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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種)의 보존을 위한 의지 발생의 신비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아 생물의 발생 전과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그 해답을 듣는다. 조정현상은? 유전자의 등가성은? 암과 발생과의 관계는?

오늘 날 이 사회에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나름대로의 일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직무의 분담은 사회가 발달될수록 더욱 세분화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다세포 생물들도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직무의 분담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 몸을 살펴 보자.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6×${10}^{13}$여개의 세포들은 기능과 형태가 매우 다양하며 대략1백여종이 있다.
이러한 구조와 기능의 분화현상은 동식물을 망라하여 공통적으로 나타난는데, 이는 생물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어 왔다.

단단한 보호막

발생이란 미(未)분화상태의 세포가 일련의 과정을 거쳐 고도로 분화된 형태와 기능을 가지게되는 현상이다. 개체가 발생되기 위해서는 먼저 생식세포가 형성돼야 한다. 이어 암수 두 생식세포가 서로 만나 합쳐지는 수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생물들은 한번에 엄청난 수의 생식세포를 형성한다. 특히 하등한 생물일수록 이러한 현상이 돋보이는데 사람의 경우도 1㎖의 정액에 10억마리 이상의 정충이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종(種)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불가피하게 치루어야할 댓가로 보인다.
하등한 생물의 수정은 대개 몸 밖에서 일어나거나 물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때 적은 수의 생식세포가 외부로 방출된다면 서로 다른 배우자끼리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희박해진다 그래서 하등생물은 엄청난 수의 생식세포를 밖으로 방출하는 것이다. '많이 내 보내면 그중 하나는 수정이 되겠지' 하는 뜻이 담겨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한꺼번에 여러 개의 생식세포가 결합할 가능성도 있다. '영리한' 생물들은 이런 가능성을 방어하는 메커니즘도 함께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하나의 알세포에 두개 이상의 정충이 합쳐지게 되면 정상적인 발생이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성게의 경우 이러한 방어 메커니즘은 두 단계에 걸쳐 일어난다. 제1 방어 메커니즘은 수정 후 2~3초 이내에 그 활동을 개시한다. 일단 정충과 알세포가 결합하게 되면 알세포의 세포막은 다른 정충이 접근하는 것을 막는다. 즉 세포막의 막전위라고 불리우는 전기적 성질이 변하게 돼 다른 정충이 알세포와 결합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제2 방어 메커니즘은 수정 후 1분 이내에 일어난다. 이때쯤에 형성된 수정막이 다(多)수정현상을 확실하게 막는 것이다. 암컷의 알세포의 표면 근처에 있던 물질이 알 표면을 둘러싸게 됨으로써 '견고한 방어막', 즉 수정막을 형성, 더 이상의 정충이 알 내부로 침입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지한다.

그러나 모든 생물에서 단 하나의 정충만이 알세포와 결합하는 것은 아니다. 예로 도룡뇽과 같은 양서류에서는 여러 개의 정충이 하나의 알세포로 들어간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알세포의 핵과 결합하는 정충의 핵은 단 하나이며 나머지는 소멸되어 버린다.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단 하나의 정핵이 선택되는지는 현재 잘 밝혀져 있지 않다. 그러나 동물과는 달리 식물(특히 속씨식물)의 중복수정은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다. 하나의 꽃가루로부터 유래한 두개의 정핵이 각각 알세포와 극핵을 가진 세포와 결합, 배와 배젖을 만들게 된다.

알세포에 미래의 청사진이


동물이 식물의 발생원인을 제공하기도. 즉 동물이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준다.


