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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에 획기적 변화 초래 어떤 사람이 어떤 방법으로 해야 효과적일까

단식의 생리학

최근 비폭력 저항이나 정치적인 투쟁 수단으로 단식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단식은 심신을 가장 허약한 상태로 만드는 행위인데 일부 사람들에 의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려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못 역설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셈이다.
 

단식이 하나의 저항 및 투쟁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근래에 와서 정치적인 마찰이 잦아지면서부터의 일이다. 단식은 오랜 역사를 지닌 인간의 자의적 행위로서 대개 그동안 수행(修行)과 의료의 목적으로 행해져 왔다. 따라서 요즘 종교인들이나 정치가들이 투쟁 목적으로 하는 단식은 본래 의미의 단식과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
 

이런 점에서 단식의 개념은 두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수행과 의료를 목적으로 하는 단식(fasting)이고 다른 하나는 저항 및 투쟁 수단으로 행해지는 단식(hunger strike)이다.
 

전자는 단식을 하나의 의학적인 행위로 간주해 진행과정과 인체의 변화를 추적해 볼 수 있지만, 후자는 일시적이고 우발적이기 때문에 의학적인 관찰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전제 아래 수행과 의료를 목적으로 하는 단식을 중심으로 그 역사와 진행과정에 따른 인체 변화를 살펴보기로 한다.

 

단식의 유래는 종교
 

단식의 기원은 종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기록에 의하면 원시시대의 미개종교에서도 상중(喪中)에 있을 때 특정 유족이 단식을 한 사례가 있으며, 그리스도교와 같은 세계적인 종교에서도 그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즉 신양시대에 4, 5, 7, 10월은 '속죄의 금식'이라 하여 금식의 달로 되어 있고, 초기 교회는 이를 이어받아 종교적인 의식의 하나로 단식을 하곤 했다.
 

로마 카톨릭교회에서도 부활제를 앞둔 40일간을 예수가 40일간 단식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사순절(四旬節)로 정하고 극기 수양을 목적으로 단식을 한다.
 

이슬람교에서는 이슬람력 제9월인 '라마단'월이 되면 교도들 모두가 한달내내 매일 해가 떠서 해가 질 때까지 식음을 전폐한다. 이 계율이 얼마나 엄한지는 라마단월이 한여름일 때를 보면 알 수 있다. 태양이 작렬하는 아라비아 사막지방일지라도 환자나 젖먹이아기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해가 있는 동안은 누구도 물 한 방울 입에 대지 못하지만 해가진 후나 뜨기 전에는 마음대로 먹고 마실 수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의식행사는 엄격한 의미로 볼 때 단식의 개념과는 약간 차이가 난다.
 

석가모니는 고대 인도의 종교였던 바라문교의 계율에 따라 실로 6년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우루빈라' 숲속에서 고행을 계속하는 동안 7일에 한끼 정도, 그나마 극히 소량의 음식을 섭취했다고 하니 단식을 얼마나 되풀이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석가모니는 나중에 지나친 고행단식을 부정적으로 보고 몸이 아플 경우에만 식음을 끊는 단식법을 권장했다고 한다.
 

중국에서도 도교(道敎)의 노자와 장자가 도를 닦기 위해 단식을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렇게 종교적인 차원에서 수행을 목적으로 시작됐던 단식이 오늘날에 와서는 심신의 건강관리 및 질병치료의 목적으로 다분히 의료적인 측면에서 시행되고 있다.

 

단식에 따른 인체 변화
 

단식은 전문가의 지도 아래 올바른 지식을 갖고 시행해야 한다. 만일 맹목적으로 단식을 하게 되면 심신의 치료는커녕 오히려 몸을 극도로 약화시키고 갖고 있던 질병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한다.
 

단식을 하면 하루에 몸무게가 0.5~0.7kg씩 줄기 때문에 체중감소에 따라 적절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 또 단식을 해서는 안될 경우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의학적인 이유로 질병치료, 체질개선, 정신수양 등을 목적으로 하는 단식은 10일 전후가 알맞다. 그러나 그 기간은 병의 종류 연령 체질에 따라 다소 길거나 짧게 조정될 수 있다.
 

단식을 해나감에 따라 우리 몸은 여러가지 변화를 일으킨다. 10일을 기준으로 할 때 그 변화의 흐름은 대략 다음과 같다.
 

단식후 112시간에서 1일:심하게 시장기를 느끼고 참기 어려운 불쾌감과 불안감이 엄습한다.(왼쪽) 2~3일 경과:머리가 무겁고 구역질이 나며 가슴이 두근거려 잠이 오지 않는다.


음식을 끊고 12시간 정도가 지나면 심하게 허기지고 참기 어려운 불쾌감과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러한 허기는 대개 하루 정도 계속 되는데 2~3일이 최대 고비가 된다.
 

