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바람의 과학 그 천태만상의 해부

바람은 에너지가 많은 지역의 공기가 부족한 지역으로 이동할 때 발생한다. 지구상의 수많은 종류의 바람은 어떻게 발생하고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주나.

바람은 인류 역사이래 항상 존재해 왔으며 인간에게 여러 면에서 영향을 주어 왔다. 유익함을 줄 때도 있었고 어느 때에는 신이 주는 벌로써 받아들여야만 할 때도 있었다. 바람은 볼 수도, 어디에서 불어 어디로 가는 지도 알 수가 없는 존재였다. 많은 동화와 신화 속에 그리고 시인들의 시 속에서 바람은 중요한 소재로 등장했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재에는 바람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항공 항해 발전 오염 등 여러 분야에서 이용된다. 그러나 인간은 아직도 바람의 에너지를 완전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어마어마한 파괴력 앞에 무기력함을 절감하고 있다. 인류 역사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이따금 큰 재앙이 되기도 하는 바람은 어떻게 생성되고 어떤 종류들이 있을까.

바람은 지면에 대한 공기의 상대적인 운동을 말한다. 지면과 평행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수평바람과 지면과 수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수직바람이 합성되어 우리가 관측하는 실제 바람이 된다. 수평바람의 크기는 보통 지상 10m에서 10m/s이며, 수직바람은 0.1cm/s로 수평바람에 비해 훨씬 작으므로 일반적으로 무시된다. 그러나 태풍과 토네이도(tornado, 회오리바람)의 중심에서는 수직바람의 크기가 매우 크다.

지구는 구(球)이기 때문에 위도에 따라 태양에너지를 받는 양이 다르다. 적도에서는 많은 양의 에너지를 받지만 극 지방에서는 적은 양을 받는다. 또한 지구는 산 바다 숲 사막 등으로 이루어져 균질하지 않으므로 지역에 따라 에너지의 보존율이 다르다. 그리하여 어떤 지역에는 에너지가 과잉 상태인 반면 어떤 곳에서는 부족한 상태가 된다.

바람을 형성하는 힘

자연은 에너지를 균등분배하려는 성질이 있어 과잉의 에너지를 부족한 지역으로 수송한다. 과잉의 에너지 지역의 공기가 부족한 지역으로 이동할 때 바람이 발생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공기의 이동은 다음의 힘들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다. 즉 두 지점간의 기압차인 기압경도력에 의하여 바람의 크기와 방향이 결정된다. 고기압 쪽에서 저기압 쪽으로 바람이 불며 기압경도력이 클수록 바람이 세게 분다. 높이 올라갈수록 기압이 급격하게 감소하여 수직 기압경도는 커지지만 반대방향으로 지구의 중력이 작용하여 수직바람의 크기는 작다. 또한 지구 자전 때문에 북반구에서는 운동방향을 오른쪽으로(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편향시키는 전향력(coriolis force)으로 인하여 바람의 방향이 북반구에서는 오른쪽으로(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편향된다. 그리고 원운동을 하는 공기를 회전중심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는 원심력도 받는다. 지상에서 부는 바람은 지면과의 마찰력이 작용한다.


(그림1) 저기압(a)과 고기압(b)


위의 5가지 힘 중에서 둘 또는 세 힘만의 균형에 의하여 바람이 결정되기도 하는데 우선 마찰이 없는 상층의 바람에 대하여 알아보자. 기압이 같은 지점을 연결한 선을 등압선이라 하며, 등압선이 평행한 경우에는 기압경도력과 전향력만의 균형에 의해 지균풍(geostrophic wind)이 분다. 지균풍은 고기압을 오른쪽에 두고 등압선에 평행하게 분다. 지역간에 기압차가 없는 경우에는 전향력과 원심력에 의한 관성풍(inertial wind)이 분다. 수평적 규모가 작을 때에는 전향력이 작아 기압경도력과 원심력의 균형에 의하여 원운동을 한다. 이와 같은 바람을 선형풍(cyclostrophic wind)이라 하며 세면대에서 물이 들어갈 때와 같은 흐름이다. 수평적 크기가 큰 바람은 전향력 기압경도력 원심력의 세 힘의 균형에 의한 원운동을 하며, 이를 경도풍(gradient wind)이라 한다. 마찰이 있는 지면에서는 마찰력이 풍속을 약하게 하고 풍향을 변화시킨다. 그리하여 등압선에 어느정도의 각을 가지고 고기압에서 저기압 쪽으로 분다. 이러한 바람을 지상풍이라 한다.

