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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테크'나 '테크노피아' 등 광고는 거의 해외에서 제작되지만 '뉴스데스크' '일기예보' '선거개표방송' '프로야구' 등은 국내 그래픽기술로도 충분히 제작한다.

80년대초 처음 방송에 활용되기 시작한 컴퓨터그래픽 분야는 10년 남짓한 기간에 커다란 발전을 거듭해 이제는 '방송기술의 꽃'이라고까지 불린다. 그러나 초창기 수년간 KBS MBC 양사가 보유했던 장비들이 애니메이션(animation) 기능을 갖추지 못한 문자발생기(character generator)로서의 CG장비였던 점을 감안하면, 국내의 컴퓨터그래픽 역사는 불과 5~6년에 불과하다고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이러한 문자발생기를 이용하여 주요 뉴스프로그램의 자막처리만을 담당했지만 이제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에필로그까지, 즉 애국가를 제외하고 방송이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컴퓨터그래픽이 활용된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컴퓨터그래픽의 발전 속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 MBC는 방송되는 컴퓨터그래픽화면의 거의 전량을 자체 제작해 방송하고 있다. 뉴스를 포함한 각종 보도 시사프로그램의 타이틀 및 내용 설명을 위한 그래프 또는 통계수치 일기예보 쇼프로그램의 메인타이틀(main title)및 브리지타이틀(bridge title), 어린이 프로그램인 '뽀뽀뽀'의 애니메이션 또는 선거나 대학입시와 같은 특별편성 프로그램의 자료 출력 등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컴퓨터그래픽은 없어서는 안될 핵심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 최초로 도입된 일본 고와(Kowa)사의 'CG-800'이라는 장비는 양 방송사에서 주로 뉴스프로그램의 자막처리용으로 아직도 활용하고 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본다면 어설픈 기능으로 제작된 스틸(still, 정지된 화상)용 그림들이지만 당시로서는 최신의 새로운 기법으로 신선하게 여겨져 선호되곤 했었다. 문자발생기는 기계적 기술을 이용해 도형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1차원 컴퓨터그래픽장비로 보아야 한다. 여기서 1차원적이라함은 어떠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는 평면의 고정된 화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가장 기초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다.
 

MBC 컴퓨터그래픽실
 

2차원 애니메이션

1984년 3월경, MBC가 미국 오로라사의 'AU-100'을 도입함으로써 본격적인 컴퓨터애니메이션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이것은 문자발생기와는 달리 전자화판(tablet)과 전자펜(혹은 마우스)를 이용해 어떠한 물체가 평면 위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2D(2차원)애니메이션이라 불려진다. 이러한 장비들은 일반적으로 기존의 애니메이션, 즉 만화기법이라 할 수 있는 셀 애니메이션 기능을 포함하며 또 페인팅 기능이 탁월해 방송에 있어 가장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뉴스프로그램에 필요한 막대그래프를 제작하고자 할 때, 막대부분이 미끄러져 발생하는 화면을 원한다면 이러한 2D 장비가 적합할 것이다.

현재 MBC 컴퓨터그래픽실은 영국 퀜텔사의 '페인트 박스'라는 또 하나의 2D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의 AU-100이 셀 애니메이션인 2D 애니메이션에 큰 장점을 갖고 있는 반면 페인트 박스는 화가가 그림을 그리듯 자유로운 페인팅 능력과 탁월한 해상 능력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페인팅장비로 구분된다.

실제 AU-100은 평면상의 애니메이션이라는 측면에서 큰 역할을 하지만 작품당 1백28개의 색만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다. 페인트 박스는 거의 무제한의 색을 사용할 수 있어서 애니메이션 기능을 보완하고 있다. 장비별 특성상 '뽀뽀뽀'에서의 만화와 같은 효과를 위해서는 AU-100의 셀 애니메이션기능을 이용하고 애니메이션이 필요없는 고화질의 정지된 화면 제작을 위해서는 페인트 박스가 편리하다.

고급의 워크스테이션을 사용하는 이러한 그래픽 장비들은 퍼스널컴퓨터와는 달리 색(色)해상능력에 있어 거의 무제한에 가깝다. 이론적으로 1천6백만가지 이상의 색을 표현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525×480의 주사선수를 갖는 NTSC방식의 특성상, 한 화면에 약 30만가지의 색을 사용할 수 있다.
 

생동감^컴퓨터그래픽의 장기는 살아움직이는 느낌이다. 해외에서 제작된 컴퓨터그래픽 작품.
 

「휴먼테크」와 「테크노피아」

2차원의 컴퓨터그래픽 장비들을 실제 방송에 응용하면서 이 분야에 눈을 뜨게 된 양 방송사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최첨단이라 할 수 있는 3차원 그래픽 장비의 도입을 서두르게 되었다. 86년 서울아시안게임을 전후해 양 방송사에 도입된 서독 보시사의 FGS-4000과 FGS-4500등이 그것이다. 이 3차원 애니메이션은 현재까지도 국제적으로 최첨단장비에 속한다. 이미 방송사 자체의 제작물로도 많은 작품이 발표되었지만, 최근 편당 15초정도의 TV CF(광고방송)중에서 약 1~3초간의 로고(LOGO)애니메이션이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되는 것도 보편화 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휴먼테크'나 금성사의 '테크노피아'에서와 같이 15초 거의 전부를 컴퓨터그래픽이 담당하는 CF가 TV화면에 비쳐지면서 일반인들이 컴퓨터그래픽의 진수를 접하는 계기가 됐다.

3차원 애니메이션은 표현 그대로 공간을 이용하는 개념으로서 2차원이나 셀 애니메이션의 평면 개념과는 달리 X, Y, Z축을 이용하여 원근을 조종할 수 있다.

