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기능관리 인력을 양성하여 다양하게 발전되어가는 산업계에 보낸다.
창원기능대학 (Changwon Industrial Masters' College)은 산업현장의 중간관리자(기능장·技能長·meister)를 양성하는 우리나라 유일의 실업고등교육기관이다.
경남 창원시 중앙동의 4만여평 부지에 본관 실습동 1, 2 도서관 체육관 기숙사 등 5동 연건평 5천여평으로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는 창원기능대학은 지난 1977년 11월에 과학기술처산하 교육기관으로 문을 열었다.
창원공단 배후에서 전문화된 기능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본관 신축과 훈련기자재도입을 준비한뒤 80년 3월에야 제1회 입학식을 가졌다. 처음에 기계공작 기계정비 금속의 3개학과로 시작되었다.
중간관리 전문인 양성
"기능대는 기능계의 최고자격인 기능장(技能長)을 양성하는 곳이기 때문에 입학자격의 차원이 다릅니다. 일반대학은 학력고사를 거쳐 들어가지만 여기는 학력고사와는 관계없이 국가기술자격법에 의한 기능사 1급 자격을 딴뒤 3년이상 산업현장경력이 있어야 입학시험 응시자격이 있읍니다"
학장 김희욱박사는 독특한 이 대학의 입학 과정부터 설명해 나갔다. 1급기능사란 고등학교졸업자가 한 분야의 산업현장에서 4년이상 실무경험을 쌓아야 응시하여 취득할 수 있는 국가기술자격법에 의한 자격이다.
이렇게 입학한 학생은 이론과 실습을 50대50의 비율로 교육받는다. 개교후 얼마동안에 학과가 늘어 86년까지는 기계공작 용접 차량 금속 전기 전자의 6개 학과였으나 87년부터 산업계의 인력요청 쇄도로 금형 열설비 화학공정의 3개학과를 증설했다.
현재 재학생은 5백80명. 교수는 60명으로 교수1명당 학생10명도 안되어 알찬 교육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전기 전자와 신설된 금속 등 학과의 인력이 부족해 애로가 많습니다"
김 희욱 학장은 산업체의 이런 분야 고급기능인력 요청은 많은데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입학자격을 기능사1급 자격취득후 3년이상 현장경험자로 못박았던 것을 새해부터 잠정적으로 현장경험 1년으로 줄였다.
학비는 전액 국비이며 학생 1인당 매월 3만원씩의 보조금까지 지급 되고 있다. 기숙사에는 4백명이 수용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창원 마산 등 산업체에 근무하면서 공부하는 야간학생들이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최신기기로 실습
실험실습장비도 서독 미국 일본에서 도입한 최신기기가 각 과별로 갖추어져 있는대 모두 1백75점이나 된다.
"이곳의 실습장비는 국내 어느 연구소의 것보다 우수한 것이며 어느 산업체에 있는 것보다도 우수한 것입니다. 이런 기기로 실습을 하니까 학생들의 기능도 우수해질 수 밖에 없읍니다"
학장은 안내를 하면서 자못 긍지를 느끼는 듯 설명했다.
이 학교는 2년제로 되어 있다. 교과과정을 살펴보면 수업시간은 총 3천1백15시간이며 그중 교양과목이 13.5%인 4백20시간이고 전공과목이 86.5%인 2천6백95시간으로 되어있다. 전공과목은 이론이 39.9%인 1천2백46시간이며 실습이 46.6%인 1천4백49시간으로 짜여있다.
각 과별 교과과정도 빈틈이 없이 짜여있다. 기계공작학과의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교양과목은 국어 국민윤리 영어 경제학개론 수학 물리 화학 체육 등이며 공업경영부분은 생산계획 및 통제 작업관리 품질관리 산업심리 원가관리 전산응용 작업안전 산업법개론 등으로 중간관리자의 자질을 갖추도록 짜여있다. 전공과목은 전공필수와 전공선택으로 나누어져 있다. 필수과목은 기계제도 금속재료 및 시험 전기공학개론 공작기계(1) 유공압 및 자동제어 치공구 재료역학 판금용접공학 측정 및 기계정비 이론확인 실습 등으로 치밀하게 짜여있다. 선택과목은 기계설비 금형설계 공작기계(Ⅰ) 공작기계(Ⅱ) 기계공작법 금형공작법 등으로 이중에서 학생이 진로에 맞춰 선택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 시 여과별 교과과정은 다른 과도 기계공작학과와 같은 수준으로 짜여있다.
