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미사일·핵잠수함·전략폭격기 체제가 핵전력을 지탱하고 있다.
핵무기는 용도에 따라 대체로 전략핵무기 전역(戰域)핵무기 그리고 전술핵무기로 나뉘어진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전략핵무기로 '공포의 균형'을 이루는 주역으로서 다른 핵무기보다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상대방의 군사시설과 대도시 공업지대 등을 겨냥하고 있다. 흔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그리고 전략폭격기를 전략핵의 '3대 지주'(triad)라고 부른다.
전역핵, 실제 사용 염두에
한편 전역핵무기는 70년대에 등장한 개념으로서 적국의 중추부에 타격을 주려는 것이 아닌 핵병기를 가리킨다. 보통 사정거리 6천4백km이하의 핵무기를 지칭하는데 한정핵전쟁용으로 쓰인다. 따라서 다분히 상징적 존재인 ICBM등과는 달리 실제 사용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네 전역핵무기인 미국의 퍼싱 II와 소련의 SS-20 미사일의 배치는 미·소의 매우 민감한 문제가 되고 있으며, 반핵운동의 표적이기도 하다. 전술핵무기는 부분적인 전투에 사용될 목적으로 배치돼 있는 작은 규모의 핵무기이지만, 대규모 핵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어 위협적인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핵무기는 또한 구조면에서 핵탄두와 운반수단 그리고 발사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핵탄두는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등 실제로 파괴력을 발휘하는 핵무기의 요체. 이를 목표물까지 운반하는 장치가 발사대와 운반수단으로서 미사일, 잠수함, 전폭기, 대포 등이 있다. 전략핵전력의 3대지주를 중심으로 각종 핵무기의 종말병기로서의 면모를 살펴본다.
□ 핵폭탄
전략폭격기 또는 전투기가 투하하거나 핵미사일의 탄두를 이루는 핵폭탄에는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이 있다. 원폭은 우라늄235, 플루토늄239 등의 핵분열물질이 일정량(임계량) 이상 모이면 급격히 핵분열을 일으키는 원리를 이용한 것. 수폭은 중수소 3중수소 등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보다 무거운 원소로 바뀔 때 방출되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이용한 것이다.
핵분열물질을 순간적으로 임계량에 도달시키는 방법에 따라 원폭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리틀보이'와 같이 포신처럼 생긴 원통속에 분리돼 있던 핵물질을 화약으로 원통중앙에서 충돌시켜 핵분열을 일으키는 것을 포신형이라 한다. 반면에 나가사키에 투하된 '패트 맨' 처럼 원통주변의 칸막이에 분리된 핵물질이 폭약의 힘으로 동시에 중앙의 방응실에서 압축되어 핵분열을 일으키는 것이 내폭형(內爆型)이다. 원폭의 임계질량은 우라늄235의 경우 20~25kg, 플루토늄239는 7~8kg 이라고 한다.
공포의 3F 수소폭탄
1945년부터 핵독점의 시대를 구가하던 미국은 소련이 1949년 원폭실험에 성공하자 수폭의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하여 1952년 11월 미국은 마샬군도에서 사상 최초의 수폭실험을 성공시켰다. 이때의 수폭은 '습식수폭'으로서 액체중수소와 3중수소를 최고온상태에서 융합시킨 것인데, 말이 수소폭탄이지 지상에 설치한 거대한 핵폭발 장치에 불과했다. 소련에 대한 우위의 과시용인 셈이다.
그러나 소련은 1년도 채 못된 53년 8월 보다 간단한 '건식수폭'을 폭발시켰다. 이 형태는 오늘날 모든 수폭의 기본형을 이루는 것으로, 중수소화리튬을 핵융합 반응재료로 사용하는데 운반이 용이해 보다 실전적이었다.
이에 당황한 미국은 같은 수폭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이듬해 비키니환초에서 14메카톤급의 거대한 '건식수폭'의 실험에 성공했다. 이 수폭은 3F폭탄이라고도 하는데, 처음 맨 안쪽의 원폭이 터져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하면 그 외각의 중수소화리튬이 핵융합을 일으키고, 이어 바깥쪽의 천연우라늄이 핵분열을 일으키는 3중폭발식으로 폭발력이 엄청나게 크다. 현재 대부분의 수폭은 3F폭탄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수폭은 원폭에 비해 폭발력도 크지만 무엇보다도 방사선을 많이 내는 특징을 갖는다. 원폭이 공중에서 폭발할 경우 에너지의 5%가 초기방사선으로 변하기만 수폭의 경우엔 폭발에너지의 약 절반이 초기방사선으로 된다.
