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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빤히 보이는 약물복용. 승리가 모든 것을 준다고 믿는 일부 선수들에게는 다분히 유혹적이다. 이를 방지할 묘책은 없을까? 또 어떤 약물이 어떤 부작용을 갖고 있나?

마라톤코스를 이탈, 지름길로 달려 우승했다 들통나 실격당한 마라톤선수의 이야기는 최근 심각히 대두되고 있는 선수들의 약물복용 문제에 비하면 차라리 애교스럽다.

두 경우 모두 변칙적인 방법으로 승리하려 했다는 의도는 같을지 몰라도 특히 약물복용은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동안 치밀히 계획된다는 점에서 아마추어 정신의 보다 큰 위협요인이 되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비도덕적 약물복용은 확산일로를 걷고있다. 도덕적 비난의 소리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현실위주의 사고방식이 앞서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우승자에 대한 온갖 찬사나 이들에 대한 보상금지급등 현실적 특혜가 약물복용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선수들은 '최고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약물복용의 유혹에 빠져드는 경우도 있다.

결국 "법없이도 사회가 지탱되어야 하는 것처럼 약물검사를 굳이 하지 않는 경기대회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체육인과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바램이지만 선수들의 약물복용은 집요하게 계속되는 것이다.
 

도핑테스트^혈액을 채취한 후 24시간 이내에 약물복용여부가 판정된다.
 

1백여종의 약물이 규제돼

1960년 로마올림픽의 사이클경기도중 덴마크의 '얀센'이 급사한 것을 계기로 약물복용문제는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처음 일사병때문에 혼수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던 '얀센'이 혈관확장제를 복용했다 심장마비를 일으켰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으로 대대적인 문제제기가 시작됐지만 사실 선수들의 약물복용은 그 이전부터 있어 왔다.

1954년 맬버른대회의 투해머부분에서 우승했던 미국의 '해럴드 코너리'가 자신이 8년전부터 약물을 복용해왔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1952년 오슬로동계올림픽 때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의 탈의실에서 다량의 주사기와 약명을 알수 없는 빈 앰플들이 발견돼 약물사용 의혹을 짙게 했던 것이다.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는 이에 따라 1968년 멕시코올림픽대회부터 정식으로 올림픽을 금지시켰다. 이 대회에서는 10여종의 약물을 금지대상으로 규정, 이를 복용했을 경우 실격판정을 내리는 규제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IOC의 규제조치가 강화될수록 선수들의 약물복용은 지능화를 거듭, 쫓고 쫓기는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우선 IOC의 규제약물종류가 68년 10여종에서 지난 84년 로스앤젤레스대회때는 76종으로 7배이상 늘어났다는 수치상의 비교만으로도 이같은 경쟁의 치열함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또 서울올림픽에서는 불과 4년전의 로스앤젤레스대회 때보다 30% 이상 많아진 1백종의 약물이 규제대상으로 확정되었다. 다시 4년뒤인 92년 바르셀로나대회에서는 서울대회보다 20%나 많아진 1백20여종의 약물이 복용금지될 것으로 보여 약물복용'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IOC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IOC의 공인을 받은 세계 18개 약물기관이 지난 86년 한해동안 국제대회에 출전한 3만2천9백82명의 선수를 검사한 결과 이 중 6백23명의 양성반응을 보여 약물을 복용했음이 드러났다.

특히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선수의 약물복용빈도는 2.49%로 1백명중 2~3 명이 약물을 복용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또 타이틀이 걸리지않은 경기에서는 2.11%의 선수만이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밝혀져 명예스러운 대회일수록 약물복용유혹이 강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해주고 있다. IOC는 이같은 수치가 복용금지시킨 약물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 복용금지대상이 아닌 약물까지 복용한 경우를 합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약물검사가 모든 참가 선수에 대해 실시되지 않으며 입상자와 1~2명의 무작위 추출선수에 대해서만 실시되기 때문에 실제 약물을 복용한 선수는 '극히 우려할 만큼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목숨까지 앗아가는 스테로이드계 약물

IOC는 약물복용을 아마추어리즘을 해치는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 대응에 부심해왔다.

