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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폭발(BigBang)과 「거품」이론

우주의 창조와 존재양식

우리가 볼 수조차 없는 '다른 우주'가 과연 있을까? '우리 우주'가 하나의 '거품'에 불과하다고 보는 인플레이션이론에 따르면 그 존재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다면 '상상의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우리 우주'와는 얼마나 다를까? 또한 우리 우주와 다른 우주가 만날 확률은? 다음은 이에 관한 최신의 학설들을 정리한 것이다.

"마치 시간의 강 위를 떠다니는 수많은 거품들처럼 '우주'라는 것은 수없이 많고도 이상한 것이다" 아서 클라크(Arthur. C.Clark)가 1949년, 공상과학소설 '어둠의 벽'에 썼던 글이다. 그런데 이 표현은 오늘날에 와서도 현대 우주관을 정확하게 묘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몇 해 동안,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던 기존의 우주진화론은 최근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하나의 불덩어리였던 우주가 오늘날의 우주가 되기까지를 대폭발(big bang)이론으로 그럴듯하게 설명했던 천체물리학자들은, 창조의 순간 그 자체를 이해하기 위해 입자물리학자들과 손을 잡았다. 그들은 '우주의 탄생'이 단 한번의 사건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발견해냈다. 즉 우리 우주는 시간의 강 위를 떠다니는 수많은 거품들중 단지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상세계에서 과학세계로

'우주'는 우리가 볼 수 있고 직접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전부이다. 따라서 '다른 우주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게 이상스럽게 생각될 수도 있다. 처음에는 그러한 생각이 추상적 논의나 공상과학소설에나 등장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다시 말해 물리학이나 천문학과 같은 과학의 세계와는 무관하게 생각되었던 것. 그러나 오늘날, 우리 우주에 관한 연구가 축적됨으로써 과학자들에 의해 실제로 '다른 우주'가 존재할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대폭발(Big Bang)이론은, 핵자(양성자나 중성자) 정도의 밀도를 가진 상태에서부터 팽창을 계속하여 현재의 우주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 모델은 우주가 현재에도 팽창하고 있다는 관측사실로부터 추론된 것이다.

이 팽창과정을 뒤집어 우주의 진화를 거슬러 추적해 보자. 그러면 전(全) 우주는 약 1백50억년전 무한대의 밀도를 가진 한 개의 특이점(singularity)으로 모아지게 된다.

60년대나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천문학자나 물리학자들은 '창조의 순간'에 대한 연구보다는, 대폭발 직후의 고밀도 상태에서 어떻게 우주가 진화해왔는가를 연구하는데 골몰하였다. 이들의 가장 극적인 성과는 대폭발이 일어난지 0.0001초 후에, 10⁴g/㎤의 고밀도, ${10}^{12}$K의 고온상태였던 특이점으로부터 생겨난 물질에 관한 규명이었다.

종래의 대폭발모델은 대폭발시 원시 수소의 25%가 헬륨으로 바뀌는 과정과, 우주의 3K 배경복사등, 많은 것은 설명해준다. 그러나 이 모델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바로 창조의 순간, 즉 초고온, 초고밀도의, 0.0001초의 '나이'를 가진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느냐하는 문제였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그 의문을 밝히려고 부단히 노력하였다. 그러던 중 몇몇 이론물리학자들은 우리 우주가 보다 큰 초(超)우주에 속해있는 단지 하나의 '거품'일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우주가 하나의 점(특이점)에서 생겨났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설명 가능하다.(여름밤 하늘의 고정촬영·노출 60초)


