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과학의 발전은 상대론적 천체물리학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블랙홀을 비롯한 우주세계의 난제가 슈퍼컴퓨터를 통해 3차원영상으로 해석된다.
하루가 다르게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현대 컴퓨터는 천체물리학의 세계에도 커다란 변혁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는 물론 컴퓨터의 용량이 커지고 계산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과거에는 불가능하던 연구과제들이 속속 해결된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아인슈타인'(Einstein)의 상대론(relativity)에서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중력장 방정식'(gravitational field equation)을 컴퓨터에 의해서 푸는 방법이 고안된 이후, 상대론적 천체물리학(relativistic astrophysics) 분야에는 괄목할만한 성장이 있었다. 컴퓨터로 풀리는 상대론적 천체물리학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상대론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아인슈타인의 엘리베이터
1951년 아인슈타인은 근세 이후 계승되어 온 '뉴턴'(Newton)의 중력 이론을 '보정'할 수 있는 보다 정밀한 이론으로서 상대론을 제창하였다. 여기서 보정한다는 말은 뉴턴의 중력 이론이 '약한 중력'의 경우에는 상대론과 다름이 없지만 '강한 중력'의 경우에는 정확한 상대론의 근사식에 불과하게 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강한 중력의 경우에는 뉴턴의 중력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대론적 효과들이 나타나게 된다. 상대론적 입장에서 볼때 태양의 중력장은 극히 약한 중력에 속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예측했던 미세한 상대론적 효과들은 태양 주변에서도 분명히 검증되고 있어 이론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태양 주변에서 휘는 빛의 경로가 (그림1)에 그려져 있다.
상대론이 뉴턴의 중력이론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질량이 '시공간'(spacetime)을 '휘게'하여 중력장이 형성된다고 보는 관점이다. 즉 뉴턴의 중력이론에서는 물체가 천체의 중력에 이끌려서 천체를 향하여 떨어진다고 해석한다면, 상대론에서는 물체가 천체의 질량(중력)이 휘어 놓은 시공간 안에서 운동한 결과로 천체에 떨어지게 된다고 해석한다. 여기서 시공간이란 시간(time)과 공간(space)을 합친 개념으로서, 흔히 4차원 시공간 (4-dimensional spacetime)이라고도 한다.'휜시공간'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흔히 '아인슈타인의 엘리베이터'로 불리우는 엘리베이터를 타 보기로 한다.
(그림2)처럼 두 엘리베이터 (a) (b)가 있다. 엘리베이터 (a)는 천체의 중력장 안에 고정되어 있고, (b)는 중력장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서 (a)가 가는 중력 가속도g와 똑같은 크기의 가속도로 올라가고 있다고 하자. 이 경우 엘리베이터 (a) (b) 안에 있는 관측자들이 각각 기술하는 물리학은 완전히 같아야 한다는 것이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등가원리'(principle of equivalence)이다.
엘리베이터 (b)의 경우 가속운동을 하고 있으므로 그림처럼 구멍 A'를 통하여 수직으로 들어 온 빛은 휘어서 반대편 벽의 점 B'에 부딪히게 되는 데, 위의 등가원리에 의해 엘리베이터 (a)의 경우에도 구멍A를 통하여 수직으로 들어 온 빛 역시 휘어서 반대편 벽의 점 B에 부딪혀야 한다. 여기서 엘리베이터 (a)의 경우만을 생각해 보면, 마치 (그림1)처럼 중력장이 빛을 휘게 하였다고 말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빛이 휘는 시공간을 우리는 '휜시공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시공간의 기하학
(그림3)과 같이 평면과 구면 상에 그려진 2개의 직각삼각형을 생각하자. 직각삼각형 세변의 길이를 그림에서 처럼 정의된 (x y)좌표계에 대하여 각각 △x △y △r(빗변)이라면, (a)의 경우는 평면 상이므로 '피타고라스'(Pythagoras)의 유명한 정리
(△r)²=(△x)²+(△y)² (1a)
가 성립하게 된다. 그러나 (b)의 경우는 구면상이므로 식 (1a)는 성립되지 않고, 세 내각의 합도 1백80˚가 아니다. 이 경우에는 대신
(△r)²=(1+δx)(△x)²+(1+δy)(△y)² (1b)
와 같은 식이 성립될 것이다. 여기서 δx,δy는 등식이 성립하도록 조절하는 임의의 계수들이다.
