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담배소비량 세계 6위의 우리나라는 「흡연왕국」이 될지도 모를 기로에 놓여 있다.
1988년은 국내외적으로 금연운동이 크게 활성화되는 해가 될 전망이다. WHO가 창립 40주년이 되는 4월 7일은 제1회세계금연의 날(No Smoking Day)로 지정해놓고 있으며 캘거리 동계올림픽이 무연(無煙)올림픽으로 치러졌다. 또 서울올림픽도 선수촌 회의장 식당 등에서의 금연이 검토되고 있다.
최근 금연운동의 특징은 관련국가나 단체들이 힘을 합쳐 연합전선을 펴는 데 있다. 작년 11월 일본에서 흡연과 건강에 대한 6번째 세계대회가 개최돼 총 56개국에서 7백2명이 의사 변호사 학자 소비자보호운동가 언론인 등이 참석한 것이 좋은 예. 이 모임에서는 흡연이 건강에 극히 해로울 뿐 아니라 흡연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태아까지도 간접흡연으로 위해속에 있음을 재확인하고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강력한 항흡연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흡연과 건강에 대한 세계협의회를 구성키로 결의했다.
80년대 이후 약간 주춤한 흡연추세
국내에서도 지난 2월 12일 금연운동관련단체대표들이 회동, 범국민적인 금연운동추진기구를 결성키로 하는 등 연합전선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연맹을 비롯 학계 의료계 종교계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데, 국민보건건강의 측면에서 뿐 아니라 양담배수입문제 등과 관련해서 금연운동을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다.
85년에 나온 미국 월드워치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각국의 국민 1인당 담배소비량은 스위스 일본 미국 폴란드 오스트레일리아 한국 동독 이탈리아 영국 소련의 순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6위의 흡연왕국으로 돼있다.
우리나라의 담배소비량은 1961년 2백29억개비에서 71년 4백97억개비, 81년 7백31억개비로 늘었으며 국민 1인당 1일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61년에 2.4개비, 71년에 4.1개비, 81년에 5.2개비로 증가해 60년대 이후의 급격한 담배소비증가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80년대에는 금연캠페인에 힘입어 증가추세는 둔화됐으나 절대량은 계속 늘고 있다. 82년부터 86년까지는 연평균 1.5%씩 상승했으나 지난해에는 86년보다 3.4% 늘어난 8백10억 개비로 잠정집계되고 있다. 인구증가를 감안하면 80년대 이후 1인당 소비량은 정체상태에 있다고 하겠으나 최근의 양담배완전개방압력 분위기를 감안하면 중대한 기로에 서있는 셈이다.
국내의 흡연인구는 조사기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대개 남자의 경우 최근치가 65%선으로 75년의 85%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여성흡연율은 6~10%선으로 외국에 비해 높지는 않으나 미혼여성의 흡연율이 증가하고 있어 10대 청소년의 흡연과 함께 중요한 사회·보건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외국의 흡연율을 보면 미국의 경우 64년에 42%에서 81년 37%, 84년 35%, 86년 27%로 낮아지고 있으며, 일본은 66년의 남자 84% 여자 18%에서 86년에는 남자 63% 여자 13%로 뚜렷한 감소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5일금연법의 비결
그렇다면 담배를 끊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어떤 것인가? 이 문제에 관해서는 국내외에 수많은 학설과 민간요법, 금연프로그램 들이 나와 있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이 이른바 '5일 금연법'이다. 담배를 끊기 위해서는 초기에 효과적인 금연법을 실천해야 하는데, 여기서는 '믹파랜드' 박사의 5일 금연법을 간략히 소개해본다.
첫째, 금연초기에는 목욕이 유익하다. 더운물로 하루에 2,3회 목욕을 하되 매번 15~20분간에 걸쳐 하는 게 좋다. 담배를 피우지 않고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생각될 때 목욕탕으로 뛰어들든지 샤워장으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샤워나 목욕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기는 어려운 일이다. 결국 목욕은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것인데, 냉수마찰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물을 마시는 것이다. 하루에 6~8컵의 물을 마시면 마실수록 몸속에 배어 있는 니코틴이 더욱 빨리 배설된다. 그러나 알콜성 음료는 금물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마시는 습관을 들이면 좋고 신선한 과일즙을 첨가해 마시면 더욱 좋다.
세째, 금연초기 5일동안에는 반드시 적당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 여러가지 형태의 피로는 의지력을 약하게 하는 주범이다.
네째, 식사후에 앉아 있지 말라. 이 시간은 대부분 담배를 피우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시간이다. 따라서 식사가 끝나면 즉시 일어나 평소에 즐기는 취미활동을 하든지 집바깥으로 나가서 산보를 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마실 것에 주의하라. 알콜성 음료, 차, 커피, 콜라 등의 음료수를 피해야 한다. 각종의 진정제와 자극제를 피해야 한다. 버터를 뺀 우유나 곡류로 된 음료수를 마시는 게 좋다. 커피는 흡연의 습관을 더욱 강화시켜 주는 반면에, 커피중의 카페인은 신경을 쓸데없이 자극시킨다. 따라서 커피도 안마시는 게 좋다.
여섯째, 음식을 조심하라. 흔히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들은 조미료가 많이 든 음식물을 좋아하게 된다. 담배가 흡연자의 미각을 마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담배를 끊게 되면 흡연자들의 미각은 오랫동안 마비됐던 상태에서 되살아난다. 따라서 과식할 우려가 있으므로 처음 닷새동안은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간장 후추 고추 등과 같은 조미료를 취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금연시작 5일간은 설익은 불고기나 기름을 많이 발라서 튀긴 음식물을 먹지 말고 가능한 한 천연 그대로 요리된 단순하고 간단한 음식을 섭취, 몸이 회복되기에 가장 좋은 상태에 놓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이 기간에는 설탕을 넣은 과자류나 후식을 취하지 말아야 한다.
일곱째, 과일과 곡류와 채소 등의 음식물을 많이 취해야 한다.
여덟째, 비타민을 섭취하라. 많은 양의 비타민, 특히 신경을 도와서 체내에 들어 있는 니코틴을 배설해버리는 일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B를 섭취하기 위하여 노력하라.
아홉째, 담배끊는 약은 따로 없다. 담배를 끊고자 노력하고 있는 전반적인 과정에서 견딜 수 없을만큼 신경과민이 생길 경우에는 의사와 의논하는 것이 현명하다. 의사는 아마도 하루정도 부작용이 약한 진정제를 사용하도록 제안할 것이다. 그러나 담배를 끊는데 도움이 되는 특별한 약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의지
이상에서 '5일금연법'의 주요내용을 살펴보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972년부 서울위생병원이 금연학교를 설치해 5일금연법을 실천하고 있다. 매월 3일째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저녁 7~9시에 문을 여는 위생병원의 금연학교는 국내유일의 상설금연훈련소인 셈이다.
이곳에서는 시청각교재로 담배의 해독을 깨닫게 해주고, 의사들이 나와서 흡연으로 인한 질병, 생리과정, 병태 등을 강의하고 담배를 끊을 수 있는 의지력을 기르는 훈련을 하고 있다.
금연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김상철박사에 의하면 성인그룹은 약 86%의 금연성공률을 보이고 있으나, 어른들에 의해 끌려오다시피 한 청소년그룹은 성공률이 훨씬 떨어진다고 한다. 김박사에 의하면 금연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담배를 끊고야 말겠다는 '의지력'이라는 것이다. 금연학교의 참가비는 무료인데, 책자, 자료값으로 1만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