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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도 노트필기를 잘해야 한다

대학원에 입학하면 실험 가운과 함께 가장 먼저 받는 물건이 있다. 연구노트다. 연구자는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적고, 실험을 진행하기 전 과정을 검토하고, 결과물에 대한 분석을 꼼꼼히 기록해야 한다. 성공한 연구는 물론, 중도 포기했던 연구의 방향과 데이터, 해결책도 기록한다. 이런 기록은 불필요한 재실험을 방지하기도 한다.


연구실에서 쓰는 노트는 단순히 필기하는 것 이상의 기능을 가진다. 연구노트는 연구활동이 어느 시점에서,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증명하는 자료가 된다. 2011년 10월부터 시행된 ‘국가과학기술위원회훈령 연구노트지침’에 따르면, 연구노트가 객관적인 증거로써 효력을 발휘하려면 주기적으로 제3자에게 내용을 확인받았다는 서명이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기록한 내용을 좀 더 정확히 보장할 수 있는 전자연구노트를 활용하기도 한다. 전자연구노트는 문서를 만드는 시점, 실험 내용을 검색하고 기록한 내용, 위·변조 여부를 가리는 시점정보(타임스탬프) 등의 기능이 있다. 추후 연구나 논문 관련 분쟁이 있을 때 종이로 된 연구노트보다 명확한 근거로 쓰일 수 있다.

 

1 ‘나만 되는 실험’ 했던 연구자, 결국 조작으로 드러나


201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두 편의 논문이 연달아 실렸다. 홍차 정도의 약산성 용액에 담가 만능세포(STAP 세포)를 만드는, 새로운 줄기세포 제조법이 발견됐다는 놀라운 내용이었다. 당시 30살에 불과했던 논문의 제1저자, 오보카타 하루코 이화학연구소(RIKEN) 박사는 곧바로 과학계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비교적 간단해 보이는 실험을 그 누구도 재연하지 못했던 것이다. 심지어 이화학연구소에서도 재연에 실패했다. 결국 논문은 5개월 뒤 공식 철회됐다. 1년 뒤 이화학연구소는 오보카타 박사의 실험 과정에서 배양 중이던 세포에 이미 만들어진 배아줄기세포(만능세포의 일종)를 의도적으로 섞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이 모든 사실은 연구노트와 e메일 등 그간 오보카타 박사가 직접 작성한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예를 들어 그는 STAP 세포와 배아줄기세포의 증식률을 3일마다 세고 점을 찍어 그래프를 만들었는데, 그가 출장으로 실험실에 없던 기간에도 점이 찍혀 있었다. 서로 겹치는 점이 많다는 사실도 문제가 됐다. 이화학연구소는 연구노트를 토대로 ‘창작’에 가까운 조작이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2015년 하루코 박사가 박사학위 자격을 박탈당하며, 만능세포 연구논문 조작 사건은 마무리됐다.

 

2. 노벨상은 받았지만 특허권은 빼앗긴 이유


3월 7일 크리스퍼(CRISPR) 기술 특허 분쟁에서 펭 장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이끄는 브로드연구소가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UC버클리 교수팀을 상대로 승소했다. 미국 특허청이 브로드연구소가 진핵세포에서 크리스퍼 기술을 먼저 구현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2020년 크리스퍼 기술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다우드나 교수가 특허권에서는 패소했다는 점이 이목을 끌었다.


이들의 전쟁은 2014년 브로드연구소가 크리스퍼 기술에 대한 특허를 등록하며 시작됐다. 크리스퍼 기술을 진핵세포에 적용해, 박테리아를 대상으로 한 2012년 UC버클리의 특허와는 다르다는 주장이었다.


UC버클리 측은 특허를 침해 받았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브로드연구소는 연구노트를 제출해 2012년 진핵세포에 대한  크리스퍼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UC버클리도 같은 기술의 개념이 담긴 연구자의 노트를 제출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발명 여부를 논하던 2012년 미국은 발명이 완성된 시점을 기준으로 특허권을 주는 선발명주의를 고수했다. 연구노트는 발명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증거였다. 다만 발명 여부가 계속 논란이 되자 2013년 미국은 특허를 먼저 출원한 이에게 특허권을 부여하는 선원주의로 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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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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