찻잔속의 마찰

지면 마찰에 의한 흐름은 찻잔을 휘저어 알아 볼 수 있다. 차를 저어 회전운동을 일으키면 원심력이 작용하여 물이 잔의 가장자리 쪽으로 쏠려 중심이 움푹 패인 형태가 된다. 그리하여 수면 경사에 의한 수압경도력과 회전운동에 의한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어 흐름이 정상이 된다.


(그림2) 잔 속의 차를 수저로 휘저었을 때에 생기는 흐름^어두운 부분이 에크만경계층. 잔의 중심선을 도는 수평운동의 1차순환과 잔의 중심선을 지나는 연직단면내의 2차 순환이 있다.


이때의 흐름의 모양은 (그림2)와 같다. 이 흐름을 두가지로 분리하여 생각하자. 첫째로 잔의 중심에 대하여 수평으로 회전하는 흐름은 대부분의 깊이에서는 일정하다. 그런데 잔의 밑바닥에서는 급격히 약해진다. 이는 물의 점성에 의해 잔바닥과 마찰이 작용하여 잔 바닥에서는 유속이 0이 되기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유속이 물의 표면에서부터 조금씩 줄어들지 않고 바닥 아주 가까이에서 급격히 약해진다. 이와같이 마찰력이 작용하고 있는 층을 경계층이라 하며 특히 회전유체 속에서 발달된 경계층을 에크만경계층(ekman boundary layer)이라 한다. 두번째로 잔의 중심을 통과하는 연직 단면내의 흐름을 생각하자. 에크만경계층 내에서는 마찰에 의해 유속이 줄어들므로 원심력이 작아진다. 그러나 수압경도력은 위층과 같은 크기이다. 그리하여 유체는 중심으로 향하여 차 찌꺼기가 중심으로 모여듬을 볼 수 있다. 모여든 물은 상승할 수밖에 없으며, 상승한 물은 잔 가장자리 쪽으로 이동하여 잔의 측벽을 따라 하강하여 다시 경계층 내로 들어오는 연직 순환을 한다. 이러한 연직 순환은 에크만경계층에서의 마찰에 의해서 일어나며, 수평 순환을 1차순환(primary circulation)이라 하고 연직 순환을 2차순환(secondary circulation)이라 한다. 2차순환은 차의 소용돌이를 급격하게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찻잔의 실험은 태풍에서의 순환과 일치한다. 육지에 상륙한 태풍은 수증기의 공급이 줄어드는 면도 있지만 지면과의 마찰이 증가하여 2차순환이 커지면서 급속하게 쇠퇴한다.
 

(그림3) 해들리가 1735년에 생각한 지구를 둘러싼 대기의 흐름


지구상의 바람

지구 전체가 우주로부터 받는 에너지 양과 우주 밖으로 내보내는 양은 같다. 따라서 지구 전체의 에너지 보유량은 항상 일정하다. 그러나 위도별 에너지 보유량은 다르다. 지구 복사에 의하여 나가는 열량은 온도의 4제곱에 비례하는데(스테판―볼쯔만 법칙) 위도별 온도의 값이 지구 평균 온도와 별로 차이가 없어 위도에 따라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태양으로부터 받는 열량은 위도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적도 지방은 극지방에 비하여 많은 양을 받는다. 그리하여 약 40도 이하의 저위도 지역은 나가는 양보다 들어오는 양이 많아 에너지가 계속 증가하나, 40도 이상의 고위도 지역은 반대로 에너지가 감소하여야 한다. 그러나 실제 지구는 일정한 양을 유지한다. 이는 저위도의 여분의 에너지가 고위도로 수송되어 모자라는 양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이 수송의 과정을 생각해보자.