한번에 만들어지는 암컷의 생식세포, 즉 알세포의 수도 생물의 성숙도에 따라 다르다. 하등한 생물의 알세포는 무수히 많지만 고등한 생물의 알세포는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은 2백만개 정도의 제1차 난모세포가 신생아 시기의 여자 아이에게 존재하지만 사춘기에 이르면 약 4만개 정도만이 남는다. 그후 배란되는 알세포는 일생을 통틀어 겨우 4백개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생식세포는 시원생식세포라 불리우는 특수한 체세포로부터 유래한다. 이시원생식세포의 거듭된 분열과 고도로 복잡한 과정에 의하여 생식세포가 형성돼가는 것이다. 여러 개의 체세포로부터 시원생식세포가 결정되는 것은 '생식세포결정소'라 불리우는 물질에 의하여 판가름 난다. 특히 초파리와 같은 곤충,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의 경우 '생식세포결정소'의 존재가 잘 알려져 있다. 이들 결정소는 수정 전부터 알의 특정 부위에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실험에서 수정전, 알의 특정부위에 자외선을 쪼여주었더니 생식세포의 형성이 저해되어 생식능력이 없는 개체가 태어났다. 이 실험은 '생식세포결정소'의 기능과 형성시기를 짐작케한다. 그러나 이때 자외선을 쪼이지 않은 다른 알에서 세포질을 추출하여 자외선을 받은 알에 이식했더니 생식세포가 부활, 개체는 정상적인 생식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얼핏 보면 난자는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발생기간 동안 소요되는 여러가지 물질들을 포함한다. 즉 단백질 지질 탄수화물 등이 난황의 형태로 풍부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단백질 형성의 주역이 되는 리보핵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난자의 리보핵산은 일반세포에 존재하는 리보핵산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알의 리보핵산은 오랫동안 파괴되지 않고 저장될 수 있도록 보호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동면에 들어가기 전의 개구리 알에는 엄청난 양의 리보핵산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리보핵산은 이듬 해 봄까지 6개월 정도를 파괴되지 않고 보존될 수 있다.

식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꽃가루받이가 일어날 때 필요한 단백질의 합성을 위한 리보핵산이 비교적 오랫동안 보존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또 있다. 알세포에 함유되어 있는 여러가지 물질들이 단순히 에너지원이나 체적의 증가에만 이용되는게 아니고 장차 나타날 완성된 생물체의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이들 물질은 특정한 형태를 만드는 일종의 결정소의 역할도 한다.

물론 모든 유전정보는 데옥시리보핵산에 담겨져 있지만 여기서 유래한 리보핵산을 포함한 여러 물질들이 고도의 일관성을 가지고 생식세포에 존재한다. 이 사실은 생식세포가 단순히 크기가 큰 세포라는 일반적 통념을 부정하고 있다.

조정능력과 '모자이크'

한편 다른 하나의 생식세포인 정자는 그 임무를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하나는 유전정보의 전달이다. 부계(父係)에서 유래한 반쪽의 유전정보를 모계(母係)로부터 유래한 나머지 반쪽의 유전정보를 지닌 알세포에 전달, 완벽한 유전정보를 지닌 새로운 세포의 탄생을가져오는 것이다.

제2의 임무는 휴면상태의 알세포를 자극, 발생이라는 긴 여정이 시작되도록 알세포를 활성화시킨다는 점이다.
정자의 역할이 유전정보의 전달없이 단순히 알세포의 활성화에만 있는 경우도 있다. 이 사실은 도룡뇽 종류에서 발견되었다.
정자도 알세포 못지 않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비로소 수정능력을 지닌 세포로 분화하게 된다. 즉 시원생식세포로부터 유래한 정원세포는 수회의 세포분열에 의하여 정모세포를 형성한다. 또 정모세포는 정세포를 형성한다.

이들 정세포가 정자형성과정과 성숙과정을 거침으로써 비로소 수정능력을 지닌 정자로 분화한다. 이러한 정자형성기간 동안에 정세포의 핵은 극도로 응축한다. 거의 모든 세포질이 제거됨과 동시에 운동에 필요한 편모와 운동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가 리본모양으로 배열되는 것이다.

정자의 핵이 있는 머리 앞부분에는 수정시 알세포 주변의 점액질 또는 막을 통과하는데 필요한 효소가 존재한다. 또 같은 종끼리만 수정이 이루어지게 하는 인식물질이 있다.

일단 수정에 의하여 발생이 시작된 알에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조정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조정능력이란 개체의 일부분에 물리적인 손상이 있을 때 그것이 복구되어 원상태로 돌아가는 능력을 지칭한다. 이 조정능력은 일반적으로 발생시기가 이를수록 또 하등한 생물일수록 잘 나타난다.

