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자리 아크투루스와 처녀자리 스피카를 잇는 '봄의 대곡선'이 서서히 모습을 나타내는 3월. 이 달 중순에는 달과 금성이 랑데부하는 모습도 관측할 수 있다.
이달의 행성
■ 수성의 서방최대이각
2월 5일이 동방최대이각이었던 수성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더니 이달 19일에는 서방최대이각을 이루며 새벽의 동쪽 하늘에 나타난다. 특히 이때의 이각이 27.5도로 지난 달보다 약 10도 가량 클 뿐만 아니라 새벽하늘이라는 이점까지 겹쳐 관측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광도는 0.2등급으로 마차부자리의 알파성인 카펠라 정도의 밝기를 갖는다. 위치는 물병자리 요타(i) 별 근처로 남쪽물고기자리의 1등성 포말하우트와 페가수스자리의 엡실론성 에니프를 잇는 선상의 중앙 정도이다.
새벽녘에 동쪽하늘을 보게 되면 여름철의 대삼각형을 위시한 여름철의 별자리들이 추위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밝게 빛나고 있다. 그런데 그 밑으로 가을철의 별자리가 시작되는 곳에는 뚜렷한 1등성들이 없기 때문에 물병자리를 구성하는 2등성들을 오히려 찾기 쉽게 해준다. 먼저 물병자리의 배타성을 찾은 다음 약간 북쪽 밑에서 알파성을 찾고 이 두 별과 삼각형을 이룰 위치를 남쪽에서 찾으면 그곳 근처에서 밝게 빛나는 수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늘 상태가 좋지 않으면 쌍안경을 가지고 찾아보라. 수성이 밝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겨냥한다면 반드시 보일 것이다. 망원경이 있어 1백배 정도로 확대하여 관측하게 되면 아주 작은 하현달 모양을 하고 있을 것이다.
■ 달과 금성의 랑데부
해가 지고 조금 뒤 서쪽하늘을 보게 되면 붉은 저녁 노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평선 바로 위에서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는 별이 하나 보인다. 금성이다. 금성의 광도는 -3.9등급으로 이달 내내 일정하지만, 지평고도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배경을 이루는 하늘이 붉은색에서 까만색으로 변해가므로 상대적으로 밝아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14일에는 실낱같은 초승달이 금성의 바로 북쪽을 통과해가므로 아직 가시지 않은 노을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할 것이다. 3-4초 정도의 노출을 주어 사진을 찍으면 지상의 물체들과 함께 잘 나올 것이다. 물론 이때의 금성을 고배율의 망원경으로 관측하여 크기와 위상을 기록해 두면 11월에 동쪽하늘로 자리를 옮겨 비슷한 지평고도를 가질 때의 것과 비교해 볼 수 있다. 크기 면에서 다섯배 가량 차이가 난다.
■ 목성, 저울자리 알파성에 접근
뜨는 시각이 점점 빨라지는 목성이 이달 말에는 12시 30분경이 되면 동쪽하늘에 나타나게 되므로 추운 밤을 지새지 않고도 관측할 수 있게 된다. 1등성인 처녀자리의 스피카와 전갈자리의 안타레스 사이에 위치하게 되는 목성은 광도가 -2.4등급이나 되므로 달을 제외하면 이때의 시각에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천체가 된다.
작은 쌍안경만으로도 이 거대 행성의 4대 위성을 관측할 수 있고, 80mm 이상의 굴절망원경이라면 표면 줄무늬와 남적도대에 위치하는 대적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달 3일과 30일에는 각각 월령 20.5와 17.8의 달이 2도 30분 정도의 거리를 두고 지나가게 된다.
■ 오리온자리 카이(Chi)성의 상식
상현달보다 조금 큰 월령 8.1일의 달이 오리온자리 Chi을 가리는 성식이 이달 20일 초저녁에 일어난다. 이 별은 19시 04분경 달의 어두운 부분으로 사라졌다가 20시 28분경 달의 밝은 쪽으로 빠져나온다.
3월 북쪽 밤하늘
1일 : 오후 9시
15일 : 오후 8시
30일 : 오후 7시
동쪽으로 치우친 곳에는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이 완전히 엎어진 모습을 하고 있어 국자안의 내용물이 모두 땅으로 쏟아질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 국자의 손잡이가 만드는 곡선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하면 밝은 1등성 하나가 보인다. 목동자리의 알파성인 아크투루스다. 이 곡선을 계속 연장하면 처녀자리의 알파성 스키파를 마주치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봄의 대곡선이라 하고, 여기서부터 봄철의 별자리들을 찾게 된다. 서쪽의 치우친 곳에는 카시오페이아가 북극성 주위에 아직도 상당한 고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 위로 페르세우스자리와 마차부자리가 굴절망원경들의 관측 적정 고도에 들어와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산개성단들을 아마추어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3월 남쪽 밤하늘
1일 : 오후 9시
15일 : 오후 8시
30일 : 오후 7시
1등성 알데바란으로 대표되는 황소자리가 완전히 서쪽하늘로 이동함으로써 이 별자리가 만드는 기하학적 모양인 승리의 V자가 똑바로 서게 된다. 별자리 오리온은 자리를 약간 서쪽으로 움직였을 뿐 아직도 1등성 베텔규스와 리겔을 앞세워 훌륭한 자태를 뽐내며 밤하늘을 압도하고 있다. 시리우스와 산개성단 M41로 대표되는 큰개자리도 강아지의 뛰는 모습을 하며 높이 있는 오리온을 쫓아 잡으려는 듯하다. 한편 쌍둥이자리의 카스토르와 작은개 자리의 프로키온은 별 특징없는 모양으로 묵묵히 오리온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동쪽에 나타난 사자자리는 화려한 겨울철의 별자리들이 물러난 동쪽하늘을 레굴루스를 앞세워 평정하여 독야청청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