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의 짧은 파장은 물체의 정보를 얻게 해준다. 또 주파수가 높기 때문에 에너지로 이용할 수 있다.
서울대공원의 돌고래쇼를 본 사람중에는 사육사의 입에 물고있는 호각에 대해 호기심을 표시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매우 관찰력이 풍부한 사람이다.
분명히 사육사는 호각을 불고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막상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귀가 정상이 아니기 때문일까? 호각이 고장난 때문일까?
둘다 이유가 아니다. 이쯤해서 그 이유를 밝히면, 사육사의 호각이 초음파 호각이기 때문이다. 초음파호각소리는 돌고래에게만 들릴 뿐이고 사람에게는 감지되지 않는다. 만약 듣는다면 그 사람의 귀가 비정상이다.
이처럼 돌고래는 수중에서 초음파 펄스(pulse)를 발사, 물체를 판별하고 의사소통도 한다. 즉 돌고래는 귀로 보고 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맑은 물이라도 4백m 깊이에서는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눈보다 귀의 역할이 커지는 것이다. 게다가 물속에서의 소리속도가 공기중 보다 4배 이상 빠르다는 사실도 귀의 비중을 높여준다.
박쥐도 초음파와 관련해서 빼 놓을수 없는 동물이다. 박쥐는 공기중에서 초음파 펄스를 발사한다. 그래서 이 펄스가 물체에 부딪쳐 되돌아오는 반향(echo)으로 물체를 알아내는데, 이를 반향정위(反響定位, echolocation) 이라고 한다.
눈이 나쁜 박쥐는 이 장기로 장애물을 통과한다. 0.5㎜ 정도의 가는 철사도 식별해 피해가는 것이다. 또한 초음파는 박쥐의 '생존의 비결'이기도하다. 즉 곤충등 먹이를 잡는 방법에 사용되는 것이다.
들리지 않는 소리
초음파는 이름 그대로 음파의 일종이다. 그러나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음파의 하나다.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있는 음파의 주파수 범위는 대략 20Hz-20kHz인데 이를 가청주파수라고 한다. 따라서 이보다 낮은 주파수, 즉 20Hz이하의 음파를 저음파(infrasound)라 하고, 가청주파수 범위보다 높은 주파수, 즉 20kHz이상의 음파를 초음파(ultrasound)라하는 것이다. 초음파가 소리임에는 분명하지만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은 입자의 시간당 진동수인 주파수가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음파는 우리가 보통 공기중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공기뿐만 아니고 물과 같은 액체, 또는 고체속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 초음파의 경우는 공기보다는 액체나 고체속에서 그 응용범위가 오히려 더 많다.
음파의 속도는 주파수에 관계없이 대략 일정하기 때문에 주파수가 올라갈수록 파장이 짧아진다. 예를 들어 수중에서의 음속은 1천5백m/초이기 때문에 가청주파수인 1kHz에서 파장은 1.5m가 되나, 초음파 주파수인 1MHz(=${10}^{6}$Hz)에서는 파장이 1.5㎜가 된다. 주파수를 더 높여서 아주 높은 초음파 주파수인 1GHz(=${10}^{9}$Hz)에서는 파장이 1.5μm(마이크론)이 된다. 이와 같이 음파의 주파수가 올라갈수록 파장이 작아지는데 이 성질을 이용하면 초음파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음파가 진행할 때 이물체(target)가 앞에 가로높여 있으면 어떻게 될까? 만약 물체의 크기가 음파의 파장과 비교하여 너무 작을 때는 음파가 통과해버릴 것이다. 반면 물체의 크기가 파장에 비해 그리 작지 않을 때는 음파를 반사시켜 오던 방향으로 되돌려 보낸다. 따라서 작은 물체로부터 반향(echo)을 얻으려면 충분히 작은 파장의 음파를 사용해야 한다.
또 초음파는 작은 진폭으로 진동하더라도 주파수가 높기 때문에 초음파로 인하여 진동하는 입자의 속도나 가속도가 매우 커진다. 이로 인하여 초음파가 전파하는 매질(mediun)속으로 높은 에너지를 전달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성질 또한 초음파를 가치있게 한다. 여러가지 유용한 현상을 일으켜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이다.
