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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계10위권에 진입한 국내의 산업용 로봇산업. 하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많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생산업계는 공장자동화를 통한 원가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또 수요자의 제품 다양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품 주기(life cycle)가 날로 단축되고 있다. 따라서 생산의 유연성이 요구되는데 유연성이 높은 대표적인 기계가 바로 로봇이다.

국내에서는 1970년대 말에 로봇이 처음으로 생산라인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후 그 응용빈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금부터 국내의 로봇개발 및 응용기술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세계 선진기술과의 간단한 비교를 해 보자.

아직 중요부분은 조립만
 

상하로 움직이는 수직다관절로봇
 

국내의 로봇 기술은 처음 도입된 이래로 꾸준히 향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방향을 잘 잡고 있어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린 양상이다. 다시 말해 적용하려는 분야에 딱 들어맞는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아크용접을 예로 들어 보자. 연구의 초점이 용접공정에 적합한 로봇의 형태와 관절수에 맞춰져 있다. 또 용접공정에서 발생가능한 여러 변수들을 로봇제어기에서 직접 프로그래밍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중이다. 그리고 용접기와 로봇과의 연결 및 주변장치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로봇 형태를 크게 구분하면 수직다관절 로봇과 수평다관절 로봇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수평다관절형은 조립에 적합한 형태의 로봇이다. 왜냐하면 수평방향으로는 유연성을 지니고 수직방향으로는 매우 단단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의 10여 기업이 로봇개발에 뛰어 들고 있다. 그중 수직다관절로봇 분야에는 현대로보트산업 대우중공업 두산기계 기아기공이 참여하고 있다. 수평 다관절 로봇 분야는 삼성전자와 금성산전이 선행주자다.

국내에서 개발한 로봇의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큰 차이는 없으나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이 꽤 눈에 띈다. 가장 두드려진 약점은 로봇의 운동속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또 로봇의 프로그래밍 기능과 제어 기능에 있어서도 아직 미흡하다.

그러나 이런 기술차는 곧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산업에 많이 적용함으로써 그 개선 여지는 더욱 높아졌다.

잘 알다시피 로봇은 여러 요소들의 결합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로봇의 기능은 결국 이 구성요소들에 의해 좌우된다. 예를들면 DC 또는 AC 서보모터, 직접 또는 간접구동장치가 로봇의 우열을 가르는 것이다. 또 연산기능의 신속성이나 언어기능 능력 등에 의해서도 점수가 매겨진다.

그런데 이런 주요한 핵심부품이나 기술을 아직도 외국에서 거의 수입해 쓰고 있다. 다시 말해 국내에서는 조립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핵심기술들이 국내에서 자체 개발되지 않는한 전체 시스템으로서의 로봇기능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로봇은 단지 그 자체로만 기능을 발휘할 수는 없다. 여러 주변 장치와 집적되어야 비로소 가동되는 것이다. 따라서 주변장치도 시급히 국산화돼야 한다.

요컨대 로봇 개발의 방향은 크게 세가지다. 빠르고 가볍고 지능이 높은 로봇을 지향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여러 외국 로봇들이 판매되고 있다. 대표적인 외국 로봇을 들면 파낙(Fanuc) 아세아(Asea) 아뎁트(Adept)를 꼽을 수 있다.

현재 국내 산업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로봇수는 2천대 정도로 추산된다. 로봇이 도입된 초기에는 주로 자동차 업계의 점용접 분야에서만 사용됐지만 이제는 그 응용분야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각 분야별로 국내의 기술수준을 점검하고 선진기술과 비교를 해 보자.

■점용접로봇

자동차 제조업체의 로봇을 활용한 점용접 자동화는 항상 로봇응용분야의 첫째를 차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점용접을 수작업으로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이 분야의 기술적인 문제점은 대부분 국내자체 기술로 해결하고 있다.

지금도 점용접을 하는 로봇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그 상승곡선은 점차 둔화되고 있다. 이는 국내 자동차 업계가 로봇을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영국의 러다이트운동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워질 것이다.

