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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교육용컴퓨터 입찰파문

컴퓨터 가격 아직 비싸다는것 입증

'낙전수입'으로 국민학교에 컴퓨터를 보급하려는 계획이 업체들간의 과당경쟁으로 빛바래지고 있다.
 

국민학교 컴퓨터 보급

교육용 컴퓨터 구매입찰을 둘러싸고 업체들간의 담합과 과당경쟁으로 인한 추태가 연출되고 있다.

최근 전기통신공사가 실시한 국민학교용 퍼스널컴퓨터 구매입찰과정에서 삼성전자와 로얄컴퓨터가 다른 업체들과의 '묵계'를 깨고 마감 직전 전격 응찰하자 나머지 16개업체들은 '등록무효'라고 주장하며 제소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통신공사측과 납품가격 및 애프터서비스(AS) 기간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던 컴퓨터업체들은 지난 2월28일 1차입찰을 '담합'을 통해 무산시켰지만 지난달 6일 2차입찰에서는 '공동선전'이 무너져버린 것. 통신공사와 두 업체에 감쪽같이 당한 나머지 업체들은 "등록마감시간까지 창구담당자로부터 등록업체가 없다는 확인을 받았으므로 등록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통신공사측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오히려 "업체들간의 '담합' 사실이 밝혀질 경우 다음 입찰에도 불이익이 가해질 것"이라며 강경하게 응수하고 있다.

통신공사가 전국의 국민학교에 보급하게 되는 컴퓨터는 공중전화의 '낙전(落銭)수입'이 수입원. 통신공사는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학교 컴퓨터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학교당 31대씩 6년간에 걸쳐 무상으로 공급하기로 하고 올해 예산 1백38억원을 배정했다. 물론 컴퓨터내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컴퓨터산업을 측면지원한다는 배려도 이 가운데 포함돼 있다. 그러나 업체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통신공사 납품조건을 놓고 업체들은 통신공사와 첨예한 견해차를 보여왔다.

통신공사가 대당 44만원이하의 가격과 AS기간 3년을 요구한데 비해 업체들은 현재 시판가가 60만원 이상이고 무상보증기간이 1년인 점을 감안, 이러한 조건을 무리라고 주장해왔다.

통신공사는 예산과 보급대수가 정해져있으므로 운신폭이 좁은 형편이고, 업체들은 통신공사의 조건을 받아들일 경우 실질적인 가격인하의 효과를 내게되므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서왔다.

이번 입찰결과 올해 공급물량 2만8천대는 모두 삼성전자와 로얄컴퓨터가 차지했다. 그러나 탈락된 업체들도 가능한 모든 자구책을 동원할 것으로 보여 잠잠하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사건이 어떤 결론으로 귀결 될지는 더 지켜봐야 겠지만 몇가지 문제점만은 극명하게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업체들이 수출가격에 비해 턱없이 높은 내수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XT기종의 수출가격이 5백달러(35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인데 내수가격은 60만원을 모두 상회한다. 삼성 로얄 두 업체가 41~42만원에 응찰한 것만봐도 이 가격으로도 손해보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둘째 업체들이 교육용 컴퓨터보급에 너무 근시안적으로 접근해 왔다는 점이다. 학교에 컴퓨터가 보급되고 이들 학생들이 모두 컴퓨터이용자가 되면 자연스럽게 컴퓨터시장도 확대되는 부수적인 효과를 노려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통신공사의 입찰과정에서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담합'하는 모습은 아무래도 국민들에게 좋게 비쳐질 수 없다.

통신공사도 업체들간의 과당경쟁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일정 품질규격에 합격한 컴퓨터는 모두 소량이라도 납품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했다는 지적이다. 전국의 모든 국민학교에 컴퓨터가 보급 되므로, 물량면에서는 두 업체가 감당할 수 있지만 교육이나 AS면에서는 어차피 다른 업체들의 손을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교육용 컴퓨터 입찰파동의 결과 퍼스널컴퓨터의 내수가격은 10만~20만원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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