그러나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발생이 끝난 뒤에도 한정된 조정능력을 보이는 경우인데 도롱뇽의 뛰어난 재생능력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반면 일부 바다에 사는 무척추동물을 포함한 몇몇 종류들은 이러한 조정능력이 극히 빈약하다. 알세포의 상태에서 이미 엄격하게 각 부위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를 '모지이크'라 하여 조정능력을 보이는 경우와 대비한다.

이러한 모자이크성의 알세포는 주어진 손상에 대한 복구능력이 없기 때문에 발생시 입은 피해가 그대로 개체에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면 바다에 사는 연체동물(굴 고둥따위)의 일부는 초기 난활과정에서 세포질의 일부가 한쪽 할구로부터 돌출, 극엽(Polar Lobe)을 형성한다. 만약 이 극엽을 2세포기 혹은 4세포기에 제거하면 근육, 안포등과 같이 중배엽성조직으로부터 유래하는 기관의 형성이 저해, 불완전한 개체가 태어난다.

이번에는 조정능력을 생생히 보여주는 예를 들어보자.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나 성게 불가사리와 같은 극피동물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제1분열이 끝난 수정란의 2개의 할구를 적당한 방법으로 분리하였더니 감탄할만한 조정 능력을 나타냈다. 각각의 할구로 부터 크기는 작지만 완전한 형태를 지닌 유생이 발생된 것.

유전자의 등가성
 

개구리의 알을 이용한 실험으로 유전자의 등가성이 증명되었다.


그렇다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거의 모든 생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조정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조정현상은, 즉 모든 세포에 동량·동질의 유전정보가 들어있으리라는 추측을 뒷받침하는 것이 아닌가?

이른바 유전정보의 등가성(等價性) 문제는 오랜 시일을 두고 많은 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러한 유전자의 등가성 문제에 획기적인 해답을 준 것은 핵이식을 통한 실험의 결과였다.

1952년 미국의 '브리그스'(Briggs)와 '킹'(King)은 개구리의 알에서 핵을 제거하였다. 그리고 이미 발생이 진행되어 완전한 조정능력을 보유하지 못한 세포로부터 핵을 추출, 핵을 제거한 알에 이식하였다. 실험결과는 놀라왔다. 핵을 이식받은 알로부터 완전한 개구리 유생, 즉 올챙이가 발생되었던 것이다. 이 '세기의 관찰'로 모든 세포에 존재하는 유전물질의 등가성이 입증되었다.

다만 분화의 정도가 심한 세포로부터 핵을 제공받을 경우 정상적인 올챙이가 발생하는 빈도가 다시 감소하였다. 그러나 이것도 유전자의 양적 또는 질적인 변화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증거가 다른 실험으로부터 제시되었다.
한편 식물의 경우에도 유전자의 등가성을 입증하는 실험결과들이 있다.

1958년'스튜워드'와 그의 동료들은 홍당무 뿌리로부터 이미 분화된 세포를 추출했다. 그리고 이 세포를 배양하여 완전한 식물체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실험은 분화된 세포가 유전물질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기에 완전한 개체의 발생에 아무런 제약을 가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실험방법들은 이미 그 원래의 목적과는 달리 실용적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예컨대 종자로 번식시키기 힘든 귀중한 식물을 이 방법으로 다량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동물의 경우에는 활용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예로 핵치환 기술은 가축의 품종개량등에 이용되어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또 윤리적인 문제와 결부되어 섣불리 시도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공상과학 만화등에서나 볼 수 있었던 복제인간의 출현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전병의 근본적인 치료에도 이러한 기술이 원용될 수 있으리라 보여진다.

유전자의 등가성에도 예외는 있다. 유전자의 일부 또는 전부가 증가되거나 감소되는 경우가 그것이다. 유전자가 증가되는 유전자 증폭현상은 비교적 큰 알세포가 단기간에 형성되는 일부 곤충류와 양서류의 경우에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심한 경우에는 본래 유전자 양의 1천여배까지도 증폭이 된다.

반면 일부 곤충과 하등동물의 경우에는 유전자의 양이 줄기도 한다. 난할기간동안 생식세포를 제외한 모든 세포의 유전자의 일부가 없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항체를 생산해내는 면역세포의 일종인 B세포의 경우에도 분화의 진행 중에 유전자의 일부가 소멸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처럼 유전자의 등가성에 위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거의 모든 세포에는 동량의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보편타당하게 적용된다.