물론 개선해야할 문제점도 많이 있다. 무엇보다 용접로봇이 꽤 무겁기 때문에 생산속도를 지연시킨다는 점이 문제다. 그리고 자동차 모델의 교환주기가 점점 짧아져 전용 생산라인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도 골치 아프다. 특히 차체지지장치(jig)를 그때마다 바꿔줘야 한다는 점은 두 손을 완전히 들게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새로운 점용접공정을 개발하고 차체지지장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재래의 공정을 레이저 용접공정으로 바꾸면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다. 이 레이저 용접공정은 현재 공장자동화의 핵심기술중의 하나로 부각돼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이 생산라인에 적용된 사례는 거의 없고 아직 실험실에서 연구중에 있다.

■아크용접로봇

점용접로봇은 매우 단순한 로봇이다. 이동경로는 전현 신경 쓸 필요없고 그저 용접점에 정확히 도달하기만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아크용접로봇은 점용접로봇보다는 한수 위다. 이동하면서 용접공정을 수행해야 하므로 그 요구조건의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놓은 것이다. 우선 로봇의 이동경로가 정밀해야 한다. 또 속도가 정확하고, 용접공정에서 발생가능한 여러 변수들에 대해 적절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용접선의 위치가 프로그래밍된 위치와 다를 때 이를 재빨리 알아채고 교정하는 기능이 요구된다. 이 기술은 상당히 고급 기술인데 선진국에서는 이런 지능성 센서들이 이미 생산라인에 설치돼 있다.

국내에서도 아크용접로봇의 활약상이 꽤 두드러진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자동으로 교정하는 기술은 아직 확립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교정기능을 갖춘 센서로는 아크와 용접부위간의 거리를 측정하는 아크센서, 레이저광을 쏘아 용접위치를 인식시켜 주는 스캐닝센서, 용접공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변수들을 제어할 수 있는 비전시스템 등을 들 수 있다.
 

이동하면서 일을 하는 아크용접로봇
 

■도장로봇

도장(塗裝)로봇, 즉 페인팅로봇의 수는 현재 날로 늘어나고 있다. 페인트칠을 사람이 직접 했을 때 발생가능한 품질의 불균일을 피하기 위해서다. 페인트작업은 인체에 유해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수요가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 로봇이 앓고 있는 '병'은 참으로 가지가지다. 첫째로 유연한 스프레이 동작을 잘 해내지 못한다. 둘째 페인트칠을 해야 하는 물체와 도장로봇의 무기인 건(gun) 간의 거리 유지가 어렵다. 뿐만 아니라 페인트의 흐름체계(flow system)기술도 확립돼 있지 않다.

현재 국내에서는 이 분야의 응용이 꽤 활발한 편이나 도장로봇이 직접 나서지는 않고 있다. 로봇 대신 단순한 핸들링기구가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이 분야에 적합한 로봇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예컨대 페인트칠에 적합한 6개의 관절을 지닌 로봇이 태어났다. 또 사람이 페인트 칠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대를 흉내내는 플레이 백(play back)방식의 프로그래밍도 연구되고 있다. 그리고 넓은 작업범위를 페인트 칠 할 수 있는 로봇도 나왔다.

■핸들링로봇

공장자동화에 있어서 핸들링로봇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각 생산공정은 1960년 이후 꾸준히 개별 공정의 자동화에 힘써 왔다. 이제는 공정과 공정간의 연결을 자동화해 생산성을 높이는 핸들링자동화 시대에 돌입했다. 이 핸들링자동화 분야는 참으로 다양하다. 예를 들면 공작기계에서의 가공물 핸들링 부품적재 부품이송 등이 있다.