비키니에서 폭발한 수폭의 무게는 무려 20t. 따라서 군사적 실용성이 희박했다. 당시의 원폭도 4t전후의 무게를 가졌다. 이후 핵폭탄은 점차 소형화 경량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따라서 초기의 B36수폭과 같은 20메가톤급의 수폭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고 대개 크게는 10메가톤에서 작게는 10킬로톤까지의 핵폭탄이 주류를 이루게 된다.
(표1)은 현재 배치돼 있는 미국의 핵폭탄을 정리한 것이다. 이들은 대개 가볍고 소형이며 폭발력을 선택할 수 있어 실전적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소련의 핵폭탄에 대해서는 비밀의 장벽에 가려 밝혀진 것이 별로 없다. 현재 2종류이상의 전략용 수폭과 전술용 원폭 그리고 핵폭뢰가 개발·생산되고 있으며 소형화의 추세를 보이고 있다. 폭발력은 수폭이 1메가톤 이상, 원폭이 7백50킬로톤 전후라고 알려져 있다. 소련이 이처럼 핵폭탄 개발에 소극적인 이유는 60년이래 각종 전략미사일의 탄두개발에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탄도미사일
탄도미사일이란 말그대로 포물선의 탄도를 그리며 날아가는 미사일을 가리킨다. 따라서 인공위성이나 우주선대신 핵탄두를 장착한 로킷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단 발사속도는 지구궤도 이탈속도인 초속 8km 이하이다.
탄도미사일은 사정거리와 발사플랫폼의 종류와 따라 ICBM, IRBM(중거리탄도 미사일), SLBM으로 나뉜다. ICBM의 사정거리는 6천km 이상인데, 미국과 소련의 중추부사이의 거리를 감안해 보통 8천~1만3천km에 달한다. IRBM은 5백~5천5백km의 사정거리를 갖는다.
한편 SLBM에는 여러가지 사정 거리의 것이 있는데 긴 것은 ICBM의 사정거리에 필적한다.
명중도 향상
탄도미사일의 비행경로는 대부분 공기가 없는 우주공간이다. 미사일을 발사하면 처음 4~5분간 로킷의 엔진을 차례로 가동시켜 고도 2백~4백km 지점까지 올려놓아 실질적으로 대기권을 벗어나며 사정거리를 도달하는데 필요한 속도를 얻는다. 70년대까지 탄도미사일에서는 이 단계 직후에 핵탄두가 미사일에서 떨어져나와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최근의 미사일에는 미사일본체위에 소형로킷을 내장한 PBV가 장치돼 있어 실제로는 3단내지 4단로킷의 역할을 한다. PBV는 '버스'라고도 불리우는데, 이것은 정류장에 손님을 내리는 것처럼 핵탄두를 하나씩 목표지점으로 내려놓는 데서 온 말이다. 이 장치가 MIRV이다.
탄두의 방출이 끝나고 나면 약 15분간 탄두가 타원궤도를 그리며 정점에 달했다가 지구의 인력으로 낙하한다. 마지막 단계는 대기권에 재돌입해 목표에 도달하는 1~2분간. 탄두는 마하24전후의 맹렬한 속도로 재돌입해 표면은 2천~3천℃ 이상으로 가열된다. 최근에는 이 단계에서 탄두의 진로를 수정해 명중도를 높이고 또 적의 요격을 피하기 위한 MaRV(진로수정 재돌입체)가 미국에 의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탄도미사일의 생명은 사정거리가 긴만큼 정확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밀한 가속도계와 자이로스코프, 그리고 컴퓨터가 조합된 관성항법장치로 유도제어를 한다. 원리는 가속도를 적분해 속도를 알아내고, 이를 다시 적분해 날아온 거리를 얻어 현재의 위치를 정확히 계산해 내는 것. 한편 미국은 1969년 천체관성유도(SICT)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궤도상의 타력비행단계에서 별을 보고 위치를 판정, 컴퓨터의 보정을 통해 정확한 궤도수정을 가능케 한다. 최근에는 전세계의 24개 위성을 통해 위치를 판정하는 '납스타'(NAVSTAR)가 개발중이다. 이는 앞으로 배치될 트라이던트 II미사일과 MX미사일에 장비될 예정인데, 미사일의 위치를 10m이내에서, 속도를 시속 1백 60m이내에서 정확히 계산해낸다.
