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 배출한 유독성폐기물이 가난한 아프리카에 마구 버려지고 있다.
서부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정부 요청으로 선진국 과학기술진이 방사성폐기물 전문가를 보낸 일이 있었다. 지난 88년 7월의 일이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배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나이지리아 남서부의 델타지대에 있는 '코코'항에 87년 가을에 8천개나 되는 여러가지 모양의 드럼통과 다른 용기가 양륙되었다. 원주민이 월 5백나이라(나이지리아 화폐단위. 1나이라 약 1백46원)씩에 보관하기로 계약하고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것이다. 야적된 드럼통은 얼마뒤에 녹이 슬어 구멍이 뚫리고 악취가 나는 액체가 흘러나왔다.
산업폐기물을 싣고 방황하는 선박들
88년 6월 수도 '라고스'에서 발행하는 신문 '뱅가드'지가 그 진상을 보도하자 대소동이 벌어졌다. 그 드럼통 속에 들어있는 것은 70년 11월 일본에서 있었던 '카네미 유증'사건의 원인물질인 PCB(폴리염화비페닐)와 방사성폐기액을 고농도로 함유한 폐액이었다. 이탈리아 정부가 발행했다고 알려졌던 수출허가증도 위조 된 것이었다.
주범인 이탈리아인 산업폐기물 브로커는 발각직후 국외로 도망했으나 군에서 이 사건에 관계한 나이지리아의 선박화물취급자와 루프트한자 항공의 현지직원 등 40명을 체포하고 대통령은 국제기구에 이를 처리하는 원조를 요청했다. 엄중한 항의를 받은 이탈리아 정부는 서독선적의 화물선 카린B호를 용선하여 폐기물을 회수했다.
카린B호는 폐기물을 처음 실어냈던 이탈리아의 라벤나항으로 가려고 했으나 주민의 맹렬한 반대로 기항하고 못했고 스페인 네널란드 서독 등에서 모두 거절당해 프랑스 앞바다의 공해에 정박한채 지금까지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탈리아에서 유독폐기물 1만2천t을 싣고 출항한 이탈리아 선적의 자노비아호는 아프리카 남미 지중해 등 가는 곳마다에서 입항을 거부당하여 1년 이상을 방황하고 있다.
지난 86년 2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키안시호에 선적된 1만4천t이나 되는 위험물을 포함한 원자로 소각로의 재는 카리브해의 바하마에서 양륙할 계획이었으나 거부당해 결국 서부 아프리카의 섬나라 카보베르데까지 싣고 갔다.
암약하는 유독폐기물 수출 브로커
이렇게 유독폐기물을 싣고 해상에서 떠도는 '유랑선박'이 이밖에도 여러척이 있다.
88년 4월 서부 아프리카 기니 앞바다에 있는 무인도 파사섬에서 갑자기 수목이 일제히 말라버린 사건이 있었다. 정부에서 조사한 결과 청산화합물 아연 크롬 등을 다량으로 함유한 소각로의 재 1만5천t이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노르웨이 화물선으로 운반되어 버려진 것임이 밝혀졌다.
5월에는 콩고에서 유독폐기물을 불법으로 받아들일 목적의 유령회사를 만든 혐의로 정부직원 5명이 체포되었다. 미국에서 3년간에 걸쳐 보내는 1백만t의 폐기물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4백20만 달러를 받을 예정이었다. 또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에서도 화학폐기물을 8년간에 걸쳐 받아들이고 9천2백60만 달러를 받게 되어 있었다.
같은 무렵 서부 아프리카의 기니비사우에서 서방측의 유독폐기물을 1천5백t을 6억 달러를 받기로 하고 인수하여 국내에 파묻기로 한 계약을 파기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미국과 유럽의 제약회사나 피혁가공회사에서 나온 폐기물을 수입하여 세네갈 국경에 가까운 사막에서 처분한다는 계약인데 그 대가로 받는 액수는 이 나라 무역수입의 5배나 되는 거액이었다.
그러나 인민의회에서 "주변에는 지하수맥이 있으며 계약상에는 안전조사와 대책이 세워지도록 되어 있는데 그것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국민들도 "선진국에서 금지된 유독폐기물을 경제적인 약점을 노리고 개발도상국에 밀어붙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맹반대운동이 일어나 계약철회가 결정된 것이다.
5월 중순에는 이탈리아에서 실어온 폐기물 2천여t이 레바논의 베이루트 북방 쓰레기 집적장에 버려진 사건이 있었다. 정부가 조사한 결과 87년 가을부터 브로커가 산업폐기물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싣고와 버렸다는 것이 밝혀졌다. 가까운 거리에는 환경이 좋은 해수욕장이 있는데 그해 여름에는 사람들이 몰리지 않았다.