요컨대 앞의 성질, 즉 짧은 파장을 이용하는 것은 매질로부터 정보를 얻고자 할 때 유용한다. 반면 뒤의 성질은 초음파를 에너지의 형태로 이용하는것이다.
타이나닉호의 비극을 동기로
자연계에서는 우리가 알고있는 바와 같이 태고적부터 초음파가 존재했다. 특히 동물계에서는 초음파의 활용이 많다. 서두에 언급한 박쥐나 돌고래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전방에 물체가 나타나면 초음파를 발사한다. 그래서 전방의 물체에 부딪쳐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반향을 분석, 물체의 위치 크기 또는 물체표면의 성질까지도 알아낸다. 돌고래는 한술 더 떠, 초음파를 사용하여 의사소통도 하고 있다.
인간이 초음파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한 것은 1880년 경이다. 쾨니히와 갈톤이라는 학자에 의해 최초로 파헤쳐졌던 것이다. 그들은 인간이 얼마나 높은 주파수까지 들을 수 있나를 실험하기 위해 소리굽쇠나 오르간 파이프등의 원리를 이용, 공기중에서 초음파를 발생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초음파 연구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01년경 프랑스의 물리학자 랑게방(Langevin)에 의해서였다. 연구 계기는 이렇다. 그당시 프랑스 해역에 배치된 독일의 잠수함이 위협적인 존재였는데 이에 대항하기 위한 탐지수단이 시급하였다. 또한 1912년 호화 여객선인 타이타닉(Titanic)호가 북대서양에서 빙산과 충돌, 1천5백여명의 목숨을 빼앗아 간 해난사고가 일어났다. 그 충격으로 초음파를 사용하여 빙산을 탐지하는 제안이 나온 것이다.
이런 시대적 요청을 등에 업은 랑게방은 압전효과를 갖는 결정체인 수정(quartz)을 사용하여 수정 모자이크를 만들고 양쪽에 두꺼운 금속판을 부착시킨 샌드위치형 변환기를 만들었다. 이 변환기는 물속에서 초음파 펄스를 발생시켰는데, 탐지하려는 물체에서 반사된 초음파 신호를 동일한 변환기로 수신할수 있었다. 그의 이런 연구는 후에 물깊이를 측정하는 수심측정기를 거쳐 해군장비나 어군탐지기 등에 사용하는 소나(SONAR, sound navigation and ranging)로 발전하는 효시가 되었다.
그후 1920~30년대에는 우드와 루미스 등이 고출력 초음파에 대한 여러가지 효과를 실험적으로 밝혔다. 또 소콜로프는 초음파를 비파괴 재료시험(nondestructive material testing)에 사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초음파가 연구되고 응용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이다. 이런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은 인공의 압전결정체였다. 그때까지 초음파 발생 및 수신장치로 천연의 압전결정체를 사용하였으나 성능이 더 우수한 여러가지 압전 세라믹들이 발명된 것이다. 아울러 전자공학 등의 학문이 발전, 반도체를 사용한 전자장비들이 많이 출현한 덕분이었다.
간단히 초음파를 발생시키려면
공기중에서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우선 파이프 오르간 등의 악기에서와 같이 한쪽 끝이 막힌 관의 공진을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이때 관의 길이는 무척 짧아야 한다. 초음파의 파장이 매우 짧기 때문이다. 또 사이렌의 원리를 이용한 초음파 싸이렌으로 초음파를 발생시킬수 있고 오디오 스피커의 원리를 이용, 초음파 주파수에서도 동작하는 스피커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초음파의 발생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방법은 압전물질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압전효과는 1880년 큐리 형제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압전물질의 양면에 전극을 부착시키고 그 압전물질을 누르면 전극사이에 전압이 발생되는 것이다. 반대로 양쪽 전극에 전기신호를 가하면 압전물질의 두께가 변하는 변형을 일으킨다. 이 효과를 이용하면 간단한 초음파 발생 및 수신장치를 만들수 있다(그림1).
