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한국의 수학두뇌 만들기

겨울학교에서 수학 올림피아드까지

작년에 처녀 출전해 세계의 중위권을 기록했던 한국의 수학 두뇌가 어떻게 양성되었는가?
 

제2기 KMO겨울학교 입교생과 KMO운영위원들이 함께.


수학에도 올림픽이 있다. 작년 7월 오스트레일리아의 캔버라에서 열린 제29회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International Mathematical Olympiad,약칭 IMO)에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여섯 명의 선수를 출전시켰다. 이 국제대회에는 세계 49개국에서 모두 2백76명의 선수들을 보냈다. 또 약 10개국에서는 다음의 선수를 보내기 위한 사전 탐사를 겸하여 참관인만 파견했다.

이 대회에서 소련이 IMO 역사상 열세번째 1위를 차지하였고, 중공과 루마니아가 공동 2위를 했다. 4위 서독. 5위 월남, 6위 미국, 7위 동독, 8위 불가리아의 순으로 상위권을 점한 것이다. 한국은 처음 출전, 종합성적 22위를 했다.

한문제에 1시간 30분 주어져
 

우리가 처음 출전한 제 29회 IMO 행사 장면.


여기서 잠시 눈을 돌려 우리 선수들의 선발 과정 훈련 과정 등을 살펴보기로 하자.

한국에 제29회 IMO에 초청을 받은 것은 1986년 2월 경이다. 이때 국내에서는 국제 대회에 관한 정보나 준비가 전연 없던 상황이라 참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이 국제 대회의 좋은 목적이 결국 참가를 유도했다.

IMO의 목적은 첫째, 세계 모든 나라에서 수학에 천재적인 소질을 가진 학생을 조기에 발견, 그들을 격려하고 열심히 가르쳐서 자연과학을 위시한 사회의 모든 분야에 도움이 되게 함에 있다.

둘째는 국제적인 교류, 특히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통한 범세계적인 문화의 교류를 돕는 것이다.

셋째는 국가 상호간의 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 교과내용, 그 외의 수학교육 전반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다.

마침내 한국과학재단 대한수학회 등이 주축이 되어 한국수학올림피아드(Korean Mathematical Olympiad,약칭 KMO)위원회가 조직되었고, 1987년 11월 29일 제1회 한국 수학 올림피아드가 실시되었다. 여기서 선발된 38명이 수학 올림피아드 겨울학교(1988년 1월 4일~30일)에 입교하여 맹훈련을 받았다.

이 겨울학교의 훈련은 고등학교에서 생각하는 수학교육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무엇보다 다루는 문제의 수준에서 차이가 난다. 고등학교의 수학교육이 대학입시만을 목표로 설정, 객관식 문제를 주로 취급하고 한 문제 당 1~2분 정도 소요되는 문제만을 다루는 반면, 겨울학교에서는 IMO에서 출제되는 문제(한 문제에 1시간 30분의 시간이 할당되어 있다)를 다루는 것이다. 때문에 1~2분 정도 읽어 보아서는 문제의 뜻도 파악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IMO 역사상 가장 쉬웠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예로 들어 보겠다.

〈제28회IMO(1987,쿠바)문제4〉
정의역과 치역이 모두 음이 아닌 정수들의 집합인 함수 중에서 조건 '모든n에 대해서 f(f(n))=n=1987'을 만족하는 함수f가 없음을 증명하라.


아무 준비 없이 이 문제를 처음 대하는 사람은 한두 시간 정도 소모하여도 어떻게 답안을 써야 할 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겨울학교에도 문제점이 있었다. 처음 일주일 정도는 선생님(모두 대학교수로 IMO)에 출제되는 문제에 일가견이 있는 분들이다)들의 이야기가 낯설고 턱없이 어렵게 느겨질 것이다. 게다가 담임 선생님 교장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들의 반대 의견에 봉착하게 된다. 대학입시 준비를 해야 할 제자나 자녀가 계속 겨울학교에서 훈련을 받는데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제1기 겨울학교에서는 네사람의 탈락자가 있었다.

그러나 제2기(1989년 1월 15일~2월 2일)에서는 탈락자의 수가 한명 밖에 없었는데,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다름아니라 겨울학교의 교육이 객관식 또는 단답형 위주의 대학입시 학력고사에서도 매우 높은 효과를 보였다는 제1기 졸업생들의 경험담 덕분이었다. 그들은 제2기 훈련생들에게 편지로 이 사실을 알리고 격려했다. 사실 제1기생들의 거의 모두가 서울대 과기대 등의 인기학과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였고, 겨울학교의 훈련생 숫자를 늘릴 것을 건의하여 왔었다. 여기서 겨울학교 제1기를 수료하고,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한 김진석군(당시 경기고 2년)의 편지의 두 토막을 소개하겠다.