인플레이션이론의 태동

이런한 생각은 '인플레이션'의 개념과 연결되어 있다. 인플레이션이란 대폭발(Big Bang) 직후인, 우주의 나이 ${10}^{-36}$초경 우주의 팽창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진 현상을 의미한다. 약 ${10}^{-30}$초동안 일어난 인플레이션에 의해 우주는 그전의 크기보다 ${10}^{29}$배나 커졌다. 이 인플레이션 이론에 의해 현재 우주의 균질성과 균등성이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우주가 소립자정도의 크기였을 때 시작되었다. 인플레이션은 짧은 시간내 '양자요동(Quantum-fluctuation)'을 무한히 크게 함으로서 진공으로부터 우주를 탄생시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양자요동은 양자역학적인 '불확정성' 때문에 일어난다. 예컨대 인간이 필연적으로 겪게되는 죽음도, 양자역학에 의하면 단지 확률이 큰 사건일 뿐이다. 가장 대표적인 불확정성의 예는 운동량과 위치와의 관계이다. 전자와 같은 입자의 경우 우리는 전자의 운동량의 '불확정성'을 가정하고서야 비로소 정확히 그것이 어디있는지를 말할 수 있게 된다. 바꾸어 말하면, 전자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동시에 알 수는 없다는 말이다.

불확정성은 인간이 만든 기계장치의 미비함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하이젠베르크(Heisenberg)에 의해 밝혀졌듯이, 자연의 근본 법칙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전자의 위치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어떤 위치에 있을 확률뿐이다.

위치-운동량과 같이 불확정성 관계에 있는 짝을 공액변수(conjugate variable)라고 부른다. '에너지'와 '시간'역시 불확정성의 관계에 있는 공액변수이다.

에너지와 시간의 불확정성을 설명하기 위한 한가지 방법으로는, 우주공간에 임의의 국소공간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이 공간을 통과하는 광자(photon)를 무시한다면, 이 국소공간에는 에너지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양자역학에 따르면 에너지는 설령 0(zero)이라 할지라도 확정된 양이 될 수 없다. 즉 이 국소공간은 어떤 특정한 시간 't'보다 작은 기간동안 특정한 에너지 'E'를 갖게 된다. 이는 에너지와 시간의 불확정성 때문이다. (△E×△t≦h h는 플랑크상수).

양자역학은 에너지(E)와 시간(t)과의 관계를 정확히 기술한다. 즉 에너지가 크면 클수록 그것이 존재할 수 있는 시간 t는 작아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빈 공간(empty space)에서 적당한 시간 t동안 에너지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시간t가 지나면 이 에너지는 사라진다.
이와같은 추론들은 아무런 실용적 가치가 없는 탁상공론으로 들리지도 모른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일찌기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질량(m)과 에너지(E)의 등가원리를 E=mC²(C는 광속)이라는 식을 통해 밝힌바 있다.

즉 앞에서 논의했던 에너지를 질량을 가진 물질로 바꾸어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불확정성 원리는 물질이 적당한 시간 t 동안 적당히 작은 공간내에-시간t가 지나면 물질은 사라진다는 것을 가정하고-존재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만약 진공으로부터 전자와 양전자(전자와 질량은 같으나 +전하를 띤 입자. 전자와 반물질관계에 있다)가 갑자기 생겨나 아주 짧은 시간동안 공존하다가 충돌하여 다시 함께 소멸하였다 하더라도 물리법칙에 어긋난 것은 아니다. 이러한 관계에 있는 입자들(전자-양전자)을 가상의 짝(virtual pair)이라 부른다.

이들의 존재는 전기를 띤 입자들 사이에 전자기력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한 설명을 해 준다. 이 '가상의 짝'의 존재를 부정한다면 이론과 관측이 들어맞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가상의 짝'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입자가 에너지를 적게 가지면 적게 가질수록 그 입자는 좀 더 오래 존재할 수 있다. 1970년대 초 뉴욕 주립대학의 타이런(Ed Tyron)은 만약 제로(0)에너지 상태에 있다면, 원칙적으로 양자요동(Quantum flutuation)은 언제까지나 계속된다고 주장했다.

중력이 작용함으로써 중력장에는 에너지가 축적된다. 그런데 타이런은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원리(E=mC²)에 의해 물질이 양(+)의 에너지로 표현된다면, 이 물질에 의해 형성된 중력장에는 음(-)의 에너지가 축적된다고 보았다. 이어서 그는 물질들에 의한 우주의 총질량 에너지와 중력장에 축적된 총중력에너지(gravitational energy)는 같고, 그 부호가 반대라고 하였다.