발생시키고 싶은 주파수가 좀 낮을때에는 랑게방이 개발한 변환기를 활용해 초음파를 발생시킨다. 즉 압전판의 양쪽에 금속판을 부착시켜 샌드위치형의 구조를 만들어서 사용한다(그림2).
이 두가지 방법에서는 두께방향 공진을 이용하는 것이다. 때문에 그 공진주파수에 해당하는 동작주파수에서는 큰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수신감도가 좋지만 공진 주파수를 벗어나면 비효과적이다. 따라서 넓은 주파수 대역이 필요한 초음파 펄스의 발생 및 수신을 위해서는 압전체의 뒤에 초음파 흡수물질을 부착시켜 압전체 두께로 인한 공진특성을 제거해야 한다(그림3).
압전물질은 천연의 결정체로부터 출발하였으나 점차 그보다 성능이 우수한 인공 압전물질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특히 PZT등 압전 세라믹이 등장하여 현재 산업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PVDF등 압전 폴리머가 출현하는등 줄기차게 새로운 물질이 발명되고 있다.
철이나 니켈같은 강자성체에 자장(magnetic field)을 가하면 자장의 변화에 따라 길이가 변하는 현상이 있다(magnetostriction). 이것을 이용하면 자왜형 초음파 변환기를 만들 수 있다(그림4).
이외에도 가청음파에서 사용하는 방법들을 가지고도 초음파를 발생 또는 수신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강한 레이저 펄스를 이용하여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방법도 알려지고 있다.
수심측정기에서 소나(SONAR)까지
초음파의 응용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것은 수심측정기이다. 수심측정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초음파 변환기를 써서 강이나 바다의 바닥방향으로 초음파 펄스를 발사시키고 그것이 되돌아 오는 시간을 측정, 바닥면의 거리를 알게되는 것이다. 요즈음은 배가 진행하면서 계속 초음파를 발사하고 이를 수신함으로써 바닥면의 단면을 화면에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 보통이다. 어군탐지기나 해군에서 사용하는 소나(SONAR)도 같은 원리로 작용한다.
초음파는 금속의 용접부위나 원자로의 부품등에도 활용된다. 내부에 흠이 있는지의 여부를 초음파를 사용해서 알아내는 것이다. 이때 보통 메가헤르츠(MHz)범위의 초음파 펄스를 사용하는데, X선의 경우와 같이 투과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소나(SONAR)의 경우와 같이 펄스 에코(pulse echo)법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렇게 하면 재료를 파괴하지 않고도 내부의 결함을 알수 있기 때문에 이를 비(非)파괴 재료시험이라고 부른다. 이 방법은 결함의 탐지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물질의 음속측정 또는 고체의 두께측정에도 그대로 사용될 수 있다.
비파괴 재료시험기의 주파수 범위와 방법을 고스란히 인체에 적용하면 의료진단용기기로 사용할 수 있다. 초음파를 이용한 의료기의의 대표격은 초음파영상진단기.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메디슨(주)사에 의해 생산 공급되는 초음파영상진단기는 주로 복부나 심장부위 등을 관측하는데 사용한다. 이들 내부장기에 생긴 암세포 담석 등을 화면에 볼수 있고, 심장 각 부분의 운동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임산부에게 이런 초음파 영상 진단기기를 사용하면 태아의 발육을 체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영상의 질이 점점 개선되어 태아의 남녀 성감별까지도 가능하게 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태아의 성감별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세척기구로도 활용돼
초음파의 주파수를 아주 높게 올려서 수백 MHz-10GHz정도로 하면 파장이 아주 짧아져서 현미경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초음파 현미경은 반도체의 내부결함을 조사하거나 살아있는 세포의 구조를 보는데 적당하다. 이밖에 초음파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면 액체가 흐르고 있는 곳의 유속이나 유량을 측정할 수 있다. 또 초음파와 광파의 상호작용을 이용하면 레이저 광을 변조시킬 수도 있다.