68년 멕시코대회 때만 해도 약물복용 사실이 드러나면 실격시키는데 그쳤던 미온적인 대처에서 탈피, 지난 87년에는 메달몰수는 물론 영구적인 출전금지등 강경책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올림픽의 경우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선수는 처음 적발된 경우 메달몰수 및 2년간 IOC 주최의 모든대회 출전금지, 두번째 적발될 경우 영구적인 출전금지가 선언된다. 2년간의 출전금지가 짧은 기간으로 비출수 있지만 특히 체육선수들에게 있어 2년은 선수생명에 치명적이라는 점을 볼때 IOC의 규제조치는 매우 강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스테로이드가 아닌 약물을 복용했을 경우도 첫번째 적발의 경우 메달몰수 및 3개월간 출전정지, 두번째 적발의 경우 2년간 출전금지, 세번째 적발의 경우 영구출전금지로 규정하고 있다.

스테로이드계 약물복용에 더 큰 규제조치를 취하는 것은 이 약물이 갖는 치명적인 부작용때문이다. 스테로이드는 정신장애 심장발작 여성의 남성화 간장손상 등을 초래,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물복용파문은 첨단과학기술을 올림픽으로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았으며 이 때문에 검사장비는 올림픽산업의 중요한 분야가 되었다. 지난 76년이래 네번 연속 올림픽에 사용된 미국 '휴렛팩커드'사의 약물분석장비는 채취한 소변 중에 포함된 10억분의 1g정도의 약물까지 구별이 가능할 정도다.

또 88년캘거리동계올림때부터는 소변을 묽게해 다른 약물의 농도를 낮춤으로써 검사를 피하게 하는 이뇨제와 신경안정제의 일종인 베타블록커등 2가지 부류의 약물이 금지항목에 추가됨에 따라 기술의 정밀도와 정확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결국 약물을 복용한 선수는 경기에서 경쟁을 벌여야하는 것은 물론 첨단과학기술과도 경쟁해야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IOC는 이밖에도 미리 뽑아두었던 피를 경기직전 수혈받는 이른바 혈액도핑에 대해서도 기술적 연구를 진행중이다. 현재까지는 금지사항으로 명문화는 되어있지만 이를 적발해낼 기술이 없어 사실상 용인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IOC의 의뢰를 받은 스위스의 연구진은 최근 혈액도핑여부를 알아내는 기술개발에 큰 진전을 보이고 있어 선수들의 혈액채취 문제가 해결될 경우 조만간 혈액도핑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규제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남성보다 더 우람한 여자선수

사상 최대규모로 12년만에 동서 양진영의 대결이 벌어질 서울올림픽은 경기내용면뿐 아니라 양물복용에서도 치열함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스포츠를 국가적 사업으로 지원, 일약 스포츠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구권의 대거 참가는 관계자들을 긴장시키는 대목.

이들 국가들이 남성보다 우람한 근육을 가진 여자수영선수등을 선보이거나 예상치 못한 종목에서 금메달을 휩쓸 때마다 '약물복용을 했을 것'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IOC의무위원장 '알렉산드르 메로데'박사는 금년초 "각국의 공인된 연구소들이 약물복용선수들이 약물검사에 적발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비열한 행위에 가담하고 있다"고 폭로, 특히 스포츠에 국가적 지원을 쏟아붓는 동구권의 참가에 우려를 더하게 하고 있다.

이와함께 서구권선수들의 약물복용실태도 만만치않아 미국의 육상스타 '칼루이스'는 영국 육상선수들의 공공연한 약물복용사실을 폭로했으며 벨기에의 역도 유망주 '패트릭 반 로데'가 약물을 상습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서울올림픽참가가 취소되기도 했었도. 또 지난 2월에는 프랑스의 여자사이클세계챔피언인 '지니 롱고'가 파리대회 출전직전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1개월간 출전금지 되는등 약물복용사례가 빈발 해지고있다.

약물복용선수들이 지능화된만큼 이를 규제하려는 국제경기단체들의 노력도 재빨라져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83년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에서 열린 팬암(범미주)대회에서는 개회식이 있기전 주최측이 기습적으로 일부 선수에 대한 약물검사를 실시, 11명의 약물복용자를 적발해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적지않은 선수들이 약물검사를 받기 직전 대회출전을 포기하고 귀국해 버렸다. 이중 한사람이 미국의 투포환선수 '아이언 파이커'는 자신이 복용한 감기약때문에 약물복용선수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 싫어 귀국했다고 주장했지만 진실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 대표급선수들중에도 약물복용 사례는 있다. 지난해 5월 서울올림픽에 출전할 대표선수 2백여명에 대해 약물검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중 15명이 흥분제 진통제 등을 복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약물복용선수는 복싱 레슬링 육상 수영종목의 선수였으며 일부 여자선수도 포함되어 있었다.