기술선진국에서는 이미 현장에 투입돼 있는 이 핸들링로봇은 생산라인 제어시스템에 연결돼 있으므로 중앙제어가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이 분야의 수요가 별로 많지 않지만 곧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제어가 가능한 핸들링로봇
 

■조립로봇

현재 국내에서는 조립로봇의 인기가 가장 높다. 이를테면 수요가 최고라는 말이다. 세계적으로도 조립 로봇이 가장 높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조립로봇도 실제 응용분야가 세분돼 있고 필요한 기술 또한 매우 다양하다. 조립로봇은 크게 기계부품 조립로봇과 전자부품 조립로봇으로 나눌 수 있다. 그중에서 특히 기술적인 노하우가 많이 요구되는 로봇은 전자부품 조립로봇인데 현재 국내외의 여러 연구소에서 활발한 연구와 라인적용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나사를 조이는 로봇, 정형부품 또는 일반부품을 삽입하는 로봇 등이 활약하고 있다.

조립로봇분야의 연구방향은 현재 여럿으로 갈라져 있다. 잘 만 된다면 우리는 곧 형체가 바뀌는 물체를 조립하는 로봇, 재봉로봇, 비전시스템을 활용하는 지능형 조립로봇을 만나게 될 것이다.

■가공로봇

아직 가공로봇은 찾는 사람이 드물고, 그 기술도 떨어지는 편이다. 왜냐하면 가공공정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한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가공물의 위치나 형상을 정밀하게 파악해야 하고 가공기술도 섬세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을 가진 로봇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국내에서의 이 로봇의 응용 사례는 극히 미미한 실정이고 세계적으로도 그 경향은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가공로봇이 활개를 칠 날도 있겠지만 당분간은 진전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추정된다.

비생산 분야 로봇은 연구만


지금까지 생산자동화에 응용되는 로봇, 즉 산업용 로봇기술의 현황을 알아 보았다. 이제는 비(非)제조분야에서의 로봇기술을 국내외적으로 살펴보자.

국내에는 아직 이 분야 로봇의 실제 응용 사례가 없다. 하지만 연구는 진행중이다. 현재 산·학·연구기관에서 연구되고 있는 기술을 열거해 보면 다각 보행로봇기술, 신체장애자용 인공로봇팔 기술, 로봇형 자동 진공청소기 등을 들 수 있다.

눈을 돌려 세계를 보면 실로 다양한 분야에 그 기술이 응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군사용로봇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로봇의 임무는 크게 두가지다. 병사의 생명을 보호하고 적을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다. 연구개발되고 있는 군사용로봇의 실례로 탱크로봇 건물감시로봇 로봇헬리콥터 등을 들 수 있다.

■탐사용로봇

대표적으로 미국 우주왕복선에 실린 로봇팔을 들 수 있다. 이 로봇은 가혹한 우주환경에서도 조종사가 핸들조작만 해주면 탐사작업에 나선다. 또 심해에서의 로봇팔에 의한 탐사·채취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농업용로봇

대규모 온실에서는 로봇에 의한 작물수확, 물과 비료의 공급 등이 이뤄지고 있다. 또 논·밭을 자동으로 갈아주는 로봇트랙터도 등장했다.

■인류복지로봇

일본에서는 화재가 일어나면 로봇이 인명구조에 나서고 있다. 또 지체장애자의 손·다리·팔을 대신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수족이 개발되고 있다.
그밖에도 맹인을 위한 로봇견,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호로봇도 연구되고 있다.

■건축용로봇

고층건물 건설시 발생가능한 인명재해를 방지할 목적으로 다양한 로봇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 예를 들면 로봇크레인 콘크리트도포로봇 유리창청소로봇 등이 있다.

증가속도 매우 빨라

인류는 복지향상과 생산성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생산성을 크게 높여주는 로봇의 기술 개발은 앞으로 더욱 가속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산업용 로봇 숫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그 증가속도로만 보면 세계의 선두그룹에 있다.

지난 88년에 이미 로봇 응용면에서 한국은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 앞으로 이 순위는 더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심은 금물이다.

국내에 로봇기술이 소개된지 이제 겨우 10년이 넘었다. 그만큼 기술이 아직 취약하다.

요컨대 기술향상은 우리 로봇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데 큰 역할 할 것이다. 기술을 한단계 끌어 올리려면 로봇분야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

199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박종오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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