1만km 비행에 1백m 오차
ICBM은 전략무기가운데 가장 확실하고 신속하게 큰 파괴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3대지주'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ICBM의 모태는 이차대전중 독일이 사용한 V2 미사일. 그러나 이것은 탄두중량만 해도 1t이나 되었고 명중오차는 15km나 됐다. 미국은 종전후 곧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아틀라스계획을 시작했으나 실패를 거듭했다. ICBM의 시험에 먼저 성공한 것은 소련으로 57년 최초의 ICBM SS-6을 쏘아올렸다. '미사일 갭'의 충격에 휩싸인 미국은 2년뒤 '아틀라스'을 실전배치했다. ICBM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SS-6, 아틀라스 등 1세대 ICBM은 추진체가 액체여서 발사준비기간이 길고 무거우며 정확도도 떨어지는 결함투성이였다. 그러나 다음세대의 미사일부터는 고체추진체가 사용되고 시작했고, 적의 공격에 대비해 견고한 지하 격납고에 보관되기 시작했다. 이 원통형의 격납고를 보통 '사일로'(silo)라 부른다. 곡물저장창고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2세대 ICBM으론 미국의 타이탄 II와 미니트맨 I, 소련의 SS-7,8,9가 있다.
현재 실전배치돼 있는 미국의 지상발사미사일은 모두 미니트맨으로 I형이 75기, II형 4백50기, III형 5백50기이다. 소련의 경우는 미국에 비해 탄도미사일의 종류도 많고 신형으로 대체되는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배치되어 있는 것은 3세대에 속하는 SS-11,13과 4세대인 SS-17,18,19이다. SS-19의 경우 6발의 탄두가 MIRV화 돼 있고 사정거리는 5천5백km이다. 한편 소련의 ICBM은 미국이 모두 고체추진식임에 반해 SS-13, SS-X-24, 25, SS-20을 빼고는 대부분 액체추진식이다. 전체적으로 소련의 ICBM은 탄두위력은 크지만 덩치가 크고 무거우며 명중정도가 낮다고 한다.
미사일의 정확도와 파괴력이 커짐에 따라 단단한 사일로를 만드는 것으로는 안심하지 못한 미·소는 이동식 신형 미사일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6년부터 배치되기 시작한 MX미사일이 대표적 예. 한꺼번에 10개의 탄두를 운반할 수 있고 9천6백55km 떨어진 목표를 1백22m의 오차로 맞출 수 있는 이 미사일은 원래 지하이동식으로 구상됐으나, 비용문제로 결국 강화된 미니트맨 사일로에 배치되는 것으로 낙착됐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 차세대의 지상이동식 소형 ICBM으로 미제트맨을 개발중이다. 소련의 경우 SS-20이 지상이동식이며 이동식 신형 미사일 SS-X-25도 개발중이다.
초저공 무인 비행기 순항미사일
상대편에게 쉽사리 포착되지 않고 기동성있는 순항미사일은 새로운 억지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핵무기. 무인비행기라고 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은 지상, 폭격기, 선박, 잠수함 등에서 발사돼 정교한 전자장치로 초저공에서 비행, 정확하게 목표물을 강타하는 위협적인 무기이다.
미국의 AGM-86B는 80년초에 채용이 결정돼 4천3백84기가 발주 예정이다. 사정거리 2천8백km로 2백킬로톤의 핵탄두를 싣고 시속 8백85km로 순항한다. 여기에 탑재된 관성유도장치는 TERCOM이라는 디지틀방식의 지형등고선 조회장치로 보정되는 게 특징. 이런 유도방식으로 적의 레이다기지를 피해 해상에서는 50m, 산악지역에서는 1백m의 초저공비행을 한다. B-52G 한대당 20기씩 장착될 예정인데 가격은 1기당 1백만달러로 핵탄두 운반수단으로는 매우 값싼편이다.
