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적에너지를 전기적에너지로, 전기적에너지를 기계적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마법의 돌'
인류가 최초로 전기적 현상을 발견하게 된 동기는 마찰에 의한 인력을 관찰하면서 부터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러한 마찰에 의해 생기는 신비한 인력의 원인을 일렉트론(elektron)에 의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후 인류의 전기에 대한 이해와 응용은 점점 깊어져 현대에 와서는 전기 없이는 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그 용도가 넓어졌다.
이제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전기를 활용하여 살아가고 있으며 이러한 것중의 하나가 압전 세라믹스다.
엔진과 비유되기도
압전 세라믹스란 무엇일까? 우리 생활에 많이 쓰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마 많은 사람들이 생소하게 여길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에너지 전환매체이다. '과학동아' 독자 여러분들은 우리 주변에 운동에너지 위치에너지 열에너지 전기에너지 등 여러 종류의 에너지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에너지를 변환시켜야만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움직일 때 가솔린을 연소시키면 열과 빛이 나오지만 이러한 열이나 빛에너지를 가지고 자동차를 움직일 수는 없다. 자동차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열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변환시켜야 하며 이와같은 역할을 자동차의 '엔진'이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자동차의 엔진은 인간이 고안해 낸 에너지 전환매체이다.
이 엔진과 같이 압전 세라믹스는 이름 그대로 기계적에너지를 전기적에너지로 혹은 전기적 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바꾸어주는 재료다. 단 자동차의 엔진은 인간이 고안해 낸 에너지 전환장치이지만 압전체는 자연에 존재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장치라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것이다.
그럼 이런 압전 세라믹스는 우리의 생활 중 어디에 쓰이고 있을까? 독자 여러분은 모두 가스렌지를 켜 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요즘은 레저문화가 발달하면서 야외용 가스렌지도 아주 많이 보급되고 있어 접촉할 기회가 많았을 것이다.
그때 불을 켜려면 스위치를 돌려 '딱'소리가 날 때까지 돌려야 비로소 가스에 불이 붙게 된다. 아마도 일부 독자들은 무심코 사용하였을 것이고 또 일부는 "어떻게 불이 켜지는가?" 하고 궁금증을 가졌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기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성냥이나 라이터를 사용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사실은 바로 그곳에 압전체가 사용되고 있다.
원리는 스위치를 돌려 '딱'소리가 날 때 압전체에 충격을 가하는 것이고, 이 충격으로 전기가 발생되며 이를 방전시켜 가스에 불을 붙이는 것이다. 즉 스위치를 돌리는데 사용된 에너지가 압전체에 의해 전기적 에너지로 바뀐 것이다. 마치 현대판 부싯돌이라고나 할까?
마치 생명이 있는 것처럼
이와 같이 신기한 돌은 언제 어떻게 발견되었을까? 그 발견 동기는 다음과 같다. 1703년 경 독일 상인들은 사이런(Ceylon)섬으로부터 전기적이라는 신기한 돌을 유럽에 소개했다. 이 돌들은(평상시에는 보통 돌과 다름이 없으나) 뜨거운 재나 불속에 넣으면 마치 자석과 같이 서로 당기거나 밀치는 것이었다.
사실 이러한 돌은 이미 인도에서도 고대로부터 알려져 왔었으나 단지 마법의 돌로 여겨졌던 것이다. 유럽인들은 곧 이 돌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으며 약 50년후인 1750년에 에피너스(Aepinus)에 의해 이것이 전기에 의한 현상임이 발견되었다.
이 전기석을 가열하면 열팽창이 일어나며 이로 인해 표면에 음극과 양극의 전기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같은 극 사이에서는 밀치고 다른 극 사이에서는 서로 당겨 불 속에 들어가면 마치 생명이 있는 것 처럼 움직이는 것이었다. 요즘은 이러한 현상을 초전성(pyroelectricity)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로부터 과학자들은 만일 재료에 열대신 압력을 가하여 변형시킬 경우 역시 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추측하게 되었다. 이러한 추측은 마침내 1880년 큐리(Curie)형제에 의해 증명되었다. 그들은 일부 재료에 압력을 가하면서 관찰 해 본 결과, 재료의 한면에 양전기가 발생하면 맞은 편에는 음전기가 발생되며 그 크기는 가한 압력에 비례하고 압력을 제거하면 전기가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하게 되었다. 이것이 인류가 처음으로 압전체라는 신비의 재료를 발견하게 된 순간이었다.