지도교수제로 진로지도와 기능양성
진로지도가 철저한 것이 이학교의 특징이기도 하다. 입학하면 클라스별로 정해진 지도교수가 졸업때까지 책임 지도를 하게 되어있다. 개인의 능력과 적성을 개발하고 이끌어주는 것이다. 그 목표는 기능장이 되게하는 것이다.
기능장은 생산현장에서 품질보증과 불량의 최소화, 작업계획작성, 납기준수, 작업감독 및 개선, 임금책에 대한 조언, 생산성 향상 및 작업의 표준화, 설비의 운영 및 보전 등을 맞으며 가능하면 생산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노무관리에서는 소속 기능인의 접촉 및 통솔, 안전교육 및 작업장의 안전관리, 소속기능인의 교육 및 평가, 경영 및 기술계층과의 협력, 소속 기능인의 근무평정에 대한 조언 등을 담당한다.
이밖에도 제조원가 및 투자 부문에서 제조원가 계산 및 절감에 대한 조언, 에너지 소모와 공간활용에 대한 조언, 시설 및 장비투자에 대한 조언, 재산의 효율적인 사용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여 종합적으로 생산성향상을 도모하는 실질적인 일선 책임자 역할을 한다.
기능대학은 이런 역할을 맡아 해낼 자질과 기능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는 곳이다. 그래서 학과수업이나 전공과목 실습이나 모두 생산현장에 있을때와 같이 해나가는 것이다.
학생들도 '대학의 정규과정을 거쳐 전공분야의 연구성과를 쌓은 박사는 학원이나 연구소를 맡고 국가기술 자격법에 의한 기술사는 개발부서의 책임을 맡고 우리는 기능장으로서 생산현장을 맡는다'는 각오와 긍지로 열심히 기능과 자질을 닦아나가고 있다.
졸업생 전원이 중요 산업체에 취업
지금까지 졸업생은 총 1천5백58명이고 이들은 모두 졸업전에 취업이 확정되어 교문을 나섰다. 82년의 1회졸업생부터 올해의 6회까지 기계공작 4백83명, 용접 1백34, 금속 1백78, 차량 4백21, 전기 1백92, 전자 1백50명이다. 이들은 국내의 대기업을 비롯한 3백50여 업체에서 모두 중요한 몫을 하고 있으며 그 중 2백9명은 이미 기능장 자격을 가지고 있다. 기능장이란 회사의 직급으로 쉽게 말하면 과장과 부장사이쯤 되는 국가자격이다.
학생들을 우수한 기능인으로 양성하기 위해 교수진의 해외연수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기능대 창설 당초부터 서독정부가 큰 관심을 가지고 전반적으로 지원해 오면서 교수들의 연수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서독정부는 기능대가 설립될 때 타당성 조사단을 파견해 조사를 한후 한·독회담에서 기술지원을 합의했으며 79년엔 기술협약을 체결했다. 이런 지원을 바탕으로 지난해까지 14명의 교수가 서독 연수를 끝냈으며 올해도 5명이 서독에서 열처리신기술과 재료시험, 자동제어신기술, 산업공학신기술, 기능장제도연구, 특수용접신기술 등에 대해 연수를 마치고 귀국했다. 새기술을 흡수한 이런 교수진이 학생들을 우수한 고급기능인으로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체가 기계 철강 조선 자동차 전자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발전해가면서 기능대학이 배출하는 고급 기능인력 수요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생산현장에서 요구하는 만큼 인력이 공급되지는 못하고 있다.
대학 장기발전 계획도 수립
"앞으로는 학생정원도 늘리고 교육내용도 첨단화 추세에 맞춰나가야 하겠으며 외국과의 제휴도 다양하게 확대해 나가야 겠읍니다"
김 희욱학장은 장기발전 계획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을 끄집어냈다.
