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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붕 천연가스층 발견의 숨은 주역 강주명 교수

가스층은 확인됐으나 지나친 기대는 말아야

강주명 교수


'6광구서 천연가스층 발견'―지난 12월8일 각종 매스컴을 통해 일제히 보도된 대륙붕 6-1광구에서의 가스 발견뉴스는 많은 사람들의 귀를 번쩍 띄게 하는 청량제였다. 이제서야 산유국에의 오랜 꿈이 현실화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통령선거의 막바지 고비에서 이같은 뉴스가 전해지자 다분히 '정치적 저의'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반응도 적지 않게 나왔다. 특히 일련의 홍보성 정책발표가 연일 터져나오던 시점이어서 더욱 '의심'을 받을 소지가 있었다.
 

이처럼 가스발견에 기대와 의혹이 엇갈린 미묘한 상황에서 한국석유개발공사의 자문위원자격으로 시추 현장에서 가스불길을 목격했던 서울대 자원공학과 강주명(姜周明·37)교수를 만나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기쁜 소식을 들으면서도 잘 믿으려 하지 않는 게 많은 사람들의 심정인 것 같습니다. 보도된 내용을 그대로 믿어도 되겠읍니까? 혹시 과거 포항에서의 석유발견설처럼 정치적 목적으로 크게 부각됐다가 용두사미가 되는 건 아닌지요.
 

"발표된 그대로입니다. 공교롭게도 선거시기와 겹쳤을 뿐입니다."
 

가스층 발견에 대한 의구심을 캐묻자 강교수는 한마디로 사실임을 강조하면서 사진과 도표를 가리키며 설명을 해주었다. 강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가스가 불타고 있는 사진에서 불길이 시추선으로부터 약간 떨어진 곳에서 타오르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는데, 이는 해저로부터 분출되는 가스의 압력이 크기 때문에 먼곳까지 불길이 미치는 것이며 시추선 부근에 불길이 없는 것은 배에 불이 옮겨붙지 못하도록 물을 뿜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해저로부터 분출돼나오는 강한 압력의 가스가 아니라면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시추선에서 떨어진 지점에서 불타오를 수는 없는 것이라는 얘기다.
 

아뭏든 가스층 발견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발표시기가 미묘하다는 느낌은 떨쳐 버리기가 힘들다. 더구나 앞으로 가스생산까지의 성공확률이 70%라는 일부 매스컴의 해설기사 역시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느낌도 든다.
 

"저 역시 확률이 70%니 어쩌니 해서 기대감을 잔뜩 키워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번의 발견은 그동안의 부존 가능성이 확실성으로 바뀐 것일 뿐 더 이상의 확대해석을 해서는 안됩니다. 앞으로 평가정을 더 뚫어보아야만 부존량이 얼마나 될지, 또 경제성이 과연 있을 것인지가 밝혀질 것입니다. 현단계에서 수치까지 들먹이면서 떠드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합니다."
 

―가스발견 당시의 상황은 어땠읍니까.
 

"11월29일부터 생산가능성시험(Drill Stem Test)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해저 2093~2108m 지점을 부존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읍니다만 실패하고 말았읍니다. 그래서 다시 12월2일부터 이번에 가스가 발견된 해저 1359~1370m 지점을 테스트해 12월8일 오전에 가스를 확인한 것입니다.
 

관례에 따라 아침 해뜰 무렵에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날 바다는 기상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작업에 지장을 줄 정도도 아니었읍니다. 평소에는 잔잔한 바다입니다. 부산에서 동쪽으로 1백20km 떨어진 곳으로 주변에 섬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인데 당시 국산시추선 두성호에는 85명 가량이 타고 있으면서 역사적인 순간을 목격했읍니다."
 

―이번의 가스발견은 석유탐사단계중 어디에 해당하는 것인가요?
 

"석유의 탐사에서 생산까지는 보통 5단계로 나누어집니다. 즉, 탐사단계 시추단계 평가단계 생산준비단계 생산의 5단계인데, 이번의 가스발견은 2번째인 시추단계에 해당합니다. 탐사단계를 통해 석유부존가능지역을 조사한 뒤 탐사시추정을 뚫어 부존여부를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세번째 단계 즉, 평가정을 뚫어 경제성을 따져본 뒤 생산정을 뚫는 등 준비단계를 거쳐 생산에 이르는 과정이 남아 있읍니다. 결국 문제는 평가정을 뚫었을 때 과연 경제성이 있을만큼 부존량이 많을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발견된 것은 가스인데, 그렇다면 석유는 없는 것입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석유가 나올 가능성도 있읍니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석유가 나오는 구조를 알 필요가 있는데요. 흔히 석유가 나올 수 있는 곳으로 배사구조로 된 곳을 지목합니다만, 지층이 물결처럼 주름잡힌 습곡의 높은 부분에 해당하는 배사구조와 함께 물과 기름이 통과할 수 있는 저류층이 형성돼 있어야 합니다. 또 이 저류층은 위 아래가 덮개암으로 막혀 유체가 통과할 수 없어야만 되는 것이지요.
 

쉽게 말해서 해저의 지층속에 가스나 기름이 고여서 커다란 풀을 이루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대륙붕지역은 이런 지형조건은 갖추었는데 막상 뚫어보니 그속에 기름이 안들어 있었던 형국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탐사시추정을 뚫어 가스를 뽑아내는데 성공한 것이지요. 그리고 앞서 말한 저류층에는 비중의 차이에 따라 가스와 기름 물의 순서로 분포돼있는데, 이번에 발견된 가스는 저류층의 정점부근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그 아래에 기름이 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가스가 발견된 지역은 과거에 세계적인 탐사회사인 '쉘'에서 탐사하다가 조광권을 반납한 곳이라고 하는데, 우리 기술진이 성공했다는 것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읍니까.
 

"쉘의 탐사기술이 세계적 수준입니다만, 그때는 10년전이었고 그후 석유탐사기술이 크게 발달했어요."
 

강교수에 의하면 동력자원연구소와 외국용역회사가 합동으로 재조사를 한 끝에 이번의 쾌거를 이루었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석유탐사능력은 크게 뒤처진다는 것이다. 국산시추선 두성호와 탐사장비는 그런대로 괜찮지만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 서울공대 자원공학과를 나와 미국에서 석유개발공학을 전공, 박사학위를 딴 강교수를 포함해 극소수의 전문가가 있을 뿐이며 석유개발에 관한 강의가 개설된 것도 86년 서울대에서부터였다는 것이다.
 

강교수는 이번의 가스발견이 한때의 흥분으로 끝날 게 아니라 해양자원개발을 위한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해저로부터 분출된 가스가 불타고 있다. 시추선에 옮겨붙지 않도록 물을 뿌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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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황의봉 기자
  • 사진

    김광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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