따라서 우주의 순(net)에너지는, 제로(0)가 된다는 것.
그의 이론을 인정한다면 만물은 무(無)로부터 양자요동을 거쳐 탄생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블랙홀과 붕괴하는 은하의 상상도.우주는 이렇게 거품처럼 무수히 존재한다는것이 현대 우주과학의 통설이다.


도처에서 새로운 우주가 생겨야…

무(無)에서 물질이 생겨나는 대규모의 양자요동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일은 양성자(proton)보다 더 작은 공간체적 안에서만 국소적으로 가능할 뿐이다. 또 이같은 대규모의 양자요동은 엄청난 중력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물질과 중력장이 생겨나기가 무섭게 거대한 중력장과 자체밀도로 인해 붕괴해버리고 말 것이다. 가상의 입자쌍(virtual pair)이 생겼다가 순식간에 다시 사라지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론은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고 우주가 탄생할 수 있는 한 방법을 제시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10}^{-30}$초동안 인플레이션은 일어났고, 그것은 순식간에 자그마한 씨앗의 우주를 '꽉 찬 크기의 우주'로 부풀려 놓았다. 여기서 '꽉 찬 크기의 우주'란 단지 농구공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었으며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전 우주의 총에너지와 질량을 지니고 있었다. 이를테면 대폭발과 인플레이션을 거친 우주였으며 우리 우주의 원시적 모습이었다. 이 원시우주는 물리법칙에 따라 정상적인 팽창을 거쳐 오늘날의 우주가 되었다는 게 인플레이션이론의 요지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왜 하나의 우주만 생기고 다른 우주가 그 속에서 생겨날 수 없는가?' 하는 의문이었다. 즉 만약 '질량-에너지'의 거품들이 무(無)에서 생겨날 수 있는 것이라면, 또 인플레이션을 거쳐 성숙한 우주로 팽창하였다면, 이 광활한 우주공간의 임의의 성간(星間)에서 왜 똑같은 과정-양자요동으로부터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는-이 반복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도처에서 새로운 우주가 생겨나 우리주변에 존재한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이렇게 애매하게 대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다른 우주들이 진공의 빈 공간(empty space)에서 탄생한다하더라도 우리가 그것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제멋대로의 거품처럼 생겨난 우주 상상도


우주는 인공적으로 창조되다?

다른 우주의 존재가능성을 연구하는 사람들중의 한 사람인 구스(Alan Guth)는 우주가 자발적인 폭발에 의해 생겨났다기 보다는 인공적으로 창조되었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 만약 우주의 순(net)에너지가 0이라면, 우주의 창조를 위해서는 그다지 큰 질량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성숙한 우주로 성장하기 위한 인플레이션 과정을 거치려면 고밀도와 초고온(${10}^{24}$K)의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그 정도에 해당하는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수소폭탄의 형태가 그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그 에너지를 원자만한 크기로 압축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아무도 우주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이유이다. 만약 에너지를 원자만한 크기로 압축시킬 수 있다 하더라도 우주를 탄생시키는데는 또다른 문제가 등장한다. 바로 일반상대성이 예언한 블랙홀이다. 블랙홀은 그 자체로는 무척 흥미있는 대상이지만 새로운 우주는 결코 아니다.

구스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압축된 공간 내부에서 생겨나는 일들은 거기에 얼마만큼의 압력이 작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짐을 밝혔다.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 압축된 공간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못하고 블랙홀이 되고 만다.

그러나 여러 조건들을 만족시키면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한가지 방법이 있다. 압축된 공간은 우주속으로 커다랗게 부풀어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시공(時空)에 대해 직각방향으로 팽창, 그 자체로 우주를 형성한다. 이를테면 3차원 공간에 대한 직각방향, 즉 4차원적인 팽창(시간축으로의 팽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을 하게된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현상에 있어서도 이와 똑같은 방법으로 팽창이 일어난다.
천문학자들은 우주를 종종 공기를 넣으면 팽창하는 고무풍선의 표면에 비유하곤 한다. 3차원 공간에서 고무풍선의 표면은 2차원의 면(surface)이다. 우리가 익숙한 차원을 모두 2차원 면에 투영시킨다고 하면 우주를 2차원에 투영시킨 셈이다.