(그림3)은 평평한 2차원 공간(평면)과 휜 2차원 공간(구면)을 예로 한 것이지만, 3차원 공간의 경우도 똑같이 확장해 볼 수 있다. 즉 직교좌표계(x y z)를 잡고 △x △y △z △r을 유사하게 정의하여
(△r)²=(△x)²+(△y)²+(△z)² (2a)
가 성립하면 그 3차원 공간은 '평평'(flat)하고
(△r)²=(1+δx)(△x)²+(1+δy)(△y)²+(1+δz)(△z)² (2b)
을 만족하면 '휘었다고'(curved)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앞서 기술한 '휜 시공간'은 어떻게 표현되겠는가 생각해보기로 하자. 시공간은 공간의 요소(△x △y △z)외에도 어떠한 시간의 요소 △q를 도입하여야 하므로 수학적으로 4차원이라야 한다. 따라서 어떠한 '시공간 내의 길이'△P에 대해서
(△P)²=(△q)²+(△x)²+(△y)²+(△z)² (3a)
을 만족하면 그 시공간은 평평하다고 정의하고
(△P)²=(1+δx)(△q)²+(1+δx)(△x)²+(1+δy)(△y)²+(1+δz)(△z)² (3b)
을 만족하면 휘었다고 정의하는 것이다. 남은 문제는 앞서 등가원리에 의해 기술된 휜 시공간에 맞는 △P △q가 과연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특수상대론과 좌표변환
상대론에서 중력장이 없는 시공간은 평평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중력장이 바로 시공간을 휘게하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력장의 개념이 빠진 시공간을 다루는 상대론을 우리는 '특수상대론'(special relativity)라고 부른다. 여기서 '특수'란 말은 중력이 없는 특수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상대론의 나머지 부분을 '일반상대론'(general relativity)이라고부르는것 역시 이 개념에 모순되지 않는다(평평한 공간은 휜 공간의 한 특수한 경우임에 유의하자).
식 (3a) (3b)에 있는 △P△q를 규명하기 위해서, 가장 간단한 특수상대론의 경우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특수상대론은 1905년 아인슈타인에 의해 제안되었는데, 다음과 같은 2가지 가정에 기초를 두고 있다.
① 물리학의 법칙은 서로 등속으로 운동하는 좌표계에서는 모두 같은 꼴의 방정식으로 기술된다.
② 빛의 속도 C는 관측자의 운동 상태에 무관하게 일정하다.
