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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살균이냐 초고온살균이냐「진짜우유」논쟁의 내막을 살핀다.

살균방식에 따른 영양소의 변질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논쟁의 핵심.


진짜우유 논쟁의 내막을 살핀다


'진짜우유' 논쟁이 우유업계에 번지고 있다. 작년 9월 문을 연 파스퇴르유업(주)이 'IDF가 인정하는 진짜우유 국내최초 탄생'이라는 선전문구를 내걸고 소비자들에게 파고들자 기존의 우유회사들이 이에 반격을 가하고 나온 것. 이들은 "그렇다면 지금까지 팔아온 우유는 모두 가짜란 말이냐"며 유가공협회를 통해 농수산부, 보사부, 기획원 공정거래실 등 관계기관에 '과대광고'를 시정토록 건의, 파스퇴르유업측이 기획원에 소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이같은 우유업계의 분쟁은 단순히 업자들간의 이해관계라고 하기에는 그 내용이 국민건강문제와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에게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파스퇴르유업측은 광고에서 기존의 국내우유는 초고온살균법에 의해 제조되므로 영양소의 파괴가 큰 반면, 파스퇴르우유는 섭씨 63도에서 저온 살균하는 방식을 채택하므로 영양소의 파괴를 최소한으로 줄인 진짜우유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파스퇴르우유는 하루 6~7t을 생산, 서울의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판매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물량은 전국 우유업계의 1일생산량 3천6백여t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것. 그러나 기존우유의 품질에 정면도전을 하고 나선 셈이어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이다.

파스퇴르유업측에 의하면 한달에 1.5~2t 정도씩 생산량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강남지역에 6군데의 대리점을 확보하고서도 물량이 달려 3군데만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스퇴르우유의 가격은 기존우유의 2배가량으로 1ℓ짜리가 1천3백원, 5백㎖짜리가 7백50원. 이처럼 가격이 비싼 이유는 목장에서 사들이는 원유가 타회사보다 50%이상이나 비싼 양질의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저온살균법과 초고온살균법

이른바 진짜우유논쟁은 우유의 제조방법에서부터 세균의 숫자, 영양소의 변질 등 우유와 관련된 전부문에 걸쳐 벌어지고 있다. 젖소에서 나온 우유가 상품화되기 위한 제조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열처리를 통해 유해한 세균을 죽이는 일인데, 이 방식에서부터 양측은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즉, 기존우유업계측은 우유의 열처리방식을 살균(pasteurization)과 멸균(sterilization)으로 구분하고, 살균에는 저온장시간(섭씨 63도에서 30분) 고온단시간(72~75도에서 15초) 살균법이 있으며 멸균은 초고온(1백35도에서 2초) 멸균법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파스퇴르살균법이란 위에서 말한 2가지 살균법이 모두 해당되는 것으로서 기존우유회사들도 과거에 이미 채택했던 방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파스퇴르유업이 반론을 제기하고 있는 부분은 저온장시간(Low Temperature Long Time) 처리법. 이 방식은 프랑스의 파스퇴르가 포도주의 유해균만 죽이고 유익한 유산균을 발효시키는 적정가열방법을 발견한 데서 비롯돼 우유가공에 응용한 것이다.

파스퇴르유업은 원유를 63도에서 30분 가열한다고 해서 그것을 파스퇴르살균법(패스처라이제이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즉, 63도에서 30분간 가열하되 원유속의 세균이 1㎖당 20만마리 이하여야만 진정한 파스퇴르살균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1㎖당 수백만마리의 세균이 있는 우리나라 원유를 가지고 저온처리했던 과거의 방식과는 다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양질의 원유를 확보해야만 파스퇴르 살균방식(63도 30분이나 72~75도 15초)을 쓸 수 있는 것이지 저질의 원유로는 이 방식을 쓸 수 없어 UHT(초고온멸균법, Ultra High Temperature)방식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파스퇴르유업측은 UHT 멸균법의 등장 배경을 "개발도상국의 식품처리를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 말하면서 유엔산하기구인 국제연합산업개발기구에서 발행한 '우유처리를 위한 현대멸균법'이라는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우유업계나 학계(김현욱 서울대농대교수·유제현 건국대축산대교수)에서는 UHT멸균법도 세계적으로 확립된 우유살균방식의 하나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현욱교수(유가공학)는 "UHT멸균법은 시장유통상태에서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우유를 만들기 위한 상업적 멸균방식으로서 확립되온 것"이라고 하면서 "이런 경우 무균포장을 해야 하는데 국내우유회사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유속의 세균숫자가 중요

