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1천여점의 유물도 찾아냈어요

타이타닉호 탐사계획 책임자 - 「에릭 이스포르딩」씨

KAL 007 잔해도 쉽게 찾을 수 있어

최근 이른바 거대과학에서 프랑스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음은 많이 알려져 있다. 항공·우주산업에서 그렇고 원자력등 에너지분야에서도 프랑스는 독자의 능력을 보이고 있다. 해양연구에서는 어떨까. 이 분야에서 프랑스는 '최근에'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선두의 위치를 차지해왔다. 유명한 '작쿠스토'선장의 얘기는 책으로 필름으로 우리게도 매우 친근하다.
 

타이타닉호의 행사에 동원된 「노틸」호가 잠수하려한다.

 

금액으로 치면 천문학적 수자
 

지난 85년, 침몰한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의 잔해를 발견했다는 뉴스는 또 한번 프랑스의 심해 탐사능력을 널리 알리게 했다.
 

이 타이타닉호 발견, 그리고 이어 계속된 유품의 인양작업에 사업관계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에릭 이스포르딩'(Eric Isphording)씨가 최근 해양관계 협력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잔해 발견과 관련된 얘기 및 해저탐사의 과학·기술에 대해 물어 보았다.
 

-지난 여름 타이타닉호의 유품발견으로 떠들석했는데 어떤 물건들을 얼마나 찾아냈는지…
 

"약 1천여점의 물건을 찾아냈지요. 부엌용구,각종 장식품과 공예품, 보석류, 돈(지폐)등 값비싼 물건들이 많았읍니다.

지난 7월에 현지로 떠나 9월초에 대강 일을 끝냈읍니다."
 

-발견한 물건들의 상태는 어떠했읍니까?
 

"대단히 잘 보존돼 있었읍니다. 예컨대 안경은 가죽케이스속에서 상표이름까지 지워지지 않았으니까요."
 

- 혹시 사람의 시체 즉 해골은 못보았나요?
 

"전혀 발견하지 못했읍니다. 처음부터 찾을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읍니다. 해저 3천6백m에서 인간의 뼈는 75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칼슘이 분해되기 때문에 흔적이 남아 있기 어렵다고 생각했읍니다."
 

-수심 3천6백m에서 물건들을 끌어 올리는데는 대단한 노력이 들었겠는데요.
 

"그럼요. 물건들을 파손되지 않게 조심 조심 모으고 그것을 또 손상되지 않게 해상의 모선으로 인양하는 작업은 굉장한 노력과 고도의 기술이 없이는 불가능 합니다. 여기에다 공기에 노출되면 즉시 원형이 바뀌어지는 물건들도 상당수 있읍니다. 그래서 모선에서 일차 화학처리를 하고 다음에는 프랑스 전력공사내에 있는 연구소에서 다시 본격적인 화학처리를 했읍니다. 이 작업에만 몇달씩 걸리는 물건도 있읍니다. 그래서 최근에 제작한 도큐멘터리 필름에서도 유품을 전부 촬영하지 못했읍니다. 아직도 연구소에서 처리중에 있는것도 있으니까요. 어쨌든 찾아낸 모든 물건이 신품처럼 깨끗이 보이도록 과학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읍니다.
 

-이번 탐사에서도 유명한 '노틸'호가 동원 됐지요.
 

"그렇습니다. '노틸'호는 일본 혹카이도 근해의 해저 지질조사로 극동에서도 많이 알려졌죠.그러나 노틸호의 시스팀은 보다 개선됐읍니다.새로운 시스팀이 50여개 추가되거나 개선됐읍니다.
 

작업은 해저에서 쓰는 로봇과 노틸호의 팔이 담당 했읍니다. 로봇은 눈만 달려있어 물건을 찾는데, 그리고 노틸호의 팔은 물건을 집거나 운반하는데 이용됐읍니다. 잠수작업에는 15명의 과학·기술자가 동원됐는데 잠수한 회수는 모두 31번, 한번 잠수에 6시간이 소요됐읍니다. 이 6시간은 다시 물건을 찾는데 3시간, 찾은 물건을 모으고 사진찍는데 3시간, 이렇게 나누어 썼죠.
 

