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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최초로 「용오름」촬영에 성공 울릉도 앞바다의 500m 물기둥

직경 50~60m, 높이 5백m의 용오름은 그 규모가 크고, 많은 사람들에 의해 목격, 촬영돼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0월18일 울릉도의 아침은 여느때와 같이 평온했다. 쾌청한 하늘에 적운(積雲)이 1~2할 가량 끼었으며, 기온은 섭씨 16도를 유지했고 북동풍이 평균 초당 4~5m 속도로 불고 있었다.
그러나 오전 9시30분경 해안부근의 동쪽해상에서 적운이 발달, 적란운(積亂雲)으로 변화돼가면서 구름의 윗부분이 혹처럼 부풀어올랐고 구름밑은 점차 어두워졌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지 1시간여가 지난 10시40분, 드디어 전설적인 기상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른바 용오름 현상이었다.
직경 50~60m의 물기둥이 무려 5백여m나 해상으로 솟구쳐 장관을 이룬 이날의 용오름현상은 유례없이 규모가 컸던 데다가 다수의 목격자에 의해 진행과정이 목격되고 촬영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되고 있다. 중앙기상대 관측자료에 의거해 시간대별로 용오름현상의 과정을 추적해보자.


물기둥
 

●10시40분경
울릉도측후소 동쪽에 위치한 해발 3백m의 망향봉 능선위로 용오름이 최초로 관측됐다. 격심한 회오리바람을 동반한 직경 10~20m 크기의 물기둥이 5백여m나 솟아올라 북동쪽으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는데, 용오름의 위치는 울릉도 남동해안에서 약 1㎞거리의 해상이었다.
용오름의 기둥은 어두운 적란운 밑에서 회색으로 비교적 밝게 나타났으며 점차 직경이 커지고 있었다. 용오름은 계속 북동진하면서 울릉도여객선이 접안하는 도동부두로 접근했다.

●10시55분경
용오름의 기둥은 수직으로 서있었고 저기압성으로 급속히 회전(시계반대방향)하는 수직기둥은 직경 50~60m까지 확장됐다.

●11시경
용오름은 도동항 약 1백50m 전방까지 접근, 정체하면서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회오리바람을 동반하는 기둥은 밑으로부터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상단에는 상승하며 나선형으로 회전하는 기류형태가 뚜렷했다. 수직기둥윗부분의 구름은 점차 흩어지는 모양을 보였다.

●11시8분경
수직기둥의 형태는 상단에만 나타나고 회전속도가 현저히 약해졌으며 해변에서의 소용돌이도 점차 약화됐다.

●11시10분경
용오름은 거의 소멸됐고 해면에서는 소용돌이만 현저히 약화된 채 나타나고 있었다.


용오름 현상을 전후한 기상상태
 

●소멸된 이후
울릉도부근에 형성된 적란운은 6~7할 가량으로 계속 머무르고 있었으며 날이 어두워지면서 19시27분경에는 번개가, 19시58분에는 뇌전이 관측됐으며 20시16분에는 소나기성 비가 내렸다.

이상의 용오름 진행과정을 오전 11시를 기준해서 나타난 기상상태로 보면 (표)와 같다.
위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상요소중 기온과 기압은 1시간 전인 10시경에 피크를 이루었다가 점차 하강하기 시작했으며 반대로 습도는 상승곡선을 나타냈다. 바람은 비교적 약한 편이었으며 하늘에는 해상으로부터 발달한 적운 및 적란운이 5할 가량 점유하고 있었다. 한편 지상에서는 특징지을만한 기상변화는 없었으나 다만 해수온보다 기온이 섭씨 2.5도나 낮았다.

울릉도의 용오름현상은 1985년에도 가을철에 동쪽 해상에서 비교적 뚜렷한 용오름이 발생한 적이 있다고 전해지며, 선원들에 의하면 가끔 항해시 해상에서 작은 규모의 소용돌이 물기둥을 목격한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용오름현상처럼 규모가 크고 해안에서 불과 1㎞이내의 거리에서 발생했으며 울릉도의 기상관계자들과 많은 주민·관광객들에 의해 생생하게 목격된 것은 처음 있는 '사건'이었다.

게재된 사진은 사진작가 김정명씨가 촬영한 것으로, 마침 KBS촬영팀과 함께 울릉도에 갔다가 용오름현상을 목격, 망원렌즈 등으로 촬영한 것이다. 김정명씨에 의하면 당시 4백여명의 주민·관광객이 용오름을 목격했으며, 이때 촬영된 생생한 장면은 KBS와 일본의 TV에서 신년초에 방영할 계획이라는 것.

용오름의 기상현상을 두고 해상에서 발생하는 것은 워터 스파우트(water spout), 육지에서 발생하는 것은 토네이도(tornado)라고 부르기도 한다.
해상에서의 발생형태는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즉, 육지에서 발생하여 해상으로 진출하는 것, 해상이나 큰 호수에서 발생하는 것, 태풍의 강우역에서 발생하는 것 등이다.

용오름은 대기가 크게 불안정한 상태에 있어 해상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그위에 형성돼 있는 적란운의 강한 상승기류와 합쳐질 때 발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울릉도에서 발생된 용오름도 분석해보면, 적란운의 발달이 관측되고 해수표면에 비교적 따뜻한 공기가 존재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용오름은 막대한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한 풍속과 중심부의 급격한 기압하강의 파괴적인 힘에 의해 초래되며 일반적으로 해상에서 보다는 육상에서 더 큰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1971년 2월7일 미국의 플로리다에서는 해상의 용오름에 의해 3백만달러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기록된 바 있다.

육지에서 발생하는 용오름, 즉 토네이도는 미국의 중·동부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는데 1931년에 미네소타주에서 1백17명을 실은 83t의 객차를 감아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토네이도의 중심부근에서는 매초 1백m 이상의 풍속이 되는 일도 있고 중심진로에 있는 지물(地物)을 맹렬한 세력으로 감아올리므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토네이도에 대한 한 이론에 의하면 이는 맞부딪히는 기단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즉, 속도가 빠른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평상시처럼 밑으로 들어가지 않고 습기한 열대의 공기위를 빠져나가면 그 결과 극심한 불안정이 생기게 된다. 따뜻한 공기는 갑자기 상승하기 시작하고 때로는 시속 3백㎞에까지 이른다. 옆으로부터 흘러드는 공기는 이 상승기류를 회전시켜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비와 우박 그리고 끊임없는 번개를 수반하는 토네이도는 보통 몇분동안 밖에 계속되지 않지만 그 사이에 엄청나게 커다란 파괴력을 발휘하므로 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용오름현상이 현저하지 않다. 최근에 육지에서 발생한 사례로는 1984년 9월13일에 서울의 한강남쪽 신사동에서 팔당부근까지 약 20㎞ 동진한 현상이 보고돼 있으며, 앞서 지적한 바대로 85년에는 울릉도 동쪽에서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다.


용오름시의 해수표면의 상태를 촬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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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김정명 기자
  • 황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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