레바논은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어 각지에 민병이 관리하는 지역이 있다. 그런곳은 폐기물규제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불법투기의 온상이 되고 있다. 베이루트 동쪽에서는 그리스의 담배산업 유독폐기물이 대량으로 버려진 사건도 드러났다.
이밖에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폐기물 대량유기에 대한 소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대기업은 서부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 대통령에게 2천5백만 달러를 주기로 하고 유독폐기물을 인수해줄 것을 교섭했다는 얘기도 있다. 갬비아 베닌에도 유럽에서 폐기물 수입을 타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아프리카는 쓰레기 처리장이 아니다
이상으로 소개한 케이스는 사실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풀이다.
확실히 선진공업국이나 신흥공업국에 있어서는 유해폐기물 처분문제는 머리가 아픈 문제다. 화학 제약 농약공업이나 원자력 등에서 나오는 유해폐기물은 1947년 당시에만 해도 5백만t 정도였던 것이 지금은 3억t을 넘었다고 추정되고 있다.
그중의 70%가 미국에서 배출되는 것이다. 여러가지 규제와 공해반대운동으로 처리단가는 해마다 올라 미국에서는 현재 t당 2천 달러나 된다. 땅 속에 묻어 처리한 폐기물이 강이나 지하수에 흘러들어 음료수를 오염시키는 사고가 늘었다. 주민의 반대운동도 각지에서 벌여져 폐기장소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등 여러나라도 처리시설을 이 이상 더 설치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거기다 이젠 국내에서는 폐기물 전량의 25%밖에 처리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폐기물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는 제3세계에서 폐기장소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급격히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이런 사정을 반영한 것이다. 이런 개발도상국은 만성적으로 외화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위험물을 받아들이면 그런 외화부족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부수뇌도 적지 않다. 폐기물 브로커가 이런때 파고 들어 암약하는 것이다.
88년 7월에는 가나환경보호협의회 주최로 서부 아프리카 9개국 대표가 수도 아크라에 모여 대책을 협의한 끝에 "선진국은 아프리카 대륙을 폐기물 집하장같이 생각하고 있다"고 규탄하고 유엔에 유해폐기물의 수출에 관한 회의를 소집하도록 촉구할 것을 결의했다.
폐기물 수출은 선진국으로부터 개발도상국으로 향해서 만이 아니다. 서독이 매년 70만t이나 되는 산업폐기물을 동독에 수출하고 있는 것을 비롯하여 서방세계에서 공산권에 수출되는 폐기물은 연간 2만건에 이르고 있다. PCB 납 카드뮴 등을 함유한 것이 많은데 외화가 부족한 공산권에서는 우선 다급하니 받아 들이고 있는 것이다.
확립되지 않은 국내처리원칙
유엔환경계획(UNEP)은 88년 봄 베네수엘라에서 연 가맹국회의(34개국)에서 '유해폐기물은 수입국에 그것을 무해화할 기술이 있다고 증명되지 않는 한 수출을 금지한다'는 권고를 채택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88년5월 '유해폐기물의 국제간 이동에 관한 협정안'을 작성하여 가맹국에 제시했다. 국가나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 처리기준을 통일하고 규제가 엄한 나라에서 완만한 나라로 유출되는 것을 억제하는 내용으로 빠르면 89년 중에 발효시킬 움직임이다.
EC도 1992년의 시장통합을 앞두고 폐기물 수출규제를 통일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추진중이다.
다만 이런 협정이 성립되었다고 하여 곧 바로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폐기장소를 마련하지 못하여 곤경에 빠져있는 재력있는 수출국이 있는 한편에 외화가득을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위험은 눈을 감을 수 밖에 없는 가난한 수입국이 존재하여 부패한 정부요인과 결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제적으로 폐기물은 배출한 곳에서 처리하거나 재활용하도록 한다는 원칙이 확립되지 않는 한 폐기물 무역은 더욱 교묘한 모양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카네미 유증(油症)사건
1970년 11월 후쿠오카 야마구치등 서부 일본지역의 1백8세대 3백명이 중독을 일으켜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
피고는 중독유(상품명 카네크롤)를 제조판매한 키타큐슈시 고쿠라구의 카네미회사와 대표 카토 산노스케, 국가, 키타큐슈시(뒤에 중독원인 물질을 제조 공급한 카네화학을 추가)로 청구총액은 9억7천1백87만엔(한화환산 약51억원).
법원은 중독유에 함유된 폴리염화비페닐(PCB)과 중독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여 원고측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PCB(Polichorinated bephenyle)
PCB는 카네미유중독사건의 원인이된 유기염소화합물로 DDT와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다. 내열 내약품성 절연성이 뛰어나 컨덴서나 트랜스의 절연체, 열처리용의 열매체, 페인트나 인쇄용잉크의 첨가제 등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유기염소화합물은 그 성질상 폐기처리가 곤란하여 환경오염원중의 중요한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1966년 스웨덴에서 물고기와 새의 몸속에서 PCB가 검출된것을 비롯하여 영국의 빗물, 스코트랜드 앞바다의 바다표범과 남극의 아데리 펭귄, 북극의 바다표범 등이 오염되었음이 계속 보고되었다.
