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별1호가 발사되고 무궁화위성을 소유하게 됨과 동시에 우리 스스로 제작한 상업위성을 가질 때 명실상부한 우주개발국으로 진입하게 된다.
1992년은 우리나라가 우주산업 착수라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해가 될 것이다. 1995년 발사될 무궁화 통신방송위성(KOREASAT)의 발사로켓의 선정도 이루어졌으며 과학위성 '우리별 1호'(KITSAT-1호)도 최근에(지난 8월 11일)발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또 1989년 말에 우주 및 항공분야의 종합적 기술개발을 위해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설립된 항공우주연구소(소장 홍재학)의 본관공사가 마무리돼 본격적 연구를 위한 기반조성도 이루어졌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우주산업으로 진출을 시작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인가" "세계의 우주산업시장은 어떠하고 경제성이 있는가" 등을 검토해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우주산업의 등장
사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주개발'이라는 용어는 있었지만 '우주산업'이라는 용어는 생소했다. 1957년 스푸트니크 위성발사 성공,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 탄생, 아폴로 달착륙, 우주왕복선의 개발 등 우주 개발 성공사를 보면 경제성이라고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우주개발의 개념은 '달나라정복'등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간 의지의 구현이거나 '별들의 전쟁'(SDI)등에서 나타나는 미국과 옛소련과의 국력 내지 국방경쟁의 결과물 정도다. 이러한 개념은 미국내에서의 우주개발 반대여론과 옛소련의 몰락과정에서 부정적인 면이 더욱 강조되어 왔다.
우주개발은 1970년대부터 프랑스를 중심으로한 유럽우주기구(ESA)와 일본 등에서 '우주의 상업적 이용'이라는 목표를 설정하면서 21세기 유망산업으로 발전가능성이 제시되었다. 1980년대에는 정보사회의 핵심으로 우주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우주 개발이 산업화될 수 있었던 제일 중요한 이유는 '지구정지궤도의 유용성'(有用性)에서 기인한다.
즉 지구궤도의 높이를 잘 선택하면 지구 자전속도와 일치하는 궤도(지구정지궤도, geostationary orbit)를 선택할 수 있어서 이 궤도에 위성체를 띄우면 마치 정지하고 있는 것과 같아서 각종 전파의 중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구상의 특정 지점 위에 전천후 중계소가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에 우주개발이 경제성을 갖게 된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지구표면에서는 불가능한 통신 및 방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962년 7월 세계 최초의 민간통신위성 텔스타(TELSTAR)1호가 미국의 AT&T사에 의해 발사됐을 때도 현재 보편화되고 있는 통신위성의 위력을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1965년 4월 국제전기통신기구인 인텔새트(INTELSAT)에 중량 39㎏의 인텔새트(INTELSAT)I호에 이어 II, III시리즈가 성공되고, 1971년 7백20㎏의 인텔새트 IV(F2)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통신위성시대의 막을 열었다.
우주산업은 통신위성 방송위성 등의 위성체와 이를 지구궤도에 띄우는 우주발사체(로켓)를 제조하는 산업, 자국에서 제조는 안하더라도 외국의 위성체와 우주발사체를 구입하여 통신방송사업에 이용하는 서비스산업으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95년부터 본격적으로 외국에서 도입한 인공위성을 이용해 통신방송사업을 착수할 예정이다.
현재 국가적 관심을 일으키고 있는 제2이동통신사업도 조만간 현재의 지역방식에서 위성방식으로 바뀌게 되므로 이때가 되면 국내의 인공위성 서비스산업도 매출 규모에서 곧 수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인공위성 제조산업에서는 우리나라가 미국 옛소련 유럽우주기구(13개국) 중국 일본은 물론이거니와 이스라엘 인도 브라질 호주 캐나다 등과도 격차를 보이고 있어서 하루 빨리 추격해야 할 입장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 함께 정부출연연구소 대학교 산업계가 분발한다면, 자동차 반도체에서 보여주었듯이 빠른 시일내에 경쟁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1992년 현재 우리나라의 GNP규모는 세계 15위이며, 선진각국의 우주산업 진입 연도를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는 늦은 편에 속한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50년대 후반 미국과 옛소련의 국력경쟁으로 시작한 우주개발은, 70년대 ESA와 일본의 NASDA(우주개발 사업단)가 등장함으로써 우주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우주산업의 5년 10년 후를 예측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여겨진다.
첨단산업분야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측면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통신위성의 위력이 '지구정지궤도의 유용성'에 있다고 지적했는데 여기에는 두가지 결정적 단점이 내포돼 있다.
