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뿐 아니라 반도체설계 항공기제작 등 첨단 신제품 개발에도 필수적인 슈퍼컴퓨터가 우리나라에도 도입돼 서서히 그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88년 8월 중순에 국내에 최초로 도입되어 한국 과학기술원 시스템공학센터에 설치되었던CRAY-2S 슈퍼컴퓨터가 지난 12월초 정식 가동식을 갖고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국내에서도 슈퍼컴퓨터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슈퍼컴퓨터는 계산속도가 빠르고 컴퓨터의 주기억용량(main memory)이 커서 종래의 범용 컴퓨터가 해결하지 못하는 많은 문제들의 처리가 가능하다. 슈퍼컴퓨터는 일반적으로 당대의 컴퓨터중 처리속도가 가장 빠르고 기억용량이 큰 컴퓨터를 지칭하는 것으로서 현재의 슈퍼컴퓨터도 장래 성능이 훨씬 좋은 컴퓨터가 나오면 슈퍼컴퓨터의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현재의 슈퍼컴퓨터는 초당 최고 5억~5백억회의 연산능력(5백-5천MFLOPS:million floating operations per second)을 보유하며, 가격은 성능에 따라 1천5백만~3천만달러 정도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슈퍼컴퓨터를 생산하는 업체는 미국의 '크레이리서치' 사'콘트롤데이타'사(CDC), 그 자회사인 ETA, 일본의 후지츠 히다치 NEC 등 5개 회사가 있다. (그림1)에서 보는 것과 같이 1987년말 현재 전세계에 3백대가 보급되어 있으며, 미국의 크레이사가 1백15대로 제일 보급률이 높다.
국가별 보유 현황을 보면 미국이 전세계 슈퍼컴퓨터의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일본이 20%정도로 두번째이며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순으로 나타나고 있어 과학기술발전과 슈퍼컴퓨터는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첨단분야의 신기술개발에 필수
슈퍼컴퓨터는 초고속의 계산능력과 대용량의 주기억장치를 보유하므로 일반 컴퓨터로는 처리하기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처리가 불가능 할 정도로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는데 이용된다.
특별히 현대 기초과학 분야에서 물리 화학 천체물리 생물학 대기화학 해양학을 비롯한 많은 부문에서 초고속 연산 및 대용량의 메모리를 요구하는 연구가 급격히 증가되고 있고 기상예보, 원자력발전소 안정성 분석, 지진연구등 실시간(real time)으로 분석하여 활용해야 하는 업무도 증가되고 있어 슈퍼컴퓨터 활용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산업계에서도 반도체설계, 자동차 선박 항공기 설계 등 첨단 분야의 신기술 개발 및 제품개발에 필수적인 기기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외국에서의 슈퍼컴퓨터 활용은 원자력 기상 항공·우주 자원탐사 구조해석 물리·화학등 기초과학 및 공학에의 응용이 많다. 슈퍼컴퓨터가 개발된 초기에는 대부분이 국방 기상예보 원자력 등 대형 국책사업이나 석유자원탐사 등에 많이 활용되었으나 근래에는 항공기·자동차설계 반도체설계 영화제작 광고제작 암연구 해양연구 주식가격분석 경제구조분석 등 산업계와 특수분야에의 이용이 급격히 증가되고 있다.
참고로 산업계를 제외한 전세계 대학교에 설치된 슈퍼컴퓨터 이용 현황은 (그림3)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초과학 공학 지구과학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나 장래에는(1992년) 공학 사회과학 생명과학 등의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초과학 분야에서부터 응용과학 분야에 걸쳐 국내의 과학기술은 상당한 수준까지 발전되었으나 컴퓨터를 이용한 자연과학 및 산업기술의 첨단과학기술 분야는 아직도 선진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다. 그 직접적인 예가 슈퍼컴퓨터의 설치수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미국의 예를 들면 1백50여대 이상의 슈퍼컴퓨터가 설치되어 최첨단 과학기술분야의 연구에 이용되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한국과학기술원 시스템공학센터에 설치된 미국 크레이 리서치사의 CRAY-2S/4128 슈퍼컴퓨터는 앞으로 국내의 최첨단 과학기술분야의 연구선도에 그 기여가 크게 기대되고 있다.
1983년부터 도입이 추진된 자문위원회를 발족하여 슈퍼컴퓨터 도입작전을 수행한 것.
기종선정시 미국의 2개 슈퍼컴퓨터 제작사인 ETA사와 크레이 리서치사로부터 EAT-10과CRAY-2S 및 CRAY YMP의 3가지 기종을 제안받아 내부 도입추진위원회와 외부 도입자문위원회의 표결을 거쳐 과기처 슈퍼컴퓨터 도입심의위원회의 최종결정으로 크레이 리서치사의 CRAY-2S기종이 선택되었다.