이때쯤 되면 머리가 무겁고 속이 뒤틀려 구역질이 나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이 오지 않는다. 심장이 약한 사람은 숨이 차 참기 어려운 고통과 싸워야 하며, 위궤양이 있는 경우는 피를 토하기도 한다. 신체의 이상반응으로는 혈압과 체온이 떨어지고 맥박수가 현저하게 줄어들며 이로 인해 현기증 귀울림 시력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잇몸에서 피가 나기도 하고 아픈 부위가 더욱 아파지며 소변 빛깔이 붉어지고 방귀가 자주 나온다. 여성의 경우는 때아닌 월경을 하기도 한다.
 

이 고비를 넘기고 5, 6일이 지나면 머리가 가벼워지고 온몸이 날아갈듯 상쾌한 느낌이 든다. 말하자면 허탈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후는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는데 의학적인 목적이라면 10일을 전후해서 단식을 중단하는 것이 좋다.
 

5~6일 까지:위의 증상이 심화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현기증 시력장애 등이 나타나고 방귀가 자주 나온다.(왼쪽) 5~6일 이후:허탈상태가 돼 머리가 가벼워지고 온몸이 날아갈듯 상쾌한 기분이 든다.(오른쪽)
 

단식을 시작하면 영양결핍을 초래해 간에 있던 포도당이 전부 소모되고, 그 다음 체내의 지방질이 칼로리원으로 소비되는데 10일 정도가 되면 지방질이 거의 소모된다고 한다. 따라서 10일 이후가 되면 여분의 포도당과 지방질이 완전히 없어져 인체의 각종 장기와 근육의 필수 구성물질인 단백질까지 분해되어 칼로리원으로 쓰이게 된다. 이 정도가 되면 생명에 지장을 초래한다. 10일 이상의 단식은 사실상 의료진의 보살핌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바른 3단계의 단식법
 

그러면 질병치료와 정신수양을 위한 올바른 단식법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단식과정은 크게 예비단식 본단식 마무리단식으로 나눈다. 그러나 예비단식과 마무리단식은 엄밀히 말해 단식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예비단식은 보통 본단식에 들어가기 전에 3일 동안 실시하는데 이 기간중에는 음식물 섭취를 줄이는 절식을 한다. 첫째날은 현미죽, 둘째날은 식물성 단백질과 미음, 세째날은 소량의 식물성 단백질과 미음을 섭취한다.
 

본단식에 들어가게 되면 인체에 불필요한 지방질만을 소모시키고 인체에 필요한 단백질의 소모는 막아야 한다. 인체에 당분 염분 단백질이 고갈되면 무기력해지고 허탈상태에 빠지며 자연치유능력이 약화돼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본단식 때에는 1일 2천cc의 생수(生水)와 1천cc의 미온수를 마시며 이틀에 한번씩 1백cc의 자연당을 섭취한다. 또 이틀에 한번씩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여 수도물이나 이온수, 탄산수 등의 약수를 절대로 마시지 않는다. 물은 반드시 생수를 마셔야 한다.
 

약 10일동안의 본단식이 끝나면 마무리단식에 들어간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른바 보식(補食)기간이므로 배가 고프다고 한번에 많은 음식을 먹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일시에 많은 음식을 먹게 되면 소화기능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여서 갖가지 부작용을 초래해 위험할 수도 있다.
 

마무리단식기간도 3일 정도를 잡는데 첫째날은 식물섬유질미음 4백cc 우유 1백cc, 둘째날은 식물섬유질미음 6백cc 우유 1백cc, 세째날은 율무야채수프 7백cc 우유 1백cc를 섭취하며 단계적으로 식사량을 조금씩 늘려나간다.
 

예비단식 본단식 마무리단식과정에서 짜여지는 섭취물과 그 양의 선정은 물론 지도 의사나 단식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단식기간에는 신체의 쇠약을 방지하기 위해 탕욕(湯浴)은 삼가하는 것이 좋다.
 

마무리단식이 끝나면 회복기에 접어드는데 이때에도 여러가지 증세가 나타난다. 식후 위장부위가 답답하고 거북하게 느껴지거나 가슴이 쓰린 증세가 나타나는 수가 있는데 이는 위액분비가 일시적으로 왕성해지기 때문이다. 또 몸이 붓는 느낌을 갖게 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증상은 식사량의 증가와 함께 자연히 사라지므로 별로 걱정할 것은 못된다.

