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유도다기능줄기세포, 광우병 논란 1위 선정돼

2008년 과학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세계적으로는 환자 자신의 피부세포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만드는 유도다기능줄기세포가 탄생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논란이 과학계를 뜨겁게 달궜다. 국내외 10대 과학뉴스로 지난해를 되돌아봤다.

“세포 재프로그래밍 연구는 생물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불치병을 앓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의학계의 큰 진보다.” 미국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2008년 세계 과학계가 이룬 10대 과학성과를 선정해 지난 12월 19일에 발표했다. 최고 연구 성과로는 환자의 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해 맞춤형 질병치료 세포를 만드는 ‘유도다기능줄기세포’(iPS) 연구가 선정됐다.

Best 유도다기능줄기세포
미국 하버드대 케빈 이건 박사팀은 루게릭병 환자 2명의 피부세포를 유전자 조작해 유도다기능줄기세포(iPS)로 만든 뒤, 이를 다시 운동신경세포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iPS는 환자 피부세포로 만들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이 없다. 또 난자를 사용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윤리문제를 피해갈 수 있어 그동안 과학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사이언스는 “자신의 세포로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불치병을 치료하는 시대가 눈앞으로 성큼 다가왔다”고 평했다. 2007년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미 교수가 세계 최초로 iPS를 만들어 사이언스가 선정한 ‘2007년 10대 과학성과’에서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Runner-up 외계행성을 직접 보다
iPS와 최고연구성과 자리를 다툰 연구로는 ‘외계행성 촬영’이 선정됐다. 천문학자들은 지난 13년 동안 행성이 중심별을 돌면서 시선 방향에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속도를 측정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태양계 밖 행성을 300개 이상 찾아냈다. 그리고 2008년, 사상 처음으로 태양계 밖 외계행성을 직접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 연구팀은 미국 하와이섬 케크망원경을 이용해 지구에서 130광년 떨어진 ‘HR 8799’라는 별 주변을 돌고 있는 행성 3개를 촬영했다. 또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지구에서 25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남쪽물고기자리 1등성 포말하우트 주변을 도는 포말하우트b라는 행성을 촬영했다.

암 게놈 연구
약 2년 전 처음 시작된 암 게놈 해독 프로젝트가 2008년 첫 결실을 얻었다. 지난 한 해 동안 과학자들은 췌장암과 신경교아세포종 같은 다양한 암세포의 염기서열을 해독해, 발암 관련 유전자변이형 수십 가지를 찾아냈다.

고온 초전도체
과학자들은 더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현상이 일어나는 물질을 찾아왔다. 그동안 고온 초전도현상은 구리와 산소의 화합물인 큐프레이트에서만 발견됐지만, 2008년 중국과학기술대 연구팀이 55K(영하 218℃)에서 초전도현상이 일어나는 철과 비소 화합물을 새로 발견했다.

활동하는 단백질
생물학자들은 단백질 분자와 표적 분자의 고정된 모양이 두 분자가 결합해 반응을 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올리버 랑게 박사팀은 하나의 단백질이 다양한 형태로 춤을 추듯 변하며 표적 분자와 결합한다는 실험결과를 내놨다.

불타는 물
그동안 연료전지에서 백금이 물을 분해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값이 비싸 상용화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미국MIT 대니얼 노세라 교수팀은 값싼 코발트와 인의 혼합물로 물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했다.

배아 동영상 촬영
독일의 유럽분자생물학연구실 필립 켈러 박사팀이 레이저를 이용한 현미경으로 수십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배아발생과정을 동영상 촬영했다. 연구팀은 ‘제브라 피시’ 배아 1만 6000개의 발생 과정을 찍어 분석하며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과정을 생생하게 촬영했다.

‘색’ 다른 지방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연구팀이 ‘갈색 지방’의 비밀을 밝혔다. 체내에 저장하는 백색 지방 세포와 달리 갈색 지방 세포는 열량을 저장하지 않고 연소해 에너지를 생산한다. 연구팀은 PRDM16 유전자가 갈색 지방 세포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양성자 질량 계산
프랑스, 독일, 헝가리의 물리학자들이 양성자의 질량을 정확히 계산했다. 연구팀은 시간과 공간으로 이뤄진 4차원 공간에 격자를 만든 뒤, 점마다 쿼크와 글루온 입자를 정의하고 그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계산하는 ‘격자양자색역학’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적용했다.

새로운 게놈 분석법
2008년에는 빠르고 값싼 게놈 서열분석법이 여럿 등장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스테펀 슈스터 박사팀은 ‘합성서열분석법’이라는 방법으로 시베리아 얼음 속에 묻혀 있던 매머드 털에서 찾은 유전체를 해독했다. 미국 생명공학 회사 일루미나는 ‘솔렉사’라는 서열분석기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인과 암환자의 유전자 서열을 분석하기도 했다.

