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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S가 성큼 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살핀다

더 이상'강 건너 불'이 아닌 AIDS,국내에도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예방법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법보다 중요한 것이 따로 있다.

올림픽이라는 국제적인 잔치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은 AIDS가 국내에 더 많이 유입되어 만연하지 않을까 크게 염려하고 있다. 설령 올림픽을 가정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AIDS의 방역은 국가적 차원의 중대사이지만,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이는 대회를 치러야하기에 효과적인 AIDS 유입방지가 더욱 강조되는 것이다.

AIDS 항체 양성자가 국내에 속속 보고된던 지난 해 정부는 AIDS관련 입법을 통과시켰다. 작년 11월 28일 제정되어 올 1월 28일부터 발효되고 있는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이 그것이다.

이법의 제1장 총칙은 법의 목적과 후천성면역결핍증에 대한 정의, 국가 및 국민의 의무, 그리고 대책위원회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제2장은 신고 및 보고에 관한 규정을 거론하고 있으며 제3장은 검진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제4장은 AIDS감염자의 보호와 관리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알아보면 전문진료기관의 설치, AIDS환자의 보호조치와 강제처분 그리고 취업제한을 두고 있다. 그럼으로써 AIDS가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로 보여진다. 제5장은 AIDS환자 가족에게 부가되는 의무를 명시하였다. 끝으로 제6장은 4개의 벌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에 공포된 AIDS예방법은 외국인여행자에 대한 AIDS검역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AIDS환자가 검역없이 공항이나 항구의 입구를 빠져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원칙에 따른 것인데, 여행자의 인권보호와 여행의 자유보장이 근본 취지이다. 그러나 장기간 체류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AIDS감염여부를 검진할 수 있다고 한다.

AIDS예방법(法)이 AIDS의 만연을 억제하는데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각자가 AIDS의 정체와 감염경로 등을 바로 아는 일이다.

국내 환자 19명의 신상명세

우리나라가'AIDS 무풍지대'가 아님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85년 사우디 취업근로자가 그곳 보건당국으로부터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항체양성임이 확인되어 출국조치를 받은 적이 있다. 이 사건이 있은 뒤에야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AIDS감시체계를 정비했으나 때 늦은감이 없지 않았다. 그 이전에 이미 특수윤락여성(외국인을 상대하는 여성)들 사이에 항체양성자가 보고되고 있었다.

1986년에는 특수윤락여성 3명이 AIDS 항체양성자로 판명되었다. 그중 1명은 1987년에, 다른 한명은 1988년에 사망하였다. 또 같은 해에 남자 1명도 항체양성으로 확인되었는데 이 남자도 역시 사우디 취업자였다.

1987년에는 특수윤락여성 5명과 혈액제제를 사용한 9세 어린이 그리고 21세 무직남성, 43세의 해외이주남성(이사람은 AIDS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됨)등 총 8명의 항체양성자가 있었다. 1988년에는 4월 현재 외항선원 4명, 주부 1명, 재미교포 1명 등 6명의 AIDS 항체양성자가 발생했다.
이들 항체양성자 19명중 이미 3명은 세상을 떠났다. 또 19명중 10명이 남성이었으므로 성별(性別)차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특수윤락여성의 AIDS감염이 많았기 때문이다.

연령별로 보면 20~30대가 절대적으로 많다. 아프리카에서 사망한 62세 남자, 43세였던 재미교포, 9세 혈우병 어린이를 제외하면 모두 젊은 환자들이었던 것. 직업별로 보면 여성은 1명의 주부외에는 전부 매춘여성들이었다. 남성은 가족을 떠나서 사는 외항선원과 사우디 취업자들이었다.

HIV는 인플루엔자보다 한수 위

1983년 AIDS병원체가 분리된 이래, 세계의 과학자들은 백신개발에 많은 노력을 쌓아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AIDS에 걸리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약제나 백신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감기의 인플루엔자(Influenza)바이러스보다도 AIDS는 백신제조가 더 어려운 것이다. 그 까닭은 AIDS바이러스가 그의 외각(外殼)을 인플루엔자바이러스보다 1백~1천배 더 빨리 바꾸기 때문이다.

