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아폴로부터 아르테미스까지, 우주복의 진화

 

 

“크리스틴은 우리가 달에 갈 때 입을 우주복을 입고 있습니다. 이 우주복은 모든 우주인에게 맞을 겁니다.”

 

짐 브라이든스틴 미국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10월 15일 워싱턴DC NASA 본부에서 새로운 우주복을 공개했다. 흰색과 파란색, 빨간색이 어우러진 새 우주복 ‘xEMU(Exploration Extravehicular Mobility Unit)’의 모델로 나선 인물은 NASA 존슨우주센터 소속 우주복 엔지니어인 크리스틴 데이비스였다. 이날 NASA는 xEMU를 포함해 차세대 우주복 2종을 공개했다. 

 


팔다리 굽힐 수 있는 달 탐사용 새 우주복

 


NASA는 길이가 98m에 이르는 차세대 대형 로켓인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을 이용해 2020년 오리온(Orion) 우주선을 달 궤도에 보낼 예정이다. 2021~2023년에는 오리온에 우주 비행사 2~4명을 태우고 달 근접 궤도까지 접근했다가 지구로 귀환하는 임무도 준비 중이다. 


이는 모두 2024년 NASA가 달의 남극에 인간을 착륙시키는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한 일련의 준비 작업이다. 계획대로 2024년 인간이 달에 발을 내디디면 1969년 아폴로 11호 이후 55년 만에 다시 인류가 달에 가게 된다. 


다른 점이라면, 아폴로 계획이 미국과 옛 소련의 냉전에서 비롯된 정치적 산물이었다면, 아르테미스 계획은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캐나다 등 국제 협력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인류를 다시 달에 보내겠다는 아르테미스 계획의 궁극적인 목표는 화성에 가는 것이다. 달을 기지 삼아 화성으로 향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아르테미스 계획에는 2026년 달기지 건설도 포함돼 있다.


인간이 다시 달에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우주복이 필요하다. NASA는 오리온 우주선 탑승 시 우주 비행사가 입을 우주복 ‘OCSS(Orion Crew Survival System)’와 달의 남극에 도착해 달 표면을 탐사할 때 입을 선외 우주복 xEMU 등 2종을 개발했다.  


오리온 우주선을 타고 지구에서 달까지 38만4400km를 이동하는 동안 우주 비행사는 주황색 우주복 OCSS를 입는다. 이 우주복에는 체온 유지를 돕는 온도제어시스템과 비상 탈출 시 개별 위치를 전송하는 비컨, 구조용 나이프, 손전등 등이 장착돼 있다. 


특히 달까지 이동하는 중 오리온 선체에서 사고가 생겨 선내 압력이 낮아지는 경우 OCSS 우주복이 압력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OCSS 우주복 개발을 주도한 더스틴 고흐머트 NASA 매니저는 “우주선 내 압력 저하와 같은 위험한 상황에서는 우주복이 우주인의 피난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란색과 붉은색, 흰색이 섞여 미국의 성조기를 연상케 하는 xEMU는 50년 전 아폴로 우주인이 입었던 우주복과 외형은 비슷해 보이지만 기동성은 크게 향상됐다. 실제로 1969년 7월 20일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 표면을 밟은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팔을 어깨 높이까지만 올릴 수 있었고, 몸은 굽히지 못했다. 


브라이든스틴 NASA 국장은 우주복 공개 행사에서 “아폴로 우주 비행사는 달 표면에서 마치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어 이동해야 했다”며 “새로운 우주복을 입으면 지구에서 움직일 때처럼 달에서도 팔다리를 굽혀 걸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xEMU에는 신축성 소재를 썼고, 팔다리와 어깨, 엉덩이 등 연결 부위에는 베어링을 넣어 기동성을 확보했다. 신발 밑창도 하이킹용 부츠처럼 구부러져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xEMU는 남녀 구분 없이 신체 조건에 맞춰 입을 수 있도록 가슴과 허리둘레를 조절할 수 있게 설계됐다. 


NASA는 임무를 수행할 우주 비행사가 결정되면 존슨우주센터에서 몸 전체를 3차원(3D) 영상으로 촬영한 뒤 개인의 자세와 움직이는 특성까지 반영해 몸에 딱 맞는 우주복을 제작할 계획이다. 
xEMU는 안전시스템도 대폭 개선됐다. 기존의 선외 우주복은 우주 비행사가 내뱉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방식이어서 최장 사용 기록은 8시간 56분이다. 반면 xEMU는 이산화탄소를 밖으로 배출하는 구조여서 외부 활동 시간에 제약이 없다. 본부와의 연결이 끊기는 등의 비상 상황에서도 최대 6일까지 생존을 보장한다. 영하 157도부터 영상 121도까지 극한의 환경에도 견딜 수 있다. 


헬멧 부위에 있던 헤드셋 모양의 통신 시스템은 제거했다. 헬멧 안에서 땀이 나면 우주 비행사가 불편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우주복 위쪽에 마이크를 내장했고, 이 마이크는 우주 비행사의 목소리를 자동으로 포착해 우주선이나 지구와 통신할 수 있게 만들었다. 

 

 

버진 갤럭틱 vs. 스페이스X, 패션 우주복 경쟁


민간 우주기업도 새로운 우주복을 내놓고 있다. 자사의 우주 관광상품을 이용할 여행객들이 입을 용도다.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이 설립한 버진 갤럭틱은 2020년 ‘스페이스십투’로 지상 110km까지 올라갔다가 지구로 귀환하는 여행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스페이스X도 2023년 달 궤도를 관광하고 돌아오는 ‘디어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머스크는 이미 2017년 8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체 개발한 우주복을 입은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이 우주복은 진공 테스트를 마친 상태였으며, 얇고 세련된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3D 프린팅으로 헬멧을 제작하는 등 우주복을 여행객 맞춤형으로 제작하며, 장갑은 터치스크린에 인식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는 2018년 2월 이 우주복을 입힌 마네킹을 테슬라 전기차에 태워 우주로 보냈다. 


버진 갤럭틱도 10월 16일 미국 스포츠 브랜드인 언더아머와 공동으로 개발한 파란색 우주복을 공개했다. 브랜슨 회장은 우주복을 직접 입고 모습을 드러냈는데, 미국 SF드라마의 고전 ‘스타트렉’의 우주복과 닮았다는 평을 얻었다. 그는 “우주복은 우주여행에 대한 인상을 결정한다”며 “제2의 우주탐사 시대를 앞두고 우주복의 디자인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버진 갤럭틱은 우주복을 특수 섬유로 제작해 온도와 습도 관리가 쉽고, 주요 관절 부위에는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 우주복은 버진 갤럭틱의 내년 우주 관광 티켓을 산 여행객에게만 제공되며, 몸 전체를 감싸는 옷과 신발, 트레이닝복, 한정판 재킷이 한 세트다. 

 

 

201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호기자 기자

🎓️ 진로 추천

  • 항공·우주공학
  • 물리학
  • 천문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