"비록 그곳에서의 수업내용이 직접적으로는 학교수업과 무관하였다 해도 겨울학교에서의 한달이 제게 준 커다란 선물이 하나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과 도전하려는 의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수학 문제집을 풀다 막막한 문제가 나오면 '이런건 시험에 안 나와!'하면서 좀 생각하다 해답을 펼쳐보던 나쁜 버릇이 사라지고, 아무리 종잡기 어려운 문제라도 '겨울학교에서는 이것보다 몇 갑절 어려운 문제도 풀어냈는데'하면서 끝가지 답을 구해내는 근성이 붙었습니다. 시험에 임하는 사람이 가지기 쉬운 불안감으로부터 탈피는 바로 절반쯤의 성공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 이해 못할 강의도 계속 들으니 머리가 뚫리는지, 주말마다 치는 모의시험(IMO와 똑같은 경향으로 출제됨)의 성적도 조금씩 올라갔고, 새롭게 신선한 내용으로 와 닿는 이론들도 제법 생겨나게 되어, 차츰 수학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고 수학의 어느 분야에 속하는 지 종잡을 수 없었던 문제들 조차 한시간 두시간 미친듯이 몰두 하다보면 실마리가 보이고, 답이 귤껍질 벗겨지듯 사르르 드러날 때의 기쁨을 어디에다 비할 수 있겠습니까? 처음 일주일은 그렇게 힘들고 견디기 어려웠지만 갈수록 겨울학교에서의 생활이 즐거워졌습니다."

겨울학교에서의 교육과정과 그 효과에 대해서 잘 나타낸 글이라고 생각한다.

수학이 인기 프로그램으로

1959년 루마니아가 주변의 여섯 나라(불가리아 체코슬로바키아 동독 헝가리 폴란드 소련)를 초청하여 시작된 IMO는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국의 수가 늘어났다. 미국은 1974년(제 16회) 대회때부터 참가하였고, 동양권에서는 몽고가 맨 처음으로 1964년부터 참가하였다. 월남이 1974년부터, 중국이 1985년부터 참가하고 있으며 비교적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수학경시대회는 이보다 역사가 훨씬 오래되었다. 헝가리가 1894년에 Eötvös경시대회를 시작하여 이제 약 1백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편 소련도 1934년에 레닌그라드대학에서 수학경시대회를 실시, 성적우수자를 대학에 입학시켰다. 이들 대회의 수상자들이 그동안 과학에 많은 공헌을 남겼음은 물론이다.

현재 헝가리에는 국민학생에서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학경시대회가 있으며, 크고 작은 수학캠프(우리나라의 수학올림피아드 겨울학교와 같은것)가 여럿 있다. 우리나라에서 야구나 축구가 TV의 인기 프로그램이듯이 헝가리에서는 수학경시대회가 TV의 인기 프로그램이 되어 있을 정도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IMO에서도 동구권이 상위 입상을 휩쓸고 있다.

예외가 있다면 미국과 중국이다. 그러나 이 두 나라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수학경시대회와 수학경시대회에 참가할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수학캠프를 적극 지원한다는 사실을 놓고 본다면 동구권 국가와 별 다른 차이가 없다.

독자들이 혹 신기하게 생각할지 모르나 베트남이 IMO에서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트남에서는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서 수학자를 높이 평가하고, 학교에서 수학을 잘하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난공불락의 문제는 아니다

앞서 고등학교의 교육내용과 겨울학교의 교육내용의 차이점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한 바 있다. 물론 다루는 문제의 난이도도 다르지만 교과내용도 조금 다르다.

우선 별 생각없이 계산과 약간의 기교만으로도 문제를 풀 수 있는 미분 적분문제는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 다르다. 겨울학교에서는 계속적인 사고력과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판별력이 필요한 문제를 많이 다룬다. 말하자면 IMO의 출제 경향을 많이 고려해서, 논증기하, 정수에 관한 문제, 조합에 관한 문제, 부등식에 관한 문제 등을 많이 다루게 된다.

여기서 겨울학교에서 다루는 문제 경향을 알기 위하여 역대 IMO 문제중에서 가장 어려웠다는 문제를 소개하겠다.

a와 b가 양의 정수이고 a²+b²는 ab+1로 나누어 떨어진다.
그러면 $\frac{a²+b²}{ab+1}$이 완전제곱임을 보여라.