살균·멸균방식에 관한 양측의 주장을 살펴보면 원유(젖소에서 짜낸 우유)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파스퇴르유업측은 IDF(국제유업연맹)에서 패스처라이제이션우유(살균처리우유)를 만들 수 있는 원유의 질로 규정한 1㎖당 세균 20만마리 이하보다 훨씬 뛰어난 1만마리 이하의 원유를 쓰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기존우유회사가 목장에서 사들이는 원유값은 유지방 3.4%짜리를 기준으로 1kg당 3백22원. 여기에다 유지방함량이 0.1% 증가함에 따라 9원40전씩 얹어주므로 유지방 3.6%라면 1kg당 3백40원 가량 되는 셈이다. 이에 비해 파스퇴르유업측은 유지방함량이 수준 이상이면 세균숫자에 따라 가격을 쳐주고 있다. 그래서 1㎖당 세균수가 1만마리 이하인 1등품은 5백원을 주고 사들인다는 것. 좋은 원유를 비싼 돈주고 사서 좋은 우유를 만들다보니 우유값이 비싸졌다는 설명이다.

한편, UHT우유를 만들고 있는 기존우유회사들도 원유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국내최대규모의 서울우유의 최평국생산과장은 "기술지도과를 두어 원유 생산목장을 지원하고 있으며 수집된 원유의 지방 함량이라든가 산도 이물질 항생물질 비중 등의 검사를 거쳐 합격된 것만을 원료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

유제현교수에 의하면 국내외 목장에서 생산되는 원유품질도 해마다 좋아지고 있으므로 UHT우유를 만드는 원료가 그렇게 저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교수는 그 실례로 경기지역에서의 원유 속의 세균숫자조사결과를 제시하고 있는데, 1982년까지만 해도 1년내내 원유 1㎖당 4백만 마리 이상이었으나 85년에 와서는 2백만마리 안팎으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더 떨어졌으리라는 것이다.

이처럼 양측은 살균방식의 개념규정과 그 원료에서부터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문제는 각각의 방식에 의해 완성된 우유가 품질면에서 어떤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영양소파괴 논쟁의 내막

파스퇴르우유가 기존우유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이 이른바 영양소의 파괴(혹은 변질)문제.

먼저 파스퇴르유업이 기존의 UHT 우유에서 대해 비판하고 나선 대목부터 알아보자.

UHT 우유의 영양소파괴현상을 설명함에 있어 파스퇴르측이 제시하는 기준중의 하나가 '노스'표. 미국의 영향학자 '노스'(North)가 1911년 발표한 것으로 '우유의 온도에 따라서 파괴되는 영양소 영향표시도' 인데 이 표에 의하면 섭씨 65도 이하에서 디프테리아균 연쇄상구균 디푸스균 결핵균 등이 사멸되며, 80도가 넘게 되면 지방과 유당 카제인 염류가 변질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따라서 섭씨1백35도의 초고온멸균을 할 경우 유해한 세균은 물론, 우유의 영양소가 대부분 파괴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85도에서 5분간 예비가열을 한 뒤 1백35도에서 순간멸균을 하면 우유중의 중요한 영양소는 거의 다 열변성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우유에서 가장 중요한 성분이며 골격을 형성시켜 주는 카제인칼슘이 80도에서 변성을 일으키고 83도에서 소화가 힘든 제3인산칼슘으로 변성된다는 것(1971년 스웨덴 말뫼에서 개최된 IDF세미나에서 프랑스'J.피엔' 교수 발표)이다. 또 중요한 영양소인 유청단백질도 UHT법에서는 70%이상이나 변성돼 인체에 흡수되기 어려운 상태로 된다는 것.

반면에 젖소에서 짜낸 원유의 영양소를 거의 파괴시키지 않으면서 유해한 균을 죽일 수 있는 가열시간·온도대가 바로 파스퇴르우유 처리온도인 '섭씨 63도 30분'이라는 주장이다(표 참조).
 

우유의 온도에 따라서 파괴되는 영양소 영향표시도
 

한편 파스퇴르유업측은 몇가지 실험을 통해서 파스퇴르우유와 UHT우유를 비교해보이고 있다. 먼저 칼슘실험을 보면, 열처리하지 않은 원유와 시중의 UHT 우유 그리고 자사제품인 파스퇴르우유에 각각 렌네트라고 하는 효소를 넣는다. 소의 위장에서 추출하는 렌네트는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카제인칼슘을 응고시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때 효소의 반응온도를 만들어주기 위해 3가지 우유를 모두 소의 체온과 비슷한 섭씨 35도 정도로 유지시켜 준다.

