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에 제법 빠른 유자망어선으로 2시간15분. 북위37도31분 동경1백26도05분 휴전선 바로아래 외딴섬 신도(新島). 높이래야 해발50m가 채못되고 넓이도 2천평에 불과해 보통의 지도엔 섬으로도 표시돼있지않는 서해의 무인등대섬 신도에 뜻밖에도 '세계의 진객'으로 불리는 노랑부리백로가 떼지어 번식하고 있었다.
신도는 행정구역상 경기도 웅진군 북도면 장봉리에 들어있으나 나무 한그루 자랄수없는 바위섬인데다 어로저지선 북쪽에 위치해 주위를 지나는 어선도 거의 없는데 어민들은 '갈매기섬'이라 부르고있다.
경희대조류연구소와 농업진흥공사 토목연구소의 자원조사팀이 신도를 찾은것은 8월12일낮. 섬은 온통 새들로 덮여 멀리선 섬전체가 흰빛으로 보였다.
갈매기떼일것으로 추측하던 조류학자들은 배가 섬에 닿자 의외의 광경에 환호성을 질렀다.
조류학자들에겐 세계적 희귀조로 국제 자연보호연맹(IUCN)과 국제조류보호회의(ICBP)의 적색부호(시급히 보호가 요청되는 멸종위기동물에 붙이는 부호)22호 노랑부리백로떼의 발견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이날 3시간동안의 조사에서 확인된 노랑부리백로는 약50마리. 쇠백로 3백50여마리, 괭이 갈매기 2백여마리들과 이웃하여 이 섬의 바위틈에서 자생하는 쑥과 명아주(1년초)를 깔아 둥우리를 만들어 살고있었다.
50여마리중 절반정도는 새끼들이어서 조류학자들은 이곳에 살고있는 노랑부리백로의 수는 1백마리가 넘고 나머지 50마리 정도는 먹이를 찾아 바다에 나간것 같다고 추정했다.
노랑부리백로의 번식지가 발견된 것은 신도가 세계에서 다섯번째.
2차대전이전까지만해도 여름철에는 동북아시아에, 겨울철엔 중국남부지방에서부터 필리핀까지 비교적 고루 퍼져 있었으나 개발에 밀려 그수가 격감, 지금은 세계적인 희귀조가 됐다. 국제조류학계에 보고된 노랑부리백로의 집단번식지는 중국의 복건성과 광동성, 그리고 북한의 납도(신의주 서쪽 1백km)와 소감도(평북 정주 서쪽 36km).
그러나 중국의 번식지에서는 노랑부리백로의 모습이 사라진것으로 알려져있다. 세계의 조류학자들이 추정하고있는 지구상의 노랑백로 수는 3백50마리 안팎.
그만큼 희귀해 일본에서 한두마리가 발견될때마나 조류학계에서 법석이 일고 한국에서도 6.25 후엔 두마리가 잡히고 두마리가 관찰된 기록밖에 없는 새다. 한반도에선 여름철새인 노랑부리백로는 몸길이 53~56cm, 깃이 비교적 흔히 찾아오는 백로와 마찬가지로 모두 흰빛이어서 일반인들이 백로와 쉽게 구별할수없으나 부리가 노랗고 여름철 번식기에는 머리 뒷쪽의 깃털이 일어서 관을 쓴 모양이 특이하다. 눈앞의 얼굴피부는 창백한 푸른색이고 다리는 검은색, 발가락은 노란색.
4월에 날아와 5, 6월에 3~5개의 알을 낳아 번식하고 9월말부터 10월초사이에 홍콩과 가까운 중국남부지방으로 날아가는 것으로 알려져있었다.
노랑부리백로는 물고기새끼나 조개를 주로 먹는데 어미들은 보통 한번의 먹이사냥에 물고기 3, 4마리를 잡아 부리에 저장했다가 그중 절반이상은 잘게 요리, 잘 날지못해 둥우리에 남아있는 새끼들에게 먹인다.
어미 노랑부리 백로가 먹이를 찾아 비행하는 거리는 보통 1~3km이나 어떤때는 둥지에서 20km이상 날아가 멸치떼등을 뒤쫓아 한꺼번에 수백마리의 고기를 잡을때도 있다.
한편 조류학계에서는 신도에서 쇠백로가 집단번식하고 있음을 발견한것도 획기적인 일로 평가하고 있다. 몸집이 일반 백로보다 작은편이고 머리쪽에 2개의 흰깃이 위로 뻗어올라 구별되는 쇠백로는 전남해남군화산면과 충북청원군부용면이 집단번식지로 알려져있었으나 지금은 그곳에서 좀처럼 찾아볼수 없게됐다.
경희대조류연구소에선 신도의 노랑부리백로및 쇠백로 집단번식사실을 한국자연 보존협회에 알리고 국제자연보호연맹과 국제조류보호회의에도 보고하는 한편 문화재관리국에 신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줄것을 요청키로 했다.
조류학자들은 신도가 노랑부리백로등의 집단번식지가 된것은 육지에서 먹이인 민물고기나 민물조개등이 귀해진데다 먹이들이 농약에 오염됐기때문으로 보고있다.
희귀한 새들이 사람들이 저지르는 먹이오염과 무분별한 개발을 피해 스스로 외딴 무인도를 서식지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또 학자들은 신도나 서해의 고도이긴하나 새의 알을 탐내는 사람들이 드나들수있다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새들만의 낙원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