-직접 잠수도 했읍니까?
 

"아닙니다. 저도 잠수관계 기술자입니다만 잠수는 안했읍니다."
 

-좀 뭣한 질문입니다만 찾아낸 물건은 상당히 비싸게 팔릴수 있을것 같은데 경매를 할것입니까 아니면…
 

"아, 값으로 친다면 천문학적 수자가 되겠지요. 그러나 팔지는 않을 작정입니다.내가속해있는'이프레메르'(IFREMER)연구소의 이미지에 손상이 올수 있으니까요. 거기에다 국토분쟁도 생기게 됩니다. 현재 계획으로는 물건을 보존처리한뒤 기금(foundation)을 만들어 전시를 할 생각입니다."
 

위로부터 여행용 가죽가방, 금화를 넣은 지갑, 은제 펜던트, 팔찌


-그런데 해적선의 물건처럼 찾은 물건을 찾은 사람의 소유다라는 개념이 이번경우에도 통하게 됩니까?
 

"일단 그렇게 봐야겠죠. 그러나 물건의 소유자가 분명한 경우 피상속인이 있으면 돌려줄 방침입니다. 그런데 '내 소유다'라는 증명을 하기가 대단히 어려운것 아니겠읍니까?"
 

'이스포르딩'씨는 이밖에도 탐사작업에 소요된 경비의조달, 앞으로의 계획등도 자세히 들려 주었는데 85년에 처음 발견하고 다음해인 86년에는 경비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탐사를 못했다고한다.금년 여름에야 미국의 재정적 후원을 얻어 탐사작업을 다시 하게된것을 좀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는 내년에는 프랑스독자의 힘으로 탐사를 할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10월에 상영이된 타이타닉호 도큐멘터리 필름의 판매가격이 6백만달러가 됐다는것에 고무받았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번 팀사비용이 3백50여만 달러였으니까 계산해 보면 돈을 쏟아붓기보다 오히려 수지맞는 사업이 될수도 있으니 말이다.
 

씨의 공직직함은 '이프레메르'연구소의 사업및 국제협력 디렉터이다. 따라서 기술적문제보다 사업과 관련한 계획수립, 계약체결들이 주된 업무이다. 이번 한국에 오게된것도 한국 근해의 해저탐사에 대해 협의하기 위해 온것이다. 따라서'오호츠크'바다에 부숴진채 가라 앉은 KAL007 여객기의 잔해 발견문제도 화제가 되었다.
 

인터뷰어의 질문중에 'KAL'말귀가 나오자 마자 그는 빙긋 웃으며 "한국사람은 여객기 추락에 민감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 KAL007의 얘기는 이제 미스터리처럼 돼 있는것 같은데 만약 한국 정부가 비용을 대고 소련측이 탐사를 용인한다면 연구소측은 탐사를 할 생각이 있읍니까.
 

"물론 입니다. 그리고 '쉽게' 잔해를 찾아낼수있으리라고 봅니다."
 

「마켓 사가」호^「노틸」호보다 개선된 최신예 잠수정이다.

 

우리가 나설수 있다면 찾아낼수 있읍니다.
 

-'쉽게'라고요. 미사일에 맞아 동체가 산산조각은 아닐지 몰라도 상당히 크게 부숴졌을 텐데요.
 

"무거운 부분, 칵피트(cockpit·조종실)는 아마 그대로 바닷속에 가라 앉아 있을 것입니다.제가 쉽게 찾을수 있다고 보는것은 우리의 기술능력으로는 어려운 문제가 아닐뿐 아니라 실제 비슷한 탐색작업을 최근에 성공적으로 해낸 경험도 있으니까요."
 

