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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신약이 나오기까지 0.01%의 가능성을 찾는 일

병이 자물쇠라면 약은 열쇠이다. 그런데 이 열쇠를 만드는 일이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종래에는 외국에서 이미 완성된 것을 도입하여 썼다. 그러나 물질특허보호는 열쇠의 제조를 더 이상 늦출 수 없게 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약들이 있다. 배 아픈데 먹는 약, 머리 아픈데 먹는 약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이 약들은 어떻게 해서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을까?

우선 약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알약처럼 생기기만 하면 그냥 약일까? 주사제처럼 생겼으면 약이라 할 수 있을까? 알약처럼 생긴 과자도 있는 것을 보면 모양만 보고는 약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법대로 이야기하면 약으로 허가받은 것만이 약이다. 그러나 좀 더 넓은 의미로 해석하면 약이란 '생명현상을 조절하는 열쇠' 바로 그것이다.

열쇠 만들기 같은것

몸이 아픈 것은 생명현상이다. 이 현상을 어떤 열쇠를 써서 낫도록 조절할 수 있을 때 그 열쇠를 우리는 약이라 부른다.

약을 만드는 과정은 실제로 열쇠를 만드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열쇠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자물쇠의 구조특성을 파악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물쇠의 구조를 안 뒤 이를 열 수 있는 열쇠를 설계해야 한다.

설계란 창조작업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시행착오를 반복, 그 자물쇠에 꼭 맞는 열쇠를 설계하기도 할 것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은 무슨 법칙 따위를 만들어 놓고 단시간내에 설계를 마치는 경우도 있다.

설계가 끝나면 열쇠를 만드는 작업에 들어간다. 쇠를 잘 만지는 사람에게 부탁하면 설계에 따라 망치질을 하거나 주물을 만들거나 깎거나 해서 열쇠를 만든다. 만들어진 시제품으로 자물쇠를 열어본다. 잘 열리면 좋지만 잘 안 열리면 다시 만들어 본다. 이래도 저래도 자물쇠가 열리지 않으면 설계자에게 이 설계대로 만들었더니 도저히 자물쇠가 안 열린다고 항의한다.

그러면 설계자는 불만을 잘 들어볼 것이다. 그리고는 자물쇠의 구조를 다시 한번 검토한후 먼저 번의 설계도를 수정, 열쇠 제조공에게 넘겨준다. 이런 과정을 반복한 결과, 제조된 열쇠가 시중에 팔리게 된 후에라도 잘 맞느니 안 맞느니 하는 소리가 들리면 설계자는 다시 한번 설계도에 결함은 없는가 검토한다. 이런 과정이 축적되어 우수한 열쇠(약)가 세상에 나오게 되는 것이다.

약의 탄생과정도 열쇠의 탄생과정과 다를 바 없다. 우리 몸의 질병은 자물쇠에 해당한다. 이 질병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생명현상에 꼭 맞는 약(열쇠)을 설계해야 한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단순한 물질을 창조해내는 화학도 어려운데…. 하물며 생명현상을 조절할 수 있는 물질(약)을 설계하는 일은 얼마나 까다로운 일이겠는가?

생명과 물질이란 두 분야에 깊은 지식을 갖지 않고는 약의 설계(약의 디자인)는 불가능하다. 애써 설계해서 물질을 얻어 보았자 최종적으로 열쇠(약)의 구실을 제대로 할 확률은 매우 낮다. 1970년도 미국의 예를 들면 약 13만개의 설계 중 최종적으로 약이 된 것은 0.01%에 불과한 16개 뿐이었다고 한다. 이 사실은 얼마나 설계가 어려운 작업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창조의 세계인 설계는 약의 탄생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약학에서는 이 분야를 의약화학(medicinal chemistry)이라고 해서 약학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한장의 설계도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화학구조의 물질이 어떤 질병에 듣더라'하는 경험의 축적이 매우 중요하다. 경험의 축적으로부터 귀납적으로 새로운 화학구조를 추리해 내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의 설계 방법은 주로 이러한 경험적 귀납법이었다.

그러나 경험적 방법만으로는 시간과 연구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는 '약이 인체내에 들어가서 어떤 부위에 있는 어떻게 생긴 물질(수용체·受容体: receptor)과 상호 작용을 해서 약효를 나타내는가?' 하는 수용체에 관한 정보로부터 설계의 힌트를 얻어낸다. 이 수용체의 물리·화학적 특성에 딱 들어 맞는 약물을 설계하는 방법 등이 점점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컴퓨터 없이는 안돼
 

신약의 제조의 컴퓨터의 활용은 절대적이다.


