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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공학의 관심사 「무서운 생명력」

잡초를 다시 본다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만 인식되고 있는 잡초도 활용하기에 따라서 약재 또는 식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유전공학과 환경분야에서도 잡초연구가 한창이다.

'원하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식물' '없애야 하는 식물'등 잡초에 대한 정의는 인간의 가치측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평가기준은 결코 식물의 입장은 아니다.

논밭이나 목초지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중에서 경작자가 원하지 않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면 이들은 자초일 수 있는 반면에 다른 사람에게는 야생화초일 수도 있고 유용한 식물로 인식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잡초의 존재가치는 평가하는 사람의 인식에 따라서 곧잘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향부자(방동산이과)^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분포 돼어 있는 방동산이과 다년생발 잡초로서 지하경(地下莖)으로 번식한다. 번식력이 대단히 높을뿐 아니라 한번 침입하면 방제하기가 무척 힘들다. 우리나라 논에 발생되는 너도방동산이와 매우 흡수하다. ${C}_{4}$ 형태의 광합성 양식을 보인다.
 

잡초의 동적(動的) 진화

한편 잡초의 진화 과정에서 살펴보면 어떤 때는 재배작물였던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잡초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영국에서는 오늘날 잡초로 취급되고 있던 수종의 식물들이 옛날에는 작물로 재배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다시 말해 '메귀리'는 벼과작물로서, '명아주'는 양계사료로서, '양구슬 냉이'류는 기름작물로서 재배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잡초의 진화는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동태적(動態的)인 과정으로 이해돼야 한다. 오늘날 보통 잡초가 곧잘 내일의 문제 잡초로 변모하거나 '선홍초'처럼 16세기까지는 공포의 잡초였던 것이 오늘날에는 거의 문제시되지 않는 잡초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옛날 오곡(五穀)으로 알려져 있던 피는 현재 잡초의 일종으로 변해버렸고 잡초로 취급되었던 냉이는 순화되어 인공재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식물중 특히 잡초의 진화는 역사적으로 인간의 이해관계의 변천에 따라 순화종이 잡초화하고 잡초들이 작물화하는 등 끊임없는 진화를 거듭한다. 그렇다고 잡초의 정의를 내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잡초의 개념은 인간의 도움이 없더라도 다양한 자연한경에 능숙하게 적응해 스스로 번성해 온 식물들이라 할 수 있다. 식물생활형으로 본 잡초의 개념은 어느 지역 또는 국지적으로 무성하게 자라 타식물에 손상을 주는, 유해하고 가해적이며 경제적 가치가 없는 식물들을 말한다.

3만여종 중 2백50여종이 문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20만종 이상의 식물종 가운데서, 학자에 따라 다르나 약 3만여 종이 이른바 잡초로 간주되고 있다. 이중 크게 문제가 되는 잡초는 2백50여종에 불과하다.

농경지에서 자라나는 문제 잡초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분포돼 피해를 많이 끼치고 있는 것은 18종 쯤으로 분류 집계된다. 이중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분포돼 있는 대표적인 잡초는 피 왕바랭이 띠 쇠비름 너도방동산이 등이다. 일반작물들은 대부분 ${C}_{3}$식물인데 비해 이들은 모두 ${C}_{4}$식물에 속해, 광합성 능력이 높아 생장속도가 빠르고 생태적으로 왕성하다. 주요 농경지에서 발생하는 잡초 1백38종에 대한 과(科)를 살펴보면 벼과 국화과 그리고 방동산이과 등 전체의 64%가 3개과에 속한다.

빠른 생장이 특징

잡초의 생태계에서의 역할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잡초들이 지니는 일반적인 특성을 알 필요가 있다. 잡초는 오랜 기간 스스로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개발 진화해 왔으므로 그 특성도 잡초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르다. 그중에서도 잡초들이 갖는 공통적인 특성을 살펴보면, 첫째 빠른 생장이다. 대부분의 잡초는 작물 종자에 비해 크기가 매우 작다. 작은 종자는 종자내에 갖고 있는 저장양분도 적으므로 빨리 발아해 생장을 촉진시켜야 경쟁관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대부분의 농경지 잡초들은 작물보다 빨리 성숙해 자손을 번식시키고 일생을 마친다. 예를들어 논에 자라고 있는 야생벼는 재배벼와 거의 같은 생활습성과 특성을 가지면서도 재배벼를 수확하기전에 성숙해 그 종자를 땅에 떨어 뜨린다.

