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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Ⅳ 바이러스 「현대의 페스트」부른 원시 병원체

AIDS로 관심을 끈 바이러스는 파괴를 위한 가장 간단하고 무서운 구조를 가진 병원체이다.

바이러스에 관해 지금처럼 관심이 높았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현대의 대역병 에이즈(AIDS)가 창궐하면서 보통 현미경으론 보이지 않는 이 작은 병원체는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의 큰 관심의 표적이 되었다.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위치에 선 원시적 병원체이면서도 아직 변변한 치료제가 없을 정도로 '천재적'인 감염능력을 보이는 바이러스의 정체는 무엇일까.

유전자와 껍질이 전부

바이러스란 말의 어원은 라틴어의 끈적끈적한 액체 악취 또는 독(毒) 이란 의미에서 연유한다. 이런 불길한 어원만큼이나 바이러스는 오랜 옛날부터 인류를 괴롭혀온 병원체였다. 그러나 천연두 황열병 등 바이러스의 피해에는 익숙해져 있었지만 그 정체는 오리무중이었다.

현미경의 발달로 열린 '세균학의 전성기'였던 19세기말, 세균학자들은 세균보다 작은 병균이 존재할 지 모른다는 의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1892년 러시아의 이바노프스키는 담배잎모자이크병의 병원체가 세균여과기를 통과한다는 보고를 했다. 이 병원체는 현미경으로도 관찰이 불가능할 뿐더러 배양접시에서의 배양도 되지 않았다.

그후 1차대전중 프랑스의 세균학자 데렐이 세균에 기생하는 병원체가 있음을 입증하고 이를 '박테리오파지'라 이름붙인 것을 계기로, 일부 바이러스의 성질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모습이 드러난 것은 전자현미경이 발견된 1930년대 이후의 일이었다.

X선결정학 기법으로 처음 관찰한 박테리오파지의 모습은 달착륙우주선과 비슷하지만 대개의 바이러스는 20면체의 껍질을 가진 축구공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구조는 생물학적으로 가장 단순하다. 유전물질(RNA나 DNA)과 그것을 둘러싸는 단백질로 된 껍질이 전부이다.

바이러스를 생물로 보는데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이처럼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세포구조가 없고 또 결정체로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식과 유전을 생물의 특유현상으로 보아 바이러스를 생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바이러스는 영양분을 필요로 하지 않고 신진대사도 하지 않으며 성장도 하지 않는다.  또 숙주 없이는 복제가 불가능하다. 가히 기생충의 극한 형태라 할만하다. 바이러스가 하는 일은 오로지 살아있는 특정한 세포를 숙주로 골라 유전정보를 장악한 다음, 그 세포로 하여금 바이러스를 복제토록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박테리오파지^박테리아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로 프랑스 세균학자 데렐이 이름을 붙였다.
 

어떻게 병을 일으키나

맨처음 바이러스는 자신이 침투할 숙주세포에 접근한다. 에이즈바이러스는 T세포로, 소아마비 바이러스는 척수 신경세포로, 그리고 광견병 바이러스는 미친개가 다이를 물었어도 뇌의 특정한 세포로 침투한다. 세포 포면의 특정한 곳에 부착한 바이러스는 세포속으로 침입해 들어가 껍질을 벗고 유전물질을 방출한다.

이 유전자는 세포의 화학기능과 물질을 이용해 복제하면서 새로운 바이러스의 껍질을 만들어낸다. 새롭게 만들어진 껍질이 조립되면 유전자가 삽입되어 다수의 바이러스가 세포속에 완성된다. 이들은 숙주 세포를 뚫고 나와 또 다른 숙주세포로 향한다.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병에는 에이즈 일본뇌염 소아마비 인플루엔자(유행성독감) 등 다양하다(표1참조).

바이러스는 또한 DNA에 손상을 일으켜 암을 일으키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바이러스로 인한 병에 대한 특효약은 아직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백신이나 항혈청에 의한 예방접종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발병하면 대증요법과 합병증을 막는 게 고작이라고 한다.

한편 유전공학자들은 최근 바이러스를 유용하게 이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즉 바이러스의 유전자에서 해로운 부분을 제거해 안전하고 장래성 있는 백신을 만드는 방법과,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해로운 유전자를 필요한 유전자로 대체한 바이러스로 유전병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표 1) 바이러스가 사람에 유발하는 병
 

1987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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