이제 우주의 팽창을 풍선의 팽창에 비유해보자.

고무풍선 표면의 각각의 국소면적은 면에 수직인 방향 즉 제3의 방향으로 팽창한다. 풍선이 팽창하는 것처럼 우주의 팽창도 우리가 익숙한 모든 차원에 대해 수직인 방향으로, 즉 4차원적 팽창을 하는 것이다.

우리 우주에서 인위적이건, 자연발생적이건 간에 핵융합과 같은 폭발을 거쳐 또 다른 우주가 탄생되었다면, 그 우주는 '우리 우주'라는 고무풍선의 표면에 생긴 거품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거품들은 우리 우주안에서 팽창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우주의 시공에 대한 직각방향으로 팽창해가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 우주를 보면 마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블랙홀이 우리 우주 안에서 생겨났다면 우리 우주에서도 적어도 무언가 약간의 변화가 일어났음직 하다.

물론 그 변화가 무엇인지는 알 도리가 없다.

다른 우주는 다른 속성을 지녀

양자우주론은 무(無)로부터 단지 하나가 아니라 수많은 우주가 창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우주들은 어떤 복잡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만약 어떤 오래된 우주의 진공으로부터 새 우주가 태어났다면 새롭게 탄생한 우주와 오래된 우주는 어떤 방식으로건 연결되어 보다 복잡한 다차원(multidimension)의 거품을 만들어낸다.

우리 우주는 다른 어떤 거품(우주)으로부터 생겨난, 시간과 공간으로 구성된 영역일 수도 있다. 이렇게 생겨난 거품(우주)들간에는 서로 교류(작용 혹은 교신)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다른 우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을 뿐더러 그것이 어디쯤에서 우리 우주와 연결되어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다. 또한 다른 우주는 우리 우주와는 매우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천체물리학자 고트(Richard Gott)와 같이, 제각기 다른 우주들간에 교류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여기에는 엄청난 파괴의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

고트는 인플레이션의 아이디어를 극단까지 몰고나갔다. 극히 짧은 순간의 인플레이션을 생각하는 대신 그는 영원한 인플레이션의 '바다'에 파묻혀 있는 우주의 모델을 제안하였다. 보다 넓은 '초공간(super space)'은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때와 같은 맹렬한 속도로 팽창을 영원히 계속한다.

이런 개념에 관한 핵심적인 생각은 이미 61년전에 이뤄졌다. 1917년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빌헬름 드 지터(Wilhelm de Sitter)가 새로운 개념을 창안한 것이다. 그는 일반상대론에서 우주의 팽창을 설명해주는 '아인슈타인 방정식'에 관한 해(solution)를 발견했다.

하지만 우리눈에 보이는 우주는 이렇게 맹렬한 속도로 팽창하고 있지는 않다. 실제관측과는 어긋났기 때문에 단지 '지터(Sitter)공간'이라고만 알려졌던 이 우주 모델은 고트가 다시 들고 나오기까지 60여년동안 대다수의 학자들의 관심 밖이었다.

고트는 '지터공간'을 끓는 물이 담긴 주전자에 비유하였다.

'지터공간'은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상태처럼 고밀도, 초고온의 상태이다. 마치 끓는 물 위로 솟아오르는 기포처럼 지터공간의 주변에는 낮은 밀도의 거품들이 있다.

이 거품들을 그 내부에서 본다면, 현재 우리 우주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우주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인플레이션을 거친 후와 같은 느린 팽창과, 고밀도에서 저밀도로의 상태변화를 관찰 할 수 있게 된다.

지터공간이 맹렬한 속도로 팽창해나갈 때마다 언제나 새로운 거품들이 생겨날 여지가 있다. 새로운 거품들은 어느 곳에나 무작정 나타날 수 있다. 즉 비록 그 가능성은 작지만 새로운 거품은 바로 우리 우주의 옆에 생겨나서 우리를 향해 팽창해올 수도 있다.