88학년도 모집 정원은 9개학과에 3백50명인데(한 학과에 40명 꼴) 앞으로 점차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 한다. 그리고 기능장 양성을 지금보다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것이다.
산업추세가 첨단화 되고 있기 때문에 교육내용도 그에 맞춰 새기술을 적용하고 최신장비도 더 도입하여 학생들이 이곳에서 배운 실력을 졸업하고 나간뒤 현장에서 바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또 한·독 협약에 의한 연수의 폭도 넓히고 미국 일본 등 기타 다른 나라와의 제휴도 추진하도록 했다.
올해 설립한 생산기술 연구소도 앞으로 이 대학의 발전과 함께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소는 산업사회에서 요구되는 기술혁신에 부응하고자 산학협통체제의 일환으로 기능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최신장비 및 현장 경험이 풍부한 연구진과 더불어 정부기관을 비롯한 국영기업체나 일반기업체에서 위탁하는 연구과제와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를 연구하여 해결해 나가기 위해 설립된 것이다.
이 연구소에는 기계공학 용접구조공학 금속공학 차량공학 전기공학 전자공학 산업공학 금형공학 화학공학 등의 연구부가 있다. 각 연구부에는 연구원과 특별연구원이 있어 맡은 분야의 연구활동을 해나가면서 직접간접으로 기능대학생 양성을 돕게된다.
자유로운 학생회 활동
학생들 스스로의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고 복지문제를 개선하려는 활동도 활발하다.
지난 9월 학생들은 총학생회를 열어 제9대 회장단을 선출했다.
"이 회장단 선거를 통해 우리는 수준 높은 선거의식으로 민주역량이 어느 정도인가를 나타냈으며 어려운 문제를 대화와 양보로 해결해 나가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학생들은 그들의 회장단 선거에 대해 학보에 이렇게 기사를 써서 스스로의 역량을 자찬했다.
이 선거에서 선출된 회장단은 의료보험제도 신설 학교재정공개 서클활동활성화 등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어 학교당국과 협력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 학교에는 14개 서클이 있다. 컴퓨터연구회 등 기능향상과 연결된 서클도 있고 산악회와 같이 체력을 목표로 한것도 있다. 그밖에 취미를 살려보려는 영상회,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영어 연구회 등도 있다.
기능대학의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해외 산업체 견학이 있다. 해마다 여름 방학 동안에 주로 일본의 유명한 산업체를 견학하여 산업사회에 진출할 중간관리자로서의 능력을 배양하려는 것이다. 올해는 지난 8월 23일부터 28일까지 42명이 갔다왔다. 지도교수 3명의 인솔로 카와자키제철 토요다공작기계 마츠시타전기 등을 견학한 것이다.
그러나 이 해외산업체 견학을 둘러싸고 학생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올해 참여한 42명은 2학년 전체학생 2백67명의 15.7%에 불과한 극히 저조한 참여율이라는 것이다. 이런 저조한 참여율로는 선진국의 산업시설과 제도를 살펴보고 기능대학 학생들의 자질을 향상시킨다는 해외 산업체 견학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5박6일간에 학생 1인당 약 1백만원이 드는 경제적 부담 때문이다. 은행에서 대출받는 제도도 있으나 학생들은 국비지원으로 학생전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바라고 있다.
학생활동 중에는 하계 기술 봉사를 빼 놓을 수 없다. 해마다 여름방학동안에 학생들이 농촌에 가서 농기계와 가전제품 등을 수리해 주는 무료봉사이다. 이때 예상되는 필요부품은 학생들 자비로 구입해 출발한다. 국비로 공부하면서 매월 보조금까지 받고 있으니 이런 방법으로 봉사하겠다는 것이다. 1회봉사활동의 부품구입비는 7백만~1천만원정도 된다는 것. 올해는 지난 7월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경남 합천군 가야면에서 2명의 지도교수와 학생 33명으로 기술봉사를 했다. 경운기를 비롯한 농기계수리 89점 냉장고를 비롯한 가전제품 2백 87점 기타 36점을 수리했다. 수리하는데 사용된 부품구입비는 9백80만원이었다.