만일 상대운동을 하는 관측자들에 대하여 물리학의 법칙들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우리는 어느 좌표계가 정지하여 있고 어느 좌표계가 운동하고 있는지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가정①은 이 우주에 기준이 되는 시공간의 좌표계가 따로 없다는 의미를 갖는다. 가정②도 모든 물리적 현상을 한가지 관점에서 취급할 수 있다는 간결함에서 가정①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이 2가지 가정에 근거를 둔 시공간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림4)에서처럼 두 좌표계 O(t w y z) O'(t' w' y' z')을 도입하기로 한다. 여기서 t는 좌표계 O에서 재는 시간, t'은 O'에서 재는 시간을 의미한다. 그림에서처럼 좌표계 O에 정지하여 있는 관측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일치한 x x'축의 +방향을 따라 등속도 ν로 멸어지고 있는 좌표계 O'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두 좌표계의 원점이 t=0(t'=0)일 때 일치하였다고 가정하고 이 때부터 빛이 원점에서 등방적으로 전파되기 시작하였다고 생각하면, 좌표계 O O'의 관측자들은 위의 특수상대론 가정들에 의해
x²+y²+z²=c²t² (4a)
x'²+y'²+z'²=c'²t'² (4b)
와 같은 방정식을 갖게 될 것이다(거리=속도×시간). (그림4)와 같은 경우 우리의 머릿속에 얼핏 떠오르는 좌표변환은
t'=t (5a)
x'=x-νt 또는 x'=x'-νt' (5b)
y'=y (5c)
z'=z (5d)
인데, 이러한 것을 '갈릴레오(Galileo)변환'이라고 부른다. 식(5a)는 t와 t'가 서로 다를 것 같지 않다는, 우리의 일상 경험을 토대로 해서 형성된 시간에 대한 직관적인 개념을 담은 것이다. 그러나 갈릴레오 변환 식 (5a)-(5d)는 방정식 (4a) (4b)를 동시에 성립시키지 못한다. 예를 들어 식 (5a)-(5d)를 (4b)에 대입하면 (x-νt${)}^{2}$+${y}^{2}$+${z}^{2}$=${c}^{2}$+${t}^{2}$ (6)이 되는데, 식 (6)는 분명히 (4a)와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갈릴레오 변환이 특수상대론의 경우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
'로렌츠(Lorentz) 변환'이라고 불리우는 좌표변환,
y'=y (7c)
z'=z (7d)
는 마치 마술과 같이 식 (4a)(4b)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따라서 우리는 로렌츠 변환이 두 좌표계 O O' 사이에서 일어나는, 특수상대론에 적합한 좌표변환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로렌츠 변환 (7a)-(7d)는 ν<;<; c인 경우 갈릴레오 변환 (5a)-(5d)가 되며, 의미심장한 새로운 시공간의 개념들을 지니고 있다.
휜 시공간
공간의 수축, 시간의 지연과 같은 현상에도 불구하고 좌표계 O O' 내에서 로렌츠 변환에 관계없이 일정한 물리량들이 있다. 예를 들어 시공간 내에서 시간 간격 △t, 공간간격(△x △y △z)를 갖는 두'사상'(event)을 생각할 때
(△τ)²≡(△t)²- $\frac{(△x)²+(△y)²+(△z)²}{c²}$ (8)
로 정의되는 △τ는 로렌츠 변환에 무관하게 일정하다. 이는 좌표변환 (7a)-(7d)를 식 (8)에 대입하여 보면 쉽게 증명할 수 있다.
△τ를 우리는 '고유시간'(proper time)이라고 부른다. 식 (8)을 변형하면
c²(△τ)²=c²(△t)²-(△x)²-(△y)²-(△z)² (9) 을 얻는다. 식 (9)를 식 (3a)와 비교하면 (△x)²(△y)²(△z)²의 부호가 바뀌었다는 점에 유념하게 된다. 따라서 △s라는 양을
(△s)²≡-c²(△τ)² (10a)
와 같이 정의하면 식 (9)로부터
(△s)²=-c²(△t)²+(△x)²+(△y)²+(△z)²(10b)
를 얻는다. 식 (10a) (10b)를 식 (3a)와 다시 비교하면 △P와 △q는
△P→ιc△τ=△s (11a)
△q→ιc△τ (11b)
와 같이 자연스럽게 대체됨을 발견하게 된다(ι²=-1). 다시 말하면 식 (10b)는 평평한 시공간의 피타고라스 정리인 셈이다.
식 (3b)를 마찬가지로 변형하면 식,
(△s)²=-(1+δt)c²(△t)²+(1+δx)(△x)²+(1+δy)(△y)²+(1+δz(△z)² (12)
이 휜시공간을 기술한다고 정의할 수 있게 된다. 식 (10a) (12)처럼 시공간의 길이를 정의하는
양을 우리는 '계량(metric)이라고 부른다. 물론 약한 중력에 해당하는 계량은 식 (12) 안의 모든 δ값들이 O에 가깝게 되어서 식 (10b)로 접근하는 것이다.
