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심장 인공신장에 이어 인공폐의 실현도 멀지 않았다.
미국 유타주에 위치한 카디어풀 모닉스사의 '모르튼센' 박사팀은 병든 허파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보완해주는 혈관속 산소공급장치(IVQX)를 개발, 동물실험을 성공리에 끝내고 임상실험을 앞두고 있다고 최근 뉴욕타임즈가 보도했다. 최초의 임상실험은 네군데 병원에서 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이 장치는 목 근처에 위치한 대정맥메 삽입돼 혈관속에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빼내는, 얼핏보면 간단한 원리다. 이것은 결코 허파를 대체할 수 있는 장치는 아니다. 단지 몇 주정도 병든 허파가 제 기능을 찾을 때까지 허파의 기능을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작동원리는 다음과 같다. 우선 머리카락보다 가는 수백 가닥의 실리콘 튜브 묶음이 대정맥 속에 삽입된다. 튜브 안에는 속이 비고 가스의 이동을 허용하는 폴리프로필렌 섬유질이 가늘게 이어져 있다. 이 튜브를 통해 사람의 몸 밖에서 펌프로 산소를 주입시키고 이산화탄소를 빼내는 것이다. 인조튜브는 또한 혈액의 응고를 막기 위해 헤파린으로 코팅돼 있다.
모르튼센박사는 이 장치가 성공적인 임상실험을 마친다면 매년 수만명의 폐질환 환자들을 죽음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직은 일시적이고 허파의 모든 기능을 대신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영구적인 인공폐를 실현하기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장치가 1백50마리의 양과 개를 통한 동물 실험에서 아무런 혈액이나 기관의 손실을 초래하지 않았고 19일간 유지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생존가능성 10% 환자 대상
그러나 이 장치의 성공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미국 '국립 심장 폐 혈액연구소'의 '렌펀트'박사는 수많은 인공장기들이 동물실험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으나 임상실험결과 예상치 못한 실패를 한 경우가 많았음을 지적한다. 카디어풀모닉스사의 과학자문역인 가레티 박사조차도 2년전 처음 이 장치를 설명받았을 때, 그 성공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임상실험병원의 하나인 펜실바니아주 허시메디컬센터의 스니스 박사는 임상실험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완료했다고 말하면서도 "동물실험의 결과가 인체에서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인체에 인위적으로 산소를 공급하려는 연구는 1세기 동안 꾸준히 발전돼 왔다. 초기에 산소를 직접 혈관이나 복부에 주입시키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 환자들이 갑자기 복부나 허파의 경련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과산화수소를 이용한 다른 시도들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20세기초 의학자들은 콧구멍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는 안전한 방법을 개발해냈다. 이른바 인공호흡기다.
최근에는 혈관으로부터 피를 뽑아내 인체 밖에서 산소를 주입시키고 이를 다시 몸속으로 집어넣는 심폐기도 개발됐다.
이번 장치가 성공적으로 증명된다면 인체에 산소를 공급하는 일은 매우 간단해지고 안전한 한편 비용도 절감된다. 아울러 현재는 생존가능성 10% 미만의 환자들만 임상실험을 받기 원하지만 성공이 확인되면 폐질환으로 고생하는 더 많은 환자들이 이 장치를 활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