이미 항체가 발견되는 사람들에게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계속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항체에 의해 당연히 AIDS바이러스가 사라져야 함에도 말이다. 이는 항체를 생성토록 한 바이러스가 또다시 변이를 일으켜 항원성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AIDS의 발빠른 변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백신개발도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1990년 이전에 효과적인 백신의 개발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AIDS를 일으키는 바이러스(HIV)가 보관되고 있다


AIDS탄생의 조짐들

1979년 최초로 임상적 특징이 발표되어 의료계의 큰 주목을 끌어오다가 원인불명의 새로운 질환으로써 본격적인 연구가 미국에서 시작된 것은 1981년 봄이었다. 이때 이 괴이한 질병은 후천성면역결핍성 증후군, 즉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AIDS)이라고 명명되었다.
면역결핍성이란 감염에 대항하는 우리 몸의 방어능력에 결함이 있음을 의미한다. 또 이러한 상태는 타고난 유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출생 후 살아가는 동안에 얻어진 것이라는 의미에서 후천성이라고 했다.

미국에는 전국의 질병발생현황을 항상 신고받고 감시하는 질병관리센터라는 국가기관이 있다. 새로운 질병이 발생한다든가, 이미 알려진 질병이라도 크게 유행이 되어 있을 때, 그 원인이나 감염경로에 관해 조사연구하고 있는 곳이다.

AIDS에 관한 연구도 1981년 봄, 이 질병관리센터에서 시작되었다. 이곳의 연구자들은 건강했던 5명의 남성동성연애자들에게 주폐포자폐렴(住肺胞子肺炎)이 발생한 사실을 무심코 흘려보내지 않았다.

주폐포자폐렴은 정상적인 면역기능(외부에서 이물질이 침입할때 이를 방어하는 기능) 하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질환이다. 다시 말해 주폐포자폐렴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맥을 못추지만 면역결핍상태일 때는 감염을 일으키는 이른바 기회감염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왜 건강한 동성연애자가 기회감염을 허용했을까?

한편 거의 같은 시기에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지에서는 매우 건강하던 남성동성연애가 26명에게서 카포시육종(肉腫)이라고 불리우는 드문 악성종양이 발생했다. 카포시육종이란 적도부근의 아프리카에서는 비교적 자주 보는 악성종양이지만 유럽이나 미주지역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던 암이다. 그런데 20~40대에 속하는 젊은 남자들에게 26명이나 동시에 발생했다는 것은 기이한 사건으로 여겨졌다.

주폐포자폐렴과 카포시육종과 같이 전에는 특정조건을 가진 사람들에게 한정해서 발생해 오던 질병들이 젊고 건강한 남자들에게 발견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새로운 원인에 의한 질병의 발생임을 암시하였다.

AIDS는 기회감염의 대문을 연다

마침내 1983년 5월 원인이 밝혀 졌다. AIDS환자의 림프절(節)로부터 AIDS의 원인으로 추측되는 바이러스가 프랑스와 미국에서 거의 동시에 분리된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림프절병변관련바이러스(프랑스), 또는 인간 T-세포백혈병바이러스Ⅲ(미국)라고 따로 불리워졌다. 하지만 이들이 같은 바이러스임이 밝혀져 이제는 인간면역결핍성바이서르(HIV)라고 통일하여 부르고 있다.

HIV는 T―림프구(T―Iym―phocyte)인 ${T}_{4}$세포의 표면에 있는 항원 수용체(receptor)와 친화성이 강하다. 그래서 쉽게 ${T}_{4}$세포에 침입, ${T}_{4}$세포를 파괴한다. 또 HIV는 말초혈액내에 있는 ${T}_{4}$세포의 수를 현저히 줄일 뿐아니라 T세포의 기능에도 이상을 일으킨다.

예를 들면 지연형 감작반응, 비특이항원이나 미토겐에 대한 증식반응, 면역글로블린과 림포카인형성의 감소 등을 초래한다. 뿐만 아니라 B세포와 단핵구(monocyte)및 대식세포(mac-rophage)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쳐 항체생성능력을 떨어뜨린다. 이렇게 신체의 정상적인 면역감시체계를 무력화시킴으로써 기회감염의 문호를 열어주는 것이다.

HIV에 감염되었다 할지라도 감염기간, 환자의 특성 등에 따라 증상은 다르게 나타난다. 아예 무(無)증상도 있는가 하면 급성감염증상, 뇌를 포함하는 중추신경감염증, 그리고 카포시육종과 같은 암발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HIV의 잠복기는 6개월에서 6년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평균 28개월로 알려져 있다. 1986년까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HIV감염자의 약 10%만이 전형적인 AIDS로 발전한다고 한다.

AIDS 환자들에게 빈번히 나타난 증상들은 다음과 같다.