렌네트를 넣은 결과는 원유와 파스퇴르우유는 응고가 되나 시중판매되는 UHT우유는 전혀 응고되지 않아 액체상태 그대로였다. 이는 초고온처리를 한 UHT우유에 카제인칼슘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유청단백질(알부민)의 함량실험은 3가지 우유에 황산암모늄을 넣고 가열(파스퇴르우유는 63도, UHT우유는 1백35도)한 뒤 여과지를 통과시키는 방법이다. 이것은 열변성을 받아 알부민입자가 커지면 여과지(원유속의 알부민이 통과할 수 있는 사이즈의 와트만여과지41번을 사용)를 통과하지 못하고 우유중의 수분만 빠져나오게 된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결과를 보면 열처리를 하지 않은 원유와 저온처리를 한 파스퇴르우유는 알부민의 입자가 변하지 않아 여과지를 통과, 흰색으로 된 반면, UHT우유는 맹물과 같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백질의 변화실험. 칼슐이 남아 있지 않은 시중 우유는 응고되지 않았으며, 단백질이 변성된 시중우유는 입자가 여과지에 걸려 맹물로 보인다.


영양소 변성에 대한 반론

UHT 우유의 영양소변질(파괴)과 이를 증명해 보이는 몇가지 실험에 대해 유가공(乳加工)을 전공하는 앞서의 두 교수는 서로 다른 견해를 피력해보이고 있다. 먼저 유제현교수의 말.

"영양소가 열을 받아 파괴됐다고 해서 어디로 가버리는게 아니다. 다만 각 영양소의 결합구조의 일부가 바뀔 뿐인데, 이것은 사람이 마시면 흡수를 도울지언정 영양소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건 아니다. 비타민이 비교적 파괴되기 쉬운 건 사실이나 이는 다른 식품을 통해 얼마든지 보강이 가능하므로 큰 문제가 안된다."

김현욱교수는 "칼슘이나 단백질은 열에 의해 많이 변성되는 편이고, 지방은 별로 변화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파스퇴르우유측에서 실험 등을 통해 열변성으로 인한 차이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대해 "그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지만 원유에 가까운 우유가 반드시 좋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하면서 UHT방식이 우유의 영양가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다는 자료를 제시했다(영국의 'J.E. 포드'박사와 'S.Y. 톰프슨'박사의 The Nutritive value of UHT milk).

이 자료에 의하면 UHT 방식으로 인한 영양가 손상은 거의 없으나 무균충전 이후의 저장기간동안 몇가지 영양물에 중대한 손실이 올 수도 있다는 것. 따라서 저장온도, 우유속의 산소함유량, 우유충전용기의 재료 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가열방식의 차이에 의한 우유의 비타민손실에 대해서는 파스퇴르살균법이 비타민 B₁ 비타민 B₂ 비타민 ${B}_{12}$에 10% 미만의 영양가 손실을 가져오고, UHT 멸균법은 10%로 큰 차이가 없으며, 엽산(folic acid)은 10%미만 대 15%, 비타민C는 20%대 25%의 비율로서 역시 약간의 차이밖에 없는 것으로 돼있다.

김교수도 열처리에 의해 카제인칼슘과 유청단백질이 변질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으나 영양가치의 손실은 별로 없고 오히려 소화가 촉진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유청단백질의 경우 UHT 우유에서 70~80%가 변성되는데, 변성된 단백질의 구조가 느슨하게 되어 소화효소의 접촉이 증가함으로써 소화가 촉진된다는 것.

