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청정지역으로 꼽히던 남극지방에 최근 수질오염이 시작되고 거기에다 생명의 보호막인 오존층이 엷어져 남극의 생태계가 어떻게 될지 우려되고 있다.
남극에 파견돼 있는 과학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 2월초에는 아르헨티나 화물선에서 실수로 흘려버린 기름이 남극해안까지 밀려와 수천마리의 해조(海鳥)가 떼죽음을 당했다. 학자들은 곧 이 영향이 펭귄한테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펭귄이 육지에만 계속 있으면 상관없겠으나 일단 바닷물속에 들어가 기름이 피부에 닿으면 추위에 대한 저항력이 약화돼 죽어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상처 받기 쉬운 생태계
남극은 많은 종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먹이사슬의 최초의 것은 플랑크톤이고 다음이 새우와 비슷하게 생긴 크릴, 그다음이 오징어와 약간의 작은 물고기들이다. 큰 동물로는 고래 해표 펭귄 해조류가 있는데 이들 큰 동물들은 결국 크릴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크릴이 프랑크톤을 먹고 작은 물고기가 크릴을 잡아 먹으며 새나 고래 등은 이 물고기를 먹고 사는 것이다. 육지에서 잡아 먹을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프랑크톤과 크릴은 생명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단순한 먹이 사슬을 갖고 있는데다 남극의 동물들은 이제껏 순수한 자연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오염에 대한 저항력이 대단히 약하다.
아직 주된 양식이 크릴의 양은 충분하며 원양어선들이 잡아간다해도 양적으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환경변화에 있다. 앞서말한 수질오염 같은 것이 계속되면 플랑크톤과 크릴의 서식이 어려워지면 뿐만 아니라 직접 큰 동물들에게 위해를 미치게 된다.
쓰레기와 오존구멍
남극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보다 지속적이면서 위험한 것은 계속 쌓이는 쓰레기와 오존구멍이다. 남극에는 1년에 약 3천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간다. 이들이 남긴 쓰레기는 여객선에서 남극 아무데나 마구 버려 전혀 분류도 되지 않은 채 쌓여 있다. 또 지난 50여년동안 남극에서 일해온 과학자들의 연구기지에서도 쓰레기 처리에는 무관심한 편이다. 미국의 ‘팔마’연구기지는 최근 미국정부에 대해 거의 위생시설이 돼 있지 않은 각국의 연구기지를 그대로 놔둘 수 없다면서 미국정부가 다른 나라와 협력, 시설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남극의 생태계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협은 오존층의 감소이다. 이미 남극 상공의 오존구멍은 미국넓이 만큼이나 커졌다. 이 구멍을 통해 남극에 내려 쪼이는 자외선은 미 생물의 광합성 능력을 감소시키거나 파괴한다. 이미 남극의 일부 해역에서는 광합성 능력이 정상수준의 8분의 1까지 놀라울 정도로 떨어졌다. ‘캐롤 스티픈즈’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자외선에 대한 감응은 특히 ‘나노 플랑크톤’(2~20미크론 크기의 단세포 식물)과 ‘피코 플랑크톤’이 민감한데 이 두가지는 남극해역 플랑크톤의 90%를 차지하며 크릴의 먹이가 된다. 아직 오존층 감소가 플랑크톤에 어느정도 영향을 끼쳤는지 실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실험에 의해 위험이 지적되고 있는데 이 실험은 현실로 그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