셋째 잡초는 환경조건이 좋은 경우 그 환경을 재빨리 자기 것으로 이용해 많은 생육량을 만들고 반대로 환경조건이 대단히 불량할 때는 생육량을 최소화하면서 재빨리 생식생장(生殖生長)으로 전환해 종자번식의 사명을 다한다.

넷째 잡초의 번식수단은 일년생인 경우 주로 종자로, 그리고 다년생은 주로 지하경(地下莖, 땅속에 있는 식물줄기)을 이용하는데 효과적인 번식을 위해 휴면성(休眠性)을 갖고 있다. 휴면기간은 환경조건에 따라 크게 다르지만 대부분의 잡초는 5~10년간 휴면능력을 갖고 있다. 또한 번식능력을 높이기 위해 한포기에서 생산되는 종자수가 작물은 2천개 미만인데 반해 잡초의 경우 적게는 2만개(피의 경우), 많게는 15만~20만개(물달개비 여뀌바늘 알방동산이 바람하늘직이 등)에 이른다.

다섯째 잡초는 자신의 종족만 살아 남고 주위에 있는 다른 작물들은 잘 자라지 못하도록 특수한 화학물질을 땅속에 분비한다. 그 물질은 잡초 종류에 따라 다르나 대체로 알칼로이드(alkaloid)화합물, 스테로이드(steroid)화합물 페놀화합물(phenolic compund) 등이 있다. 이들 물질은 최근 의약품의 원료로서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수확량 감소, 심할경우 80%

잡초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작물의 생산에 손실을 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피해를 주는 귀찮은 존재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들의 효율적인 제거를 위해 동서고금을 통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지금도 그 효율적인 방제기술을 위한 연구개발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 잡초가 가지는 끈질긴 생명력과 특성 등을 바탕으로 유용하게 활용하거나 작물화해서 이용하는 가능성을 찾아 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다.

먼저 잡초가 우리 인간에게 주는 해로운 점들을 살펴보면 첫째 잡초가 작물과 경쟁을 하면서 작물이 자라는데 필요로 하는 양분 수분 햇빛 및 탄산가스를 탈취해 작물의 생산성을 저하시킨다. 작물의 수량감소는 대개 20~30%이지만 심할 경우 80%까지 이른다. 둘째 작물재배지에서 잡초가 발생하면 병충의 중간기주(中間寄主)역할을 하기 때문에 병충해의 발생빈도가 높아져 방제비용을 증가시킨다. 셋째 작물을 수확할 때 잡초종자가 혼입돼 농산물의 품질을 저하시키거나 종자로 사용하는데 부적합하게 만든다. 넷째 공원이나 녹지 공간에 발생하는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많은 유지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다섯째 농경지의 관배수로(灌排水路)나 배가 다니는 수로에 잡초가 많이 발생하면 물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배가 다니지 못하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관상용으로 재배되는 부레옥잠(Water hyacinth)이 열대지방 수로에 많이 발생해 큰 골칫거리가 돼 있다. 또한 많은 잡초들은 유해물질을 갖고 있어 사람이나 가축이 먹었을 경우 질병을 일으키거나 중독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유해한 잡초들의 방제기술도 여러 가지 있지만 대체로 농업과학기술이 발전되기 전인 60년대 이전까지는 주로 호미 낫 등의 소농기구를 이용한 기계적인 방제에 치중해 왔다. 최근에는 제초제(除草劑) 이용을 주로 하는 화학적 방제기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부정적일 경우가 많다. 멀칭재배 깊이갈이 작부체계(作付體系) 등을 가미한 종합적 방제기술이 기대된다.

