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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장치의 혁명 4륜조향 승용차 시대가 열린다

좁은 공간에서의 뛰어난 기동성과 고속주행시 안전성이 자랑이다.

운전을 배운지 얼마 안되는 M씨는 요즘 아침마다 아파트에 나란히 주차돼 있는 승용차들 속에서 자신의 차를 빼내는데 여간 어려움을 겪는게 아니다. 뒷쪽과 좌우 어느 한쪽이라도 주의를 게을리하면 옆차와 부딪치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직장에 출근해 길옆에 일렬로 주차시키는 일은 더 힘들다. 생가한대로, 또 핸들을 꺾는대로 차가 움직여주지를 않기 때문이다.

평소 과학적인 추론을 즐겨하는 M씨는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 결과 원인은 뒷바퀴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핸들을 꺾는대로 앞바퀴는 방향을 바꾸지만 뒷바퀴는 고정돼 있기 때문에 숙달되지 못한 운전사에겐 차체 길이만큼 오차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바퀴를 따라 뒷바퀴도 방향전환을 하는 자동차를 만들 수는 없을까?


4WS 자동차와 보통 자동차
 

이런 꿈같은 이야기가 얼마전 실현되었다. 4륜 조향(4輪操向 : 4 Wheel Steering : 4WS)장치를 장비한 자동차가 일본과 미국에서 속속 출현하고 있는 것. 일본의 '혼다'는 지난 4월 세계 최초의 4WS 승용차인 2천cc급 '프리류드'를 발매했다. 혼다기술연구소가 기술개발에 착수한 1970년이래 17년만의 개가였다. 이어 5월에는 이에 뒤질세라 '마쓰다'가 '카페라'를 시장에 내놓아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한편 미국의 '포드'사도 4WS 승용차인 '델스타'를 내놓아 일본을 뒤 쫓고 있다.

4WS 승용차의 장점으로는 우선 회전반경이 작아 좁근 곳에서의 주차나 유턴이 일반 승용차보다 훨씬 수월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때 뒷바퀴는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꺾이도록 만든 것이 이 장치의 특징이다. 그러나 고속으로 달리는 상태에서는 이런 장치가 아무 소용이 없을뿐더러 전복사고를 일으킬 우려마저 있다.

따라서 저속주행때와는 달리 고속주행시는 뒷바퀴가 앞바퀴와 같은 방향을 향하도록 한 것이 4WS의 또 하나의 핵심 기술이다. 일반 승용차는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바꿀 때 차체 뒤편을 흔드는 것처럼 옆으로 밀리면서 안정성을 잃는 일이 많지만, 4WS장치를 하면 차선변경이 미끄러지듯 부드럽다.


4WS자동차는 보통 자동차에 비해 최소 회전 반경이 50cm 작다.
 

혼다가 4WS자동차를 위해 개발한 기술은 '타각응동방식'(舵角応動方式). 쉽게 말해 핸들을 꺾는 각도에 따라 뒷바퀴의 방향이 정해진다는 것인데, 각도가 작을 때는 뒷바퀴가 앞바퀴와 같은 방향을, 그리고 각도가 클 때는 반대 방향을 향하도록 작동한다. 따라서 핸들을 돌리면서 뒷바퀴의 움직임을 추적해 보면, 처음에는 앞바퀴와 같은 방향을 향하다가 2백30˚만큼 돌리면 중립으로 돌아가며 더욱 회전 시키면 앞바퀴와 반대방향이 된다. (그림참조)

이런 복잡한 운동은 모두 기계적으로 처리된다. 즉 서로 중심이 다른 2개의 편심(偏心)샤프트(축)와 고정된 치차(齒車)속을 공전·자전하는 플래니터리기어를 활용한 리어스티어링박스를 개발하여 핸들과 바퀴를 직결시키는 것이다.


4WS의 기본 시스팀^전자제어방식(마쓰다·위) 혼다의 기계적 방식(아래)
 

한편 마쓰다는 '차속감응식'(車速感応式)을 채택하고 있다. 혼다가 핸들의 꺾는 각도와 뒷바퀴를 연동(連動)시키는데 비해 이 방식은 차의 속도에 따라 뒷바퀴의 방향을 정한다는 아이디어. 차가 시속 35km이상일 때는 앞뒷바퀴가 같은 방향을 취하고 그 이하의 경우는 반대 방향으로 놓인다. 실제로 고속일 때 핸들을 많이 꺾는 일은 좀처럼 없으며, 저속에서 핸들을 많이 돌리게 됨을 볼 때 혼다와 마쓰다의 기술은 기본적으로는 동일한 발상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단지 혼다의 경우는 기계식으로 작동 되는데 비해 마쓰다의 경우는 전자식이라는 게 차이다. 즉 소도센서를 통해 얻을 정보를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받아 스텝모터를 움직이고, 이것이 유압장치를 통해 뒷바퀴에 연결된 로드를 움직인다는 시스팀이다. 물론 여기에는 공전시와 같이 속도에 이상이 검출되거나 전기·유압체계에 고장이 생기면 즉시 보통의 전륜조향차로 돌아가도록 한 안전대책이 마련돼 있다.

현재 4WS장치가 된 자동차는 같은 형의 미장착 자동차에 비해 8만엔 정도 비싸지만 신기함과 안전성에 대한 매력 때문인지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한편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4WS 승용차에 대해 관심은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자체개발은 힘들다고 보고 있는 실정이다. 단지 마쓰다와 제휴를 하고있는 기아자동차에서 자료를 입수해 검토하고 있는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도 낮은 도로율과 갈수록 급증하는 자동차대수, 그리고 빈발하는 고속도로에서의 사고를 볼 때 4WS 승용차의 개발은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닌 것같다.

지금의 자동차가 앞바퀴만으로 방향전환을 하도록 굳어진 것은 애초에 자동차의 뿌리가 마차에 있기 때문이다. 앞의 말이 방향을 정하고 뒤의 수레는 그저 따라가는 방식이 그것이다. 따라서 4WS자동차는 기존의 자동차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선 참신한 아이디어라는데 큰 의의가 있다.

1987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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