열의 수송은 바다의 해류와 대기의 바람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 여기에서는 바람에 대해 알아보자. 적도의 뜨거운 공기는 팽창하여 공기의 부피가 커진다. 반면에 극 지역의 차가운 공기는 수축한다. 그리하여 상층에서는 적도지역이 하층에서는 극지역의 기압이 높아, 상층에서는 적도에서 극으로 하층에서는 극에서 적도로 공기가 이동한다. 즉 대류권 전체에 적도와 양 극간을 순환하는 대류가 발생하여 열을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수송한다. 이와같은 하나만의 순환계 이론은 18세기에 해들리(George Hadley, 1685―1768)가 정립하였다. 당시에는 전향력이 알려지지 않았고 저위도에서의 북동풍(무역풍이라고도함)은 알려졌었다. 해들리는 지구 자전과 운동량의 보존 그리고 마찰을 이용하여 대기의 흐름을 적절히 설명하였다. 이 이론에 의하면 지구 어디에서나 편동풍이 불게된다. 그러면 지구와 공기의 마찰에 의하여 세월이 지나면서 자전속도가 느려져야 한다. 그러나 실제 지구는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고위도 어디엔가 서풍이 있어야만 한다.


(그림4) 지구상의 대기순환


실제의 지구 순환은 어떠한가? 관측에 의하면 하나의 순환계가 아닌 세개의 순환계로 이루어 졌으며, 이론에도 부합된다. (그림4)에서 보듯이 적도와 30도 사이의 순환과 30도에서 60도 사이의 순환, 그리고 60도와 극사이의 순환이 기어가 물려 돌아가듯이 순환하고 있다. 각각의 순환을 해들리순환(hadley circulation), 패럴순환(ferrel circulation), 극순환(polar circulation)이라 한다. 북반구와 남반구는 적도에 대하여 대칭의 순환을 하고 있다. 적도지역에서 부는 편동풍은 근세이후 항해의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에 무역풍이라 불리워졌다. 북반구에서는 북동풍이 남반구에서는 남동풍이 불어 적도 부근에서 수렴된다. 그리하여 이 지역은 수평바람이 약하고 수직바람이 강하여 적란운(積乱雲)이 발생하고 강수량이 많다. 이 지역을 적도무풍대(doldrum), 또는 열대수렴대(Intertropical Convergence Zone, ITCZ)라 한다. 열대수렴대에서 갈라진 공기는 극쪽에서 내려온 공기와 30도 부근에서 만나 하강한다. 이 지역을 아열대 고압대(subtropical high pressure belt)라 부르며 고기압 지역이기에 하늘은 맑고 비가 적다. 대륙에서는 사하라나 아라비아반도와 같은 사막지역이다. 바다지역은 말의 위도(horse latitude)라고 부르는데 옛날에 이 지역으로 들어간 스페인 범선들이 바람이 없고 비가 오지않아 물과 식량부족으로 자주 말을 배 밖으로 버린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30도에서 60도 지역은 지상에서 북쪽으로 공기가 이동하는데, 전향력의 영향으로 편서풍이 된다. 60도 부근은 편서풍과 극에서 불어오는 극동풍이 수렴하는 극전선을 이룬다. 이 전선대에는 알루시안저기압 아이슬랜드저기압과 같은 저기압이 많이 발달한다. 극전선의 상층에는 제트기류(jet stream) 라 불리는 강한 편서풍이 분다. 극에서는 차가운 공기의 하강에 의해 극고기압이 있고 한냉한 극동풍이 저위도로 불어 내려간다.
이와 같이 복잡한 바람들에 의하여 지구는 완전히 덮여 있고 지구의 열과 운동량이 유지되면서 인류가 생존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제트기류/상층대기의 강한 서풍

