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보산업은 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캐치프레이즈로만 내걸었던 컴퓨터에 대한 여러가지 구상과 목표가 조금씩 내적기반을 쌓아가면서 착실히 발전되어갈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동안 관련기술이 진전되어온 내용을 보면 외형상으로는 그런대로 선진국에서 이룬 연구개발과 기업체에서의 응용을 부지런히 따라온 것 같으나 뚜껑을 열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국의 정책 연구 생산품목들을 거의 복사한듯한 느낌이 든다.
작년부터 점차 회복세를 보였던 반도체 부문은 당분간 고도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작년말과 올초에 국내 반도체산업은 1MD램 양산체제를 갖출만큼 기술적으로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1MD램 및 32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등 범용 VLSI(초 대규모집적회로)를 설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범용 메모리부문과 더불어 주문형IC와 같은 특화용 IC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반영, 게이트어레이나 스탠다드셀 실리콘컴파일러 등을 이용하는 설계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또한 실리콘소자 공정기술은 현재 1㎛CMOS기술과 5GHz의 고속 바이폴라기술이 개발된 상태이며 앞으로는 서브마이크론CMOS기술의개발이더욱확대될 전망이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국내반도체기술은 종전 웨이퍼가공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를 불식하고 제조공정의 핵심기술인 설계나 마이크제조기술에서 모방 단계를 벗어날 수 있는 기반을 닦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명 전자산업 혹은 컴퓨터산업이라고 일컫는 하드웨어부문은 정부의 정책주도에 의한 개인용컴퓨터(PC)의 대량생산에 힘입어 16비트컴퓨터 32비트컴퓨터의 기업생산이 가능해지고 각종 모니터 고급 워크스테이션(Workstation)에 이르기까지 눈부신 발전을 해왔고 올해도 이는 큰 변화없이 계속될 전망이다.
PC의 기술수준은 MS-DOS와 ROM-BIOS 그리고 몇개의 IC를 제외하고는 거의 국산화가 되어있다. 다만 한글처리능력과 소프트웨어의 다양성이 PC의 성능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술도 어느 정도 향상되어 우리 실정에 맞는 워드프로세싱시스템이라든가 응용패키지가 개발되고 있으나 PC중요부품들의 거의가 일본에서 들여와 조립되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할 때, 이의 극복을 당면목표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즉 얼마나 우리기술이 가미되었으며 그 내부의 기술까지 우리가 습득했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국내기업의 국산화전략도 점차 중대형 컴퓨터에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는 이러한 기회창출을 위해 행정전산망용 주전산기를 국산화하겠다는 관계와 업계의 노력이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릴 전망이다.
한편 기본소프트웨어를 제외한 응용소프트웨어를 보면 MIS(경영정보시스템) 및 OA(사무자동화)의 추진과정에서 상당한 기술발전을 이룩했으며, 지금까지 확연한 해결을 보지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AI(인공지능)에 의해 가능할 것이라는 단서가 붙은채 이에 관련된 부문의 개발능력을 향상키키고 있다.
최근에는 '시스템 인티그레이터'(System Integrator)라고 불리우는 기업이 생겨, 어떤 조직에서 이미 설치된 혹은 새로 들어올 계획으로 돼있는 여러가지 컴퓨터 주변장치 소프트웨어를 효율적으로 엮어서 원가를 최대한으로 줄이거나 적은 비용으로 시스템을 운영하게 하는 새로운분야가 각광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올해에는 이러한 색다른 기업의 운영이 점차 중요성을 더해갈 전망이다.
또한 앞으로 각종 미디어(Media)의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필요성, AI관련 소프트웨어, HA(가정자동화)관련 기술 등이 정보산업의 새로운 직종,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너무 성급히 연구개발에 뛰어드는 것은 자칫 많은 낭비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외국에서 한다고 하여 이를 모두 모방할 필요는 없다. 시급히 요청되는 중요한 기술부터 앞으로 나아가되, 우리의 사회경제적 제반여건의 특수상황을 고려해가면서 연구개발을 고려해 나가는 것이 현명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