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소설 속의 악몽이 현실로 나타난 듯한 이야기다.
지난 9개월동안 은행과 회사, 군과 정부 등에서 쓰이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을 파괴하거나 변조해버리는 이른바 '컴퓨터 바이러스'들이 미국은 물론 이스라엘 서독 스위스 영국과 이탈리아의 여러 기업들과 대학의 개인용 컴퓨터를 감염시켰다. 보안전문가들은 테러리스트들이나 해커(hacker, 컴퓨터침입자를 일컫는말)들 심지어는 단순한 장난꾼들에 의해서도 바이러스들이 만들어져서 컴퓨터업계 그리고 컴퓨터에 깊이 의존해있는 기업과 군의 활동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들과 그밖의 몇몇 컴퓨터에 대한 습격들로 인한 위험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컴퓨터 사이언스사의 수석부사장이며 전국방부차관보인 '도널드 레이험'씨는 말한다. 그는 민간 및 정부의 컴퓨터 시스팀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개발을 총괄한 바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 위협은 훨씬 더 심각하다. 아무도 그에 관해 충분한 설명을 할 수가 없다."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컴퓨터 시스팀속으로 유입된 컴퓨터 바이러스들은 대개 그 태생부터가 아주 나쁜 것이다. 생물학적인 개념의 바이러스들과 마찬가지로 아주 악독한 것이다.
하나의 컴퓨터 바이러스는 즉시 자신과 똑같은 것을 분리 증식할 수 있으며 새로운 바이러스를 다른 프로그램에다 잠복시킬 수 있다. 감염된 모든 프로그램들은 다시 전염성을 갖게되고 그 소프트웨어와 접촉하는 다른 컴퓨터로 바이러스는 옮겨지는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은 전화선을 타고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감염된 기억 데이타를 가진 컴퓨터가 하나의 네트워크 가운데에 중요한 위치에 있는 컴퓨터라면 수천개의 보다 작은 컴퓨터 시스팀들이 급속히 감염될 수가 있다.
지금까지 가장 악독한 발병은 개인용 컴퓨터에서였다. 그러나 보안전문가들은 가장 위험한 경우는 항공 관제시스팀이나 국가세무를 관리하는 대형 컴퓨터가 감염되는 경우라고 지적한다.
"기본법칙은 정보가 가는 곳에 바이러스도 따라 갈 수 있다는 것이다." 1983년이래 컴퓨터 바이러스의 위험성에 관해 연구를 해 오고 있는 '신시내티' 대학의 '프레드 코헨' 교수의 이야기다.
코헨씨는, 1983년과 84년에 걸친 연구결과는 대부분의 메인프레임급 컴퓨터가 단 한시간 내에 완전히 파괴될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네트워크들, 심지어 전세계 대륙에 걸쳐 수많은 컴퓨터와 연결된 국제적인 컴퓨터 통신망도 며칠만에 이 불법적인 침입자에 항복해버린다는 것이다. 공상과학소설속에 '소프워'(Sofwar)로 묘사되고 있는 파괴와 전투의 주요한 매개체로 등장하는 컴퓨터 통신망은 '현실이상의 위험스런 존재가 되고있다'고 그는 덧붙인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이 바이러스는 모든 컴퓨터가 정보에 대한 접근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보통의 통제와 장애들을 피해 나갈수 있다는 사실이다.
"단 하나의 바이러스도 치명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이 것은 모든 사람들이 가치있는 정보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장애물들을 뛰어 넘을수 있기 때문이다." 메사추세츠주의 캠브리지에 있는 컴퓨터 보안 전문회사인 '시큐리티 다이내믹스 테크놀러지'사의 기술이사인 '케에드 와이스'씨는 말한다. 그는 미국 국방준비협회의 컴퓨터 보안분과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대책은 정글주위에 단단하고 좋은 문을 가진 벽을 세우는 것이다. 대부분의 컴퓨터는 현재 졸고 있는 경비원을 하나 문옆에 세워두고 있는 식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내부에서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로 부터 어떻게 시스팀을 지키느냐 하는 것이다."
초기의 컴퓨터 바이러스의 위협을 지적했던 경고들 가운데 하나는 1984년 9월 터론토에서 열렸던 컴퓨터회의에서 코헨씨가 제기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9개월동안에 바이러스의 감염에 관한 실제 보고가 여러 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는 IBM, 휴렛팩커드, 애플컴퓨터 등 미국 유수의 컴퓨터회사에서 사용되는 개인용 컴퓨터 프로그램의 파괴에 관한 것도 포함돼 있다.