중력장 방정식
휜시공간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남은 일은 식 (12)안의 δ값들을 확정하는 일이다. 시공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시공간 안, 중력의 세기와 분포와 밀접할 것이므로 시공간의 기하학적 성질과 중력의 세기 및 분포를 연관시켜주는 방정식이 필요하게 된다. 이 방정식이 바로 상대론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중력장 방정식으로
(시공간을 휜 정도를 나타내는 기하학적 수식)=(시공간을 휘게 만드는 중력을 대표하는 수식 (13)
과 같은 구조를 갖는다. 이 방정식이 주어진 중력 조건에 따라 풀릴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시공간의 계량에 해당하는 δ값들을 알 수 있게 된다.
즉 '중력장 방정식을 푼다' 또는 '중력장 방정식의해(solution)을 구한다'라는 말은 모두 식(12)에서 주어진 중력장 조건에 맞는 δ값들을 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방정식(13)은 매우 복잡한 수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 그 해를 구하는 일이란 극히 어렵다. 겨우 몇 개의 해가 그것도 극단적인 대칭조건을 만족하는 시공간에 대하여 알려져 있을 뿐이다.
예를들어 태양의 주변 시공간은 태양의 질량 ${M}_{⊙}$ 과 반경 ${R}_{⊙}$ 에 의해
δt$\simeq$ -$\frac{{2GM}_{⊙}}{{c}^{2}{R}_{⊙}}$ (14a)
δx=δy=δz$\simeq$ -δt (14b)
와 같이 구해진다(G는 중력 상수이다.) 측정된 값들인 ${M}_{⊙}$$\simeq$2×${10}^{33}$g, ${R}_{⊙}$ $\simeq$ 7×${10}^{10}$㎝, c$\simeq$3×${10}^{10}$㎝/sce, G$\simeq$7×${10}^{-8}$㎤/g·sec²을 대입하면
δt$\simeq$-4×${10}^{-6}$ (15a)
δx=δy=δz$\simeq$4×${10}^{-6}$ (15b)
를 얻는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δ값들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정밀한 관측 기술은 태양 표면 부근에서 빛이 (그림1)처럼 약 1$\frac{3}{4}$˝(1˚=3600")의 각도 만큼 휜다는 사실을 검증해내고 있다.
컴퓨터로 풀어낸다.
1962년 '아노워크 데서 미스너'(Arnowitt Deset Misner)는 상대론을 '휜 3차원 공간+1차원시간'으로 나누어 기술하는 방법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 '3+1' 시공간이 중력장 방정식을 컴퓨터로 푸는데 가장 적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 방면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윌슨'(wilson)이 1971년 최초로 논문을 발표하면서 부터였다. 즉 수치상대론(numerical relativity)라는 새로운 학문의 분야가 태어나게 된 것이었다.
(그림5)에는 '3+1' 시공간으로 기술되는 4차원 시공간이 주어져 있다. 그림에서 S는 어떠한 시간 좌표 t에서 시간 단면(time slice)으로 표현되는 3차원 공간이고, S'는 그로 부터 △t만큼 시간 뒤인 t+△t+에서의 공간이다. 관측자가 정지한 상태에서 S상의 점A로부터 S'상의 점 A'으로 진행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관측자가 직접 경험하는 고유 시간의 간격 △τ는 특수상대론의 경우에서 처럼 변하지 않으나,△t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하자. 예를들어 S에서 S'로 진행하면서 블랙홀(black hole)이 형성되는 경우를 보면, 블랙홀의 표면에서는 식 (12)에서 (1+δt)의 값이 0이 되므로 △t는 ∞로 발산하게 된다. 따라서 △τ와 △t를 관계지어 주는 '경과 함수'(lapse function) α를 △τ=α△t와 같이 정의하면, 블랙홀이 형성되는 경우 α값은 0으로 접근하게 된다.
