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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상태에서 사는 생물

생명의 원형이 이곳에…

태양광선 온도 습도 등 생물이 사는데 필요한 조건을 완전히 무시한 상태에서 끈질기게 살아가는 독특한 생물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상영되지 않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여러나라에서 반응이 컸던 미국영화 '에이리언'에 등장하는 지구밖의 외계생물은 자체 종족보존을 위하여 존재하는 이른바 첨단생물이다. 다른 생물을 매체로 하여 거기에서 영양분을 섭취하여 성장한다는 설정이다. 따라서 기생할수 있는 생물을 만나기까지 몇만년이고 기다린다. 그런 외계생물 에이리언과 부딪쳤을때 일어나는 장절한 투쟁이 볼만한 내용이다.
사람의 상상을 초월한것 같은 이런 생물은 반드시 우주공간으로 나가지 않아도 이 지구상에 얼마든지 있다.
 

과학자들을 태우고 깊은 심해저를 탐사하고 있는 앨빈호.


앨빈호의 대발견
 

앨빈호가 촬영한 붉은 관모상의 튜브가 있는 환형류. 분출공부근에 밀집하여있고 3.5m정도의 크기다. 인간이 상상도 할수 없는 생태계 속에 살고있는 생물이다.


그것은 우선 깊은 해저의 생물이다. 그곳은 암흑과 높은 수압이 지배하는 비경이다. 깊이 2천5백m의 해저는 2백50 기압이나 되는 압력이 있고 태양광선도 미치지 않으므로 열도 생산되지 않고 수온도 0℃에 가까운 낮은 온도가 되어있다. 이런 심해저에 서식하는 생물은 무엇을 먹고 살아가는가 하면 보통 '머린스노우'(marine snow·바다속에서 볼 수 있는 육상의 강설과 같은 현상. 플랑크톤의 유해등이 바다속에서 낙하하는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해면 가까이에서 수천m의 심해에까지 분포)를 영양원으로 하고 있다. 이런 생물이 겨우 생존을 유지하고 있는 심해저는 지상에 사는 인간에게는 죽음의 세계와 같다.

그런데 이런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세계가 더욱 깊은 해저에 있는 것이다.

1977년 봄 미국인 '로버트 밸러드'와 지질학자들을 태운 심해조사선 '앨빈'호가 동부태평양 갈라파고스제도 앞바다의 수심 2천7백m되는 심해저의 지질을 조사했다.

이 조사의 목적은 이 부근에 있다고 알려진 태평양해령의 분출구를 찾는것이었다. 이 분출구에서는 초고온의 해수가 분출되고 있다고 예상되고 있었다.

앨빈호는 서치라이트로 바로 이 분출구를 발견했다. 그 뒤에 '블랙스모커'라고 이름붙인 분출구는 마치 연기처럼 현무암의 탑같은 곳에서 시꺼먼 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것뿐이 아니다. 밸러드 일행이 거기서 본것은 그 블랙스모커를 둘러싸듯 무리져 있는 엄청난 수의 생물이었다. 거대한 대합과 소라고둥, 눈이 없는 흰 게, 튜브 앵무라는 3m이상이나 되는 관충(管虫), 거대하게 성장한 해파리형 생물, 유난히 빨간 생선 등, 그곳은 실로 사막속에 홀연히 나타난 오아시스와 같은 심해생물의 왕국이었던 것이다.

 

굴뚝같은 탑에서 검은 광액을 내뿜는 해저의 광상분출공


잊혀진 진화의 수수께끼의 열쇠

죽음의 세계라 생각되던 심해저에 이런 생물의 오아시스가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머린스노우 이외에는 영양원을 생각할수 없는 심해저에서 이런 생물들은 무엇을 영양원으로 하고 있는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발견된 생물은 거의 모두가 태양의 혜택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엽록소를 가진 식물의 광합성으로 유기양분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지상의 식물연쇄의 기반이 되어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바다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로 태양 에너지를 받은 플랑크톤이 광합성으로 유기물을 만들어 식물연쇄가 이루어지고 있다. 머린 스노우를 먹는 심해 동물들도 이 연쇄의 한 고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태양광선이 미치지않는 심해저에는 광합성을 하는 플랑크톤이 없다. 오아시스가 존재할 기반이 없는 것이다.

이 수수께끼에 대하여 학자들은 이렇게 보고있다. "그것이 어째서인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말할수 있는 것은 그 심해저에 서식하는 생물들이 다른 생물과 달라 DNA가 없다든가 단백질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든가는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아마 열전도를 막는 어떤 기능이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지금 전세계의 생물학자들이 그 생태해명에 주목하고 있다. 그것이 밝혀지면 생물의 진화과정에서 잊혀진 것이 드러날지도 모른다"

가까이에 있는 타임머신같은 생물

깊은 바다는 인간에게 있어서는 비경이다. 비경이기 때문에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생물이 있다고 하여 이상할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지상의, 그것도 우리 인간과 바로 가까이에 믿을수 없는 생물이 살고 있다. 예를들면 곰벌레라는 절족동물은 전세계의 육상과 담수속, 바다물속 등에 분포하고 있는데 이 벌레는 바로 죽음을 초월한 생물인 것이다. 곰벌레는 괴수영화에 등장하는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나 몸길이는 대부분이 1mm를 넘지않는 세계의 현미경적 미생물이다. 이 미생물은 생물계에서 크립토비오시스(Cryptobiosis)를 하는 생물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크립토비오시스란 '감춰진 생명'이란 뜻이다. 이 크립토비오시스란 현상은 겉으로 보기에는 분명히 '죽음'의 상태에 있는데 완전히 죽은 것이 아니고 다시 살아날 조건이 갖추어지면 살아나는 것이다.