원형상으로는 2차원이나 3차원 애니메이션 장비의 차이점은 두드러지지 않으나 2차원 장비의 경우 전자화판과 전자펜을 이용하여 손으로 직접 그리는 작업이 대부분인 반면, 3차원 애니메이션 작업시에는 키보드를 이용하며 좌표를 두고, 명령을 전달하는 작업의 비중이 훨씬 크다는 차이가 있다. 제작 시간에 있어서도 3차원 애니메이션의 경우, 제작 기법과 과정의 특성상 훨씬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MBC 뉴스테스크'나 'MBC리포트'등 보도·시사프로그램, 또 '여러분의 토요일'과 같은 교양프로그램, 프로야구의 시작을 알리는 타이틀 등이 모두 FGS-4500을 이용한 3차원 컴퓨터그래픽의 대표적인 것들인데 제작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양적인 비교에서는 2차원 그래픽보다 적을 수밖에 없으나 그만큼 생동감이 크다. 3차원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성과는 서울올림픽 방송을 들 수 있는데, 반년간에 걸친 제작끝에 자체 완성해 방송한 메인 타이틀 및 브리지등은 미국 NBC와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얻었다.
 

캔버스 대신 화면^컴퓨터에서 표현할 수 있는 색은 30만가지. 완벽한 실물묘사와 신비한 색감을 내는데는 제격이다.
 

10초동안 3백프레임

이러한 모든 컴퓨터그래픽 장비들은 기본적으로 전자 화판과 전자펜 키보드 그리고 캔버스 및 메뉴모니터 터미널 스크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페인팅이나 2차원 애니메이션 작업의 경우, 메뉴모니터상에서 원하는 기능을 선택한 후 전자 펜을 이용하여 화판 위에 원하는 도형을 그린 후 키보드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제작 과정이다.

메뉴상에는 갖가지 기능들이 배열되어 있어 커서(CURSOR)를 이동시켜 전자펜을 누르면 지정된 기능이 작동한다. 이때 선 직선 곡선 사각형 원형 등의 기본적 도형은 물론 화면 일부분의 이동(MOVE)이나 복사(COPY) 기울임(SLANT) 크기조정(SCALE)등이 자유자재로 활용되면서 화면을 제작,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3차원 애니메이션 장비에 있어서도 그 기본 구성은 같으나 각 요소의 역할이나 활용 빈도는 2차원 장비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물체의 위치 색 빛의 크기 빛의 각도등 여러 가지 애니메이션 요소의 값을 주기 위한 키보드작업이 대부분인데 3차원 애니메이션작업 과정은 크게 다섯가지로 나눌수 있다.

①대본 작성(cue sheet)
②모델링(modeling)
③렌더링(rendering)
④애니메이션(animation)
⑤녹화(recording)

정확하고 정밀한 3차원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사전 큐시트의 작성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초간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경우, 초당 30프레임(frame)씩 모두 3백프레임의 동작이 연결되는 셈인데, 임의의 각 지점의 위치 색 빛의 값 등이 정확하게 주어지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게 된다.

모델링은 원하는 기본 물체의 형태를 제작하는 것으로서 각 요소의 구체적인 값은 주어지지 않은채 X, Y, Z축을 중심으로 빠르게 움직여가며 물체의 형태를 조정, 조립하여 골격을 완성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체는 세부 요소의 값을 주어 렌더링함으로써 완성된 최종 형태를 보게 되는데 물체가 복잡한 구조를 가졌거나 여러 개의 물체가 동시에 디스플레이될 때 더욱 많은 시간이 걸린다. 아주 정교하고 복잡한 형태의 프레임을 렌더링할 경우 심지어는 1시간 이상씩 걸리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시스템에 따라서 개발시간이 단축됐다.

애니메이션 단계는 제작된 모든 물체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키-프레임(key-frame)방식을 이용한다. 즉 중요한 몇 개 지점의 위치를 지정해 주면 나머지 중간과정은 자동적으로 제작되어지는 것으로 '인비트위닝'(in-betweening) 기법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제작된 3차원 애니메이션은 그 복잡성과 함께 시스템 용량의 한계로 인해 애니메이션 전 과정을 실제로 바로(realtime) 볼 수는 없는데 레코딩이 제작 과정의 중요한 한 단계를 차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 시스템의 소프트웨어에 따라 각기 다른 전용 VTR, 컨트롤러가 포함되어 있다.

독립프로덕션 출현해야

컴퓨터그래픽실은 이렇듯 다양한 기종을 가지고 문자발생에서부터 3차원 그래픽까지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MBC컴퓨터그래픽실은 현재 16명의 인원으로 제작 극화 생방송등의 업무를 교대로 담당하고 있는데, 최첨단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는 자긍심으로 열의와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technique) 미술(art)을 접목시킨 분야로서, 또 끊임없이 발전하는 분야로서 남모르는 어려움 역시 많다.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한편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이중고(二重苦)를 감수하더라도, 각자의 전공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작품의 예술성만을 추구할 수 없는 방송의 특성이 어쩌면 컴퓨터그래픽 자체의 발전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컴퓨터그래픽분야는 그동안 외국기술의 도입에서 이제 본격적인 활용단계로 접어들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웬만한 프로그램은 외국에서 제작해 오는 등 많은 기술적인 취약성을 안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컴퓨터그래픽분야는 방송뿐아니라 예술 과학 의료 교육분야에 그 이용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 추세이므로 많은 기술발전과 인력양성이 기대된다. 방손분야에서도 양 방송사뿐아니라 이 분야를 전공한 개인이나 독립프로덕션이 많이 나와 창작성이 뛰어난 작품들이 쏟아질 날도 멀지 않았다고 본다.

199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김용해 기자
  • 이인재 컴퓨터그래픽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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