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곧 정복할 듯이 과장되게 표현된 기사들이 걸러지지 않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2백50여종이나 존재하고 있는 암은 1930년대에는 20%, 50년대에는 33%의 완치율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49%의 완치율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암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는 날로 늘어가는 실정이다.
역학조사가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암대책에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암을 보는 시각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는 점이다. 이는 암혼자는 물론이고, 의료진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런 자세는 암과 투병하는 데 있어서 절대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서구에서는 이제 암을 고치기 쉬운 망성병으로 여기고 있을 정도다. 당뇨병 류머티즘 간경변 협심증 동맥경화 고혈압 심근경색과 같이 고치기 어렵지도 않고 급성질환처럼 갑자기 악화되는 일도 없다는 데 근거하는 것이다.
"암의 치료법에는 수술요법 방사선요법 약물요법 면역요법 등이 있는데, 암의 발생장소, 암의 생물학적 특성 전이상태 등을 토대로 치료법을 선택, 인체에 적용하고 있다. 또 이 4방법을 모두 사용하는 다방면 병용요법도 널리 쓰이고 있다"고 원자력병원 이진오박사는 말한다.
아무튼 적절하게 치료하면 암은 완전한 치료가 가능하다. 예로 어린이에게 발병하는 급성임파선백혈병은 50%, 융모상피암은 폐로 퍼져 있어도 80%, 골암은 온몸에 퍼진 경우에도 30%, 임파선암은 60% 정도 완치가 되는 것이다.
둘째는 의료인들이 환자의 병이 암의 조기증세일지도 모른다는 기능성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암극복의 요체인 조기발견과 맞물려 있다. 암의 조기발견이란 가능한한 암세포 덩어리가 작을 때 발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위암 자궁암 대장암 유방암 섭호선암 두경부암 피부암 등은 조금만 신경쓰면 일찍 찾아낼 수 있다.
"소화장애나 속이 쓰릴 때, 혹 또는 멍울이 만져질 때, 계속되는 기침이나 목이 쉴 때, 대소변에 이상이 생겼을 때, 비정상출혈이나 분비물이 있을 때, 상처가 잘 아물지 않을 때, 원인없이 급작스런 체중감소가 있을 때는 일단 의심하고, 즉시 전문의를 찾아가야 한다"고 연세암센터 노준규교수는 충고한다.
셋째는 개업의들에게(특히 지방) 암에 관한 최신정보가 잘 전달되지 않는 점이다. 즉 전문지식의 유통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얘기다.
넷째는 정책의 결여이다. 전문가들은 보사부가 암문제를 소홀히 다룬다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암대책을 세우는 데 기본이 되는 역학(疫學)조사가 극히 빈약한 실정이다. 전국의 암환자가 얼마나 되고 어느 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암이연령 식생활 환경 등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것이다.
다섯째는 발암의 가장 큰 원인의 하나인 식품에 대한 경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발암물질은 자연계에도 존재한다. 예컨대 고사리 소철머위 등의 식물에도 들어 있으나, 이 식물들이 아직도 식탁에 올라오고 있다.
여섯째는 걸러지지 않은 정보의 홍수를 들 수 있다. 연일 특정 암을 곧 정복할 듯이 과장되게 표현된 기사들이 흥미본위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같이 근거가 희박한 보도들이 암환자의 약한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것이다. 그러면 암환자는 올바른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고 엉뚱한 비방에 끌려 돈을 탕진하고 생명마저 잃게 될 수 있다.
일곱째는 암에 대한 사회적 호응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선진외국의 경우 정부(50% 이상 부담)나 개인이 경제적으로 대암(対癌)사업을 적극 돕고 있으나, 우리의 사정은 여의치 못하다. 대한암협회가 주도해 소규모의 암퇴치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전국적인 호흥은 아직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