우주와 우주가 충돌하면

새로운 우주가 탄생한 후 얼마나 빨리 우리 우주를 향해 팽창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크고 태어난지 오래된 우주가 다가온다면 그건 별문제가 안된다. 오래된 우주는 우리 우주와 별구분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고 뜨거우며 현재 맹렬하게 팽창을 하고 있는 갖태어난 우주가 우리 우주를 향해 온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 우주와 우리 우주가 충돌할 경우 마치 열려 있는 우주의 홀(hole)과 같은 것이 우주에 생겨나고 여기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다. '대폭발'(Big Bang)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입자와 복사파가 점차 커지는 홀을 통해 우리 우주로 쏟아져 들어온다. 두 거품이 충돌하는 면은 처음엔 한 점이었다가 점점 그 직경이 커지는 구(球)가 될 것이다. 이들이 쏟아붓는 엄청난 에너지에 의해, 이 에너지의 통로에 있는 모든 별들(물질)은 증기로 변하고 말 것이다.

물론 이러한 각본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고트와 그의 프린스턴 대학의 동료인 슈타틀러(Thomas Statler)는 '지터공간'의 거품들 사이에 지금 얘기한 바와 같이 다른 거품의 출현이 있게되는 것은 ${10}^{500}$년에 한번 꼴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형이상학자와 공상소설의 팬들에게 이 사실은 여전히 흥미있는 일일 것이다.

고트와 슈타틀러는 거품들이 상호간에 매우 다른 성질을 가질 수 있다고 기술한다. 사실은 구스의 우주모델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중력상수의 차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의 마지막 단계에 가서는 자연의 네 힘(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사이의 대칭성이 깨어진다. 그러나 모든 거품들에 있어 대칭성이 똑같은 방법으로 깨어진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른 우주에서의 중력은 우리 우주의 중력과 다른 강도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다른 우주에서는 우리 우주의 기본적인 4힘 대신, 3가지 혹은 5가지 혹은 그 이상의 기본적인 힘이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몇가지 현상들은 모든 거품들에서 반드시 공통적으로 성립되어야 한다. 진공에서 요동을 일으키는 양자역학적인 법칙(양자요동), 자연계의 불확정성같은 것은 우리 우주뿐아니라 모든 우주에 한결같이 적용되는 '보편적'인 법칙이다.

중력은 반드시 물체를 서로 끌어당기는 힘으로 작용하여야 한다. 또 시간이 흐르는 한 무(無)질서도(entrophy)는 모든 우주에서 다 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중력상수 G는 우주마다 다른 값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왜 우리우주가 G(6.672×${10}^{-11}$N·㎡/${kg}^{2}$)의 값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물리학자들은 중력상수 G의 값이, 알려지지 않은 가장 기본적인 어떤 법칙으로부터 결정되는 진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 증거는 없다. 그것은 무(無)로무터 우주가 생기는 순간, 우리가 공중에서 지구로 떨어질 때 얼마만한 충격을 받을 것인지를 결정하도록 우연히 생겨난 한 숫자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G=6.672×${10}^{-11}$N·㎡/${kg}^{2}$은 우리우주에만 성립되는 값일 것이다. 우리는 얼마든지 다른 중력상수를 가진 우주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중력상수가 G보다 작은 우주가 있다면 생명체가 탄생하기에는 적합치 않을 것이다.

우주가 팽창할 때에도 성간(星間)먼지와 가스구름들을 뭉치게할만큼 중력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 우주가 존재할 수 있었다.