1. 확실한 이유없이 수주이상 계속되는 극심한 피로감.
2. 경부(頸部)나 겨드랑의 림프절이 붓는다.
3. 2개월이내에 4~5kg이상의 체중감소.
4. 수주간 계속되는 열과 잘때 식은 땀.
5. 감기나 독감에 걸렸을 때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계속되는 기침과 숨가쁨.
6. 쉽게 없어지지 않는 입과 눈언저리에 멍든 것 같은 피부의 변화
7. 입안과 혀에 희고 두꺼운 태(苔)가 생긴다(백태).
8. 이유없이 오래 계속되는 설사.
9. 우울증이 점진적으로 심화되다가 뒤에는 지능에 장애가 와서 바보가 된다.
 

AIDS 혈청검사(연세의료원)


아프리카기원설의 4가지 증거

AIDS가 갑자기 어디서 솟아나와 세계를 공포에 떨게하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AIDS가 중앙아프리카에서 발생, 미국과 유럽으로 퍼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아프리카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프랑스와 벨기에로 많이 스며 들었을것으로 추정한다.

그래서 특히 아프리카로 관광왔던 미국의 동성연애자들이 AIDS유포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카리브해역의 관광지 아이티를 거쳐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동성연애자들에게 퍼뜨렸다고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는 관광수입 등을 고려하여 공개를 꺼리고 있으나 이러한 가정을 뒷받침해주는 몇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자이레, 잠비아, 우간다, 르완다 등 적도에 위치한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AIDS발생이 흔할 뿐아니라 벨기에나 프랑스의 AIDS환자들도 대부분 아프리카인과 연계된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둘째 1978년 이전 미국인의 혈청에서는 HIV항체가 모두 음성이었던데 반해 1970년대에 뽑아두었던 아프리카인의 혈청에서는 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양성률이 높았다.

세째 AIDS환자의 약35%에서 발생하는 카포시육종은 아프리카, 특히 자이레, 케냐, 탄자니아 등에서 미국보다 2백배나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질병이다. 더구나 이 육종은 다른 지역에서는 노인에게만 발생하는데 반해 아프리카에서는 10대의 남녀어린이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네째 아프리카 여러나라 주민들은 대체로 HIV에 대한 항체양성률이 매우 높다.

한 AIDS관련 연구자는 중앙아프리카지역의 녹색원숭이로부터 분리된 STLV-Ⅲ라는 바이러스가 HIV와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근거로 이 녹색원숭이가 사람을 물 때 사람에게 전파되어 AIDS가 퍼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린이 AIDS환자만 4백명

1988년 1월말 현재AIDS의 발생이 보고된 나라 수는 1백32개국이며 총환자수는 7만7천여명이다. 이중 미국이 5만1천여명으로 전체환자의 60%이상을 차지하고있다.

1987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했던 자료에 의하면 HIV항체양성자의 수를 5백만~1천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이들중 적어도 10~30%가 1년이내에 AIDS에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런데 최근에 발표된 AIDS의 발현율은 WHO의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HIV에 감염된 사람들 3년간 추적조사했더니 15%는 AIDS, 12%는 AIDS 관련증후군, 38%는 지속성 전신림프선병증, 나머지 35%는 아직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라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AIDS환자의 66~88%가 남성동성연애자나 양성(兩性)연애자다. 나머지는 정맥용 마약사용자, 수혈이나 혈액제제를 주입받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AIDS가 남성동성연애자들의 특유한 질병으로 인식되었으나 이에 대한 지식이 축적됨에 따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病)임을 알게 된 것.

특히 남성동성연애자들에게 많이 퍼지는 까닭은 그들이 성(性)적으로 문란하기 때문이다. 또 이들 중에는 여성과도 성접촉을 하는 양성(兩性)연애자가 적지 않아서, HIV는 2차적으로 여성에게 전파된다. HIV에 감염된 남성이 여성배우자에게 HIV를 옮길 확률은 10~60%에 달한다.

또 AIDS는 매독, 임질, B형 간염 등과 비슷한 전파양식을 갖는다. 혈액이나 혈액제제를 통한 감염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수혈로 연명하는 혈우병환자가 AIDS에 걸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또 불결한 일회용주사기로 돌려가며 약물을 주입하는 마약중독자에게서 가끔 AIDS가 발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감염된 어머니로부터 아기들에게로의 전파도 가능하다. 여기에는 태내(胎內)감염(수직감염) 출산시 산도(産道)에서의 감염, 출산후 모유를 통한 감염 등이 있을 수 있는 것으로 꼽힌다. 이렇게 해서 AIDS에 걸린 지구촌 어린이는 벌써 4백여명에 이른다.

따라서 AIDS의 전파는 성접촉, 혈액이나 혈액산물의 주입, 그리고 어머니로부터의 전파 등 3가지로 집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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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정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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