즉 압전체의 발견은 우연히 된 것이 아니라 사이런섬에서 가져온 신비의 돌을 연구하여 얻은 '선물'이라고 하겠다.
실제로 압전체가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커다란 전환점을 이룬 것은 세라믹스 압전체가 개발된 후였다. 세라믹스란 단결정의 집합체를 말하는 것으로 제조가 용이하고 값이 저렴하다. 따라서 최근에 사용되는 압전체의 대부분이 세라믹스 압전체이다.
압전 세라믹스의 역사는 BaTiO₃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된다. 2차대전시 높은 유전율을 갖는 티탄산 자기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던 중 미국과 일본에서 거의 동시에 BaO와 TiO₂를 1:1 몰비로 혼합한 재료가 높은 유전율을 갖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어 1947년 로버츠(Roberts)가 BaTiO₃세라믹스에 높은 직류전압을 가하면 압전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발견, 세라믹스 압전 재료로서의 길을 열게 되었다. 그후 PbZrO₃와 PbTiO₃고용체가 더욱 우수한 특성을 갖는 세라믹스 압전체임이 밝혀졌다. 영국NBS의 제페(Jaffe) 등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그로부터 PZT라는 약자로 널리 알려진 압전 세라믹스의 대표적 재료가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영어로 압전성이 Piezoelectricity인데, PZT는 마치 이 단어의 약자처럼 보인다. 아마 PZT라는 재료는 압전성과 필연의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잠수함의 위치를 알아내
압전체의 이용도를 살펴보면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가스렌지에서 설명했듯이 기계적 에너지를 전기적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이와 같은 원리를 가장 먼저 사용한 실용품은 무엇일까? 그것은 여러분이 전축을 들을 때 사용하는 픽업(Pick-Up)소자였다. 픽업이란 전축의 바늘이 디스크의 골을 따라 가며 진동을 일으킬 때 이를 전기적 신호로 바꾸는 것으로 이때 압전체가 이용됐다. (그림 1)의 화살표는 압전체의 분극방향이며 이들의 연결방법에 따라 직렬 또는 병렬로 사용되고 있다.
그후 압전효과의 증가로 고전압을 이용하여 불을 붙이는 착화소자로 응용되기 시작하였다. 이는 1965년 경부터 급속히 실용화되어 현재는 가스곤로 자동점화식 가스기구 및 라이터의 착화에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압전성은 측정기기에도 응용이 되고 있다. 원리는 다음과 같다. 압전소자에 질량m의 부가물을 부착하면 힘 F=ma가 작용한다. 따라서 이 힘에 의해 발생하는 전압을 측정함으로써 가속도 a를 산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속도계는 최근 자동차 엔진의 녹킹을 검출하는 데에도 응용되고 있다.
두번째로 전기적 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바꾸는 응용에 대해 살펴보자. 여러분은 바닷 속을 유유히 다니며 군함을 괴롭히는 잠수함을 영화를 통하여 많이 봐 왔을 것이다. 아마 처음에 잠수함이 나왔을 때는 군함들이 쩔쩔 맸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군함도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잠수함을 찾아낼 수 있다.
바로 이 잠수함을 찾아내기 위해서 압전체가 쓰인다. 이때 쓰이는 압전체를 소나(SONAR)라고 부르며 이는 Sound Navigation and Ranging 약자다.
(그림 2)는 소나의 진동자를 나타내준다. 원리는 압전체에 고주파의 교류 전기를 가하여 진동을 유발시켜 초음파를 발생시킨다. 이 초음파가 수중에 발사되어 표적을 만나면 마치 산울림과 같이 되돌아 오게 된다. 바로 이 반향을 분석하여 잠수함의 위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중의 음속은 1.5×10³m/초이므로 초음파를 표적을 향하여 발사한지 2초 후에 수신하였다면 표적과의 거리는 1천5백m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소나는 군사목적 외에도 바다의 깊이나 어군을 탐지하는데 쓰인다. 이 수중 소나중 스캐닝 소나(Scanning Sonar)가 최근 많이 실용화되고 있는데 이는 전방향으로 초음파를 발사, 3백60˚범위의 표적의 방향 거리 이동상황 등을 탐지하는 것이다.