왜 지방구를 잘게 쪼개나

우유의 균질화(homogenization)문제도 양측이 설전을 벌이고 있는 쟁점중 하나다. 균질화란 우유속의 지방구를 잘게 쪼개는 것으로, UHT우유 제조과정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즉, 보통 우유속에는 3.5%가량의 지방이 있는데 3~6µ 크기의 지방구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균질화란 바로 이 우유(원유)속의 지방구를 5분의 1 정도로 잘게 쪼개주는 것으로, UHT열처리를 한 뒤 균질기를 통과시키는 작업과정을 말한다. 이같은 균질화를 하지 않으면 비중이 0.84인 우유속의 지방이 위로 뜨게 돼 소화흡수에 지장을 주므로 잘게 쪼개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균질화에 대해 파스퇴르유업측은 문제점으로서 산가(酸價)가 높아지고 유리지방산(遊離脂肪酸)이 많아지며, 효소의 작용에 민감해져 부패하기 쉬우며, 태양 또는 인공광선에 의하여 생기는 산화취에 민감해지므로 불투명한 용기나 착색병 등에 포장하여야 하며, 미생물 덩어니라 연쇄가 분산됐기 때문에 세균의 증가속도가 빨라진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파스퇴르유업측은 UHT 우유에서 균질기를 거치게 하는 것은 원유중 세균수가 많으면 지방구의 열전도율이 불량해져 멸균이 되지 않으므로 UHT와 같은 단시간초고온의 열처리에는 부득이 지방구를 1µ 정도로 분산하지 않으면 멸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크림라인이 형성되는 저온처리우유…'라는 파스퇴르우유의 선전문구가 바로 균질화를 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비중이 작은 지방구들이 우유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파스퇴르우유는 흔들어 마시든가 아니면 상층부의 유지방을 제거한 뒤 저지방우유를 마시면 된다는 것.

엇갈리는 교수들의 견해

지금까지 진짜우유논쟁에서 부각되고 있는 쟁점들을 살펴본대로 새로 등장한 파스퇴르우유측과 기존의 UHT우유측은 우유의 제조에서부터 영양소문제에 이르기까지 대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양측의 논쟁은 나름대로의 근거를 갖고 있는데, 파스퇴르유업은 주로 IDF(국제유업연맹) 자료를 내세우고 있다. IDF는 벨기에의 브뤼셀에 본부가 있는 국제기구로서, 1903년에 설립돼 국제협력을 통한 유제품 및 유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기술정보지를 발간해오고 있는 IDF는 창립총회에서 첫번째로 패스처라이제이션우유(저온살균우유)에 대해 다루었을 정도로 이를 중요시하고 있다.

파스퇴르유업측의 '진짜우유' 선전에 맞서 기존 우유회사측은 아직까지 논리적 반격을 펴지는 않는 상태다. 다만 '천연 영양우유' 'IDF가 인정하는 진짜우유' 등 '과대광고'를 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기존 우유회사의 연합체라 할 한국 유가공협회 장성종상무는 "말도 안되는 쪽과 상대하고 싶지 않다"고 파스퇴르유업측의 공개토론요구를 묵살하면서 "그러나 자료를 수집중에 있으므로 곧 반박논리를 정립하게 될 것" 이라고 말해 또 한차례 우유논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이처럼 기존우유회사측이 뒤늦게 이론무장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가공학계 견해가 주목되고 있으나 대체적으로 파스퇴르우유측 주장과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논쟁의 핵심이라 할 'UHT 우유의 영양소 변성'에 대해 변성 자체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반드시 불리한 게 아니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파스퇴르유업의 최명재사장은 관련분야교수들의 이같은 견해에 대해 "유가공협회의 지원을 받아 연구해온 교수들이 UHT우유를 옹호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막강한 우유회사의 파워 때문에 소신껏 문제점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다.


젖소의 위생관리가 철저한 파스퇴르직영목장의 축사 내부(위)와 경기도 고양군 지도읍의 한목장. 허벅지부근의 상태가 대조적이다.


일본에서의 진짜우유논쟁

한편, 진짜우유논쟁은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도 여러해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즉, 이미 6년 전 일본에서도 '혼모노우유' (진짜우유)라는 패스처라이제이션우유가 등장했고, 일본소비자연맹이라는 단체에서 '진짜우유를 마시고 싶다'는 책자를 발간해오고 있다는 것.

또 최근에는 이 문제가 매스컴을 통해 거론되기도 했다. 즉, 작년 11월호 '潮'라는 잡지에 '저온살균우유는 무엇인가'라는 리포트기사가 실린 것이 그 대표적 케이스. '오가사와라 노부유끼'(小笠原信之)라는 자유기고가에 의해 집필된 이 기사를 보면 '가리야'(雁屋)라는 사람이 "시판우유의 90%이상을 점하는 초고온멸균우유(UHT우유)는 맛과 영양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87년초에 폈는데, 이에 일본유업협의회와 전국우유보급협회가 연명으로 항의서를 작성했다는 것.