초음파의 높은 에너지를 활용하는 예로 우선 초음파 세척을 들 수 있다. 초음파 세척기는 세척조에 물과 같은 액체를 채워놓고, 세척조에 부착된 초음파 변환기를 통해 20kHz~50kHz 범위의 강력한 초음파를 액체 속으로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초음파에 의해 액체속에는 수많은 작은 동공(cavity)이 생성된다. 그것들은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크게 자라는데, 어는 순간에 고무풍선 터지듯이 터져버린다. 이때 순간적으로 큰 힘(충격파)이 생기게 된다. 말하자면 초음파 세척은 이 힘을 이용, 세척 시키고자 하는 물체 표면에 붙어 있는 때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러한 초음파 세척은 정밀기계전자부품 금속부품 등의 생산 및 조립과정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세척효과는 98~100%정도이다.
플래스틱을 용접한다
높은 에너지의 초음파를 금속의 도파관(horn이라 부름)을 통해 전달시켜 그 끝에 공구를 장착하면 단단한 물질을 절단하거나 구멍을 뚫을 수 있다. 유리 세라믹 보석 등과 같이 아주 단단한 것들은 보통 방법으로는 구멍을 뚫기 곤란하나, 초음파를 이용하면 쉽게 아주 가는 구멍도 뚫을 수 있다(그림 5).
또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은 표면에 산화막이 형성되므로 보통의 방법으로는 용접이 불가능하다. 이때 강력한 초음파를 도파관을 통해 용접 부위에 전달시키면 용접이 가능해진다. 산화막이 자동으로 제거되고 금속의 용융점(녹는점)이하의 온도에서 용접이 이뤄지는 것이다(그림6).
뿐만 아니라 반도체 칩에 도선을 연결할 때도 초음파 용접을 사용한다. 플래스틱 종류도 초음파를 사용하면 용접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많은 플래스틱 제품이나 장난감들이 초음파 용접을 거쳐 생산되는 것이다. 알루미늄의 용접은 용접 부위가 서로 비벼지는 방향으로 초음파를 가해주는데 반해, 플래스틱 용접은 용접 부위가 서로 마주 부딪치는 방향으로 초음파를 가해준다.
초음파는 높은 입자 속도나 가속도를 가지고 있기때문에 액체 물질을 잘게 쪼개는 분산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분산효과를 활용하면연무질(aerosol)을 만들 수 있는데, 우리가 가정에서 흔히 보는 초음파 가습기가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분산효과를 이용하면 예컨대 물과 수은의 경우와 같이 극심한 비중의 차이로 보통 방법으로는 섞을 수 없는 두가지 이상의 액체를 균일하게 혼합, 유상액(emulsion)을 만들수 있다. 우유 처리장에서도 이 방법을 사용하여 우유가 꽤 오랜시간동안 균일한 혼합물을 유지하게 한다.
분산작용과는 반대로 적절한 주파수를 사용하면 입자들을 서로 모으는 이른바 응집작용을 얻을 수도 있다. 이것을 이용하면 초음파 집진(먼지제거), 비행장의 안개제거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초음파 에너지를 의학적인 치료나 수술에 사용할 수도 있다. 집속된 높은에너지의 초음파를 인체 부위에 가하면 우리 몸은 초음파를 흡수, 열이 발생하고 생리적 작용이 촉진된다. 이것을 이용하여 병을 고치기도 하는데 온열요법이 좋은 예다. 또 최근에는 하이퍼더미아(Hyperthermia)라고 부르는 초음파온열 암치료법이 등장, 주목을 끌고있다.
또한 높은 강도의 초음파를 집속시켜서 담석 신장결석 등을 파괴시키거나, 눈의 백내장 수술 등에 사용할 수도 있다. 치과병원에서도 초음파 진동자를가지고 치석제거에 이용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요컨대 초음파는 그 유용한 성질 때문에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응용분야가 있다. 더욱이 초음파의 활용범위는 현재로서 끝난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이 분야의 응용범위는 더욱 더 넓어질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