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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무스 이용, 고온초전도체 개발

세계에서 3번째의 개가

종래의 이트륨 고온초전도체보다 약 10도 높은 온도에서 1차 초전도 현상이 나타났다.
 

비스무스(Bi)를 이용한 고온초전도체의 합성이 국내 과학자들에 의해 세계에서 3번째로 성공돼 이 방면의 연구에 커다란 전기를 마련했다. 지난 2월 중순 포항공대와 산업과학기술연구소 공동연구팀의 이성익박사(포항공대 물리학과교수겸 산업과학기술연구소책임연구원)가 미국 일본에 이어 비스무스 고온초전도체를 합성, 개가를 올렸고 다시 3월하순에 연세대 김규홍교수팀이 합성에 성공한 것.

 

영하 1백80도에서 전기저항 제로
 

2천년대의 과학기술발달과 인간생활의 향상에 혁신을 불러 일으킬 물질로 새로운 각광을 받기 시작한 비스무스 고온초전도체는 종래의 이트륨(Y)고온초전도체에 비해 보다 우수한 물리적·화학적 특성을 지닌 것으로, 비스무스와 칼슘, 스트론튬, 구리를 혼합해 분말상태에서 여러번 열처리한 후 섭씨 8백~9백도 사이의 고온에서 반응시켜 얻어졌다. 이같은 제조방식은 종래의 이트륨을 이용, 제조한 고온초전도체보다 훨씬 쉬운 것으로 밝혀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새로운 비스무스 고온초전도체는 종래의 이트륨 고온초전도체보다 약 20도 높은 온도에서 1차 초전도현상을 나타내며, 2차 초전도현상이 약 93K에서 일어나는 신비의 물질이다. 즉, 이번에 합성된 새물질은 섭씨 영하 1백56도에서 전기저항이 감소하기 시작해 영하 1백80도에서 전혀 없어졌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보다 불과 1개월 늦게 개발된 이 비스무스 고온초전도체는 초전도현상이 시작되는 온도가 지금까지 세계에서 공인된 가장 높은 것. 따라서 이번의 연이은 개가는 상온(常溫)에서 초전도현상을 일으키는 새물질을 발견하려는 과학계의 꿈을 한발 앞당긴 셈이다.
 

이 신비의 물질은 아울러 물리적으로 안정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종래의 이트륨 고온초전도체에 비해 물을 비롯한 다른 화합물에 강하다는 것도 밝혀졌다. 또한 종래의 초전도체가 잘 부서지는 성질이 있는데 비해 이 초전도체는 매우 부드럽고 연한 성질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선재(線材)나 박판(薄板)등으로 제조,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게 되었으며, 상온에서의 전기전도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초전도임계전류(超傳導臨界電流)가 높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포항공대 연구팀은 비스무스 고온초전도체의 합성에 이어 단결정(單結晶)제조에도 성공, 초전도물질의 여러가지 현상을 보다 쉽게 규명하고 실용화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됐다.
 

단결정이란 한 재료내에 단 1개의 입자만이 존재하는 물질. 국내에서는 작년까지만 해도 한 재료내에 여러 입자가 존재하는 복합결정단계에 머물러 있었으나 금년 2월 포항공대 연구팀이 이트륨 고온초전도체의 단결정제조에 성공하고 또다시 최근(4월초) 비스무스 고온초전도체의 단결정제조에 성공한 것이다. 이처럼 고온초전도체 단결정이 제조됨으로써 무엇보다도 고온초전도체의 임계온도가 상승한 것에 대한 이론재정립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컴퓨터에 직접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단결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물질을 녹여 다시 서서히 고체화시키는 방법을 쓰게 되는데, 비스무스 고온초전도체의 단결정은 한쪽 방면으로만 잘 발달해 얇은 박판형태로 자라나는 특성이 있다. 일본의 경우 현재까지 가장 크게 육성된 비스무스 고온초전도체의 단결정이 2㎜×2㎜, 두께 0.1㎜ 크기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최근 포항공대와 산업과학기술연구소 공동연구팀이 육성한 것은 이보다 약간 큰 것이어서 이 방면 연구의 세계최고수준급에 도달하고 있는 셈.
 

그러나 앞으로 좀더 큰, ㎝크기의 단결정이 제조되어야만 고온초전도체의 신비를 벗겨줄 각종의 실험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스무스 고온초전도체 연구 방향에 대해 포항공대의 이성익교수는 "현재는 기초연구가 중심이 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산업화를 위한 기술개발이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이교수에 의하면 고온초전도체를 이용한 전자석의 개발이 가능하고, 컴퓨터의 능력을 수천배 내지 수만배 향상시킬 수 있는 스퀴드(초전도양자간섭소자)의 개발 등이 산업화 기술의 예가 될 수 있다는 것.
 

