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과학은 '앉아서' 배우는 학문이 아니다. 학생들이나 동료 교사들로 소규모 탐사대를 조직해 자기 고장 부터 조사하는 습관을…
이인: 이번 기회에 관광지로만 알았던 제주도의 화산지형을 꼼꼼히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입니다. 다만 자연지리적인 해석은 많이 공부했지만 지질학적인 원인규명은 미진한 감이 있습니다.
한 지역에서 보다 세밀한 조사를 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동굴탐사의 경우 알려져있지 않은 부분을 새로이 탐사해봤더라면 혹시 우리 고장에서 비슷한 동굴이 발견 될 경우라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정재: 탐사하기에 알맞는 날씨가 계속된 것은 행운이었어요. 전국적으로 눈이 펑펑 내리는 가운데 제주도만 좋은 날씨의 연속이었으니까요. 지난해 경기도 지역 과학교사들이 의정부 연천 철원 등지에서 지질탐사를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신생대 4기층의 화산지질을 눈으로 확인했을때 짜릿한 흥분감마저 느낄 정도였습니다. 신생대 퇴적층인 서귀포층, 기생화산과 화산쇄설물, 화산지형을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고려시대인 1002년 분출한 제주도의 마지막 수중 화산으로 알려진 비양도를 탐사일정에 포함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라봉에서 화강암퇴적층이 발견된 것은 의외였어요. 좀더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혜: 대학졸업하고 교사생활을 한지 4년째인데 '그동안 내가 너무 현장학습을 소홀히 했구나'하는 점을 참 많이 느꼈습니다. 아무래도 여선생들은 남자 선생님들에 비해 필드경험이 부족할 수 밖에 없어요. 그렇지만 앞으로는 '너는 여자이니까'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겠지요(웃음).
제가 사는 진해가 바닷가이기 때문에 제주도의 해안지형에 특히 관심을 가졌었고 이번 경험을 저희 고장에서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교과서에 나오는 보편적인 지식을 너무 많이 눈으로 배워서 혼란스러울 지경입니다.
권중: 만장굴에서 용암이 흐른 방향을 관찰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용암이 동굴 양쪽에서는 천천히 흐르고 동굴 가운데서는 빨리 흐른 흔적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규모라는 제주도의 화산동굴이 고수굴이나 성류굴 같은 석회동굴보다 보잘것 없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관리나 보존도 허술했고요.
서귀포층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얘기해 줄수있게 됐어요. 응회질 사암속에 현무암역이 박혀있는 장면이라든지 물결무늬의 연흔이라든지. 산방산에서 관찰한 소규모 단층구조도 층리가 잘 발달돼 있어서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제주도는 학생들의 지구과학 야외학습장으로도 개발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신철: 제주도의 화산동굴은 공개된 것보다 공개되지 않은 것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밀도있는 탐사가 되기 위해서는 공개된 것보다는 공개되지 않은 것을 설사 전문가들의 탐사가 끝났더라도 저희 교사들이 한번 더 탐사해 봤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공개될 가치가 있는 동굴은 계속 관광자원이나 자연학습장으로 개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도뿐만 아니라 어느 고장이라도 자연학습을 할 수 있는 충분한 특색을 가지고 있어요.
정창: 제주도에 여러번 왔었지만 얄팍한 지식만으로 스치고 지나갔는데 이번만은 알차게 배우고 갑니다. 산방산 융기해안의 차별침식이라든지 서귀포의 패류화석층, 송악산의 이중분화구 등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저희 교사들은 현장학습도 중요하지만 이제 학교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까 이제까지 보고 느낀 것을 일선교단에서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이 앞섭니다. 사진도 찍고 자료도 챙기고 했습니다만…. 눈이 무릎까지 빠지는데도 한라산을 등반했던 경험은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생각 같아서는 백록담까지 도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요.