-어떤 경우입니까.
 

"바로 금년 일인데요. 이탈리아의 '이타비아'(ITABIA)항공사 여객기가 7년전에 바다에서 실종된 일이 있었읍니다. 승객과 승무원 50여명을 태우고 말입니다. 저는 이 여객기가 KAL의 경우처럼 미사일을 맞고 격추된것이라고 봅니다.우리탐사팀은 컴퓨터를 가동, 여객기의 항로, 미사일에 맞았을 시간, 피격순간에서 바다에 떨어질때까지의 시간과 거리등을 면밀히 검토했으며 그런뒤 작업개시 이틀만에 비행기 '칵피트'를 찾아냈읍니다. 비행기록을 모두 수록한 '블랙박스'도 찾아내 이탈리아정부에 주었읍니다. 이 비행기의 추락에 관련된 내막은 이탈리아정부가 이제 소상히 알고있죠."
 

-KAL의 블랙박스는 아직 바닷속에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이미 건졌을 것으로 봅니다."
 

-미국쪽에서 말이죠?
 

"분명히 말하기는 곤란합니다. 다만 소련은 심해에서 탐사작업을 할 만한 능력이 없다고 봅니다."
 

-그럼 '이타비아'여객기의 경우 처럼 '칵피트'는 찾을 수 있겠네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나선다면 곧 찾아낼수 있읍니다. '쥘 베른느'의 '네모' 선장이 만능이었듯이 자기가 속해있는 '이프레메르'연구소의 능력을 신뢰하고 있었다. 세계에서 으뜸이라는 자부심에 넘쳐 있는듯했다.
 

-자랑스런 '이프레메르'에 대해서도 한마디…. 한국도 최근 해양연구에 관심을 높여가고 있는데 참고될 말도 있을것 같고….
 

"우리 연구소는 국립이며 프랑스에서는 유일한 해양연구소입니다. 해양에 관한 모든것을 조사·연구합니다. 해저지질, 화산 활동, 해류, 어류등 여러분야를 연구하고 있읍니다.
 

이런 연구를 위해서는 뛰어난 잠수정의개발,그것을 작용할수 있는 컴퓨터 시스팀과 기술자의 능력등 고도의 첨단과학이 동원됩니다. 세계 여러나라에는 노틸(Nautile)호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지난 10월 16일 진수한 '마켓 사가'호는 또 하나의 개가입니다. 연구소에는 과학·기술자만 1천2백여명이 있읍니다. 우리 연구소는 늘 앞서서 혁신적인 일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단일 연구기관으로, 국내에 경쟁상대없이, 그것도 국가재정의 지원으로 움직이면서 '나태'를 보이기 커녕 선구적업적을 쌓고 있다는것은 켤코 범상한일로 보이지 않는다. 직업윤리라는 말이 새삼 연상 되기도 했다.
 

-끝으로 자신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이름도 보통의 프랑스사람 이름 같지 않은데.
 

"아, 저의 선조는 지금의 노르웨이에서 프랑스로 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름이…. 그런데 아주 오래된 일이어서 자세한 내력은 모릅니다. 제 나이는 45세이고 전공은 잠수. 그러나 지금하고 있는일은 프로젝트수립에 관한것이죠. 기업으로 말하면 영업담당이랄까. 아뭏든 한국에서도 유익한 시간을 보냈읍니다. 몇개의 대학과 연구소도 방문했고. 잠수정 건립문제와 그것의 조종 (리모트 콘트롤)에 대해서 우리 연구소는 한국에 도움을 줄수 있읍니다. 그리고 티타닉(프랑스 발음)호의 유물은 세계 순회전시를 생각하고 있는데 한국쪽과도 얘기가 된다면 몇년뒤에는 한국에서도 전시를 할수가 있을것입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87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성주 기자

🎓️ 진로 추천

  • 해양학
  • 기계공학
  • 역사·고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