4종의 토마호크도 TERCOM을 장비한 순항미사일. 지난 83년 소련의 SS-20 배치의 대응책으로 유럽에 퍼싱 II와 함께 긴급배치돼 거센 반핵운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현재 INF 폐기협정(Part4 참조)에 따라 지상발사 토마호크는 폐기될 예정이지만 미국과 소련이 모두 해상발사 순항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핵잠수함
해저 5백m의 깊은 바다에서 몇달이고 수면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핵잠수함은 비밀 해저미사일기지로서 핵전력의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보통 전략핵잠수함은 3천~5천t 규모이며 60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두달간 계속 잠항한다. 핵잠수함의 가장 큰 강점은 적에게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고 접근한 뒤 신속한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 ICBM의 목표도달 시간이 30분정도인데 비해 SLBM의 경우는 10~15분밖에 안걸린다.
심해의 미사일기지 「트라이던트」
반면 핵잠수함의 약점으로는 미사일을 발사할 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정확한 자신의 위치결정이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보통 선박용 관성항법시스팀(SINS)을 장비하고 있지만 정밀도는 지상발사미사일에 미치지 못한다. 바닷속에서는 전파가 전달되지 않아 원자력잠수함은 적의 레이다에 걸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동시에 같은 이유로 원잠은 교신에 애로를 겪는다. 대개 사령부의 명령을 받기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에 해저 1백80m 정도의 '얕은'지점으로 나와야 하는데, 현대의 탐지장치로 이 정도는 쉽사리 발견되고 만다.
미국은 1964년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핵잠수함 '폴라리스'를 태평양함대에 편입시킨이래 줄곧 이 분야에서 소련을 압도해 왔다. 65년부터는 포세이돈의 개발에 박차를 가해 70년대 중반까지 미해군의 주력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 후 폴라리스는 퇴역하고 대신 트라이던트미사일이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에 배치되고 있다.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은 미국이 보유하는 가장 큰 잠수함으로 배수량 1만5천t, 길이는 점보 747기의 2.5배나 되는 1백71m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56km인데, 저속에서는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보다 조용해 좀처럼 적에게 발견되지 않는다. 이 잠수함에는 7천7백km의 사정거리를 갖는 트라이던트 I SLBM이 24기(탄두 1백92개)가 장비돼 있다. 총 화력은 19메가톤으로 히로시마급 원폭의 1천5백배에 달하며 5백m의 오차로 목표에 명중. 90년대초 부터는 보다 성능좋은 트라이던트 II가 장착될 예정. 소련 SLBM주력은 양키급 핵잠수함에 탑재된 SS-N-6과 델타급 SS-N-8. 나중것은 7~8천 km의 사정거리를 갖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한편 소련은 사상 최대규모인 배수량 3만t의 타이푼급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이 잠수함에는 SS-N-22 20발이 탑재돼 있다.
□전략폭격기
미국 전략폭격기의 주력은 B-52로 1952년 첫비행이래 62년 양산이 종결되기까지 7백44대가 생산되었다. B-52에는 A부터 H까지 8종이 있다. 최종 생산형인 B-52H의 제원을 보면, 전체 폭 56m, 길이 48m, 중량 2백21t, 순항속도 9백7km/h, 무급유 항속거리 1만9천km, 폭탄적재량 24t, 승무원 6명이다.
현재 배치된 수는 B-52G 1백50기, B-52H 90기이다. B-52G의 경우 1백30기에는 앞서 언급한 AGM-86B 순항미사일이 탑재돼 있고 나머지에는 단거리 공격미사일 하픈 ASM이 장비돼 있다. B-52H는 양날개 밑에 2기의 AGM-28 공대지미사일을 달고 있는데 여기에는 1메가톤급 핵탄두가 실려있다.
레이건대통령은 핵전력 근대화정책의 일환으로 새로운 전략폭격기 B-1B 1백기와 스텔드 폭격기 1백50기를 생산·배치키로 결정했다. 따라서 B-52도 조만간 주력기로서의 자리를 내놓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