이때 큰 표적은 형태가 그대로 나타나지만 고기와 같이 적은 표적은 전체 집단이 점의 집단으로 나타난다. 지상의 자원이 점점 고갈돼 가고 있는 이때 해양산업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여겨지며 이러한 해양산업이 발달할수록, 소나는 바다의 길잡이로써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생활속에 이미 침투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습기는 압전체에 의한 초음파 발생을 이용하는 생활용품이다. 이는 초음파가 수중에서 2MHz정도의 주파수일 때 물을 안개처럼 만드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외에도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자시계의 알람(alam), TV의 리모트컨트롤, 부저(Buzzer), 자동차가 후진할 때 내는 합성음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처럼 압전 세라믹스는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의학 진단용으로도 이 압전체를 이용한 초음파 발생기가 사용되고 있다. 몸의 각 부분의 밀도 등이 다르므로 그 경계면에서 반향이 생기며 이를 이용하여 진단을 하는 것이다. 또 아주 작은 소자를 혈관에 투입시켜 심장의 박동에 따른 혈압을 측정하기도 한다.
또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압전체를 이용, 냉각수가 끓었는지 여부를 알아낸다. 물이 끓을때 나는 소리를 감지하여 냉각수를 관리하는 것이다.
전기→기계→전기 에너지로
또 이 압전체는 전기적 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이를 다시 전기적 에너지로 바꾸는데 쓰이고 있다. 예컨대 TV의 고전압 발생장치로 사용된다.
어떻게 압전체가 고전압 발생장치에 이용될 수 있을까? 압전 트랜스의 기본 구조는 (그림 3)과 같이 여러가지가 제안되고 있으나, 장방형인 (a)가 가장 실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에서와 같이 판상소자의 한쪽은 두께 방향으로 다른 쪽은 길이 방향으로 분극 처리하여 두개의 압전체를 붙여 놓는다. 이때 두께 방향으로 분극 처리된 곳을 구동부, 반대측을 발전부라 하는데 이는 권선트랜스의 일차, 이차에 상당한다.
길이 방향의 치수, 2ℓ로 정해지는 고유 공진 주파수의 입력전압을 구동부에 인가하면 압전효과에 의해 길이 방향으로 강한 기계적진동이 일어난다. 이에 의해 발전부에서는 전하가 발생하고, V₂를 얻을 수 있다. 이와같은 원리로 압전체가 고전압을 얻는데 사용된다.
압전 트랜스는 종래의 권선 트랜스에 비해 승압비가 크고 구조가 간단하고 작고 가볍다는 잇점이 있다. 그러나 전압 조정등이 어려워 컬러TV에의 응용을 위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또 다른 응용예로 주파수 필터에도 압전체가 쓰이고 있다. 필터(filter)란 담배 필터가 몸에 해로운 니코틴과 타르를 걸러내듯 걸러내는 작용을 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주파수 필터란 우리가 사용하길 원하는 주파수만을 통과시키고 나머지는 차단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라디오나 TV에 사용된다.
쌍극자형성이 열쇠
그러면 세라믹스 압전체의 압전특성이 나타나는 원리는 무엇일까? 그 원리를 알아보자. 압전특성을 나타내는 세라믹스 재료는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표적으로 BaTiO₃와 PZT계 재료이다.
이 재료의 결정구조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s)구조라 명명하며 이는 (그림 4)와 같다. 그림에 나타난 바와 같이 양이온과 음이온의 중심이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 결정내에 양극이 우세한 부분과 음극이 우세한 부분으로 나뉘어지는 쌍극자(dipole)를 형성하게 된다. 바로 이 쌍극자가 전기적 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혹은 기계적 이미지를 전기적 에너지로 바꾸는 요술을 부리는 것이다.
원리는 외부에서 변형을 가하게 되면 쌍극자가 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전기가 발생하게 된다. 반대로 전기를 가하면 쌍극자의 배열이나 양극간의 거리가 변하여 재료에 변형이 발생, 기계적 에너지를 유발시킨다.
하지만 세라믹스를 압전체로 쓸 경우 문제가 생긴다. 이 쌍극자들이 방향성(方向性)이 없이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압전특성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그 이유는 쌍극자에 배열성이 없을 경우 각 쌍극자가 발생시키는 효과가 이웃 쌍극자와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상쇄되어 전체적으로 볼 때는 마치 쌍극자가 없는 것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공정이 1946년 그레이(R. B. Gray)에 의해 이루어진 분극(poling)이라는 것이다. 이는 (그림 5)에 나타나 있다. 방향성이 없이 배열되어 있는 쌍극자들을 분극방향으로 방향성을 갖게 하여 압전성을 부여한 매우 중요한 발견이었다. 즉 압전성을 나타내는 주요 원인은 결정구조에 의한 양극과 음극의 중심 불일치로 인한 쌍극자 형성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