이같은 우유업계의 항의에 '가리야'씨는 공개토론을 요구하고 나섰고, 일본소비자연맹에서도 "가리야씨의 문제의식은 정당하다"며 거들고 나섰는데, 결국은 일본유업협의회측에서 "재반론을 않는다"라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돼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약 80%가 UHT우유, 나머지 20%가 패스처라이제이션 우유인데 근년에 설립된 23개사가 이 우유를 생산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두가지 종류의 우유가 모두 공인된 우유로서 팔리고 있는데 파스퇴르유업측의 주장에 의하면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스코틀랜드 등은 저온멸균처리를 하지 않는 우유의 시판을 법으로 금하고 있으며 영국의 잉글랜드와 웨일즈지방은 호텔 및 레스토랑 등에서 UHT우유를 내놓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품질좋은 우유 만드는 계기돼야

아뭏든 진짜우유논쟁은 그것이 국민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것이므로 상업적 이해득실의 차원에서 진행돼서는 곤란하다는 게 이를 지켜보는 뜻있는 사람들의 지적이다.

양측의 대립적인 견해는 최종적으로 '영양가치의 보존'이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다시 말해 원유의 질, 제조방식, 열처리에 의한 영양소의 변질 등의 논쟁점도 결국은 소비자가 마셨을 때 어떤 영향을 주느냐로 압축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대로 엄연히 자연과학적인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공개토론형식이든 세미나든 관계업계와 학자들 또는 관계당국자들이 한데 모여 진지하게 이 문제를 다뤄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양측이 좀더 성실하게 자신의 주장을 펴줄 것도 요구되고 있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대기업이라 할 기존의 우유회사측이 파스퇴르유업측의 주장을 '소규모 업자가 떠드는 궤변'으로 애써 무시해버리려 한다거나 엄연히 깨끗한 원유로 최신시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파스퇴르우유에 대해 '과거 가마솥에 넣고 저온살균했던 방식'으로 만든 것이라는 식으로 평가절하해 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파스퇴르우유 역시 수십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먹어온 우유를 하루아침에 '영양가가 거의 없는, 오히려 해로운'우유로 몰아붙이는 것은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요즘 우유를 먹고 자란 어린이들이 쉽게 골절상을 당한다든가 충치가 많이 발생한다는 등의 설명으로는 아무래도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 '진짜우유논쟁'를 바라보는 시각중에는 사회경제적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즉, 양질의 원유로 만든 파스퇴르우유가 영양파괴면에서 기존 UHT우유보다 장점이 있다고 할 경우, 그 차이가 현재 시판가격차이를 상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2배씩이나 비싼돈 주고 사마실만큼 영양가 차이가 있느냐는 것이고, 또 우유의 대량보급문제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과학적인 판단기준이 있어야만 해답이 가능하다고 하겠다.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평면적인 수치로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짜우유논쟁을 통해 제기돼야 할 것은 목장에서의 위생관리문제일 듯싶다.

굳이 파스퇴르유업측의 주장을 따르지 않더라도 깨끗한 원유에서 좋은 우유제품이 생산되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세계적인 유질검사기기 제작회사인 덴마크의 포스전기회사에서 발표한 '표준낙농제품을 위한 세포측정'이란 책자에서는 원유 1ml당 세균이 1백만마리 이상되면 유당 20% 카제인 18% 지반 12% 전고형분 12%가 각각 감소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강원도 횡성군 소사리의 영동고속도로변에 위치한 파스퇴르유업은 5백여두의 젖소를 보유한 성진목장을 직영하고 있는데, 깨끗한 원유를 생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백마리가 모여 있는 축사안에 들어가봐도 냄새가 별로 없고 젖소들이 한결같이 깨끗하다. 엉덩이 항문부근 유방 등의 청결상태에 유의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젖을 짜내기 전과 후의 착유기 세척은 물론 축사의 바닥도 소석회를 뿌려 건조한 상태를 유지시켜 주고 있다.

젖을 짤 때도 살균된 수건을 여러차례 갈아가며 유방을 닦아줘 세균의 침입을 방지하는가 하면, 앞서 나온 2백~3백CC의 우유는 품질이 나쁘다고 해서 버리고 있다. 사료도 옥수수당근먹이를 자가배합사료로 해서 먹이므로 일년내내 일정한 수준의 영양섭취를 하게끔 배려한다는 것이다. 각종의 질병관리와 그날그날 짜낸 우유의 품질검사는 물론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젖소의 위생관리가 철저한 데서 양질의 원유가 생산된다는 것인데, 파스퇴르유업에 원유를 제공하는 몇군데의 개인목장들도 우수한 품질의 원유를 생산해내기 위해 나름대로 세말한 신경을 쓰고 있다.

어쨌든 때아닌 우유논쟁이 '목장에서의 깨끗한 원유, 제조과정에서의 영양가 높은 우유'를 만들어내는 계기로 되어야 할 것 같다.

1988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윤기은 기자
  • 황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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