독자여러분에게 부탁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이 문제를 며칠을 두고 생각하여도 풀리지 않는다고 낙담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오스트레일리아 최고의 정수론 학자가 몇 달을 두고 생각하고도 결국 못 풀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허나 겨울학교 출신자들 중에는 남의 도움없이 푼 사람이 몇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IMO의 문제가 모두 난공불락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참 요모 조모를 들여다보면 풀리는 문제도 있다.

〈제29회IMO문제4〉
부등식 ($\sum_{k=1}^{70}\frac{k}{x-k}$≧$\frac{5}{4}$)을 만족하는 실수 x들의 집합은 서로 소(공통부분이 없는)인 구간들의 합집합이고, 그 구간들의 길이의 합은 1988임을 증명하라.


이 문제는 f(x)=($\sum_{k=1}^{70}\frac{k}{x-k}$)로 놓고, y=f(x)의 그래프를 그려보면 문제의 첫 부분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이때 그래프를 정확하게 모두 다 그릴 필요는 없다. 또 뒷 부분은 근과 계수의 관계를 잘 생각하여 보면 70차 방정식의 69차항의 계수에서 구하는 증명을 찾을 수 있다.

한국 대표가 되려면
 

제29회 국제 수학올림피아드에 출전한 6명의 대표선수와 단장 부단장이 시상식을 마치고.


겨울학교에 못지 않게 중요한 훈련과정이 또 하나 있다. 다름 아니라 수학올림피아드 통신강좌이다. 통신강좌는 제1차와 제2차로 나누어서 실시한다. 제1차는 겨울학교 입교대상자(한국 수학올림피아드입상자)를 대상으로 매주 두 문제씩 비교적 쉬운 문제를 출제하여 나누어 주는 강좌이다. 이 문제를 받아 본 학생이 문제를 풀어서 통신강좌본부(과기대 수학문제연구회)에 보내면 채점을 하고 고칠 점은 지적, 모법 답안과 함께 본인들에게 다시 돌려준다. 제2차는 겨울학교를 무난히 마친 사람들에게 비교적 어려운 문제를 제1차와 같은 방법으로 훈련시킨다.
이렇게하여 최종선발시험(금년은 4월 22~23일)에 응시하게 되고, 여기서 선발된 6명으로 IMO 파견 한국대표팀이 구성된다.

이것으로 훈련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최종선발된 6인조는 5~6월의 주말마다 다시 과기대에 모여 특별히 초청된 코치(현재는 캐나다의 브리티시 콜럼비아대학 장범식교수가 맡고 있다)에 의하여 다시 훈련을 받는다. 과히 이 과정(제1,2차 통신강좌, 겨울학교, 주말훈련 등)은 수학의 천재를 만드는 과정이라 하여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응시자격은 고교 2년생까지

금년(1989년)의 IMO는 서독의 브라운 슈바이크에서 개최된다. 이 대회에 참가할 선수를 선발하고 훈련하는 단계로 제2회 KMO를 작년 9월 7일 실시하였고, 여기서 입상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1차 통신강좌를 이미 실시하였다. 여기서 성적이 우수한 41명에게 겨울학교입교가 허가되었는데, 1명은 입교하지 않았고, 1명은 중도에 탈락하였다. 결국 2명을 제외한 39명이 제2기 겨울학교를 졸업한 것이다.

이들은 현재 제2차 통신강좌를 거쳤고 4월 22~23일에 있을 최종선발시험에서 또 실력을 겨루게 된다. 최종선발시험에는 각 시·도 교육위원회에서 추천한 또 다른 수학의 천재들도 참가하게 되는데, 작년의 경우를 보면 겨울학교출신이 상위권을 모두 차지하였다. IMO대표도 결국 6명 모두 겨울학교출신으로 구성되었다.

독자들 중에는 어떻게 하면 이 겨울학교와 통신강좌, 주말교육에 참여할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선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의 응시자격은 고등학교 2학년까지이다. 중학생도 참가할 수 있으나 아직 아무도 KMO관문을 통과한 예는 없다.

시험에 출제되는 문제는 중학교 논증기하 부등식 그리고 고등학교 1,2학년에서 다루는 조합과 순열, 경우의 수, 정수에 관한 문제들이다.
매년 KMO 상위 5명에게는 금상이 주어지는데 특이하게도 아직도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 소속 학생은 받지 못했다.

아무튼 우리는 고등학교 수학의 최고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을 염두에 두고 수학공부를 한다면 앞서 김진석군의 편지에서처럼 수학공부의 어려움은 크게 덜어질 것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8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최영환 교수

🎓️ 진로 추천

  • 수학
  • 교육학
  • 컴퓨터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