박현: 저는 지질학과 출신이어서 그런지 주로 지질학적인 측면에서 관찰해 보았습니다. 오기 전에 제주도의 지질에 관한 논문들을 몇가지 읽어보았는데 탐사결과가 그 논문들과 대충은 일치했지만 나름대로 몇가지 의문도 남습니다. 채취한 암석을 학교에 가서 현미경으로 자세히 분석해 봐야겠어요. 현장에서 암석을 채취해 재질도 분석해 보고 즉석 토론도 진행해서 서로가 알고있는 지식을 토대로 부족하지만 결론도 내려보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장남: 서귀포일대의 해안지형과 지질을 관찰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해식애와 주상절리 그리고 해안단구 등이 뚜렷하게 확인됐습니다. 성산포입구의 석호와 육계도도 다른 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지형이었습니다. 서귀포해안의 패류화석층에는 관광객들이 박혀있는 조개화석을 거의 뽑아가 버려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탐사한 내용이 머리속에 뒤죽박죽인 상태로 있어서 정리하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이번에 터득한 지식들을 우리가 본 것 이상으로 어떻게 학생들에게 설명할까도 과제로 남고요. 여러 선생님들을 보면서 진지한 모습들에 많이 감명받았습니다.
손인: 제주도에 살면서 또 지질학을 전공하고 가르치는 입장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선생님들에게 우리 고장을 소개할 수 있어서 매우 보람이 있었습니다. 송악산이나 비양도 그리고 빌레못동굴 같은 곳만 하더라도 샅샅이 탐사하려면 각각 하루씩 일정을 잡아도 모자라는데 너무 '수박겉핥기' 식으로 바쁜 일정에 얽매이지 않았나 반성해 봅니다. 이번 탐사가 계기가 돼서 또 다른 제주도의 화산지형에 관한 조사나 탐사가 지속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고장 사람으로서는 좀더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이상: 탐사를 해보니까 교과서가 얼마나 단편적인 내용의 집합인지를 알게 됐어요. 지구과학 학습은 많은 지식을 학생들에게 의미도 모르면서 주입시키기 보다 몇가지 내용이라도 생생하게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리라고 봐요. 그것이 오랫동안 머리속에 남으니까요. 패류화석층이나 송악산 이중분화구는 수업시간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박종: '교과서만 충실히 가르치면 되겠지'하고 막연하게 생각하다가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보니 그동안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송악산에 오를 때는 힘들었지만 위에서 이중분화구를 내려다 보니까 제주도가 화산지형이라는 사실을 저절로 이해하겠더라고요. 역시 지구과학은 '앉아서'하는 학문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됐고요. 학생들의 수학여행도 관광지로만 갈 것이 아니라 이러한 기회를 통해 현지학습이라는 본연의 취지로 돌아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정재: 이번 탐사를 통해 고교교사들 수준이면 어지간한 학술탐사는 가능하리라는 믿음을 갖게 됐어요.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본격적인 학술조사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소질이 있는 학생들이나 동료 교사들과 소규모 탐사활동을 게을리 말아야겠어요.
신탁: 지구과학은 과학과목중에서도 역사가 가장 짧습니다. 가장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면서도 입시 때문에 학생들에게 소외되는 과목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선생님의 인기도에 따라서 선택과목으로 인기를 끌기도 하지요. 지구과학 교육은 다른 어떤 과목보다 현장학습이라는 이점을 살려서 이러한 피해의식을 극복해야 하리라고 봐요.
김영: 사실은 문교부가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일선 선생님들에게 미안한 마음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전공다 다르지만 따라다니다 보니 많은 새로운 것을 배웠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어려운 지구과학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면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령 패사는 조개모래로, 수상용암은 나무모양용암으로, 주상용암은 기둥모양용암으로 각각 바꾸면 어린 학생들도 단번에 알 수 있지 않을까요.
홍시: 제주도의 화산동굴은 규모나 구조면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아직 발견된지가 20년도 채못된 초기 단계로 많은 학술적인 연구가 진행중에 있습니다. 이번 탐사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기 보다 제주도의 화산지형을 직접 눈으로 보고 익히는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선생님들이 현지에서 학습한 내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국내에는 제주도뿐만 아니라 많은 지방에 동굴과 특이한 지형이 산재해 있습니다. 고교 교사들은 자기 고장의 지구과학적인 사실을 밝혀내는데 누구보다 유리한 위이에 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스스로 자기 고장을 탐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면 충분히 목적을 달성했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