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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HDTV 어떻게 할 것인가

종합대책마련 시급하다

'HDTV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HDTV(High Definition TV)에 관한 포름이 방송제도연구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꿈의 TV' '21세기 TV'라는 애칭을 얻고 있는 HDTV는 흑백TV 컬러TV에 이어 제3세대TV로서 주목받고 있다. 혹자는 브라운관 발명 이래 최고의 기술발전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을 정도.

현재의 TV보다 주사선수를 2배 늘리고(1천1백25) 화면의 가로 세로 비율을 3대4에서 3대5 또는 9대16으로 확대시킨 HDTV는 높은 선명도의 화면과 서라운드형의 디지털 음향효과로 최소 35㎜ 영화를 안방으로 옮겨놓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HDTV는 안방으로 전달되는 정보의 양과 질에서 기존TV와 비교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기존TV의 정지 화면은 15초 이상 볼 수 없는 반면에 HDTV는 화면이 선명하므로 40초 이상 계속 내보내도 시청자들이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다. 이 말은 TV매체가 출판의 영역조차도 침범할 수 있다는 얘기다. TV로 명화(名畵)감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만약 의학분야에서 HDTV를 활용한다면 미세한 신경조직과 혈관 등의 관찰이 가능해져 진단이나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영화도 여러가지 특수기능을 저렴한 제작비로 부가할 수 있어 영화산업도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산업적 측면에서 HDTV기술은 매우 중요하게 부각된다. 2천여개의 반도체가 집약된 HDTV 수상기는 향후 전자산업을 선도할 전망. HDTV개발에서 뒤처지는 나라는 세계 전자시장에서 명함을 들이밀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러한 중요성을 일찍부터 실감한 일본은 도쿄올림픽(64년)을 끝낸 후 바로 NHK를 중심으로 개발을 시작, 서울올림픽에서 시험방송까지 마쳤다. 이보다 10여년 늦게 개발에 착수한 미국은 일본(인공위성방식)과는 다른 지상중계식을 채택하고 기존 TV수상기를 사용한 시험방송을 지난 4월에 내보냈다. 유럽도 독자적인 방식의 HDTV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의 HDTV 「하이비전」의 시험방송


뒤늦은 관심

이러한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의 HDTV에 대한 관심은 매우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포름에는 KBS에서 HDTV와 관련된 방송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주제발표를 했고 삼성종합기술원에서 'HDTV와 국내전자산업'이라는 제목 아래 산업적 측면에서 HDTV를 조명했다.

수상기 개발과 관련된 업계에서는 86년 초부터 연구개발을 시작, NHK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90년 6월에는 첫 제품이 나온다고 발표하면서 자신감을 보인 반면, 방송측에서는 소프트웨어 기술은 전무한 상황이며 아직 어떤 방식으로 개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설정도 되지 않은 상태라고 발표했다.

국내 업계에서 개발한다는 HDTV수상기는 수출품일 따름이며 우리의 HDTV는 아니다. HDTV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국민들의 삶과 직접 관련되는 문화도구임을 감안할 때 우리의 HDTV 연구는 첫 걸음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라 할 수 있다. 더욱이 HDTV가 상용화 되었을 때 방송은 위성시대가 열리므로 일본의 TV프로그램이 아무런 제한없이 우리의 안방으로 들어오게 된다.

패널토의자로 참가한 외국어대 박성래교수는 "무분별한 문화침투를 감안, 일본과는 다른 방식으로 개발할 것"을 제안하면서 "바보상자가 세련되지면 우리들은 더 바보가 될 가능성이 많으므로 오락프로그램을 먼저 HDTV로 방송할 것이 아니라 교육방송부터 시행하자"는 구체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아무튼 HDTV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화수단이므로, 앞으로 정부가 중심이 돼 방송계 문화계 학계 산업계가 공동으로 참여,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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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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