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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IBM·구글 아성에 도전 다이아몬드 양자컴퓨터

 

‘컴퓨터’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거대한 기계가 눈에 먼저 띄었다. 모니터 화면 아래 숨겨진 키보드와 마우스를 찾고 나서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었다. 1월 7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에서 국내 최초로 다이아몬드 양자컴퓨터를 개발한 한상욱 단장을 만났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 현상을 이용해 계산하는 컴퓨터다. 기존 컴퓨터의 정보단위인 비트(bit)는 0과 1의 구분된 값 가운데 한 번에 하나의 값만 나타낼 수 있다. 반면 양자컴퓨터의 정보단위인 큐비트(qubit)는 0과 1이 중첩돼 있다. 한 번에 두 가지 상태를 동시에 나타낼 수 있어 여러 계산을 병렬로 할 수 있다.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계산공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론적으로, 현존하는 슈퍼컴퓨터가 수백 년이 걸려도 풀기 힘든 문제를 양자컴퓨터는 단 몇 초 내에 풀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양자컴퓨터는 최적화 조건을 찾거나 원자 사이의 양자현상을 계산하는 데 강점을 보여 신약이나 신소재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이에 IBM, 구글 등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뛰어들며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양자컴퓨터 개발의 선두 주자인 IBM은 지난해 11월 127큐비트의 양자 프로세서 ‘이글’을 공개했다. 구글은 지난해 1월 독일 제약회사 베링거 인겔하임과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신약개발 연구를 시작했다.


양자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양자의 얽힘과 중첩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초전도체 소자를 이용한 ‘초전도 큐비트’, 원자에서 전자를 없애 이온을 만든 뒤 이를 이용하는 ‘이온 트랩’ 등의 방식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문제는 두 방법이 10mK(밀리켈빈·영하 273.14℃)에 달하는 극저온이나 초고진공에서만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 단장은 “현존하는 양자컴퓨터 다수가 초전도 큐비트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컴퓨터보다 몇 배는 거대한 냉각장치가 필수”라며 “온도를 낮추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컴퓨터를 한 번 껐다 켜는 데 며칠씩 걸린다”고 말했다.


KIST 양자정보연구단에서는 다이아몬드를 이용해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했다. 탄소가 촘촘히 연결된 다이아몬드에 질소 원자가 하나 끼어 들어가 있고 그 주변에 빈 공간이 생기면, 이를 NV센터라고 한다. 이곳의 전자 움직임을 양자컴퓨터의 큐비트로 활용할 수 있다. 단단하게 결합된 주변 탄소 원자가 보호막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온, 대기압에서도 구동이 가능하다. 한 단장은 “NV센터로 2큐비트 프로세서를 탑재한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며 “전 세계적으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라고 말했다.

 

양자는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어서오세요”


“양자컴퓨터는 빠른 속도로 계산을 해낼 수 있어요. 소인수분해, 최적화처럼 양자가 계산할 수 있는 특별한 영역에서요. 반면 덧셈, 뺄셈은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느립니다.”


한 단장은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를 대체할 ‘만능’이자 현재의 암호체계를 마비시킬 ‘악당’처럼 비춰지는 오해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양자컴퓨터가 지금의 컴퓨터를 대체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각각 영역이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두 가지를 서로 보완적으로 활용해 컴퓨팅 기술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자기술의 선두주자인 미국과 중국은 패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양자기술이 10대 국가 필수전략기술에 선정되는 등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양자 연구 분야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 단장은 “양자 엔지니어 부족은 전 세계적인 문제”라며 “채용공고를 내면 양자역학 이론을 공부한 지원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컴퓨터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프로그래밍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양자’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지원률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 단장은 “10년간 양자컴퓨터를 연구했지만 아직도 직관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며 “양자 연구를 꿈꾼다면 ‘얽힘’ ‘중첩’ 등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느라 흥미를 잃지 말고 자신이 하던 분야를 갈고 닦을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2022년 2월 과학동아 정보

  • 수원= 이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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