그리고 어떠한 방법에 의한 설계이건간에 모두 컴퓨터를 쓰지 않고는 결론을 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일본의 어느 약대에 가면 연구실에 컴퓨터만 가득 있고 그외엔 거의 아무 것도 없다고 한다. 이는 약의 설계가 얼마나 복잡한 작업인가를 짐작케 해준다.

설계가 끝나면 설계도에 따라 약 후보(아직 약이 아님)를 만들어 보게 된다. 유기화학을 써서 합성을 할 경우도 있고 소위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물질을 얻을 수도 있다. 또 천연물질(생약)로부터 특정성분을 뽑아내기도 한다. 약품제조화학, 미생물약학, 생약학 등이 이와 관련된 학문 분야일 것이다.

일단 설계도가 완성되었다 치자. 하지만 아직 난제(難題)는 수두룩하다. 설계도에 따라 어떤 구조를 합성하려고 해도 어느 단계에서 도저히 반응이 진행되지 않아 합성이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또 집어 넣은 원료시약에 비해 얻어지는 수율(收率·yield) 이 너무 낮아 경제성이 없는 경우도 있다. 또 합성하고자 한 목표물질과 물성(物性)이 흡사한 불순물을 제거할 수 없어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유전공학도 아직은 수많은 제약이 있기 때문에 마음먹은 물질을 마음대로 얻을 수 없다. 천연물질로부터 물질을 찾아내는 일도 보통 일은 아니다. 산더미만한 약초를 유기용매로 우려내 보았자 얻어지는 성분은 불과 몇 그램 밖에 안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목적 성분을 수십~수백가지 다른 성분들과 깨끗이 분리해 내는 일은 더욱 어렵다. 순수한 목적 성분을 얻은 후에는 분광학(Spectroscopy)과 같은 기기분석 방법을 사용, 원하는 바로 그 물질인가 동정(同定·identification)을 해야 한다. 이렇듯 설계도가 주어진 뒤의 연구도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다.

겨우 겨우 설계도대로 어떤 물질이 얻어졌다고 해도 이 물질이 약으로 허가받기 위해서 헤쳐 나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우선 '예상대로 과연 약효는 있는가?', '안전한가?' 등을 검색(screening)해야 한다. 이때 설계한 목표와는 달리 약효가 없거나 독성이 강해 쓸모없는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돈과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만 이 단계에서 과감히 포기할 것은 포기하는 편이 낫다. 왜냐하면 이 이후의 연구에 드는 돈과 시간과 노력은 더더욱 엄청나기 때문이다. 실패할 우려가 많은 물질을 아깝다고 붙잡고 있다가는 재도전할 의욕을 잃을만큼 큰 충격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컴퓨터화면에 나타난 약의 구조


인간을 위해 동물들이

검색(screening)에 합격된 물질에 대해선 잘 컨트롤된 실험동물을 사용, 엄밀한 안전성검사를 하게 된다. 실험동물로는 흰쥐(rat)나 마우스(mouse) 또는 개(beagle dog) 등을 많이 쓴다.

이 동물들의 사육시설을 보면 가히 일류 호텔급이다. 사료도 물도 공기도 완전히 품질이 보장된 최고급품만 공급된다. 이들 동물에게 약을 짧게는 1주일간 투여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6개월 이상 투여하기도 한다.

투여가 끝나면 실험동물을 해부하여 몸안에 어떤 이상이 없는가 검사한다. 즉 병리학적, 생리학적, 생화학적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다. '간에는 지장이 없는가'?', '암을 유발하지는 않는가?' '암놈에게 오래 투여한 뒤에 기형 새끼를 낳는 일은 없는가?' 등을 엄밀하게 시험하게 된다.

동물시험을 엄격히 해 놓아야만 이를 근거로 하여 사람에게 투약(投藥)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다. 때문에 실험동물을 사용하는 비(非)임상시험은 세세한 방법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GLP(good laboratory practice)가 바로 그것이다.

비(非)임상시험이 끝나면 곧바로 사람에게 직접 투약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임상시험은 크게 4단계로 나뉜다.

첫번째는 제1상시험(Phase Ⅰ)이다. 제1상 시험에서는 우선 소수(小數)의 건강한 지원자에게 후보약을 투여한 후 혈중농도를 모니터링(monitoring)하면서 안전성도 검토하게 된다. 지원자에 대해서는 선발에서부터 약물투여에 이르기까지 발생하능한 만약의 위험에 대비해 놓아야 한다. 특히 인간에게 적용되는 시험이니만큼 윤리적인 측면도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인권을 모독하는 시험이 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윤리위원회도 반드시 설치하여야 한다. 어떠한 자세로 임상시험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헬싱키 선언'이 규정하고 있다.