서울올림픽에서 약물검사를 담당할 도핑콘트롤센터는 순수 국내기술로 대처하고 있다는 의미와 함께 단 한차례의 시험만으로 IOC의 공인을 획득, 기술력을 과시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진행중이다.

도핑콘트롤센터가 올림픽기간중 약물검사할 대상은 선수 1천6백여명과 승마 경기참가 50여마필등 모두 1천6백50여건. 준결승이상 진출자 전원과 5,6위중 1명, IOC가 임의로 지정한 선수 2명등 각종목에서 최소한 6명씩을 약물검사하게 된다.

이들에게서 채취된 75cc의 소변중 우선 50cc를 검사, 반응을 본 뒤 양성일 경우 예비로 남겨둔 25cc의 소변을 다시 검사 24시간내에 최종 복용여부를 판정하게 된다.

서울올림픽은 동서양진영의 격돌이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약물복용과 같은 '보이지 않는 전쟁' 역시 관심의 촛점이 되고있다.
 

남성보다 더 우람한 여자선수


약물복용(doping)이란?

스포츠에 약용되는 약물은 크게 남성호르몬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흥분제 진정제 이뇨제 마약 등 다섯가지로 분류된다.

남성 고환의 '라이디히'세포에서 생성되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인공합성한 아나볼릭스테로이드는 근육을 발달시키고 체중을 늘리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역도 투포환 수영 등 강인한 체력이 요구되는 종목의 선수들이 자주 사용하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이 약물이 경기력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특히 심각한 부작용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미국하버드의대의 '해리슨 포드'박사는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한 선수 중 22%에서 과대망상증 환청 우울증 등 정신장애가 적지않게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지난 해 서방으로 흘러나온 소련의 지하출판물은 지난 52~82년 사이의 올림픽메달리스트중 49명이 40대를 넘기지 못한 채 요절했다고 폭로, 아나볼릭스테로이드 장기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사망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아나볼릭스테로이드는 간장손상 고환의 기능퇴화 심장발작률증대 등 부작용을 수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흥분제로는 암페타민이 대표적인데 중추신경을 자극, 혈압을 높리고 재빠른 행동을 유발, 단거리경주선수나 구기종목의 선수들이 주로 사용한다. IOC 금지약물 1백여종중 가장 많은 42종이 흥분제인만큼 구하기도 쉽고 많이 사용되는 약물이다.

캘거리 동계 올림픽에서 처음 금지약물에 추가된 이뇨제는 소변을 묽게 만들어 이론적으로 그 이전에 복용한 금지약물의 농도를 낮춰 약물검사를 피하도록 한 것. 자체로는 경기력향상과 관계가 없으나 일부 선수들은 체중감량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역시 금년부터 금지약물로 규정된 베타블록커는 맥박수를 줄이고 심장을 안정시키는 일종의 진정제로 지난 84년 올림픽에서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검사결과에 따라 추가금지됐다.

베타블록커는 양궁 사격 등에서 안정된 조준을 할 수 있도록 할뿐아니라 정확히 중심을 잡아야하는 피겨 스케이팅에서도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마약을 포함한 진통제는 코데인등 20여종으로 부상당한 선수에게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 아직 IOC의 금지약물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광범위하게 사용이 확산되는 약물로는 '에리드로 포리에던'이라는 지구력 향상제를 들 수 있다. 이 약물은 사용사실이 적발되어도 금지약물이 아니기 때문에 처벌 할 수 없다는 약점을 이용, 사용하는 선수가 늘고있는 추세. 1주일에 세번씩 3주간 주사할 경우 4~6주간 효과가 지속돼 지구력을 요하는 마라톤 사이클경기 등에 주로 이용된다.

혈액도핑은 IOC가 금지하고 있으나 검사해낼 기술이나 혈액채취의 어려움때문에 사실상 허용되고 있는 경우.

또 혈액도핑이 경기력을 향상 시키는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혈액도핑은 혈중 적혈구수가 많을 때 피를 뽑아 두었다가 지구력이 필요한 도로사이클 마라톤 등 경기에 앞서 수혈받음으로써 기록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1988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최수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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