‘네이처’가 뽑은 올해의 뉴스메이커
영국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2008년 ‘올해의 뉴스메이커’로 지난 9월 완공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선정했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 지대 지하 100m에 설치된 LHC는 둘레가 27㎞로 사상 최대 실험장비다. 1994년에 시작돼 80억 달러(약 10조원)가 투입된 가운데 전 세계 과학자 약 1만 명이 참여해 완성한 LHC는 두 개의 입자 빔을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시켜 빅뱅 직후를 재현할 계획이었다. LHC는 우주의 비밀을 풀 ‘신의 입자’ 힉스를 찾을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지만, 불과 9일 만에 냉각시스템에서 액체 헬륨이 다량 새어나온다는 사실이 감지돼 가동을 중단했다. LHC는 올해 하반기에나 다시 가동할 예정이다.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논란’
국내 과학기술이슈 1위


2008년 우리 사회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과학기술 이슈는 무엇이었을까.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과 동아사이언스, 사이언스TV는 과학기술인 435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8~11일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올해의 과학기술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1위는 ‘광우병과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논란’이 차지했다. 2008년 5월 한미 쇠고기협상 이후 불거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논란은 전국으로 번진 촛불시위의 도화선이었다. 여기에는 광우병의 원인물질로 알려진 변형프리온 단백질이 소의 어느 부위에 많은지, 생후 30개월 소를 기준으로 광우병 위험 부위를 골라내는 일이 적절한 것인지 같은 전문적인 질문이 논쟁의 바탕에 있었다.

2위는 ‘한국 최초 우주인 탄생’이었다. 주인공은 KAIST 출신 이소연 박사. 그는 1만 8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뽑혀 2008년 4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11일간 과학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무사히 귀환했다.

2008년 12월 가천의대 이길여 암당뇨원구원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가 공동으로 연구한 ‘한국인 게놈 완전 해독’이 3위에 올랐다. 특정 개인의 전체 유전체 서열 해독은 세계에서 4번째다. 게놈 해독 비용을 크게 줄여 ‘개인 맞춤의학’ 시대를 앞당겼다는 평가다.

4위와 5위는 중국과 일본에 대한 뉴스가 차지했다. 4위는 2008년 9월 공업용 화학물질인 멜라민이 중국산 과자와 식품에서 검출된 ‘멜라민파동’이, 5위는 지난 11월에 발표된 2008 노벨 과학상 수상자 가운데 일본이 물리학과 화학 분야에서 4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는 소식이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2008년 6월 최초 플라스마 발생 실험에 성공해 핵융합 에너지 개발의 발판을 마련한 한국형 인공태양 ‘KSTAR’와, 새 정부의 조직개편안에 따라 과학기술부를 대신해 새로 출범한 ‘교육과학기술부’가 각각 6위와 7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힐 거란 기대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대형 강입자 가속기’(LHC)가 8위를, 2008년 5월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국 쓰촨성 대지진’이 9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한반도 운하의 기술적 타당성과 환경에 대한 위험성을 둘러싼 찬반논쟁이 10위를 기록했다.


2008 닮고싶고 되고싶은 과학기술인

‘2008년 닮고싶고 되고싶은 과학기술인’ 7명이 선정됐다.
남원우 이화여대 분자생명과학부 교수, 박영준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최영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 권문식 현대제철 제철사업총괄 사장, 김선영 바이로메드 대표이사, 박영아 제18대 국회의원, 이소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이 그 주인공.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2002년부터 매년 학술연구, 산업계, 사회문화 부문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청소년에게 귀감이 되는 과학기술인을 선정해왔으며, 올해까지 모두 65명이 영예를 안았다.

올해 ‘닮고싶고 되고싶은 과학기술인’ 7명은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을까.
생체 모방연구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학술부분 수상자 남원우 교수는 일요일 아침마다 ‘우주소년 아톰’과 ‘마징가 제트’를 보느라 텔레비전에서 눈을 뗄 줄 모르던 소년이었다.

그는 “과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뒤 항상 내가 세계 최고가 된 것처럼 생각하고 과학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회상했다.

최영주 교수는 일생을 전부 바치고도 아깝지 않을,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을 무언가를 찾아 헤매던 사춘기 소녀였다. 고민 끝에 찾은 인생의 목표는 바로 수학이었다.
최 교수는 30여 년의 노력 끝에 수학의 최대 난제였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해결한 미국 프린스턴대 와일즈 교수의 예를 들며 “청소년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 4년 내내 야학에서 가난한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학생운동에 열심히 가담했다가 졸업직전 체포돼 조사를 받기도 한 산업부문 수상자 김선영 대표이사나, 각고의 노력 끝에 물리학과 교수가 된 뒤 이공계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사회적 관습과 제도적 틀을 바로잡고 싶어 정계에 뛰어든 박영아 국회의원의 얘기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평범한 듯하면서도 꿈을 향한 의지가 남달랐던 이들의 얘기는 ‘2008년 닮고싶고 되고싶은 과학기술인’ 홈페이지(srm.kofac.or.kr)에서 볼 수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9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안형준 기자

🎓️ 진로 추천

  • 의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화학·화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