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건설예정인 경부 및 동서고속전철방식을 놓고 '차륜형 고속전철이냐 자기부상열차냐'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항공전철'이라는 또다른 방식이 제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학기술원 조규형교수(전기전자과)는 최근 국내실정에 적합한 고속전철방식으로 '단일레일항공전철'(Monorail Skyway Electrical Train)을 제안했다.
항공전철은 차륜형 고속전철의 일종이지만 철도레일이 단선이고 레이 높이가 2m 이상 공중에 설치된다는 점에서 신칸센(일본) TGV(프랑스) 등 기존 고속전철과는 다르다. 기존 고속전철을 국내에 그대로 도입할 경우 산이 많아 곡선 주행시 충분한 속도를 내기가 힘들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항공전철과 같이 모노레일이라면 곡선을 달릴 때 열차 스스로가 비스듬히 기울어져 원심력을 최소화하므로 속도를 늦추지 않아도 된다.
또 곡률반경이 그다지 크지 않아도 되므로 쓸데없이 산을 깎거나 터널을 뚫는 수고도 덜어진다. 커브길 회전시 열차가 경사지면 그 속에 있는 승객들은 관성력으로 인한 쏠림이 없어지므로 거의 커브길을 의식하지 않고 편한 승차감을 갖게 된다.
항공전철은 선로공사의 비용도 절감한다. 공중공간을 주로 이용하고 더구나 레일이 하나 뿐이므로 철도 건설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지비용이 거의 없다. 보호벽 건널목 등 지상시설이 필요없고, 지표면을 따라 땅을 고르고 다리놓고 주택이나 경작지를 변경하는 지상작업이 거의 없다는 점도 장점. 이밖에 기차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레일충격음이 줄어들며 공사기간이 짧다는 매력들이 있다.
국내연구진의 독창적 발상
항공전철은 빌딩이 즐비한 도심지역에서 빌딩숲을 헤치고 지나가는 도심전철로도 활용될 수 있다. 곡률반경을 최소로 줄이면 지하철 버스를 대신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으로 각광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이 경우 항공전철은 고가(高架)형식으로 건설된다.
그런데 레일이 하나뿐인 항공전철은 어떻게 균형을 잡을까. 우선 열차 밑부분에 무게중심을 두어 양쪽이 균형을 잡게 하고, 추진바퀴가 레일 위를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레일 양쪽에 꽉 끼인 채 맞물려 돌아가는 방식을 취한다. 속도가 붙게 되면 회전하는 방향에 따라 약간의 경사가 이루어진다. 저속주행시에도 흔들림은 거의 없다. 단지 불편한 점이 있다면 열차안의 중앙통로가 좌석보다 약간 높다는 것.
예상시속은 2백50㎞ 정도로 기존 고속전철과 비슷하다. 선로공사 비용은 ㎞당 40억원으로 신칸센의 15~25%에 불과하며 평지를 달리는 TGV 건설비용과 별차이가 없다.
그러나 아무래도 안전성에서 다소 문제발생의 소지가 있다. 공중에 있으므로 화재나 기계고장과 같은 위급한 상황하에서 대처가 곤란하고 지표면에 비해 심리적인 불안감을 줄 수 있다. 정지시의 균형유지와 정거장설치도 항공전철이 안고 있는 과제.
무엇보다 아직 세계 어디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고속전철이 실용화된 예가 없다는 약점이 있다. 이 방식은 말하자면 산악지대가 많은 국내여건을 감안해 조규형교수팀이 고안해낸 독창적인 발상. 항공전철은 전력계통을 제외하고는 별로 첨단기술도 아니어서 집중적으로 연구한다면 국내기술로 자력건설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규형교수팀은 올해안으로 실험실 수준에서 시속 1백㎞의 주행시험을 해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