세계 제2차대전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층대기에 대한 관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이 부분의 기상상태에 관한 지식은 거의 없었다. 전쟁기간동안 과학과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되었는데 2차대전중 기상학에 있어서도 많은 발전을 하였다. 그 중의 하나가 제트기류의 발견이다. 일본을 폭격하기 위하여 출발한 B-29 폭격기는 약 10km 상공을 비행하다가 나아가지 못하고 다시 기지로 돌아오곤 하였다. 그후 관측에 의하여 어느 위도의 상층에 매우 강한 서풍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 강한 서풍을 제트기류라 불렀다. 평균 풍속은 보통 겨울에는 1백25km/h이고 여름에는 반으로 줄어든다. 모든 바람처럼 제트기류도 눈으로 볼수는 없지만 상층의 구름을 통해 강한 바람을 감지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동쪽 방향으로 대륙간 비행을 할때 제트기류를 이용하여 비행시간을 절약하고 있다.

제트기류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 좁은 지역에서의 온도경도는 기압경도를 유발하고 기압경도와 전향력의 작용으로 등압선에 평행한 강한 바람이 분다. 기온경도가 큰 지역이 전선이며 중위도에서 극전선 위 약 10km상공에 위치한 대류권계면에서 제트기류가 발생한다. 제트기류는 서에서 동으로 곧게 뻗어 있지않고 구불구불한 파를 형성하여 어느때에는 남북 방향으로 곧게 서기도 한다. 히말라야산맥 등 큰 지형을 통과할 때에는 두개로 갈라지기도 한다.

회전수조 실험

지구상의 바람은 간단한 회전수조의 실험을 이용하여 재현할 수 있다. 구가 아닌 평평한 지구를 가정하여 회전수조의 중심을 극으로, 가장자리를 적도로 한다. 공기를 대신하여 수조에 물을 넣고 물의 흐름을 볼 수 있도록 가벼운 알루미늄 가루를 물에 띄운다. 수조의 안쪽은 냉각시키고 바깥쪽은 가열하여 지구와 비슷하게 한다. 수조 위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수조에 고정시키고 물의 운동을 촬영한다. 물의 안쪽과 바깥쪽의 온도차와 회전률을 다르게 하면 여러가지 물의 흐름을 관찰할 수 있다. 수조를 정지시켜 놓으면 수조의 바깥쪽에서 상승하고 안쪽에서 하강하는 대류운동을 한다. 수조를 느리게 회전시키면 수조의 벽과 평행하게 회전하는 것 같지만 중심으로 흘러 들어갔다 나오는 나선운동을 한다. 이는 저위도에서의 해들리순환과 같다. 회전속도를 높이면 원운동이 빨라지다가 어느 값을 넘으면 원운동에 부서지며 흐름이 파동을 친다. 이 파동의 바깥쪽에는 반시계 방향의 와동(渦動, 소용돌이), 안쪽에는 시계 방향의 와동이 발생한다. 와동들 사이에 빠른 흐름이 있는데 이것이 제트기류에 해당한다. 회전속도를 더 빠르게 하면 파의수가 증가하며 흐름의 모양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불규칙하게 되어 간다.

해륙풍/시원한 해변으로

무더운 여름에 해변에 가면 내륙지방보다 훨씬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넓고도 푸른 바다에 매료된 까닭도 있겠지만 실제로 해변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더운 여름철일때 바람이 더 시원하고 강하다.

이는 육지와 바다의 비열의 차이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육지는 비열이 작아 쉽게 더워지고 식지만 바다는 비열이 커 잘 더워지거나 식지 않는다. 이에따라 육지의 공기는 온도 변화가 심하고, 바다의 공기는 온도 변화가 작다. 즉 바다의 공기는 변화가 없이 거의 일정한 온도를 나타내지만, 육지의 공기는 변화가 심해 뜨거운 햇빛이 내려쬐는 낮에는 바다보다 온도가 높아지고 밤에는 바다보다 낮아진다. (그림5)는 해륙풍의 발생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해가 뜨기 전에는 바다와 육지는 같은 온도를 나타낸다. 따라서 수평 기압경도가 없고 바람도 불지 않는 상태이다. 해가 뜨면 육지가 빨리 가열되어 그 위의 공기가 더워지며 팽창하여 등압선이 위로 굽는다. 비록 가열이 지면 기압을 변화시키지는 못하지만 육지에서의 기압상승이 같은 고도의 바다에서의 기압보다 높아지게 된다. 그리하여 상층에서는 수평 기압경도력이 발생하여 바다쪽으로 바람이 분다. 바다쪽으로 이동한 공기는 바다의 수면기압을 상승시키고 육지의 지면 기압을 하강시킨다. 그리하여 (그림5)와 같은 기압 형태와 순환이 일어난다. 이러한 바람을 해풍이라 한다. 밤에는 육지와 그 위의 공기의 냉각이 일어나 낮과 반대의 순환이 되며 이를 육풍이라 한다.