중력상수가 G보다 작은 우주는 차가운 가스와 우주가 팽창할수록 더욱더 엷어져가는 구름뿐, 거기에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중력상수가 G보다 조금 더 크다면, 중력에 의한 온갖 물질들이 한곳에 모아질 것이다. 따라서 별은 자그마하고 뜨거운 축구공모양이 될 것이며, 자체 중력에 의해 찌그러지지 않으려고 핵융합을 통해 엄청난 양의 핵연료를 소모하게 될 것이다. 설령 이같은 행성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 크기는 매우 작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대부분의 항성들의 수명은 극히 짧아서 수주이상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에서 생물체가 탄생, 지능이 있는 동물로 진화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인류기원의 원리는 우주탄생에서

이제 우리는 '인류기원의 원리'라고도 불리우는 문제, 즉 우리 우주가 어떻게 해서 생명탄생에 가장 적절하도록 만들어졌는가에 골몰하고 있는 한 천문학자와 아서 클라크의 공상과학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만약 무한히 많은 우주가 존재한다면, 모든 가능성이 다 있을 수 있다. 중력이 너무 약하여 생명이 탄생할 수 없는 수많은 우주가 존재할 뿐아니라 생명이 출현하기에는 무언가가 잘못된 우주들이 수없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존재하게된 것은 결코 수수께끼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우주와 유사한 조건을 갖춘 거품들 또한 무수히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론 해설

오늘날 우주론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우리우주의 표준 모델은 광역적인 '균질성(homogeneous)'과 '등방성(isotropic)'의 특성을 가진 '프르드만' 우주모델이다 (균질성과 등방성은 국소적으로는 성립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지구나 은하계를 볼 때 위에서 본 모습과 옆에서 본 모습은 분명히 다를 수 있다).

우주가 엄청나게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성질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모든 방향으로부터 한결같이 3K 배경복사(Background Radiation)의 우주선이 관측되는 놀라운 등방성은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는가'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또 한가지 의문이 있다. 어떤 광자가 우리편 탐지기에 잡혔는데 이는 우주의 지평선 거리(작용이나 정보전달의 최대거리)보다 훨씬 더 떨어진 지역에서 날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바꿔 말하면 그 광자는 대폭발로 우주가 생겨난 직후부터 빛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보다 훨씬 더 먼 거리를 날아왔다는 것이다. 이같은 일이 어째서 가능할까?

1981년 구스가 제창한 '인플레이션'이론은 대폭발이론(프리드만 우주모델)이 설명할 수 없었던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했다. 인플레이션이론에 따르면, 유일한 힘이었던 초강력(Super force)이 오늘날 자연계의 기본적인 4힘, 즉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으로 쪼개지면서 인플레이션의 동력을 제공하였다.

이 과정은 창조의 특이점이 형성된 직후 ${10}^{-34}$초동안 우주가 급속도로 팽창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이 결과로 우주는 ${10}^{-34}$초가 경과할 때마다 두배의 크기로 불어났다는 것. 예사롭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이는 ${10}^{-33초}$초 후에는 우주가 처음 크기의 ${2}^{10}$배가 됨을 의미한다. 또 ${10}^{-32}$초 후에는 처음의 ${2}^{100}$배 크기가 된다. 눈 한번 깜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짧은 시간동안 양성자의 ${10}^{-36}$정도의 크기를 가진 우주가 직경 10㎝의 파일크기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인플레이션은 우주초기, 즉 우주가 극히 작은 세계였을 때 일어나서, 우주를 오늘날과 같은 차원을 갖춘 형태로 만들어 놓았다. 즉 당시 우주는 아주 작고 균일한 상태여서 어떠한 불규칙성도 여기에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바로 이 때 인플레이션을 거쳐 오늘 날의 우주가 되었다. 따라서 현재의 우주는 균일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또 인플레이션이 일어날때 공간의 팽창속도는 아인슈타인의 속도의 극한에 의해 제한을 받지않는다(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공간을 통해 움직이는 어떤 물체도 빛의 속도를 능가할 수 없다). 말하자면 인플레이션에 의한 팽창은 빛의 속도를 능가한다. 우주의 팽창이란 공간 그 자체가 뻗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 물질(혹은 에너지)과 마찬가지로 공간이란 우주의 탄생과 더불어 생겨난 것이고 그것이 생겨난 이후 지금까지 쉼없이 팽창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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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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