 

단식의 효과
 

이렇게 단식을 끝내게 되면 내장기관을 쉬게 하고 과잉 영양분을 배출하며, 체내의 독물 및 노폐물을 완전히 씻어내 이상이 있었던 신체부위나 정신이 정상을 찾게 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살균작용을 하는 백혈구가 증가해 질병에 대한 저항력과 면역기능이 강화된다. 백혈구는 보통 인체의 혈액 1㎣가운데 7천개 정도가 포함돼 있다. 심신이 병약해지면 5천개 정도로 줄어드는데 단식을 하고 나면 이 백혈구 수가 다시 8천개 정도로 늘어나 저항력이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또 정신면에서는 기억력 사고력 판단력 인내력이 배양되고 모든 일에 의욕과 자신감을 갖게 된다.
 

따라서 단식은 위 무력증, 위산과다, 소화불량, 각종 기능성 위장장해, 장염, 신경통, 두통, 불면, 불안증, 기억감퇴, 비만증, 알레르기성 질환, 갱년기 장애, 생리불순 등의 질병에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단식치료중엔 물리요법 등을 병행한다. 경희대 한방 병원에서

 

단식이 화를 초래할 수도
 

그러나 단식효과만을 믿고 아무나 단식을 해서는 안된다. 서울대 의대 최규완(崔圭完) 박사는 "단식은 일부 병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수술받은 환자에게도 종종 시행되지만 간질환이나 신장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절대 금기"라고 말한다.
 

간질환이 있는 사람이 단식을 하게 되면 간기능을 더욱 약화시켜 자칫하면 치명적 상태로 만들며 신장질환이 있는 사람이 단식을 하게 되면 혼수상태에 빠지게 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밖에 발작적인 정신병, 2기 이상의 폐결핵, 각종 암, 귀머거리, 빈혈 등에도 단식은 효과가 없다.
 

또 출혈 또는 하혈을 수반하는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을 갖고 있는 사람, 당뇨병으로 체중이 현저하게 빠진 사람, 성인으로서 체중이 40kg 이하인 사람, 고혈압 중풍 협심증 심근경색 심장판막증 맹장염 담석증 등을 앓고 있는 사람, 임신중인 사람들도 단식을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질병을 가진 사람이 단식을 하면 갑작스런 영양결핍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10세 이하의 연소자나 60세 이상의 고령자, 부신피질호르몬 계통의 약을 장기간 복용한 환자도 단식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결국 단식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체질과 질병에 맞는 사람은 단식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지만, 체질과 질병에 맞지 않는 사람이 하게 되면 오히려 몸만 망치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투쟁이나 저항을 목적으로 하는 단식은 시위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어도 사전 예비과정 없이 급작스럽게 음식물 섭취를 중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결코 건강이나 심신에 도움을 준다고는 볼 수 없다. 단식과 단식투쟁은 그 개념에서 있어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단식최고기록 382일 가장 많이한 사람은 「마하트마 간디」
 

인간이 단식을 하면서 견딜 수 있는 기간은 어느 정도나 될까.
 

기록에 의하면 3백82일, 즉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단식을 한 사람이 있다. 1940년 스코틀랜드인 '앤거스 바비에리'는 1965년 6월부터 1966년 7월까지 음식물을 먹지 않는 상태로 지냈다. 그는 단식을 시작할 때 몸무게가 2백14kg이었는데 단식이 끝났을 때는 몸무게가 80.8kg으로 줄었다. 무려 60%나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단식기간 동안 그는 차, 커피, 물, 소다수, 비타민 등을 매일 조금씩 섭취했다.
 

'마하트마 간디'는 비폭력 투쟁 및 저항수단으로 단식투쟁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다. 그는 한번에 장기간 동안 단식을 하지는 않았지만 1918년부터 1948년까지 무려 14차례나 단식투쟁을 시도했다. 그는 "육체적 단식에 정신적 단식이 따르지 않으면, 그것은 반드시 위선과 재난으로 끝난다"고 말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석가모니는 6개월이란 긴 세월을 고행단식했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설적인 얘기로 신빙성을 갖기는 어렵다.
 

물만 마시면서 한 단식은 40일이 최고 기록이다. 뉴질랜드의 '스테판 테일러'는 1970년 감옥에서 정치적인 투쟁으로 단식을 시도했는데 하루에 물 한컵만으로 40일 동안 단식을 계속할 수 있었다.
 

집단으로 단식투쟁을 한 것은 94일이 최고 기록이다. 아일랜드의 '존크롤리' 등 9명은 1920년 8월 11일부터 11월12일가지 94일동안 단식 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노련한 의료진의 감시속에서 장기간 단식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물 한 방울 먹지 않고 한 단식 기록은 찾아볼 수가 없다. 사실상 어느 정도의 수분섭취와 의료진의 보살핌이 없는 단식은 단식으로서 의미가 없다. 아무것도 먹지 않는, 그야말로 완전한 단식은 1주일을 넘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1987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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