제1상 시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밝혀지고, 얼마만큼의 양을 몇시간 마다 투여해야 할 것인가가 밝혀지면 제2상시험(Phase Ⅱ)으로 넘어 간다. 이 단계에서는 후보약의 적응증에 맞는 질병을 갖고 있는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시험한다.

여기에서 합격되면 다수의 환자에게 적용,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제3상시험(Phase Ⅲ)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도 합격되면 이런 자료들을 정리하여 보건사회부에 제출, 엄밀한 심사를 받아 신약으로 허가받게 된다. 드디어 기나긴 시험을 뚫고 정식으로 '약'이 되는 순간이다. 마치 12년여의 시험공부 끝에 대학에 합격하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약으로 허가받고 난 다음에는 제약회사에서 제조돼 병원이나 약국을 통해 시판된다. 이때에도 함량이나 순도, 흡수·분포·대사·배설이 규정에 따르고 있는지 체크된다. 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약효나 안전성이 변화할 우려는 없는가 등의 품질관리(Quality Control)에 합격되어야만 출하할 수 있다.

시판된 후에는 제4상시험(Phase Ⅳ)을 한다. 시판 후 많은 복용자에 대해 오랜 기간에 걸쳐 부작용 정보등을 수집, 다시 한번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가를 검토하게 된다.

한편 제3상시험단계 이후에는 '이 약을 주사약으로 할까?' 아니면 '바르는 약으로 할까?' 또는 '먹는 약으로 만들까?' 등도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다.

제4상시험에서 문제가 발견된 경우에는 눈물을 머금고 이 약을 폐기처분해야 한다. 약을 만든다는 일은 이처럼 어려운 창조와 시험의 과정을 거치는 지난한 작업이다.


신약이 개발되는 과정


엄청난 돈과 시간

지식과 돈, 즉 인력과 경제력이 없이는 신약의 개발이란 꿈도 꿀 수 없는 어려운 작업이다. 이에 필요한 연구비와 연구기간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하나의 약을 창조해 내는데 평균 약 15~20년이 걸린다. 신약 하나에 돈도 1억달러 이상 소요된다. 이를 놓고 보면 세계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나라가 수개국밖에 안되는 현실도 이상할 것이 없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최근에 와서는 많은 연구자들의 의욕과 정부차원의 연구비지원에 힘입어 신약개발의 가능성이 희미하게나마 엿보인다. 허나 불과 몇년 전만해도 가능성이 전혀없다고 비쳐졌었다.

물질특허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남의 나라 약을 방법만 달리해서 만들었다. 그러고는 제법(製法)특허라고 해서 '내 약'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방법을 달리 해서 만들었다고 해도 '내 약'이 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내 약'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절박해졌다.

물질특허의 도입은 신약의 개발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명제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앞으로 제약회사의 사활은 신약 개발에 달려 있다. 종래처럼 남의 원료를 수입, 제제 가공 하는 수준의 사업에 안주하지 말고 신약개발이라는 더 높은 차원을 향해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신약개발에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연구비보다도 연구인력의 부족이다. 신약창조와 같은 방대한 연구를 여러 회사에서 수행하려고 하면 지금의 연구인력으로는 1백분의 1도 충당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신약개발은, 그리고 약학은 수많은 고급 연구인력(박사급)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연구비 부족이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 문제에 관해서도 '사람나고 돈 나지…'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생명현상을 조절하는 물질이 바로 약인 만큼 생명현상에서 부터 물질과학에 이르는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다 필요하다. 신약개발이란 결코 혼자서 해내는 작업이 아니다. 혼자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창조와 시험, 제조를 감당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은 컴퓨터를 이용한 신약의 설계에 매달려야 한다. 그리고 약물수용체의 구조 규명, 약효의 검색, 안전성 평가, 체내 동태 연구에 누군가가 종사하지 않으면 안된다.

야심에 찬 젊은이들이 구슬 땀을 흘리며 '생명현상을 조절하는 열쇠'의 창조에 몰두하는 모습을 곧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야심에 찬 젊은이여! 오라. 약의 세계로! 그리하여 인류의 질병퇴치와 건강증진에 기여할 신약을 연구하는 보람에 살아보자.