곰벌레는 몸에 수분이 없어져 건조상태가 되면 몸을 둥글게 하여 생활활동을 정지한다. 가사상태에서 얼마동안 살아있을 수 있는가는 실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크립토비오시스를 하는 생물은 곰벌레 외에도 많아 윤형동물(輪形動物)과 선형동물(線形動物), 세균류, 식물의 종자, 일부 곤충의 유충등도 이에 속한다.

어떤 종의 선충으로 건조상태로 39년이 지난 뒤 다시 활동한 예나 박물관에서 1백20년간이나 건조상태로 있던 이끼의 표본에서 윤형생물이나 곰벌레가 나왔다는 놀라운 예도 보고되어 있다. 또 어떤 학자는 크립토비오시스 상태가 되지않는 곰벌레는 1년이내에 죽었는데 몇번이나 크립토비오시스를 되풀이한 곰벌레는 60년 이상이나 살았다고 보고했다. 건조상태 뒤에 모두가 다시 살아나는 것은 아니고 그대로 죽는 생물도 있다.

그러나 이런 크립토비오시스를 하는 생물의 생명력은 경이적이다. 건조상태에 강할뿐만 아니라 상당한 높은 온도나 낮은 온도, 그리고 방사선에 대하여도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윤충이나 곰벌레중에는 섭씨 150도 상태에서도 몇분동안 살아 있었으며 영하 200도의 환경에서도 며칠동안 살아 있는 것도 있다. 또 사람은 24시간 이내에 불과 5백뢴트겐의 X선을 쬐었을 뿐만으로도 50%가 죽는데 크립토비오시스 상태에 있는 곰벌레가 24시간 안에 50%죽는데는 57만뢴트겐을 쪼여야했다. 그리고 진공속에서도 짧은 시간이지만 생존할 수 있었다.

인류는 살아남을수 있을까?

지구상의 생물에게 물은 불가결의 것이라 알려져 있다. 물은 단백질등을 유지하는데 절대 필요한 것이며 수분이 떨어지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생체내의 여러가지 분자중의 몇가지가 다시 원래상태로 돌아오지 않을 정도로 파괴되어 버린다. 그러나 선충류는 체내의 수분이 완전히 없어져도 물을 다시 주면 활동하기 시작한다.

어째서인가는 아직 완전히 해명되지 않았다. 윤충이나 선충이나 곰벌레는 건조하기 시작할 때 건조를 막는 어떤 물질을 합성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자도 있다. 인간을 동면시켰다가 시대를 초월하여 생존시키려는 연구도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다지만 곰벌레는 이 연구에 얼마만큼 힌트를 줄 수 있을것인가.

지구상에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 생물이 살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원자로 속에 생기는 곰팡이, 염전이나 석탄더미속, 또는 메탄가스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미생물 등 극한속에서 살아가는 생물은 많다. 이런 생물중에는 태고의 생물이라는 고세균(古細菌)의 일종이 있다는것도 밝혀졌다. 인류가 탄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런 생물은 생존하여 왔던 것이다 심해저의 열대광상에 오아시스를 형성하고 있는 생물들은 어쩌면 혼돈속의 지구상에 생긴 최초의 생물에 대하여 우리에게 새로운 설명을 하여줄지도 모른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큰 문제의 하나가 환경문제이다. 최근에 지구과학자와 생물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멸절하는 다이나믹스'라는 제목으로 회의를 열었다. 여기서 내린 결론은 앞으로 1세기정도 사이에 멸절하는 생물의 종의 수는 6천5백만년전의 백악기에 일어난 대멸절과 필적하거나 이것을 상회하거나 할것이라는 놀라운 것이었다. 6천5백만년전에는 동물의 종중에서 96% 이상이 사멸했다고 알려져 있다.

가까운 장래에 이런 대멸절의 원인을 만드는 것은 아마 인류일것임에 틀림없다. 이미 인간은 하루에 한종씩의 속도로 생물을 잃게 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생물을 멸절로 몰아가는 주원인이 인류에게 있다해도 역시 인류는 생물계의 리더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인간의 교만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인류의 사고를 훨씬 초월한 극한 상황에서 사는 생물은 이 지구상에 얼마든지 있으며 그런 생물은 지구환경이 어떻게 바뀌어도 계속 살아갈 것임에 틀림없다. 지구상에 서식하는 종의 하나에 불과한 인간은 어떻게 될 것인가.

198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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