입이 야기하는 또다른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정보의 불평등이다. 낙관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뉴미디어의 보급이 지식과 정보의 사회적 평등화를 실현시키는 대신 오히려 정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한다. 이러한 격차가 확대되는 주 원인은 사회계층적으로 뉴미디어의 불균형한 보급과 이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한 사회체계 속에 뉴미디어의 계속적인 보급으로 정보입력이 증가할수록 사회경제적 위치가 높은 계층이 낮은 계층보다 개발된 새로운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많이 갖게될 뿐더러 그 유용성에 대한 인식이 훨씬 높기 때문에, 기존의 정보격차가 감소하기 보다는 더욱 증대된다. 따라서 뉴미디어의 보급이 가져올 사회계층에 따른 정보의 갭의 심화 현상을 해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공공정책의 문제이다.

기계에 의한 문제해결 능사아니다

한편 정보화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가 실업의 증가다. 미래사회에서는 로봇 워드프로세서 및 컴퓨터와 같은 정보기술이 도입됨으로써 자신의 직장을 잃은 수많은 비전문직 산업노동자가 생겨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삶의 보장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과연 정보화사회가 이들 단순기술밖에 소지하지 못한 산업노동자들을 위해 정보 및 서비스와 관련된 직장을 제공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힘들 것이다.

산업사회가 정보화사회로 탈바꿈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컴퓨터기술과 결합된 사무자동화다. 그런데 사무자동화는 생산성을 엄청나게 향상시키지만 이와 동시에 대량의 실업을 유발하게 된다. 일자리의 감소는 대자본에 의해 대체된다. 그렇다면 새로운 기술혁신에 의해 일자리를 빼앗긴 수많은 생산직 사원들에게는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 것인가. 물론 이들 중에서 많은 수는 흡수되겠지만 미래의 회사들은 노동집약적이지 않기 때문에 일부분은 실업자신세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같은 비관적 관점에서 본다면 뉴미디어의 영향에 대해 성급히 긍정적 결론을 내리는 것은 금물이다. 많은 비판론자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낙관론자들의 뉴미디어에 대한 일반적 접근방식은 문제시된다. 이들은 뉴미디어의 필요성이 나타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과정에서 출발하지 않고 종종 뉴미디어가 갖고올 '장미빛 결과'들을 도식적으로 끌어내기 위해 뉴미디어의 내재적 속성들에서부터 출발한다. 또한 이들은 뉴미디어가 개발되는 과정과 그것의 필요성 사이의 관계를 별로 중시하지 않는다. 따라서 낙관론자들은 마치 기계에 의한 문제해결이 모든 문제에 대한 최적의 해결방식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사회환경에 따라 뉴미디어에 대한 접근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뉴미디어가 우리 인간사회에 미칠 영향의 명암에 대해 살펴 보았다. 앞으로 우리의 눈앞에 나타나게 될 뉴미디어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우리로서는 과학적 연구에 의한 명확한 결과가 없는 한 비관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지나친 낙관도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뉴미디어의 보급과 이용은 긍정적 직접적 예측적 영향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 간접적 그리고 비예측적 영향이 항상 뒤따른다는 점이다. 이점에서 뉴미디어를 도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기술혜택을 통한 바람직한 복지사회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뉴미디어의 채택으로 야기될 수 있는 부정적효과 내지는 예기치못한 불확실한 영향을 극소화하는 방안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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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한균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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