아직 미흡한 '국내 최초'

조금 지난 얘기지만 국내의 한 제약회사(제일제당)에서 생산하는 간염백신 '헤팍신 B'가 신약으로 선정되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매년 그 전년에 선정된 신약을 발표하고 있는 영국의 의학전문지 '스크립(scrip)'지에 의해 신약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스크립'지는 87년에 나온 약들중 58품목을 신약으로 지정했다. 이는 86년 지정약품 47종에 비해 11종이 늘어난 수치. 국가별로 보면 일본이 17종으로 가장 많고 미국이 13종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지난 수년간 신약개발경쟁에서 한 발 앞서가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의 제약업계는 지난 82년~87년 사이 84종의 신약을 선보였다. 같은 기간중에 전통의 신약개발국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각각 35종 30종 28종에 그쳤던데 비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렇게 일본이 부상하게 된 원인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약개발에 투자와 노력을 하였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일본인들은 이미 1950년대 말부터 지속적이고 집중적으로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했던 것이다. 그 결과가 20여년이 지난 후에 열매맺고 있는 것.

한편 국내의 사정은 어떤가. 1950년대에는 완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60년대 들어와서야 원료 의약품을 수입하여 단순한 제제기술을 활용해 국산품을 생산했던 것.

원료의 합성기술을 모방했던 70년대를 거쳐, 80년대에 이르자 비로소 몇몇 의약품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로 공정개선에 의존하는 '불완전한 개발'이었다.

보통 하나의 '완전한 신약'이 탄생하려면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5백억원이 넘는 돈이 투자되어야 한다.

새 물질을 발견, 물리·화학적인 성상연구와 스크리닝(screening)하는데만 2~3년, 이어 제법 물성 독성 대사 약리 약효연구 등에 3~9년이 걸린다. 또 임상검사기간 3~5년, 승인받고 발매하는 기간 2~3년을 보내야 하니 적어도 '10년대계'는 되는 셈. 게다가 최근에는 전(前)임상 및 임상검사 기간이 늘어나고 있고, 승인절차도 엄격해져 소요시간이 더욱 장기화 될 조짐이다.

연구비역시 증가곡선을 그리기는 매한가지다. 하나의 신약이 빛을 보는데 1962년에는 4백만달러, 1972년 5백만 달러, 최근에는 1억~1억5천만 달러가 든다는 보고는 이를 입증한다.

그래서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 중에는 매출액의 15%이상을 R&D에 투자하는 곳도 있다. 예컨대 작년도 매출액이 약 28억5천만 달러였던 시바-게이기사는 R&D에 약 4억2천8백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것.

이렇게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하는 까닭은 엄청난 반대급부때문임은 물론이다. 일단 신약으로 인정받게 되면 직접 수출, 또는 라이센스계약을 맺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신약이란 어떤 약일가? 그 한계는 아직 모호하다. 혹자는 '전혀 새로운 물질'만을 신약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새 방법으로 만든 약, 제형에 변화를 준 약도 신약에 포함시키는 사람도 있다. 이를 테면 '광의의 신약'이라는 것이다.

근래 '국내 최최의 신약'으로 소개됐던 간염백신 '헤팍신 B'도 새로운 물질은 결코 아니다. 다만 처리과정에서 열처리법을 사용, 종래의 화학적 처리방법을 다소 개선했을 뿐이다.

제일제당의 한 관계자는 "HAP(Hydroxy Apatite)처리를 통해 백신류로는 최초로 pre-S항원이 유지되도록 했다. 또 열처리방식을 개발, 표면항원이 뭉치게 함으로써 면역효과를 높였다. 이 제품은 3백억원 이상을 들여 4년간 연구한 결과, 나오게 되었다"고 자사제품을 소개했다.

이같은 처치를 하면 백신의 접종시간 간격을 줄일 수 있고, 일회 접종량을 소량으로 한다는 장점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헤팍신 B'는 3회 접종기간이 2개월로 다른 간염백신들의 6~14개월보다 짧고, 접종량도 3㎍으로 타 백신의 5~20㎍보다 적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측도 있다. 역시 간염백신인 '헤파박스'를 생산하는 녹십자의 한 간부는 "헤팍신 B는 미국 네덜란드 등에서 기술을 일부 들여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약효의 지속시간이 짧을 수 있으며, 역가도 우리 제품과는 차이가 날 지 모른다"고 조심스레 주장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신약의 주류는 중추신경계 용제, 순환기계 용제, 항생제, 말초신경계용제, 항암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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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심창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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