비스무스 고온초전도체

 

새로운 산업혁명의 불씨
 

비스무스 고온초전도체의 국내 개발성과에 즈음해 이 분야의 국제적 연구추세를 살펴보면 가히 눈부실 정도다. 이는 미국 등 선진국들이 초전도체 연구를 새로운 '산업혁명의 원천'으로 규정, 실용화에 앞서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의 중요성은 86년 4월 스위스 IBM연구소의 '베트노르츠'와 '뮐러'박사가 전기저항이 절대온도 35K(섭씨 영하 2백38도)에서 제로가 되는 초전도체의 발견을 발표한 뒤 바로 이듬해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이후 각국의 과학자들은 절대온도를 높이기 위한 경쟁에 돌입, 86년 12월말엔 미국에서 절대온도 40K에서 초전도성을 확인했으며, 이후 시시각각으로 절대온도를 끌어올려 87년 2월중순에는 드디어 액체질소온도 77K를 훨씬 능가하는 94K를 갖는 물질을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각국의 물리학자를 포함한 재료과학계는 새로운 고온초전도체의 개발열풍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것은 불과 수개월 전만 하더라도 값비싼 액체헬륨을 사용하지 않으면 얻기가 불가능했던 초전도성을 값싼 액체질소로 쉽게 얻을 수 있게 된 때문이다. 즉, 초전도재료의 이용이 몇달 사이에 경제적·기술적 측면에서 획기적 발전을 한 것이다.
 

초전도현상이란 한마디로 전기에 대한 저항이 제로인 상태를 말한다. 전기저항이 완전히 소멸되면 보통의 전도체와는 달리 전류의 흐름에 있어 저항에 의한 열손실이 없기 때문에 막대한 양의 전류가 작은 전선을 통해 흐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에 따른 유도자장(誘導磁場)이 커져서 이를 이용하면 엄청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온초전도체의 이용가능한 범위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초고성능 컴퓨터의 개발, 비행기속도와 맞먹는 자기부상열차(磁氣浮上列車)의 개발, 입자물리학에서 필수불가결한 입자가속기의 소형화 및 건설가격의 저렴화, 고효율의 전기모터, 전기저장장치와 이를 이용한 전기자동차, 초고성능 안테나의 개발, 초전도자석을 이용한 발전, 각종 분석기기및 의료기구 등 매우 넓다.
 

만약 상온에서 고온초전도체의 선재화(線材化)가 이루어진다면 전기송전시 열로 손실되는 약 30%의 전기를 절약할수 있다. 또한 조셉슨 소자를 이용한 초전도체 소자를 개발한다면 현재 정보전달속도가 가장 빠른 GaAs소자에 비해 1백배 이상 빠르게 되며, 열발생이 매우 적은 초고속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형컴퓨터의 크기도 가정용 컴퓨터나 그 이하의 크기로 줄일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여러가지 응용이 가능해진다면 이 고온초전도체의 발견은 '제3의 전기발견'이라고도 평가될 수 있으며, 새로운 산업혁명까지도 일으킬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 개발중인 초전도체가 널리 이용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 초전도체가 세라믹재료에 속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취약성, 즉 파괴 강도가 연성(軟性)이 큰 일반금속재료보다 훨씬 뒤져서 잘 깨지기 쉽고, 분말상태로 시작해서 고온반응을 거치는 일반요업재료공정을 통해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에 공정상 많은 문제점을 안고있다. 따라서 앞으로 선재나 박판 등으로 제조할 수 있는 공정의 개발이 시급하며, 이에 대한 국제적인 연구가 하루빨리 착수돼야 할 것 같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에 국내에서 개발된 비스무스를 이용한 고온초전도체는 실용화에 한발 앞선 계기가 된 셈이다.
 

현재 국내의 연구동향을 보면 포항공대와 산업과학기술연구소가 물리학 화공학 재료학 전자공학 등 관련연구자 40여명으로 공동연구팀을 구성, 의욕적으로 고온초전도체연구에 나서고 있는 것을 비롯해 KAIST, 표준연구소, 한전기술연구소, 한국에너지연구소, 서울대 연세대 부산대 등 여러 연구팀이 가동중인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온초전도체의 연구는 최근의 과학기술연구의 추세와 마찬가지로 각 방면 연구자들의 협력연구를 통해야만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점에서 고온초전도체의 국내연구인력이 약 1백여명에 불과하고, 여기에다가 예산마저 경쟁국에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빈약한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뭏든 세계수준에 바짝 뒤쫒아온 국내의 고온초전도체연구는 과학계의 주목속에 실용화를 위한 연구에 착수할 시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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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황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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