한편 관측자가 A에서 A'으로 진행하는 동안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하여도 S S'에 대한 A A'의 좌표는 각각 다를 수도 있게 된다. S상의 A와 똑같은 좌표를 갖는 S'상의 점을 A"이라 하면 A'점과 A"점 사이의 거리는 공간벡터(vector) $\overrightarrow{β}$에 의해 $\overrightarrow{β}$로 주어지는 데, 이렇게 정의된 $\overrightarrow{β}$를 '이동 벡터'(shift vector)라 부른다. $\overrightarrow{β}$는 물리적으로 속도(velocity)와 같은 성질을 갖는다. 수치상대론에서는 이러한 '3+1' 시공간 안에서, α와 β를 이용하여 S상에서의 물리학을 S'으로 '진화'(evolve)시킨다.
중력장 방정식도 '3+1'꼴로 자동적으로 나누어지게 되는데, 일부는 각 시간 단면에서의 구속(constraint) 조건으로 사용되며 나머지는 다른 보조 방정식들과 함께 다음 시간 단면으로 진화시키는 데 사용된다.
즉 초기 조건이 주어지면 컴퓨터는 먼저 첫 시간 단면으로 부터 다음 시간 단면으로 보든 물리학을 옮기고 난 후, 구속조건에 맞도록 조절하게 된다. 이 과정이 완료되면 다시 계속 반복하면서 문제를 풀게 되는 것이다.
수치상대론의 현재 추세
수치상대론의 가장 적합한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거대한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 주변에 형성되는 유입물질원환체(acoretion torus)의 구조를 푸는 문제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필자가 기고한 과학동아 88년 1월호를 참조해주기 바란다.
맨앞의 사진은 '홀리'(Hawley) '스마루'(Smarr) '월슨'이 크레이-I 슈퍼컴퓨터(Cray One Supercomputer)를 이용하여 풀어낸 유입물질원환체의 한시간 단면이다. 이 색사진에서 우리는 대칭축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는 블랙홀과 유입물질원환체의 내부를 볼 수 있다. 유입물질원환체는 유입물질의 밀도 온도 압력 등을 계산하여 사진처럼 주어진 시간 단면을 계속 변화시킨다. 따라서 우리는 결국 영화처럼 연속적으로 변하는 영상을 볼 수 있게 된다. 이와같은 표현방식은 간명하고 설득력이 높기 때문에 수치상대론으로 풀린 천체물리학의 문제들은 거의가 다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보는 영화는 비록 순식간에 끝난다 하더라도 한가지 독립된 천체물리학의 문제가 수치상대론으로 풀리기 위해서는 천체물리학자와 수치해석(numerical analysis) 전문가들이 팀을 이룬 연구소나 대학에서 3~4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실제로 성공한 예는 그렇게 많지 않은 편으로 80년대 중반만 하여도 미국의 '샤피로'(Shapiro)와 '튜콜스키'(Teukolsky)가 한 구상성단(globular cluster)이 함몰하여 거대한 블랙홀을 만드는 문제를 기술한 것과, 역시 미국의 '센트렐라'(Centrella)와 '월슨'이 대칭축을 갖는 우주론 모델을 푼 것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 분야의 진전은 상황이 매년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급속히 발전해 나아가고 있는데, 최근에는 인플레이션(inflation) 우주, 두 천체의 충돌 문제 등 상대론적 천체물리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1차원, 2차원적 기술을 넘어서 보다 정밀한 3차원 공간에서의 묘사를 서두르고 있는 추세이다. 필자가 88년 12월 미국 텍사스 달라스에서 열린 제14회 상대론적 천체물리학 텍사스 심포지움(14th Texas Symposium on Relativistic Astrophysics)에서 들은 바로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세계 전역에서 약 5~6개의 팀이 3차원 문제를 풀고 있는 중인 것 같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서론에서도 언급하였지만, 하루가 다르게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현대컴퓨터는 천체물리학의 세계에도 커다란 변혁을 가져오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