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예술 표현방식으로 자리잡아 나가는 홀로그래피기술. 그 응용범위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과학과 예술의 만남은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이른바 '하이테크 예술'. 그중의 하나가 레이저를 이용, 입체상을 만들어내는 홀로그래피(Holography)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열린 일본 '이시히세츠꼬'씨의 홀로그래피전을 계기로 홀로그래피의 응용분야를 살펴본다.
홀로그래피는 많은 일반인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며, 이공학(理工学)전문가들에게는 레이저의 응용범위를 넓혀준 흥미로운 분야이다. 또한 예술가들에게는 예술작품을 표현하는 새로운 형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완전한(Holo) 그림(Graphy)'이라는 뜻의 희랍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일상생활속에서 접하는 모든 사물의 시각정보를 완벽하게 기록했다가 언제라도 재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홀로그래피이다.
인간의 눈으로 보는 모든 물체는 명암(밝기), 색,입체적모습 등이 각기 다르다. 즉 눈으로 물체를 각기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은 각 물체에 반사돼 나오는 밫의 진폭(밝기) 파장(색) 위상(시간에 따른 빛의 전달)정보가 다르기 때문이다. 컬러사진은 빛의 진폭과 파장만을 필름에 기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시각정보를 정확하게 기록했다가 재생할 수 있다면 그당시의 입체상은 언제라도 재생할 수 있다. 여기서의 입체상은 실상이 아니라 실제 물건이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다.
홀로그래피는 1948년 런던대학교의 '데니스 게이보'교수에 의해 발견되었다. 연구의 초점은 위상정보를 어떻게 기록하느냐는 문제였다. 게이보교수의 연구성과를 간략하게 표현한다면, 거울에서 반사돼나오는 물체파(기준파라고 함)와 물체에서 직접 반사돼나오는 물체파를 간섭시키면 위상정보를 사진건판에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이후 1960년 가(可)간섭성 좋은 레이저의 발견으로 홀로그래피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아 놀아울 정도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홀로그래피는 일상생활에서 산업분야 예술분야에 이르기까지 점차 그 응용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는 크레디트카드의 오른쪽에,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붙어있는 은색의 홀로그램실을 비롯 광고장식용 홀로그램스티커, 홀로그램연하장도 등장하고 있다.
홀로그래피가 현재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은 전시회. 우리나라에서도 첨단제품전시회를 가면 가끔 홀로그래피를 응용한 입체영상을 접할 수 있다. 서울 여의도 트윈빌딩의 연암사이언스홀에서는 엔지니어링플래스틱 자동차 전시코너에 가면, 조그만 로봇이 자동차 위에 나타나 자동차 특성을 소개한다.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도 하고 직접 자동차위를 걸어다니기도 한다. 이로봇은 실물이 아니라 허상, 즉 주위에는 로봇의 입체영상정보를 기록한 사진건판이 있고 여기에 빛을 쪼이면 로봇의 허상이 3차원 공간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홀로그래피 영상의 부수적 이용이고 전시용홀로그래피의 용도는 직접 실물을 갖다 놓기 어려운 전시에서 빛을 발한다. 즉 고대의 역사적 유품 중 탑이나 건출물, 옮기면 손상되기 쉬운 유물 들을 전시하는데 입체영상을 뜨면 보다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남대문이나 석가탑 다보탑 등을 미국에서도 실물 못지 않게 전시할 수 있다.
더군다나 입체영상의 사진건판을 만들 때 조명조건 등을 여러가지로 중첩해서 기록해놓는다면, 새로운 제품을 전시하는 산업전시회에서 실물만 덩그러니 가져다 놓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즉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영상전시물의 색이나 모양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특성이 바로 예술과의 접목을 가능케하는 특성. 워커힐에서 최근에 열렸던 일본 '이시히 세츠꼬'(응용물리학 및 조소)씨의 홀로그래피전시회도 바로 이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사진에서와 같이 평면 사진건판임에도 입체감이 풍부할 뿐 아니라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 및 색깔이 표현된다. 한 종류의 실물을 조명이나 각도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로 표시할 수 있는 홀로그래피 기술은 예술적 표현의 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시히'씨는 "언젠가 거리에 홀로그래피가 범람하여 허상과 실상을 촉감에 의하지 않고는 구별못하게 될 때 우리들의 인식에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생긴다"고말하며 "심리학실험에서 상하가 거꾸로 보이는 안경을 계속 쓰고 있게하면 처음엔 큰 혼란이 오지만 점차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홀로그래피는 예술분야보다는 산업분야에서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홀로그래피에 의한 디지틀 정보기록은 그 한 예이다. 보통 기록매질 1cm²당 10억 비트의 정보기록을 할 수 있다. 이 정보기록은 '리던던시'(Redundancy)에 의해 기록매질의 흠이나 먼지 등으로 인한 정보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
리던던시란, 홀로그래피에 의해 기록되는 정보들은 공간적으로 서로 상관관계를 갖기 때문에, 설사 일부 정보가 손상되었다 하더라도 나머지 부분에서 없어진 부분의 정보를 추출하여 훌륭하게 재생할 수 있는 특성을 말한다. 이는 홀로그래피만이 갖는 특징중의 특징이다.
홀로그래피에 의한 지각변동 관측시스팀도 응용분야 중의 하나. 홀로그래피는 예민한 만큼 잡음에 약하다. 온도변화에 의한 피사체의 변형이나 소음에 의한 진동은 치명적이다. 입체영상 자체가 금방 초점이 안잡힌다고 이해하면 된다. 즉 3차원적 움직임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홀로그래피에 의해 간만에 따른 지각의 움직임이 파악된다면 지구구조의 성질도 파악할 수 있고, 지각의 뒤틀림 등의 변동이 발견됐을 때 그것을 감지함으로써 지진을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도 소리를 입체적으로 기록 재생하는 음향홀로그래피 기술도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