(그림5) 해륙풍의 발생


해륙풍은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지역과 한냉해류가 흐르는 해변에서 강하다. 그리하여 한낮에 강한 해풍이 불며 적도에서는 최대 1백km내륙까지 영향을 미치나, 중위도에서는 적도의 절반정도에 그친다. 중위도 북쪽에서는 빈번한 이동성 기압계의 순환이 우세하여 해륙풍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오대호와 같은 거대한 호수 부근에서도 여름철에는 해륙풍과 같은 바람을 느낄 수 있다. 해풍은 바다의 시원한 공기를 가져오므로 해안의 온도를 5~10℃ 정도 내린다. 또한 습윤한 바다공기이므로 구름을 생성케 하고 비를 내리게 하기도 한다. 플로리다 반도에서는 대서양과 멕시코만에서 불어오는 해풍으로 인해 여름에 많은 비가 내린다. 밤에 부는 육풍을 이용하여 임해공단의 오염도를 줄이기도 하지만 육풍은 해풍에 비하여 약하며 잘 나타나지도 않는다.

계절풍/삼복더위와 동장군

해륙풍은 해변이나 호숫가 등 좁은 지역에서 일어나는 하루주기의 국지풍이다. 해륙풍과 같은 물리과정이 큰 대륙과 대양사이에도 일년 주기로 일어난다. 여름에는 대륙이 가열되므로 대양에서 대륙으로 바람이 불고 겨울에는 대륙이 냉각되므로 대륙에서 대양으로 분다. 이것을 계절에 따라 바람이 바뀌므로 계절풍(monsoon)이라 한다. 아시아대륙과 태평양 그리고 인도양 사이의 계절풍을 생각해 보자. 여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한국을 비롯한 극동아시아 지역에 남동풍이 분다. 그리하여 이 지역에는 온난다습한 기단이 몰려와 매우 덥고 많은 비가 내린다. 인도양에서는 벵갈만의 습윤한 공기가 북진하다가 히말라야 산맥의 거대한 장벽에 막힌다. 그리하여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 집중 호우를 내려 매년 많은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낸다. 겨울에는 대륙의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으로 한냉건조한 북풍이 휘몰아쳐 매우 춥다. 아시아지역 외에도 세계 각지에 계절풍이 존재한다.

산풍, 곡풍/비맞은 산행길

산 밑에서는 맑은 날씨였는데 산 정상에 오르면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고 천둥번개와 함께 소나기가 내린다. 흠뻑 젖은 몸으로 산을 내려왔을땐 다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화창한 날씨이다. 이러한 경험은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한번쯤 있을 것이다.

해륙풍과 같은 하루주기의 순환이 산에서도 일어난다. 산골짜기와 산등성이의 비열이 달라 낮에는 산 정상의 공기가 빨리 더워지므로 골짜기에서 정상으로의 곡풍이, 밤에는 정상이 빨리 식어 정상에서 골짜기로의 산풍이 분다. 햇빛이 강한 여름철에 곡풍이 강하지만, 겨울철에는 산풍이 더 강하다. 곡풍은 산등성이를 거슬러 올라가므로 적운형의 구름이 생기며 강수현상이 있기도 한다. 경사가 작은 지역에서는 차가운 산정의 공기가 산풍을 따라 내려와 안개가 끼고 서리가 내려 농작물에 해를 주기도 한다.


