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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통신에 푹 빠진 21세기 ‘줄리엣’

동국대 무선통신연구회 HL0J


A 교신기념(QSL) 카드
김윤희(08학번) 씨가 들고 있는 우편엽서 크기의 카드는 교신한 뒤 주고받는 QSL 카드다. 카드에는 각 무선국을 상징하는 조형물의 사진이 실려 있다.
D 모스 부호표
줄리엣은 무선통신에 쉽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교육한다. 백인숙(08학번) 씨는 “모스 부호에서 사용하는 점과 선으로 약 8000개의 어구를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B 모스 신호기
조영범(08학번) 씨는 “무선통신에 쓰는 Q부호뿐 아니라 고전적인 교신 방법인 전신에 사용하는 모스부호도 익힌다”고 설명했다.
E 리그(Rig)
일본의 켄우드사가 만든 무전기 ‘TS450S’로 아마추어 무선 통신사들이 많이 사용한다. 이성진(08학번) 씨는 “처음에는 무전기가 익숙지 않았지만 이제는 한 몸처럼 다룬다”고 말했다.
C 무전기용 마이크
최희나(08학번) 씨는 “무전기 앞에 앉아 마이크를 잡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베테랑 선배들이 교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을 익혔다”고 말했다.
F 교신일지
언제, 누구와 어떤 내용으로 통신을 했는지 빠짐없이 적는 교신일지. 김상현(08학번) 씨는 “선배들의 교신일지를 보면 마치 과거로 여행을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CQ CQ, 여기는 HL0J.”(“여기는 줄리엣, 누구 없나요?”)
동국대 무선통신연구회 ‘줄리엣’ 회원 김윤희(08학번) 씨의 목소리가 무전기 안테나를 거쳐 밤하늘로 퍼진다. 잠시 후 ‘치직~칙’하는 짧은 잡음과 함께 무전기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HL0J, 여기는 HL0R.”(“줄리엣, 여기는 로미오예요.”)

셰익스피어의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두 주인공이 달빛 속 창가에서 사랑을 속삭였다면 21세기 로미오와 줄리엣은 전파로 서로를 부른다. ‘HL0J’는 줄리엣의 호출부호로 교신할 때 사용하는 별칭이다. 앞의 ‘HL’은 국가별 부호로 한국을 뜻하며 가운데 숫자 ‘0’은 동아리와 같은 단체란 뜻이다. 마지막 알파벳 ‘J’는 줄리엣을 나타내며 방송통신위원회산하 중앙전파관리소에 무선국 허가를 신청한 순서대로 A부터 Z까지 부여된다.

1976년 동아리를 설립한 줄리엣은 무전기와 안테나를 갖춰 1979년 7월 9일 무선국을 준공하며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올해로 33년째를 맞는 줄리엣의 동아리방 한 쪽 책꽂이에는 그동안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교신일지가 빼곡하게 꽂혀있다. 회장 김상현(08학번) 씨는 “교신일지에는 회원들이 언제, 누구와 어떤 내용으로 통신을 했는지 빠짐없이 적혀 있어 선배들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줄리엣은 신입회원 12명을 포함해 회원 약 30명 모두가 아마추어 무선기사 3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 신입회원들이 무선통신에 쉽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교육한 덕분이다. 먼저 회원들은 무선통신에 쓰는 ‘Q부호’를 익힌다. Q부호는 무선통신을 할 때 자주 쓰는 문장을 알파벳 3자로 줄인 일종의 암호다. 예를 들어 통신 중에 ‘QRL’이라고 말하면 ‘이 주파수를 사용 중입니까?’란 뜻이다. 조영범(08학번) 씨는 “꿈에서도 욀 정도로 Q부호를 달달 외운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통신에 쓰는 ‘야기 안테나’(TV용 안테나)와 ‘GP 안테나’(자동차용 수직안테나) 등 5가지 안테나의 특징을 공부한 뒤 본격적으로 무전기를 다루는 법을 배운다. 최희나(08학번) 씨는 “처음에는 베테랑 선배들이 교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을 익힌 뒤 혼자서 40~50번 정도 교신을 했더니 자격증을 쉽게 취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줄리엣의 가장 큰 행사는 매년 7월 첫째 주 주말에 열리는 개국기념식이다. 유선민(01학번) 씨는 “개국기념식 때는 옥상의 안테나 옆에 돼지머리를 사다가 놓고 한 해 동안 회원들의 목소리가 멀리 퍼질 수 있도록 ‘전파(電波) 신’께 고사를 지낸다”고 말했다. 매년 여름에는 호출부호 ‘HL0R’을 사용하는 줄리엣의 영원한 연인 ‘로미오’(서강대 무선통신 동아리)와 함께 체육대회도 한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에서 인터넷을 검색하는 디지털 통신 시대에 회원들이 아날로그 통신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아날로그 통신에는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교신을 하다가 친해지면 직접 만나 작은 선물을 교환하는 ‘아이볼’(Eye Ball)을 한다. 아이볼은 서로의 눈동자를 확인하며 말한다는 뜻으로 일종의 ‘번개’ 만남인 셈. 교신을 한 뒤에는 교신에 응해줘서 고맙다는 증표로 교신기념(QSL) 카드를 교환한다. 심규범(02학번) 씨는 “QSL 카드 수집은 무선통신의 또 다른 재미”라며 “줄리엣의 전파가 더 멀리 퍼져 전 세계 아마추어 무선사들과 QSL 카드를 교환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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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준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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