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에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면 공기속의 수증기가 액체상태를 거치지 않고 바로 얼음이 된다. 이 얼음이 풀꽃이나 거미집 등에 생기면 섬세하고 아름다운 얼음꽃이 된다. 정밀사진으로 포착한 그 아름다움….
자연이 밤의 장막에서 막 벗어나려 할때 나는 오두막의 문을 열고 최초의 아침 빛을 얼굴에 받으며 숲속으로 통한 길을 걷고 있었다.
온통 얼어붙는것 같은 추위 속에서도 새들은 벌써 지저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숲속에는 겨울 여왕이 펼쳐놓은 동화의 세계가 있었다. 그것은 모든 것이 얼음속에 영원히 갇혀버린것 같은 세계였다. 'J.G.밸러드'의 공상과학소설 '결정의 세계를 연상하게 하는 숲. 나는 얼음의 세계에 표착한 표류자였다.
자연의 경이는 화산의 분화 홍수 또는 대한발 같은 데에만 있는것이 아니다. 시야를 넓혀보면 곳곳에서 자연이 연출하는 경이를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지금 그 경이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다. 섬세한 아름다움은 다만 숨을 들이키게 할 뿐 소리를 조금만 크게 질러도 샹들리에의 크리스탈이 한순간에 깨어져 흩어지듯 산산이 부서질 것 같이 느껴진다.
모양도 다양하여 눈물방울 같은 것도 있고 침봉(針峰·꽃꽂이 도구)같은 것도 있으며 암염과 같은 모양도 있다.
아침 이슬이 얼어붙은것도 있고 수증기가 얼음이 되어 나무잎이나 꽃잎에 달라붙은 것도 있다. 얼음이 덮인 거미줄. 이것만큼 불가사의 하고 그러면서 또 그렇게 시적인 것이 달리 또 있을까. 거미는 보이지 않지만 어느 구석에선가 발에 장갑이라도 끼고 달려 나올것 같은 만화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자연현상 속에는 실로 오묘한 섭리가 담겨있다. 나무잎이나 꽃잎에 붙은 얼음은 나무잎이나 꽃잎을 얼게하여 해로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훌륭한 보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해가 될 것 같지만 표면에 붙은 얼음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여 식물을 보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신비의 숲을 나와 뒤를 돌아보면서 생각했다. "이윽고 봄이 이 숲을 찾아오겠지. 그러면 겨울 여왕이 펼쳐놓은 동화의 세계도 사라지겠지"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