조상들은 주로 농촌에 살면서 농업에 종사해왔기 때문에 잡초의 뜻이 갖는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갖는 이점, 즉 그 특성을 이용하거나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점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하다. 제방이나 산을 개간할 때 흙을 그대로 노출시켜 두면 비바람에 흙이 씻겨 내려간다. 이때 야생잔디와 같은 잡초를 심으면 표토의 유실을 막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묘지에 잔디를 입히는 것도 그 좋은 예일 것이다.

잡초는 중요한 유기물 자원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농경지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유기물 함량이 낮으므로 비(非)농경지에는 가급적 많은 잡초를 자라게해 유기물 자원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많은 잡초는 가축의 사료로 이용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의 목초도 옛날에는 잡초이던 것을 순화시켜 작물화한 것이 많다. 뿐만아니라 잡초는 인간의 식용으로도 이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비름류는 15세기 아메리칸 인디안들의 주요 식량작물로 이용해 왔고 지금도 일부 남미지역에서는 식량자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민들레 질경이의 어린잎이나, 쇠비름 참비름을 가지고 나물을 무쳐먹거나 죽을 쒀 먹기도 한다. 이밖에도 코치아(kochia) 야생무우(wild turnip) 등은 단백질 공급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많은 잡초는 특수한 물질을 몸속에 갖고 있는데 이들 물질은 잡초 종류만큼이나 다양하다. 엄밀히 말해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오는 한약의 기본도 이들 물질을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 현대 의학에서도 새로운 물질을 야생잡초 쪽에서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잡초를 위주로한 건강초(健康草)라는 책을 발간한 바 있다. 따라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좀 더 진전되면 가까운 시일안에 획기적으로 인류에 공헌할 물질들이 잡초로부터 얻어질 가능성도 높다.

잡초의 식용 및 약용식물로서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야에 자생하고 있는 잡초 자원들의 유용한 특성을 조사해 적극적인 방법으로 순화해서 작물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산야에 널리 자생하고 있는 쑥은 쑥떡이나 쑥찜의 원료로 유용하게 쓰이며 질경이나 민들레의 종자나 뿌리는 한약재로, 쇠비름은 이뇨제 해독제로서 효과가 있다. 또한 익모초(益母草)는 더위 먹은데 특효가 있다. 과거 이른 봄 들이나 논밭 둑에서 자생하는 냉이를 채취해 냉이국을 끓여 먹던 것을 지금은 인공재배로 대량생산하고 있으며, 산에서 자생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산채 중에서도 특히 취나물은 최근 인공재배기술이 개발돼 지역 특산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잡초 작물화'의 좋은 본보기다.

생명공학에서도 활용가능

한편 잡초의 끈질긴 생명력을 지니는 특성, 이를테면 앞에서도 잠깐 기술한 것처럼 C₄식물의 불량환경 적응능력 및 왕성한 생장 등을 결정하는 특수 유전인자를 우리가 원하는 작물속에 넣는 이른바 생명공학(유전공학)기술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이 분야에 대한 유전공학 연구전문가들의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음은 주목할만하다.

끝으로 어떤 잡초는 특정 지역에 잘 자라는 것이 있고 또한 같은 지역이라도 특수물질을 더 많이 흡수 이용 또는 축적하는 잡초들이 있다. 이들을 생태학적으로 지표식물(指標植物)이라고 부른다. 특정지역에서 자라고 있는 잡초의 종류를 보면 그 지역의 토양 특성을 짐작 할 수 있다. 또한 카드뮴(cadmium) 동(copper) 아연 납과 같은 중금속이 오염된 지역에 쑥 복장이(asters) 비름(amarathus)류 등을 심으면 이들이 어느정도 중금속을 제거해주기도 한다.

한편 수질오염에 있어서도 앞에서 문제잡초로 언급된 부레옥잠을 재배해 정화시킬 수 있음이 입증돼, 관련 연구가 활발히 추진중이다.
이처럼 잡초가 갖는 특성을 잘 연구하면 우리 인류에 크게 공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다만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 과학자, 전문가들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생태계에서의 잡초가 우리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만을 강조하다 보면 긍정적인 측면은 자칫 망각하기 쉬운데 이 기회에 잡초의 긍정적인 역할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199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동수 농업기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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