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게 껍데기로 항암제를 만든다

키토산 추출,동물실험에서 특효

최근 일본에서는 항암작용이 기대되는 한 생체물질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의 TV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이 생체물질을 암에 걸린 쥐에 투여했더니 10일만에 암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사람에게 적용해보지는 않았지만,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큰 기대를 주고 있는 이 생체물질의 정체는 게껍질이었다.

이처럼 의약분야 뿐만 아니라 식품 화장품 환경 등에 유용하게 활용될 새로운 소재로 떠오르고 있는 게껍질은 석회질과 키틴(chitin)으로 구성돼 있다.

키틴은 게 새우 가재 등 갑각류와 오징어 등 연체동물의 골격과 외피(껍질)를 이루는 물질. 또 자연산(產) 고분자물질로는 식물의 섬유질 다음으로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키틴에서 아세틸기를 제거한 것이 바로 키토산이다.

게껍질에서 석회질만 제거하면 키틴이 분리되는데 이 탈회(脫灰)작업은 약염산용액이 떠맡는다. 껍질에 남아 있는 게살은 탈(脫)단백질의 선봉장인 수산화나트륨용액으로 씻어낸다.

이 키틴을 고온하에서 고농도의 수산화나트륨용액에 담그면 아세틸렌성분만 추출돼 부가가치가 큰 키토산이 생산된다.

대개의 경우 게껍질 5kg이면 키틴을 약1kg 만들 수 있다. 즉 생산수율이 20%정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잡은 홍게의 껍질은 키틴함유율이 높아 생산수율을 25%까지 올릴 수 있다. 이는 동해의 영덕게가 서해의 꽃게보다 껍질이 얇은―즉 석회질이 적은―것만 봐도 금방 입증된다.
 

게껍데기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의약품 식품 화장품 공해방지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콘텐트렌즈로도 가능성 타진돼

키틴과 키토산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매우 넓다.

의약용으로는 항암제를 비롯하여 AIDS치료제 수술용봉합사 콘텍트렌즈 인조장기 등에 사용될 전망이다. 이는 키토산이 독성이 낮은 생분해성물질이고 인체세포와 친화력이 있다는데 기인한다.

화장품분야에서도 새로운 대체소재로 연구되고 있다. 최근 화장품에 함유돼 인기를 끌고 있는 리포좀과 키토산이 유사한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 키토산은 구리 마그네슘 카드뮴 철 니켈 은 등 각종 중금속과 달라붙어 '동반자살'하는 성질을 갖는다. 따라서 중금속오염 문제를 푸는 새로운 해결사로 등장할 것이 예측된다. 뿐만 아니라 키토산은 물을 공해없이 간단히 응집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수처리응집제로 사용되었던 종래의 합성중합체(polymer)를 일부 대체할 전망이다.

키틴은 이미 1811년에 프랑스의 학자 브라크노(Braconnot)에 의해 추출되었고, 키토산은 1959년 독일학자 로우겟(Rouget)에 의해 생성되었다. 하지만 산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다양하게 연구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2~3년 전에는 미국의 MIT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작년부터는 연구의 중심이 일본으로 옮겨온 느낌이다. 일본은 작년 8월 제3차 세계키토산학술대회를 도쿄에서 갖는 등 키토산의 상업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의 키토산관련자들이 가장 군침을 흘리고 있는 원료공급처는 바로 한국과 중국이다. 특히 동해의 홍게는 매우 유혹적이어서, 한국 현지공장 설립을 시도하고 있다.

게껍질을 버리는데 급급했던 국내에서도 최근 게껍질로 키토산을 만드는 회사가 생겼다. 영덕에 자리잡은 한국키토산공업(주)이 일본시장 등을 겨냥, 순도 높은 키토산을 제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의 대표인 박두영씨는 "일본에 전량 수출할 예정이지만, 국내에서도 차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현재는 국내에서 키토산에 대한 연구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키토산은 지구의 마지막 바이오매스(biomass)로 평가되고 있으므로 곧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현재 최고순도 키토산 1kg의 수출가격은 약 2만엔.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8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박태균 기자

🎓️ 진로 추천

  • 화학·화학공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식품학·식품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