기종선택을 하기 위하여 시스템공학센터와 슈퍼컴퓨터 도입심의위원회에서는 그동안 세밀한 타당성 조사와 시험문제(benchmark test)까지 수차례 풀게 하는 등 어려운 테스트과정과 심의를 거쳤다.
금번 도입된 슈퍼컴퓨터는 중앙연산장치(CPU)가 4개, 주기억용량 1백28MW(10억자), 최고 연산속도 초당 20억회(2 giga floating point operations per second)로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중의 하나이다.
CRAY-2S 시스팀은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통형 구조로서 직경 1m35cm, 높이 1m 15cm로 어른의 가슴 높이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외부 방문객 중에서 그것이 실물이 아니고 전시용으로 축소하여 제작한 모조품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크기가 작다.
일반적으로 슈퍼컴퓨터는 고속계산 중에 발생하는 열(heat)을 냉각시키기 위하여 여러가지 방법을 많이 쓰고 있으나 CRAY-2S 시스팀은 독특한 방법으로 컴퓨터 시스팀 전체를 냉각수인 불화탄소용액(Fluorocarbon fluid)에 담그는 방법을 이용하여 효과적인 냉각을 도모하고 이의 결과로 슈퍼컴퓨터의 소형화에 성공한 제품이다.
연구소 및 산업체에서 활발히 이용
CRAY-2S 시스팀은 88년 8월 중순에 국내에 도착,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설치를 마치고 9월 한달간의 시험운영기간 동안 성능검사, 소프트웨어 테스트 등의 인수시험(acceptance test)을 거친 후 지난 10월부터 외부 이용자에게 공개되었다.
국내에 최초로 도입된 슈퍼컴퓨터의 이용효율 제고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하여 산업계는 88년 12월까지, 대학교 및 연구소의 기초연구 부문은 89년 2월말까지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현재의 이용현황을 살펴 보면 대학교는 과학기술원을 비롯하여 과기대 서울대 고려대 충북대 강원대 충남대 포항공과대학 인하대 등이 2백여개의 계정을 신청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국공립연구소는 과학기술원 시스템공학센터 유전공학센터 해양연구소 교통개발연구원 기계연구소 동력자원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 에너지연구소 등에서 2백여개의 계정을 신청하였고 산업체는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소, 삼성항공 항공우주연구소, 기아산업의 연구개발본부 및 중앙기술연구소, 현대자동차 등에서 50여개 이상의 계정을 신청하여 이용하고 있다.
한편 기관별로 자체컴퓨터 혹은 터미널을 슈퍼컴퓨터에 연결하고자 하는 요구는 과학기술원 학사부 및 연구부 유전공학센터 해양연구소 중앙기상대 공군사관학교 에너지연구소 기계연구소 천문우주과학연구소 포항공과대 울산대학교 한양대학교 충남대학교 부산대학교 성균관대학교 계명대학교 경북대학교 영남대학교 인하대학교 등 20여개 기관으로부터 있었다.
지난 10월부터 시험가동된 슈퍼컴퓨터 이용률은 급장하고 있는 추세로 10월에는 60%정도, 11월에는 90%, 12월에는 98%의 이용률을 보여주고 있다. 슈퍼컴퓨터 이용현황을 응용분야별로 살펴보면 분자구조분석 유전자분석 소립자연구 유체역학 양자화학 기상연구 등의 기초연구가 대부분이고 열전도분석 항공기 유체분석 반도체설계등 산업계의 활용을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하여 대학교의 기초과학분야로 양자역학 분자화학 생물공학 수학 및 통계 등의 자연과학분야와 기계 항공 선박 자동차 전자 전기 등의 공학분야, 경제현상 시뮬레이션 등의 사회과학분야에서 슈퍼컴퓨터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각 국공립연구소의 기상예보, 해양분야, 원자력발전소의 안정성분석 등의 공공분야 연구 및 석유탐사, 구조해석, 유체해석, 유전공학, 고분자화학, 반도체설계, 항공기설계, 자동차설계 및 선박설계 등의 응용과학분야 연구에 슈퍼컴퓨터 이용이 예상되고 있다.
나아가서 산업체의 연구소 및 제품생산공정에서 직접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칩 자동차 항공기 선박 등의 제품설계 및 생산에 이용될 수 있고 석유탐사 및 채취 등의 자원탐사분야, 고층건물 설계 등의 토목건축분야, 약품제조의 제약분야, 단층촬영 등을 이용하는 의료분야, 그래픽 및 영상처리를 이용한 의류 디자인, 광고 및 영화제작 등의 분야에서도 슈퍼컴퓨터가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슈퍼컴퓨터 이용이 활성화됨에 따라 선진국들이 기술보호주의에 의하여 기술이전을 꺼리고 있는 첨단기술의 국내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며 기상예보 지진예보 및 원자력 안정성분석 등 공공분야의 연구에도 실시간(real time)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빠른 시간내에 예보가 가능해지고 아직은 생소한 연구분야인 슈퍼컴퓨터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에도 많은 이용이 있을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