일본에서도 1970년 말경 에히메대학연구팀이 세도내해와 동경만 비파호등지의 어패류에서 고농도의 PCB를 발견했다. 이때문에 71년 6월 과학기술청이 중심이 되어 후생부 노동부 수산청의 각 연구소와 코베대학 에히메대학 등이 참가한 연구전담반이 조직되어 오염경로 독성 등에 대한것을 조사했다. 72년초 먼저 분석 방법을 확립하여 전국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소 돼지 닭 등의 육류, 유아용분유, 이유식(베이비 푸드), 우유, 계란, 어패류와 일부 채소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식품이 오염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이 PCB는 한번 인체에 들어가면 좀처럼 배설되지 않으며 독성이 강하다.
이에따라 72년 4월 중의원 공해대책·환경보전 특별위원회는 'PCB추방'을 결의했다.
정부의 지시로 메이커는 제조를 중지했으나 이미 유통중인 PCB가 함유된 제품회수는 어려웠다. 그리고 노동부조사로는 PCB를 취급하는 60개공장 종업원이 1백명에 1명꼴로 '검은 여드름'이라는 특수한 피부병에 걸려있었다.
PCB가 신생아에 미치는 영향은 중요하다. 모체에 축적된 PCB가 태반을 통하여 태아에 이행하기 때문이다. PCB는 기름에 녹는 성질이므로 모유에 녹아 섞인다.카네미유증에서 발증한 모체에 축적된 PCB는 태반이나 모유를 통해 태아에 이행하여 태아에게 유증이 발증했고 그대신 모체는 PCB축적이 감소하여 유증증상이 가벼워졌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신생아 유증환자는 태어날때 부터 피부색이 검다. 칼슘대사장해로 이가 생기는 상태가 나쁘며 뼈의 생육도 더디다. 심실 중격결손증인 경우도 있다.
방사성폐기물(radioactive waste)
원자력발전소나 핵연료재처리공장 핵연구소 등에서 나오는 스트론튬(Strontium) 90이나 세슘(Caesium) 137 크립톤(Krypton) 85등의 방사성핵분열생성물과 방사능을 띤 기구나 의류등을 말한다.
방사성핵분열생성물이란 이른바 죽음의재로 우라늄을 핵분열시킬때 필연적으로 생산된다. 1백만kw급의 원자력발전소가 1년간 운전을 계속하면 히로시마형 원폭 약 1천발분의 방사성핵분열 생성물이 원자로 속에서 생성된다.
방사성폐기물은 드럼통 등에 넣어 특수시설속에 저장되지만 낮은 레벨의 폐기물은 환경속에 방출된다. 방사성폐기물 처분방법으로는 암염갱에 깊이넣어 가두는 안, 해양투기안, 남극영구빙 속에 묻어가두는 안 등이 있으나 모두 방사성폐기물이 환경에 스며나올 가능성이 많아 위험하다. 또 로킷을 사용하여 우주공간에 버리는 안도 나왔지만 막대한 비용을 생각하면 비현실적이다.
또 낮은 레벨의 방사성폐기물은 증발등으로 환경속에 그대로 방출되고 있는데 이것도 자연방사능과는 달라 이런 인공방사능에는 생물이 적응할수 없어 체내에 그대로 파고 들어 그대로 축적되어 버리므로 위험하다.
국제연합환경회의(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
1972년 스톡홀름에서 열렸던 유엔 인간환경회의에서 유엔의 환경관련활동종합조정기구로서 설치하고 73년 10월 케냐의 나이로비에 사무국을 두었다.
환경문제는 선진국에서는 공해문제며 오염물질억제 이지만 발전도상국에서는 빈곤이 최대의 환경문제다. 따라서 주택 인구 보건위생 등 인간거주생활 문제가 최우선이 된다. UNEP도 이런 발상을 지지하여 환경관리란 인간활동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환경파괴가 없는 개발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76년에는 뱅쿠버에서 유엔인간주거회의(HABITAT)를 열어 세계환경주간의 주제의 하나로 '물은 생명의 근원'을 다루어 물에 대한 문제해결을 시도했다. 이어 77년에는 아르헨티나에서 국제물문제회의와 사막록화회의를 개최하였다.
OECD 공해방지국제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972년 2월에 열린 환경위원회에서 '공해방지비용은 발생기업이 부담한다'는 '오염자 부담원칙'(polluter pays principle)을 기본이념으로 한 강령을 채택하여 그해 5월의 각료 이사회에서 정식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