첫째 지구정지궤도는 지구 중심에서 3만5천8백㎞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전파가 빛의 속도로 왕복하는데 0.25초 걸린다. 지구상의 두 지점을 연결하여 통화하는데 0.5초 정도 통화 지연 시간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점은 청각통화에서 화상회의 등 시각통신으로 넘어가게 되면 더욱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둘째로는 지구정지궤도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전파의 강도가 매우 미약해져 지상의 중계소를 거치지 않는 직접 통신을 위해서는 위성체를 무겁게 할 수밖에 없고 첨단 전파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위성체 중량 증가는 발사체의 중량 증가도 동반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악화된다. 이밖에도 정지궤도는 지구적도상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전파간섭 현상 등으로 배치될 공간이 극히 제한되는 단점이 있다.
저궤도를 이용하라
지구정지궤도를 이용하여 본격적인 상업 통신서비스를 개시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위성통신 기술분야에 정지궤도 발상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획기적 전환이 예견된다. 이는 '지구저궤도'(LEO, Low Earth Orbit)를 이용하자는 발상이다.
정지 위성체에 비해 지구 표면에서 2백~2천㎞ 떨어진 궤도를 도는 위성체를 지구저궤도 위성체(LEO Satellite)라고 하는데, 이는 지구의 특정 지역에 있지 않고 지구를 13~14희 정도 회전하게 되므로 지금까지 자원탐사 군사용도 등 한정된 분야 이외에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정밀기계와 전자통신기술의 획기적 발전과 통신수요의 증가로 자연스럽게 저궤도위성의 활용에 눈을 돌리게 됐다. 이는 저궤도 위성을 수십개 올려서 이를 네트워크(network)로 연결해 마치 정지하고 있는 지구원 표면을 만들자는 발상이다.
이 발상은 이미 GPS (Global Positioning System)프로젝트에서 성공적인 효과를 내고 있으며 미국의 77개 저궤도 위성체 시스템인 이리듐 프로젝트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이러한 저궤도 위성체 시스템은 거리가 멀지않기 때문에 통화 지연 시간을 대폭 감축시키며, 위성체 중량이 적어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정지궤도와는 달리 이론상 무한대의 궤도를 만들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위성 발사 비용이 1/3 수준으로 절감된다. 이러한 지구저궤도 위성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할듯 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우주산업에도 우리나라 여건에 매우 적합한 특징적 요소가 있다는 점이다. 우주산업을 특성상 항공산업과 많이 비교하나 크게 다르다.
항공산업은 개발주기가 길며(보통 개발계획에서 생산까지 15년) 사람이 직접 타기 때문에 안전성 문제(실패율 ${10}^{-7}$이하)가 우선돼 제조산업(항공기제작)과 서비스산업(에어라인사)이 별개로 추진돼 왔다.
그러나 우주산업은 급속한 기술발전이 거듭되고 있어서 개발주기가 매우 짧고(3~5년), 사람이 타지 않는 경우 실패율을 5%정도 인정하고 있어 제조산업(위성체 발사체 제작)과 서비스산업(위성통신 방송사업 등)이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점이 크게 다르다.
따라서 빠른 기술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측면에서 우주산업은 기술특징상 항공기나 자동차산업보다는 오히려 컴퓨터산업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컴퓨터가 컴퓨터 자체인 하드웨어(hardware)와 컴퓨터 운영체인 소프트웨어(software)로 나뉘어 상호연계가 이루어져야 하듯이 우주산업도 하드웨어격인 위성체 발사체 제조분야와 소프트웨어격인 위성통신 방송사업분야를 동시에 연계시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우리가 하드웨어 제조분야는 도외시하고 통신·방송서비스업만 치중한다면 통신시장 개방 이후, 외국의 위성체를 통해 외국에서 제작된 지상수신기기로 국내의 각 개인이 통신하는 것을 막을 재간이 없다. 물론 외국의 위성통신회사는 허가된 비밀코드가 부여된 지상수신기를 공급할 것이고, 국내에서 할일은 통화수신료를 걷어서 외국에 주는 일 이외는 달리 할일이 없을 것이다. 마치 지금의 해외 위성방송을 막을 수 없는 것과 동일하다. 이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 자신의 독자 위성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적어도 해외 공동 위성시스템을 갖는 길 뿐이다. 이것도 국내 개발 없이 외국에서 전량 도입하게 되면 초반은 쉽게 진행될지 몰라도 곧 기술 예속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우리가 나가야 할 오직 한 길은 독자적인 위성시스템을 자력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서비스분야와 함께 제조개발 분야를 함께 추구 해야 한다. 세계 각국의 정책 방향도 이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주산업은 정보화시대의 핵심산업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지금까지 미국과 옛 소련은 우주개발을 국력과시와 군사산업 측면에서 발전시켜 경제성을 도외시했으나 냉전시대 말기의 잠정적 혼란이 정리되는 대로 우주산업은 군사산업과는 별개로 정보화시대의 중추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