개교이래 계속되어온 농촌기술봉사도 앞으로 학교당국과 협의하여 더 확대하여 갈 계획이다.
학생들 스스로 조성해가는 면학분위기
창원기능대학에는 학생회의 조직적인 활동이나 교수들의 지도이전에 학생들 각자가 자발적으로 면학분위기를 조성해가려는 바탕이 있다. 정상과정을 거쳐 정규대학을 나오는 과정과 달라 어려움 속에서 기능대학에 들어왔고 앞으로 훌륭한 기능인이 되어야겠다는 일념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현장의 먼지 속에서 고학력 위주의 관료체제, 엄청난 임금격차, 인격적차별대우 등으로 응어리진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두주먹을 뿔끈쥐고 남들이 알아주는 유명대학은 아닐지라도 아픈 경험을 많이한 '장이'들이 공부를 하고싶고 해야한다는 일념으로 모여들어 이루어진 배움터이기에 더욱 열심히 해야된다고 다짐하며 공부하고 있읍니다"
용접학과 2년 정동언군의 말이다. 표현이 좀 장황하지만 듣는사람의 가슴에 와닫는 내용이없다. 그의말은 계속된다.
"산업현장에서 인간답게 살게 해달라고 소리높게 외쳤던 우리는 이제 기능대학에서 자질을 갈고 닦아 기능인으로서 현장에서 중요한 몫을 해나갈 준비를 하고 있읍니다. 그러므로 각자의 마음이 무형으로 뭉쳐 면학분위기가 저절로 조성되지 않을수 없지요"
약간 비장감마저 느껴지는 정군의 말과는 분위기가 좀 다르게 개교 이래의 홍일점 여학생 김 현숙양(화학공정학과 1년)은 여성의 산업계 진출을 강조한다.
"흔히 쓰는 여공이란 말이 있읍니다. 그것은 신발이나 봉제 제사 직조분야의 작업장에서 일하는 말단 여성 근로자를 말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가 이만큼 산업이 발달되었는데 왜 여공은 막일군만 이어야 합니까. 한창 공부하고 자랄때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한 사정도 있었겠지만 앞으로는 인식을 달리해야 할것입니다. 여자도 고등학교를 나와 일반대학에만 가려고 기를 쓰지말고 개인별 특성을 살려 기능대학을 거쳐 산업체에서 중요한 몫을 하는 기능장으로 많이 진출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뜻에서 여성의 산업계 진출의 문을 활짝 열겠다는 각오로 이 학교에 들어왔읍니다. 전교에서 유일한 여학생이란 부담이 없지는 않지만 모두가 협조적이어서 잘 되어 나갑니다"
금속학과 1년 홍재홍군은 또 다른 각도에서 면학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6·29선언이후 민주노조결성을 소리 높이 외쳤던 것은 인간답게 살기를 원하는 처절한 외침이고 민주의 꽃을 피우기 위한 시련이 아니겠읍니까. 자유·평등·행복을 열매로 맺는 민주는 모두가 키워야 할 나무입니다. 이 나무를 우리 모두가 의무와 책임으로 건전하게 키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기능대의 학생들은 그런 자질을 키워나가고 있으며 졸업후에는 산업현장에서 그 역량을 발휘해나갈 것입니다"
기계와 기름냄새 화공약품 냄새 등이 뒤섞인 산업현장이나 실험실습장에서도 그들의 이상은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우리민족은 찬란한 문화민족으로 조상의 슬기를 장인(丈人)정신에서 찾아 볼 수 있읍니다. 질그릇, 갓, 삼베, 모시 그리고 첨성대 석굴암 측우기 인쇄술 등 이루 헤아릴수 없는 문화유산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읍니다. 이런 문화유산의 얼을 현대에 맞춰 기능인을 양성하는 곳이 기능대학이므로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읍니다. 우리모두의 각오는 외치는 구호가 아닙니다. 두고 보십시요. 믿어주십시요"
학생들의 얘기를 듣고 있으니 우리나라 기능인들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