(그림6) 토네이도 불생 분포


푄/산 너머에서 온 손님

산을 넘어 온 바람이 봄 소식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나 때로는 냇물을 마르게하고 식물을 고사시키며 산불을 지르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건조 공기와 습윤 공기의 기온감률의 차에 의하여 일어난다. 공기는 상승하면 기압이 낮으므로 팽창하여 온도가 떨어지는데 그 떨어지는 비율을 기온감률이라 한다. 건조 공기는 1백m 상승하면 약 1℃ 하강하는데, 습윤 공기는 약 0.5℃하강한다. 그리하여 10℃의 습윤 공기가 2천m 산을 올라갈 때, 온도가 하강하므로 응결하여 구름이 생기고 비가 내려 공기중의 습기가 빠져 나가며, 정상에 이르렀을 때에는 0℃가 되고 산을 내려갈 때에는 건조 공기이므로 산밑에서는 20℃가 된다. 그리하여 산을 넘은 공기는 고온 다습하다. 영동에서 불어 태백산맥을 넘어온 바람은 영서지방의 가뭄을 초래하는 범인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세계 각처에 있으며 지역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로키산맥에서는 치누크(chinook) 알프스산맥에서는 푄(foehn)이라 한다.
겨울철에 그린랜드나 남극대륙에서는 고원위의 공기 덩어리가 중력에 의하여 계곡을 따라 물처럼 흘러 내리는데 이를 활강바람(katabatic wind)라 한다. 비록 단열수축에 의하여 온도가 상승하지만 주위 공기보다 더 차갑고 빠른 속도로 내려와 많은 피해를 주는 바람이다. 알프스 산에서 지중해로 부는 미스트랄(mistral)과 유고슬라비아산에서 아드레이틱해로 부는 보라(bora)가 활강바람의 대표적인 예이다.

태풍/거대한 바다의 괴물

저위도 해양에서 출생하여 수증기를 먹고 자란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인 열대성 저기압은 신의 잔인한 재앙중의 하나이다.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약 1만배의 에너지를 가진 이 괴물은 강력한 폭풍과 엄청난 폭우로 그 힘을 분산시킨다. 열대성 저기압에 붙은 이름도 지역에 따라 다르다. 동아시아지역에서는 태풍(typhoon), 북미에서는 허리케인(hurricane), 인도양에서는 사이클론(cyclone)이라 부른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호주에서의 이름은 윌리윌리(willy-willy, 원 뜻은 조그만 먼지폭풍임)가 아니다. 열대성저기압 중에서 최대 풍속이 34m/s 이상되는 것을 태풍이라 하는데 태풍은 최고 1백m/s가 넘는 강력한 바람과 폭우, 그리고 낮은 중심기압으로 많은 피해를 준다. 1970년에 방글라데시에서는 태풍으로 인해 30만명이 죽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87년에 태풍 '쎌마'에 의하여 3백여명의 인명과 2천2백억원의 재산피해를 냈고, 금년에도 지난 7월말 태풍 '주디'가 어김없이 찾아와 남부지방을 휩쓸었다. 태풍은 일단 육지에 상륙하면 에너지원인 수증기의 공급이 끊기고, 지면 마찰과 2차순환에 의하여 천천히 소멸해 간다.

토네이도/황야의 무법자

지난 해에 울릉도 근해에서 용오름 현상이 나타나 세인의 이목을 끈 적이 있었다. 이것은 토네이도가 수면에서 발생한 현상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센 바람과 파괴력을 가진 토네이도는 그 세기를 정확히 관측할 수가 없지만 1백25m/s가 넘는 것도 있다고 한다. 토네이도는 그 크기가 태풍에 비하여 작아 피해범위는 넓지 않지만 그 범위 안에는 엄청난 피해를 준다. 미국에서는 매년 7백여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그러나 토네이도감시체제와 경보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인명 피해는 그리 많지 않다. 토네이도는 선형풍의 일종이다.

1989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용준

🎓️ 진로 추천

  • 기상학·대기과학
  • 지구과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