인식의 문제

결국 발생과정은 거의 무한의 가능성을 지닌 생식세포로부터 유래한 일단의 세포군이 주역이다. 이 세포군이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그 능력에 한계가 지워지는 특수한 세포들로 변화하는 과정들로 요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유전자의 양적인 변화를 수반하지 않는다는 점이 발생과정의 특징이다.

그러면 어떠한 과정에 의하여 이러한 변화가 유발되며 또 고착화되는가? 우리는 아직 이 물음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핵이식 실험을 통하여 나타나는 결과들을 종합하여 볼 때 이런 추정은 가능하다. 발생과정에서 양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질적인(회복가능한) 변화가 유전자에 나타난다고 보여지는 것이다.

이러한 추측은 근래 급속히 알려지고 있는 유전자의 구조및 배열 등의 특성과 결부하여 볼 때 강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세포들의 특이화 요소, 즉 분화를 유발하는 요소로 중요한 것은 이른바 결정소와 조직간의 상호작용이다. 결정소란 특정한 타입의 세포나 조직의 분화를 유발하는 물질이다. 이 결정소는 난자형성시 또는 초기 발생시에 만들어져 특정 부위에 존재한다고 믿어진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생식세포를 결정하는 물질 또는 중배엽성 조직을 결정하는 물질등이 있다.

한편 조직간의 상호작용이 기관의 발생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실험적 사실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하다.
그 중 하나의 예를 눈의 발생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양서류는 발생 초기에 뇌의 일부분이 양 옆으로 팽대하여 안포라 불리우는 구조를 이룬다. 그리고 이 안포의 바깥쪽 부분에 위치하는 상피조직으로부터 렌즈의 발생을 유도한다. 이 때 안포를 떼어내어 다른 곳에 이식해도 그곳의 상피조직으로부터 역시 렌즈가 형성된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두 조직간의 상호작용이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부분 발생초기에 일어나는 조직간의 상호작용은 근접하는 조직간에 물리적인 접촉이 있을때 일어난다. 이 접촉에 의하여 서로의 신호가 전달되는 방식을 따르는 것이다.

조직간의 상호작용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인식의 문제이다. 즉 영향을 받는 조직들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영향을 주는 조직으로부터 나오는 신호를 받아들이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 이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들의 정체와 그 작용 메커니즘은 불분명한 상태이다. 단지 세포표면과 그 주위에 분포하는 여러가지 당단백질 그리고 점액성 다당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고 있다.

호미오틱 돌연변이도 한다

발생과정에서 또 하나의 흥미로운 문제는 어떠한 과정으로 생물체마다 나타나는 특이한 여러가지 형태가 형성되는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곤충들은 머리 가슴 배의 세부분으로 나뉘어진다. 또 각 부분은 여러개의 체절로 되어있으며 각 체절 또한 여러 구획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각각의 체절들은 나름대로의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특성은 거의 모든 곤충에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척추동물을 포함한 고등한 동물들에게도 구조의 특성은 예외없이 관찰된다. 예로 팔 다리와 같은 운동기관의 골격구조를 살펴보자. 마치 판에 박은듯이 일정한 형태를 지닌 골격들이 질서정연하게 배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특정구조의 형성에 있어서 유전자의 역할을 궁금하게 한다. 그리고 일정한 법칙하에서 모든 구조와 형태의 형성이 이루어짐을 암시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일정한 형태형성이 제기하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는 다방면에서 시도되고 있다.
초파리의 경우 형태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여러가지 유전자가 최근 10여년간에 걸쳐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들 유전자들은 경우에 따라 여러 개가 한데 모여 복합체를 구성하고 있기도 한다. 또 이들 유전자의 배열 순서와 각각의 유전자에 의하여 구조가 결정되는 체절의 배열순서가 일치하고 있다.

