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설계나 관리에 긴요
비전문가도 난방에너지 소요량을 간단하게, 신속하면서도 정밀하게 계산해낼 수 있는 주택용 에너지 계산자가 국내에서 개발되었다.
한국동력자원연구소 건물연구실 박상동박사(42)팀이 개발한 에너지계산자는, 주택난방에너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가지 요소를 간단한 수작업으로 처리, 최종적으로 연간 에너지사용량과 이에 따른 연료소비량을 계산해 낸다.
이러한 에너지계산자가 탄생하게된 배경은 에너지절약형 주택을 설계해야 하는 당위성 때문.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에너지절약형 주택을 짓기 위해 단열재는 몇 mm이상 써야하며, 창문구조는 무조건 2중창으로 해야한다는 등 에너지에 영향을 미치는 각 부문별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는 건축물 설계자의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부문별 기준을 정하지 않고 전체 에너지 사용량을 규제한다면 각 부문별 건축가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즉 평수나 주택모양은 물론 벽 천정 바닥의 재질에 따라 단열재를 선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외국의 경우는 에너지절약에 따른 건축물 규제를 연료소비량으로 규정,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도를 병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법개정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법이 시행되면 에너지 계산자는 일반 주택 건설사무소에서는 필수품. 설계도를 보면서 총연료소비량 내에서 조금씩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 에너지계산자가 없다면 한번씩 단위 부문의 설계를 변경하는데 전문 수학식을 알아야 하고, 또한 공식을 안다고 해도 계산량이 엄청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허비된다.
현재까지는 이러한 계산상의 허비를 막기 위해 많은 종류의 컴퓨터프로그램이 개발돼 있으나, 컴퓨터시스팀이 갖추어져야 하고 데이타의 작성, 컴퓨터의 사용 등에 따른 경비를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수작업이나 컴퓨터를 이용한 난방에너지 계산법은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불가능했던 것이 사실. 에너지계산자는 이러한 불편을 해결하는 데 주목적이 있다.
10여개의 보조자로 구성
이번에 동력자원연구소에서 개발된 에너지계산자는 국내주택의 대표적인 형태를 선정하여 1층과 2층주택으로 구분하고, 국내대표지역을 서울 부산 대구로 선정, 총 6종류로 만들어졌다.
일반적으로 주택에서 난방에너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벽지붕 마루의 구조 및 단열상태, 유리창구조, 건물방위, 주택형태, 바닥면적, 외기침입량 등이 있다. 이러한 요소를 하나의 보조자로 형상화 시킨 것이 바로 에너지계산자이다.
①번 보조자는 벽단열재가 몇 mm이며 바닥과 벽면적은 얼마인가를 맞추고, ②번 보조자는 건물의 방향, 즉 남향이면 0, 동향이나 서향이면 90에 맞춘다. 이러한 순서로 간단하고 신속하게 환기정도(외풍이 세냐 안세냐), 주택형태((ㄷ)자냐 (ㄴ)자냐), 유리창면적, 창구조(단창 이중창 삼중창)등을 맞추어 나간다. 이렇게하여 ⑨번 보조자까지 맞추면 마지막에는 각 지역별 연간 에너지 소요량(Mcal/year)과 이에 따른 연간 경유소요량 (ℓ/year)이 계산된다.
이번에 개발된 에너지계산자는 초보자라도 수분 내에 사용법을 익힐 수 있을만큼 사용이 손쉽다. 특히 주부용에너지계산자를 따로 만들어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그림1).
주부용 별도로 개발
이번 개발의 책임자인 박상동 박사는 주부용을 별도로 개발한데 대해 "사회가 점점 과학화됨에 따라 주부들의 가정경영이 종래와는 다르게 매우 합리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예를들어 단열재를 사용안한 주택에서 단열시공을 했을 경우 어느 정도 연간 연료비가 절약되는지를 계산해, 시공비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에너지계산자가 주부들의 합리적 가정경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주부형이라 이름붙였다"라고 밝혔다.
주부형은 일반형에 비해 복잡한 계산을 단순화시켜 만들었기 때문에 비교적 정밀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실제 결과치로 보면 워낙 일반형이 고정밀도여서 사용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 즉 이름을 주부형이라 붙였을 따름이지 전문가들이 사용해도 손색이 없다는 의미이다.
에너지계산자는 개발된 결과가 매우 간단하여 개발과정이 어렵지 않았을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박상동 박사 외에 전공이 각기 다른(건축 응용물리 기계) 3명의 선임연구원(신기식 장해진 태춘석)들이 2년에 걸쳐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처음에는 에너지계산자가 어떤 형태가 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했던 것. 즉 국내외를 막론하고 주택용에너지계산자의 원형은 전혀 존재치 않았던 것이다. 정교한 수식으로 이루어진 각 단계를 추상화해 하나의 보조자로 만들어낸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일.
가장 어려웠던 점은 대형컴퓨터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과 오차를 줄이는 문제였다. 간단한 수작업의 결과가 대형컴퓨터에서 프로그램을 돌린 결과와 차이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제품의 효율성을 입증해주는 일이다. 결과는 2%의 오차내에서 개발을 완료했다.
에너지계산자는 앞으로 누구나 부담없이 쓸 수 있는 가격으로 보급할 예정이다. 물론 이 계산자가 일반인들에게 어느만큼 사용될지는 미지수지만 이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에너지절약에 관심을 갖고 실제 생활에 응용해 나갈 수 있기를 개발팀은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