대학교 행정관계자들은 펜실베니아 주에 있는 '러하이' 대학이나 '덜라웨어' 대학의 학생과 교수들이 사용하는 퍼스널 컴퓨터들이 바이러스가 만연돼 있다는 보고를 하고있다. 이외에도 감염에 관한 보고는 '피츠버그' 대학이니 '메릴랜드'대, '조지타운' 대학에서도 날아들고 있다. 퍼스널 컴퓨터의 사용자 그룹도 플로리다 콜로라도 뉴저지 뉴욕 등에서 감염사실이 발견 됐다는 보고를 한다.
"가장 뛰어난 바이러스를 끝까지 따라잡는 사람이 누구인가하는 것은 틀림없이 올해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다." 미국 표준국의 고참 보안전문가인 '데니스 스타이노어'씨는 말한다. 표준국은 비군사적인 연방기관과 민간부문의 컴퓨터 보안 강화운동을 펴고있다. "우리는 누구나 다 피해자가 될수있다." 그러나 그는 이 바이러스의 공포에 대해 현재로서 표준국은 뚜렷한 방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정치투쟁의 무기로까지
가장 골치아픈 사건은 이스라엘에서였다. 이곳에서는 지난 가을 단 두달 동안에 바이러스 코드 하나가 널리 퍼져 정치적 투쟁의 한 무기가 되고있다. 이 코드를 발견하고 정체를 밝혀낸 헤브루대학의 학생 '유발 라카비'에 따르면 그속에는 1988년 5월 13일로 맞춰진 시한폭탄이 들어 있으며 그때 감염된 프로그램들은 저장된 모든 자료파일들을 지워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5월 13일은 팔레스타인 추방이 있는지 40주년이 되는 날이다. 즉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했던 것이다.
'라카비'는 지난해 12월 30일 자신의 한 친구로부터 퍼스널 컴퓨터가 고장난 원인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그전부터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있었다고 말했다.
"내 친구의 PC를 살펴보자 즉시 나는 왜 그렇게 됐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여러해 전부터 바이러스에 대해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5월 13일의 작동일을 기다리면서 이 바이러스는 이미 컴퓨터가 가동되지 30분이 지나면 정상속도의 5분의 1로 떨어지고 때로는 잡동사니들이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도록 컴퓨터를 조작하고 있다고 라카비는 전했다.
이 '코드 폭탄'은 그 바이러스 프로그램속에 잘못된 부분 한곳이 전에 감염된 프로그램을 다시 감염시키려는 실수를 범함으로써 발견됐다.
이스라엘의 관리들은 5월 13일이 '13일의 금요일'이기 때문에 나온 근거없는 유언비어라고 말하고 있지만 라카비는 같은 '13일의 금요일'인 작년 11월 13일에는 바이러스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더 이론적인 예를 들자면 바이러스는 기업내의 중상모략에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으며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주 전형적인 줄거리를 하나 꾸민다면 어떤 회사의 부사장이 사장이 사업계획을 짜기 위해 쓰는 프로그램을 바이러스로 오염시키는 것이다. 그렇게되면 사장은 엉뚱한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부사장이 그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코헨씨는 말한다. "그런일들이 경쟁관계의 중역들 사이 혹은 회사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즉 어떤 회사에서 경쟁사가 철강생산관리를 위해 쓰고있는 공정제어컴퓨터를 바이러스로 감염시킨다면 당한 회사는 꼼짝없이 질 나쁜 철강을 생산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교묘한 사보타지는 알아내기가 극히 힘들다"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는 컴퓨터업계뿐만아니라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다. 이에따라 미국 국방부의 NSA(National Security Agency)와 여러 군 단체는 공개되지 않은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유익한 바이러스도
지금까지 나타난 바이러스들은 대부분 악의에 찬 것들이지만 유익한 바이러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미 건설적인 목적으로 숨겨진 바이러스를 사용해 본다는 생각에 많은 프로그래머들은 솔깃해 있다.
코헨씨는 하나의 바이러스를 제안했는데 그것은 작동될 때마다 허가를 요하며 수학적으로 허가에 관한 데이타를 작은 스페이스에 압축 기록해 두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교외의 한 소프트웨어 전문점은 소프트웨어 복제를 추적하는 바이러스를 개발중에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의 공포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 '미니아폴리스'에 있는 디지탈 디스패치사는 '자료의사'(Data Physicion)란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IBM PC와 UNIX 시스팀을 침입한 바이러스들을 밝혀내고 제거해 버린다. 1985년도 이래 이 회사는 5백개 이상을 판매했는데 반 이상은 군에 납품한 것이다. 이 회사는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는 것은 이 제품이 계속 잘 팔릴 이라는 뜻이므로 이제 이 바이러스 퇴치 프로그램을 광고할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