만약 이들 유전자에 돌연변이에 의한 변화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체절의 구조에 심대한 변화를 미쳐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특이한 형태를 띤 개체의 발생을 초래할 것이다. 이같은 돌연변이를 호미오틱(Homeotic) 돌연변이라 한다.
이런 변이가 발생하면 초파리의 안테나 자리에 다리가 생길 수 있다. 또 날개가 없는 체절에도 날개가 발생, 두쌍의 날개를 가진 초파리가 태어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체절의 수라든가 각 체절의 구획을 결정하는 유전자도 그 존재와 분포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들 유전자는 발생과정 동안에만 국한해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를 테면 발생이 시작되기 전인 생식세포 형성 시기에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의 유전자도 장차 나타날 체절등의 전반적인 구조와 그 배열이 일치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유전자의 특정부위의 염기배열 순서가 고도로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염기는 곤충은 물론이고 효모에서 사람에 이르기까지 고루 존재하고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이들 특정 염기부위가 단지 진화의 흔적일 것이라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런데 더 강력한 암시는 비록 형태는 다르지만 그 형태를 형성하는 근본 메커니즘은 매우 유사할 것이라는 점이다.

복제된 골격이 동시에 나온다

그러나 생물체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세포들의 분화방향과 그들 유전자의 활성이 단지 다른유전자의 활성에만 의존한다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바꾸어 이야기하면 자신의 유전자를 통해 특이한 형태를 형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생물체를 특정부위를 구성하고 있는 개개의 세포들이 전체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 자신의 유전자 활성을 조절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실제로 세포에 위치특성이 존재한다는 실험적인 뒷받침은 간접적이기는하나 매우 풍부하다. 세포표면에 존재하는 여러가지 당단백질을 포함한 당화합물이 위치특성의 물질적인 본체일 것이라는 추측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최근의 실험결과에 의하면 적절한 시기에 비타민A의 유도체로 처리된 도룡뇽의 다리나 닭의 날개에서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세포의 위치특성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비타민A 유도체를 받아들인 다리로부터 원래의 골격과 복제된 골격이 함께 발생된 것이다. 더구나 그 골격의 배열순서는 우리가 예견할 수 있는 법칙성을 보였다. 이 실험결과와 비타민A 계통의 화합물은 세포표면 물질의 구성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또 다른 실험결과를 함께 고려해 보자. 그러면 앞서 언급한 세포의 위치특성과 세포표면 물질의 연관성은 더욱 강하게 시사된다.

현재 여러 실험실에서 비타민A 계통의 물질이 일으키는 세포표면 특성의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세포내에서의 작용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수행되고 있다. 이런 시도들은 형태형성의 의문점을 해결하는데 밝은 전망을 심어주고 있다.
 

달걀을 실험재료로 하여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들이 연구되고 있다.


발암유전자도 한몫

이제까지 우리는 생식세포의 형성에서 형태형성에 이르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여러가지 문제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이러한 발생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여지는 것중에는 뜻밖의 존재도 있다. 발암유전자(Oncogene)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발암유전자는 정상세포에도 존재한다. 다만 그 발현이 적절이 조절되기 때문에 암세포로의 변환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발암유전자의 발현이 발생중인 조직 또는 기관에서 나타나며 분화의 정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발암유전자가 발생과 깊은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분화되고 있는 망막의 신경세포에서 감지되는 발암유전자의 활성은 현저하다. 더구나 조직간의 상호작용에서 신호물질로 작용하는 여러가지 성장인자와 발암유전자에서 파생된 유전자 산물의 유사성은 더욱 관련 가능성을 높여준다.

발생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발생이란 무한한 가능성이 점차 실체화되어 가고 있다. 또 이제까지 다소 모호하게 알려지고 있던 발생에 있어서의 여러가지 법칙성들이 최근 속속 밝혀지고 있다. 생화학적 분자생물학적 기술을 무기로 구체적인 물질적 규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구미 여러나라에서는 발생의 신비를 밝히기 위하여 많은 연구인력이 동원되고 있다. 또한 우리가 도전해 볼 만한 많은 연구과제들이 산재해 있다.

궁극적으로 발생의 신비는 유전자 활성의 조절 메커니즘을 이해함으로써 많은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21세기의 생물학 분야에서 발생학은 주요한 몫을 차지하리라 보여진다.

1989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원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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